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에 성공했다가 의지부족으로 최근 다시 흡연자가 됐습니다. ㅠ
제가 사는 아파트는 28년 된 구축입니다.
그런데, 흡연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그간 주민들이 여기저기 숨어서 흡연을 했고, 그러다 보니 민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해소방안으로 사람이 드물고 건물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작은 흡연장소를 마련했더군요. 구축이라 사방이 뚫려있어 가능했던 조치로 보입니다.
(이게 맞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고 말씀드리려는 주제도 아니니 패스)
서론이 길었네요.
그 흡연장소에 2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약간 긴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자에 앉아서 흡연을 하며 침을 심하게 뱉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나 혼자만 사용하는 흡연장소도 아니고,
아파트 주민들 다수가 상시 이용하는 곳인데 그런 모습을 근래 자주 보니 정말 더럽게 느껴졌고 불쾌했던 차였습니다.
아는 주민들을 흡연장소에서 만나도 당연히 같은 반응이었음은 물론이고요.
그러던 차에 이틀 전, 20대 초반의 여성 한 명이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더니 침을 계속 뱉아내는 것입니다. 제가 옆에 앉아 있는데도.
ㅇ 저 : 죄송하지만 담배피우는 거야 얼마든지 좋은데 의자 바로 앞에 침을 뱉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말했습니다.)
ㅇ 상대 : 아니..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는데 왜 그러세요?
ㅇ 저 : 혼자 쓰는 장소가 아니고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인데, 발을 딛는 의자 앞에 침을 잔뜩 뱉어 놓으면 불쾌하지 않겠느냐
ㅇ 상대 : 그럼 침을 어디다 뱉어요?
ㅇ 저 : 의자 바로 앞 말고 조금 멀리 뱉으면 되잖아요?
(바로 위 상대의 반응에는 하도 기가 막혀 말에 엑센트를 좀 넣었습니다. 의자 2~3m 앞에 배수구도 있고 뱉을 곳 많습니다.)
ㅇ 상대 : 제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약 5초간 카톡을 폰이 부서져라 두드리더니 씩씩거리며 가버렸습니다.
물론 저도 외부에서는 전혀 간섭하지 않습니다.
중고생이 담배를 피든 술을 마시든 고성방가를 하든 내 갈길 갑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기타 외부 흡연장소였다면 신경쓸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이 험하니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고 꼰대 소리도 듣기 싫으니 말이죠.
그렇지만 아파트 구내 흡연장소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우리집"이라는 인식과 함께, 우선 제가 더럽고 불편해서 반응을 했던 것이죠.
이 얘기를 와이프에게 해봤습니다.
ㅇ 와이프 (어제 아침 반응) : 한 마디로 배려를 모르는 사람. 속된 말로 싸*지가 없네.
ㅇ 와이프 (어제 저녁 반응) : 심정은 이해하나, 세상이 험하니 다음부턴 그냥 넘어가라.
ㅇ 저의 반응 : 세상 험한 거 잘 알고 평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내가 계속 더럽고 불편했고 우리집 개념이라 생각되기에 말했을 뿐. 오늘도 내일도 그 불편함을 계속 감수하라는 건 아니지 않느냐.
딸에게도 어제 저녁에 넌지시 말을 해봤습니다.
ㅇ 딸 : 꼰대라고 욕하면서 갔겠네.
저는 그 침뱉은 사람도 사람이지만 딸의 얘기가 더 충격이었습니다.
요즘 세태가 소위 꼰대라는 이름을 사리분별도 없이 막 갖다 붙여 쓰는구나 하는 생각에서죠.
물론 이건 남녀 문제도 아니고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저 때 공교롭게도 20대 초반의 여성이었을 뿐이죠.
과연 제가 꼰대짓을 한 건지,
세상이 험해서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르니 지속적으로 불쾌해도 그냥 넘어가는 게 맞는지,
상대가 몰염치에 공동체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는지,
저로서는 답정너 성격의 질문이지만,
와이프와 딸, 특히 딸의 반응을 보니 여러분의 견해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의견 기다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첫댓글 상대가 100% 잘못한거죠.....따님 반응은 피난민님을 꼰대라고 본다는게 아니라 20대 여성의 반응을 비꼰걸로 보입니다.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진심이었습니다. ㅠ.ㅜ
한 편으로 딸이 워낙 시니컬한 성격이라 엄마의 얘기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거로 볼 수도 있는데, 하..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충격이었어요. ㅎ
그분잘못이맞긴함
근데 걍 받아들이셔야할듯
흡연자침뱉는게 워낙 보편적이라..
님이말한게 정답이긴하나
모두를이해시키는건힘든듯
음.. 제가 답정너 성격의 질문이라고 말씀드렸기에 그런 측면에서 말씀드려 보자면,
우선 요즘 흡연하며 침뱉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2~3걸음 가서 배수구에 뱉으면 되는데 그러기는 귀찮고, 주민 다수가 이용하는 의자 앞에 침을 뱉는 행위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공동체 의식이 아예 결여된 거라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ㅎㅎ
따님이 님을 꼰대라고 한게 아니라
그 여자 입장에서 꼰대라고 느꼈겠다고 말한거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좀 찜찜합니다. ㅎㅎ
상대 잘못 100프로구요
요즘 애들 그냥 예의나 태도 지적하면 꼰대만들어버려요.. ㅎㅎ;;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보편 타당한 사회 규범 차원의 얘기에도 일단 꼰대로 몰아놓고 보는 그런 거.
