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4 11: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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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게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본다. 누구나 알다시피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이고, K리그가 배워야 할 것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꼭 그렇게 일방적으로만은 볼 수만은 없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리미어리그가 K리그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고향의 축구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팬에 대한 구단들의 엄격한 태도는 솔직히 그립지 않다. 위건-레딩전을 보러 가서 몸수색을 당하고 나면 ‘이건 좀 오버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또한 경기를 보다가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안전요원들이 다가와 자리에 앉으라고 이야기한다. 서 있는 것이 허용되는 때는 경기가 아주 흥미진진해지는 순간 잠시 뿐이다. 너무 자주 서있게 되면 경기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어쨌든 원칙은 그렇다. 올드트래포드에서 맨유 경기를 본다면 90분 내내 계속 앉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원정을 간 맨유 팬들은 경기 내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안전요원들로서는 홈 팬들을 다루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원정 팬들은 보통 그저 방치 된다. 영국에서는 요즘 맥주를 마시면서 경기를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맥주가 생각나면 자리를 떠나 구장 안에 있는 바에 가서 (비싼)맥주를 마시고 돌아와야 한다. 요즘은 모든 곳이 금연이기도 하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새로 지은 경기장에 가보면, 비싼 돈을 내고 들어와 결국은 바에 앉아 TV로 경기를 보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4-3 스코어의 경기라면 이러한 엄격한 룰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춥고 습한 겨울 저녁에 지루한 0-0 경기를 마주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잉글랜드의 훌리건 역사는 유명하다. 그렇기에 저러한 엄격한 제한들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여기서는 훌리거니즘이 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다음 시즌부터는 물병과 캔을 들고 들어갈 수 없는 것에 대해 실망스러운 기분이 든다. 이것도 모자라 깃발, 걸개, 폭죽에도 더 엄격한 룰을 적용하겠다는데, K리그의 팬들을 모두 수색하겠다는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이 결정이 ‘실수’라고 생각하며, K리그에 있어 슬픈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라운드에 물병을 던지는 것은 축구장에서 보고 싶은 행동이 아니다. 이러한 것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는 것은 무척이나 짜증나는 일이다.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물병 투척이 몇 번이나 일어났는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채 몇 번도 되지 않았다. 좀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땅콩을 까기 위해 슬렛지 해머를 사용한다’는 영국 속담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잉글랜드 구단들은 상표를 제거할 경우 물병을 갖고 들어가게 허가한다) 소수의 잘못으로 왜 모든 사람을 다 처벌하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 축구팬들의 대부분은 물병을 던져본 적이 없다. K리그를 보러 다니는 재미 중 하나는 맥주와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경기장에 가는 것이다. 경기장 안에서도 이러한 것들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준비해 오는 것과 그 느낌이 같을 수는 없다. 지난 시즌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지만, 가장 커다란 사건 중 하나는 울산과 대전의 플레이오프에서 일어났던 것 같다. 그날 대전 팬들이 좋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대전 팬들의 잘못 때문에 다른 13개 구단의 팬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우선적으로 대전 팬들에게 경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땠을까? 그러고 나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면 일시적인 금지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후에 팬들이 얌전한 태도를 보이면 제재를 풀면 되고, 또다시 사건이 터질 때는 더 강력한 처벌을 가하면 된다. 이럴 경우에도 대전 팬들에게만 제재가 가해지면 된다. (물론 대부분의 대전 축구팬들은 무고하다) 몇몇의 잘못으로 전국의 팬들이 고통 받는 것 보다는 이러한 방식이 낫다고 생각된다. K리그는 관중수가 그다지 많은 리그가 아니기에, 사람들이 경기장에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만 한다. 맥주, 피자, 치킨, 과자 등을 사서 들어오는 팬들을 많이 봤다. 팬들은 가족, 친구와 함께 축구장에 와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려 하는 것이다. 팬들이 아무것도 없이 자리에 앉아 멀뚱멀뚱 축구만 봐야 한다면, 서울이나 광양의 팬들은 다시는 축구장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난 10월에 열린 울산-대전의 경기에서 대전의 팬들은 깃발과 응원도구를 흔들며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볼거리들을 격려하고 장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축구장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그렇다고 팬들의 흥겨움을 무작정 앗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축구장은 재미있어는 곳이어야 하고, 깃발, 걸개, 맥주 등은 축구장의 분위기를 돋굴 수 있는 요소들이다. ‘물병 던지기’ 등의 부정적인 모습이 ‘아주 가끔’ 나올 수도 있지만, 즐거운 축구장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
첫댓글 그래서 한국에는 팩소주가 있습니다. ㅋㅋ
그냥 죽치고 축구나 보고있으라는 엿맹놈들
듀어든 이라는 분 글 참 괜찮게 보는 글 많은데.. 솔직히 이 글은 그다지 공감이 안 가는 글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