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자료:국민일보
당신의 외로움, 몇점인가요
조사전문기관 피앰아이(PMI) ‘외로움·종교’ 첫 조사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꼴로 의료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외로움을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교가 있으면 무종교인에 비해 외로움을 덜 겪고 있으며, 특히 외로움이 심해질수록 타 종교보다 기독교에 관심을 더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가 31일 조사전문기관인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실시한 ‘외로움 척도 지수와 종교 상관관계’ 조사 결과다. 1인 가구와 고독사 증가 등으로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로움과 종교의 상관성을 조사한 건 처음이다.
피앰아이는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일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해 온라인과 모바일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 포인트다.
국민 4명 중 1명 외로움 치료 필요해
피앰아이에 따르면 ‘UCLA 외로움 종합 지수’를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 외로움 지수는 80점 만점에 42.2점이었다. UCLA 지수는 총 20문항을 풀고 도출한 점수에 따라 외로움의 단계를 저단계·중등도·중고도·고단계로 나눈다. 점수가 높을수록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는 의미다. 저단계(20~34점)는 일상적 외로움의 수준이고, 중등도(35~49점) 외로움은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정도다. 중고도 외로움(50~64점)은 상담 등 의료적 치료가 필요하며, 고단계 외로움(65~80점)은 당장 치료와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다.
한국인의 경우 50점 이상(중고도+고단계)의 외로움을 겪는 비율은 26.5%였다. 의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또 당장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중고도 외로움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중등도 외로움을 겪는 비율은 47.1%였다.
전문가들은 외로움의 문제와 해법을 사회 구조의 틀에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효민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그런 것도 못 이겨내냐’ 등의 반응이 많다. 외로움을 개인적 감정으로 여기는 단적인 사례”라며 “외로움은 개인 성향과 함께 주거 재정 건강 등이 결합해 발생하는 만큼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로움은 생존지상주의, 개인주의와 급격한 도시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외로운 무종교인, 기독교에 관심
특히 종교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비장의 카드’라 할 만하다. 종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외로움 지수가 오르내렸다. 박 교수는 “종교가 있는 사람의 평균 외로움 지수(41.0점)와 무종교인(43.2) 사이의 2점 차는 숫자로만 봐선 안 된다”면서 “최저점인 20점부터 최고점인 80점 사이에서 2점은 상당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65점 이상의 고단계 외로움을 보면 종교가 있는 사람은 1.4%에 불과했지만 무종교인은 4.3%나 됐다. 응답자 가운데 1080명이 무종교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40여명은 당장 치료와 조치가 필요한 수준의 극심한 외로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무종교인의 14%(150명)는 외로울 때 종교에 관심이 생긴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눈길을 끄는 건 종교별 기대감이다. 50점 이상의 중고도 및 고단계 외로움을 겪는 이들은 관심 있는 종교로 기독교(34.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불교와 천주교는 각각 28.0%, 23.9%였다.
교회, 영적 진단, 해법 제시해야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립된 사람을 세상으로 끌어내려는 노력과 방법이 필요한데 이미 종교계는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해 소통해 왔다”며 “영국처럼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종교계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네마다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한국교회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는 “전문가 상담, 의학적 도움, 공동체 형성과 지원도 필요하지만 영적 진단과 해법 모색도 한국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설립된 피앰아이는 저출산 우울 자살 고독사와 지방도시 인구소멸 등 한국사회가 겪고 있던 문제들이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형 외로움 종합 지수’를 개발해 발표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외로움을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라 정의한다. 그닥 어렵지 않은 이 단어의 의미를 알려고 사전까지 찾은 데는 지난 1일부터 시작한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시리즈 때문이다. 여기서 든 의문. 외로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였다. 어디에서도 외로움의 반대말은 찾을 수 없었다. 한글만이 아니었다. 영어도 다르지 않았다.
② 우리는 모두 잠재적 고립자
교회가 ‘외로움 전성시대’의 소통 창구가 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나 기관 등과 함께 ‘나홀로’ 이웃을 돌보는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와 조사전문기관인 피앰아이가 함께 실시한 ‘외로움 지수와 종교의 상관관계’ 조사 결과(본보 2023년 2월 1일자 29면)에 대한 전문가와 목회자들의 제언을 들어봤다.
“소통 대상 없어 외로운 사람도 많아”
이번 조사에서 나온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외로움 지수 42.2점을 두고 해석은 다양했다. 이 지수는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러셀이 개발한 ‘UCLA 외로움 척도 지수’를 통해 나왔다. 저단계·중등도·중고도·고단계 외로움 중 42.2점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인 중등도(35~49점) 외로움에 속한다.
