최근 물의를 일으킨 가수 김호중씨의 음주운전사고후 처신을 보면서 참으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사람은 신이 아닌 이상 누구나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문제는 잘못을 저지른 후 당사자의 처신과 태도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세인의 평가가 달라지는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선처를 바랐다면 수사당국의 반응은 달랐을 것입니다.
김호중씨의 경우 교통사고후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 그리고 음주사실부인후 진술번복,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은폐, 압수당한 핸드 폰 비밀번호 불고지 등으로 증거인멸과 사법방해 시도가 역력해지자 사법당국에서 구속앙실질심사를 통하여 김호중씨와 연예기획사 사장 그리고 실장에 대한 인신을 구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큰 공연을 앞두고 공연취소의 우려로 인한 환불사태와 위약금에 대한 강박감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김호중씨는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화약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들어간" 형국이 되었습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의 법 기술자 조남관 변호사가 김호중씨의 사법방해 행위를 어떻게 방어 할지 세인의 관심의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좁은 의미의 죄인은 실정법 위반을 말합니다만 넓은 의미의 죄인은 양심을 지닌 사람으로서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마땅히 지키고 따라야 할 보편적인 양식과 규범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우리는 죄를 범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희랍신화에 나오는 형벌의 신 네메시스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여기는 7가지 대죄를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자기자랑만 늘어 놓고 이를 때 없이 교만한 사람.
2. 남에게 베푸는 것을 모르는 인색한 사람.
3. 자제력이 없어서 화를 잘 내는 사람.
4. 자기 잘못은 모르고 남이 잘되면 헐뜯기만 하는 사람.
5. 자기 관리를 잘못하는 대식가.
6.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허세를 부리는 사람.
7. 땀 흘리지 않고 공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게으른 사람.
위에 열거한 대죄 1번에서 4번까지 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우리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두번째 대죄를 우연한 계기로 극복한 바근한 사례는 록펠러(1839-1937)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록펠라는 55세에 불치의 병에 걸려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최후 검진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병원 복도를 지나갈 때 병원 로비에 걸려 있는 액자에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복이 있다"는 글이 록펠러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마침 병원 접수창구에서 나이 어린 소녀환자의 어머니가 입원비문제로 다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병원측은 병원비가 없으면 입원이 불가하다고 하자 환자 어머니는 입원시켜 달라고 애원하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때 록펠러는 비서를 시켜 입원비를 대신 지불하고 누가 지불했는지 모르게 해달라고 병원에 부탁했습니다. 얼마 후 그 소녀가 회복된 모습을 본 록펠러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록펠러는 자신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후부터 록펠러는 빠른 속도로 건강이 회복되어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무려 40여년이 지난 98세까지 살았습니다. 그후 그는 시카고 대학을 설립하고 록펠러재단을 만들어 교육과 의학 부문을 중심으로 전세계 52개 나라에 자선 사업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회고담에서 인생 전반기 55년은 쫓기며 살았지만 후반기 43년은 정말 행복하게 살았다고 실토했습니다. 록펠러는 또 아들에게 "나는 아주 오래전에 돈을 남에게 베풀고 나눠주기 시작한 후부터 오히려 재산이 점점 늘어나는 선물을 받기 시작했다"는 경험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중세의 영향력 있는 유태계 철학자 마이모니데스는 자선의 여덟 단계위계를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마지 못해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자선하는 경우.
2. 즐거운 마음으로 자선하지만 자선의 규모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3. 즐거운 마음으로 충분하게 베풀지만 수혜자의 요청을 받고 자선을 베푸는 경우.
4. 즐거운 마음으로, 충분한 금액을 그리고 자유의지로 자선을 하지만 수혜자에게 직접 자선을 전함으로서 그를 왜소(자존심 상하게)하게 만드는 경우.
5. 수혜자에게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지만 자선하는 사람은 수혜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
6. 기부자는 수혜자가 누구인지 알지만 수혜자는 기부자가 누군가 모르는 경우.
7. 수혜자와 기부자가 모두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
8. 수혜자가 생계비를 버는데 필요한 수단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자선을 하여 (자립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자선의 필요성을 전부 없에는 경우.
