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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비 산악회 2017, 해파랑길 2,000리-落穗1 부부싸움
2,000리 해파랑길 걷기는 모두 끝냈다.
2017년 2월 18일 토요일 낮 12시 반쯤 해서, 강원도 고성군 명파해변에서 걷기를 시작해서, 같은 해 12월 25일 월요일 오후 5시쯤에 부산 오륙도 선착장에 닿았으니, 꼬박 10개월 7일의 기간이 걸린 셈이었다.
그 긴 세월에 아홉 번에 걸쳐 동해를 찾았었다.
지쳐 힘들기도 했지만, 끝내 해냈다.
그동안 아내도 애썼고, 동서도 애썼다.
그래서 잘 감당해낸 나를 위해 나 스스로 박수를 치기도 했고, 끝까지 나와 함께 동행해준 아내와 동서에게도 박수를 쳐줬다.
하도 장하다싶어서였다.
특별히 아내에게 박수를 더 크게 쳐줬다.
고마운 일이 또 하나 있어서였다.
쪽팔리는 고백이지만, 바로 부부싸움을 잘 넘겨준 것이 그랬다.
언뜻 느낌에는 그 먼 길을 부부가 동행이 되어 힘들게 걷다보면 서로 위로가 되어줘야 하고 힘이 되어줘야 해서 부부싸움을 안 할 것 같은데, 희한하게도 우리는 꽤나 부부싸움을 했었다.
나와 아내 동서해서 셋이 한 방향으로 걸을 때는, 이 길로 가자 저 길로 가자하면서도 다퉜고, 어디 명소를 들르자 말자 하면서도 다퉜고, 나는 아내 먹고 싶다 하면 다 먹게 하는데 아내는 내 먹고 싶은 걸 못 먹게 해서도 다퉜고, 방향을 따로 잡아 걸을 때는, 점심때 만날 장소를 놓고도 다퉜다.
다퉈봤자 작은 언쟁이긴 했지만, 그 작은 언쟁이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 한동안 불편한 분위기로 이어지고는 했었다.
때론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윽박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이제 해파랑길 그만 걸읍시다. 이렇게 자꾸 다투면서 걸어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동서가 나서서 해결사노릇을 하지 않았으면, 그것으로 해파랑길 완주는 물 건너갈 뻔했었다.
심지어는 해파랑길을 완주를 하루 앞둔 날인 2017년 12월 24일 일요일로 크리스마스이브인 그날도 다퉜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권기호 친구가 굳이 마중 나와서, 부산의 명문 고깃집인 양산박에서 저녁을 사주고 헤어진 뒤에, 2차로 맥주 한 잔 더 마시러 간 생맥주집에서 그랬다.
나는 해파랑길 걷기로 끝내지 말고 남해를 동에서 서로 걷고 그 남해가 끝나면 다시 서해를 남에서 북에서 걷자고 했고, 아내는 이제 더 이상 못 걷겠다고 해서 다툰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 좋은 기분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정도였는데, 각자 그 의견이 강하다보니 말다툼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그때 내 핸드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수신되고 있었다.
그 한 자리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있던 동서가 보낸 것이었다.
달랑 사진 한 장이었다.
4개항으로 된 누군가의 ‘가훈’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마지막 4번째의 글귀가 내 마음을 꾹 찌르고 있었다.
결국 내 목소리를 낮춰야 했고, 분위기를 반전시켜 생맥주 500cc 새 잔을 주문해서 건배를 해야 했다.
그 글 귀, 곧 이랬다.
‘여자 말을 잘 듣자’
첫댓글 ㅋ~~잘하셨구요
완주하신거 세분께 힘찬박수 보내고요
두분 다투는거 안봐도 웃음이 날정도로 훤합니다
앞으로 형님 말씀만 잘듣고 사시면 정말 행복할겁니다
늘 행복하게 지내쉽시요~~^^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