나이에 상관없이 지적질은 꼰대가 되어야만 현실인 것 같아서 좀 서글픕니다. ㅎ
@피난민 이게.. 잘잘못을 떠나서 나한테 지랄하네(?) 공격적이고 적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한 번 겪고 마는 일이면 아예 신경 안 썼죠.
다만 아파트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곳이고, 일종의 '우리집'에서 불쾌한 기분을 계속 느끼는 건 아니다 싶어 얘기한 거죠 뭐. ㅎ
상대방이 100퍼 잘못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세상에 님 같은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런 말 하고 있지만 막상 저는 님처럼 행동하지는 못해요...ㅠ
어느 순간부터..
당연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배려에 대해서조차 언급하면 "꼰대" 취급을 해대니
뭔 말을 못하는 분위기죠
그런 사람들, 막상 자기 심기에 거슬리는 일 있으면 본인들도 "꼰" 합니다
자기가 하는 비판은 정당하고, 자기를 비판하면 꼰 취급..
말씀 감사합니다. 요즘 세태를 평소에 들어서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경험하고 딸의 반응까지 보니 약간 멘붕이 왔다고 할까.. 그런 심정이네요. ㅎㅎ
상대 잘못 백프로 맞고 본인도 확신에 차있으셨을텐데, 따님 한마디에 벙찌신거 같네요ㅋㅋㅋㅋ님 잘못없습니다 오히려 용기있는 행동이죠
딱 이거였어요. 딸의 반응에 멍~한 상태가 되어버린 그런 거. 하.. ㅎㅎ 웃어야 될 지 울어야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걍 나한테직접적피해오는거아니면
요즘은 넘어가는게살기편해요
저도 그러고 싶고, 대체적으로 그렇긴 해요. 그런데 지속적으로 불쾌함을 감수하고 가기엔 아니다 싶어서 그랬던 거죠. 비록 흡연장소지만 아파트 주민 공동 이용 시설물이다 보니.. ㅎ
님의 의도는 청결하게 이용하자,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가지자 이런건데 그게 꼰대가 될수는 없죠
이게 꼰대면 환경단체는 꼰대단체게요?
너무 신경쓰지마시고 이런 부분에 대해선 소신있게 행동하기길 바랍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저의 답정너 질문에 걸맞는 답변들을 해주시니 제가 못할 짓한 건 아니구나 싶어 좀 위안이 됩니다. ^^
따님 생각은 아빠는 그냥 지나가지 굳이 왜 뭐라고했어?꼰대네 한거같네요ㅎㅎ잘못한거 1도 없으신데 요즘 애들은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을꺼같아요 다음부터 그냥 지나가세요 그런인간들 안바껴요
그랬을 거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빠를 위로하거나 공감해 주는 말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저는 흡연자는 아니지만 일단 바닥에 침을 뱉는 것 부터가 옳고 청결한 행동은 아니니까 잘못하신 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흡연자끼리 이해하는 분위기는 알겠지만 만약 비흡연자인 제가 침 지뢰밭이 싫어서 여기다 침 좀 뱉지 말라고 했을때 흡연하는데 어떻게 안뱉냐 라고 하는 분과 좀 피해서라도 멀찍이 뱉는 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죠 (인성도 문제 같네요)
그렇죠. 잠시 일어나는 것은 귀찮고, 침 뱉어서 남 불쾌한 건 내 알 바 아니고. 배려심 없는 극히 이기적인 자세이니 인성 문제라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멋진분이십니다🙌👍
멋지다는 말씀은 과분하고, 제가 더럽고 불쾌해서 그랬던 것 뿐이죠. ㅎ
사회분위기가 그려러니 하세요.차라리 관리사무소에 이야기해서 침 뱉지 말라는 푯말 만들어서 부착해달라고 요청하세요.개인적인 의견이 충돌하면 쌈 납니다
그래서 아무리 상대가 어려도 최대한 조심스레 예의를 갖춰 말합니다. 싸움이 되면 안 되니까요. 그렇게 해도 어느 한 쪽이 막가파라면 싸움이 되기 쉽죠. 염려 이해합니다. 차라리 팻말을 제가 만들어 붙여볼까 합니다. 저런 사람들은 그래도 뱉을 겁니다. ㅎㅎ
@피난민 님이 만드는거보다 관리사무소에서 공식적으로 이름박고 만드는게 그나마 효과가 있을꺼에요.2번뱉을꺼 한번뱉는정도일진 모르겠지만요.고생 많네요
@레오빠드 그렇겠군요. 공식과 비공식의 차이. 잘 참고하겠습니다.
맞는말인데 글케 생각하는 사람들은 잇을듯하네요
따님 생각에 아버님이 꼰대라는게 아니라, 요즘 몇몇 개념없는 젊은 사람들은 본인들이 듣기 싫은 어른들의 말은 잔소리에 꼰대라고 하니까, 그 여자도 그랬겠다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거 같아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불금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