록펠러가 입원비를 도운 소녀의 경우 마이모니데스의 자선의 8단계 중에서 여섯번째 단계에 해당 합니다. 그리고 록펠러의 아들도 주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하나의 비밀이라고 말하며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함을 선언 한 바 있습니다. 다만 아들은 주는 것을 반드시 돈으로 국한 할 필요는 없고 (돈 대신) 자신이 베풀 여력이 있는 격려, 동정심 그리고 이해를 베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록펠러 아들이 한 이 말은 나는 돈이 없기때문에 자선을 베풀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보통 사람들의 변명을 무색하게 합니다.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마야 안젤루 는 나눔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시적인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안다.
양손에 포수글러브를 끼고 인생을 살면 안된다는 것을. 무엇인가 상대에게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마야 안젤루가 남긴 말에는 인생의 중요한 원칙이 담겨있습니다. 받기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내가 상대의 공을 받았다면, 공을 받은 상대도 받기 좋게 그 공을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내게 공이 돌아 온다. 이 단순한 이치가 인간 관계와 대화에 있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내가 여유가 있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공을 던져주고, 상대방이 공을 다시 던질 때 까지 잠자코 기다려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가 지속되면 일정한 관계가 만들어 지고 , 그 속에서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 싹트고, 호감이 생기고 신뢰가 쌓여갑니다.
적어도 호의를 받았으면 잊지 않고 돌려주며 고마움을 표현 할 수 있는 태도가 늘 함께 하고 가능하다면 내가 먼저 호의를 건네고 상대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를 지닌 삶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개 인색한 사람은 자기애에 너무나 함몰되어 물질적 정신적 에너지를 자가소모로 고갈 시키기 때문에 남에게 내어줄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상태가 상례입니다. 따라서 인색한 사람은 형벌의 신 네메시스가 꼽는 1번의 대죄를 함께 저지르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록팰러의 경우는 예외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 자기가 가진 것을 아껴서 다른 사람에게 내어 줍니다. 이경우 자신이 쓰고 남은 여유분을 내어놓는 것보다 더욱 베품의 의미가 깊고 크다고 하겠습니다.
자제력이 없어서 폭발을 잘하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미숙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이런 사람은 성질이 급해서 화를 낸다고 변명하지만 스스로 미숙함을 만천하에 고백하는 것이외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습니다.
형벌의 신 네메시스가 7가지 대죄라고 말하는 것 외에 필자 더러 빠진 것을 추가해 보라고 하면 필자는 주저없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꼽고 싶습니다.
물론 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의사가 환자에게 병명을 속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경우 입니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의 모래성을 쌓으려다 들통이 나서 마지못해 거짓말을 한 것을 고백하는 경우에 드러납니다.
직업인 중에는 대개 정치인들이 공직선거에 나서서 당선되기 위해서 거짓공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제2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분이 신설지하철 노선에 지하철 정거장을 만들어 주갰다는 공약을 한 바 있습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둔갑할지 지켜볼 것입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다.
오죽했으면 소련 공산당의 서기장을 지낸 후루시초프가 "정치인은 어디나 똑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 지역에서도 다리를 놓아주갰다 고 공약을 한다고 조롱한바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잘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그럴듯한 농담이 있습니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신은 사람들이 너무 고지식하면 살기가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약을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뿌리라고 헤르메스에게 명령했습니다. 헤르메스는 명령대로 거짓말 약을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뿌려 나갔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사람 차례에 이르렀는데 그만 약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헤르메스는 남은 약을 모두 그에게 뿌렸습니다. 그사람이 바로 정치인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하기보다 차라리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방어권 행사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과오를 거짓말로 덮으려는 잔꾀는 매우 어리석은 짓임이 가수 김호중씨의 경우를 통하여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거짓말의 속성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일정수준까지 거짓말의 모래성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래성은 일정 단계를 지나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속절없이 와해되고 맙니다.
아리스토텔리스는 거짓말쟁이의 폐단의 다음과 같이 표현 했습니다.
"거짓말쟁이가 진실을 말해도 그가 말하는 진실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은혜로운 가정의달을 보내면서 자신의 과오를 거짓말로 덮으려는 잔꾀를 부리는 것은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무덤을 파는 어리석을 행위 임을 인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