단국대 임명호 심리학과 교수는 “42.2점이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라고 해석했다. 서울시립대 박효민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안정적이라거나 위험한 수준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고도로 갈 가능성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는 “1인가구 외로움도 있지만 소통하고 공감할 사람이 없어 외로운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로움 극복에 종교 역할 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외로움 극복에 종교의 역할이 크다는 조사 결과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 목사는 “외로움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며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 투영된 객관적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학자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는 “고등도 외로움에 있는 사람 중 종교가 있는 사람은 응답자 가운데 1.3%, 없는 사람은 4.3%로 집계됐다”며 “외로움과 종교가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종교가 외로움을 해소한다고 볼 수 있지만, 외로움 지수가 낮은 사람이 종교를 가질 수도 있다”면서 “다만 최근 종교가 외로움 지수를 낮추는 데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종교의 역할로 영적 회복에 관심을 갖는 부분에 주목하기도 했다. 한신대 윤상철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교회 등은 외로움 때문에 종교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 지향’ 공동체성으로 손 내밀자
외로움의 강도가 높을수록 기독교에 관심을 두는 이유로 전문가와 목회자가 공통으로 꼽은 건 ‘공동체’성이다. 윤 교수는 “기독교는 공동체성이 강해 소규모, 소그룹 등의 모임이 많다”고 했다. 공동체성을 ‘관계’로 연결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기독교는 예배와 행사, 조직이 많다. ‘관계의 종교’”라고 설명했고, 이 목사는 “기독교는 관계를 통한 외로움의 극복을 강조하는 교리체계와 신앙 활동을 강조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기독교를 ‘관계 지향적 종교’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네 가지 감정을 소개했다. 그는 “사람이 삶 속에서 느끼고 싶은 네 가지 감정은 소속감, 공동체 내 수용감, 수용을 통한 안정감,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자존감인데 이는 공동체 커뮤니티의 필요로 이어진다”며 “네 가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게 종교, 그리고 기독교”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공동체성이 외로움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임 교수는 “종교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소통방법을 잘 알며 마음을 열 방법과 도구도 잘 안다”며 “외로움이 심화되지 않도록 교회 등 종교단체가 초기 대응, 초기 소통 단계에서 개입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깊이 있는 접근을 제안했다.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는 “교회는 가시적 외로움을 넘어 현상을 진단하고 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외로움은 하나님과 인간, 창조주와 피조물과의 단절로 야기되는 만큼 하나님과의 관계회복에 중심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는 게 과제로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목회자들이 한목소리로 말한 게 ‘오른손이 하는 일’이다. 이 목사는 “사역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잘 알도록 설명해야 한다. 교회 이름만 내려고 하면 부작용이 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도 “기독교는 그 어느 종교보다 선행과 구호에 힘썼음에도 불편한 사회적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며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부·기관·종교단체 손 맞잡아야
교회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관간 협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정부나 기관이 종교기관과의 협업에 대해 정책적 연구나 시도를 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목회자들도 공감했다. 최 목사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 내 공공기관과 연대는 필요하다. 각 분야의 분업화, 전문분야의 우수성을 집약하는 지혜”라며 “교회의 전문성은 지역 내 공감 네트워크, 돌봄 인프라가 촘촘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도 “공공기관이 놓치는 부분을 교회가 메울 수 있는 곳이 많다. 시너지를 내려면 연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 나는 이렇게 외로웠다
주민 4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골목 전봇대에 월 10만원대 입주가 가능한 고시원 전단지가 붙어 있다.
외로움엔 늘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그 크기는 해가 비치는 각도와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사회가 비자발적 외로움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마음의 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따라 그림자의 크기는 줄기도 커지기도 한다. 국민일보는 이 시대의 외로움을 진단하기 위해 ‘짙은 그림자’를 경험한 이들을 찾아갔다. 나이와 성별, 거주 지역과 당면한 현실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극단으로 향하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바로 외로움이다.
고독생(生)과 사투하는 중년 1인 가구
“마누라랑 두 아들 키우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요. 그런데 이 동네에 다시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요. 대학동 산꼭대기까지 밀려 들어오는 사람 중에 사연 없고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1980~90년대 자신의 20대 시절을 오롯이 관악구 대학동에서 보낸 김학민(가명·62)씨는 “보증금 없이 월 10만원 초반에 몸 누일 곳을 구할 수 있는 데는 서울 하늘 아래 이 동네밖에 없다”고 했다. 거주민 4가구 중 3가구(75.4%, 2021년 12월 기준)가 1인 가구인 대학동은 전국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많은 동네로 꼽힌다.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된 후 고시생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일용직 노동자와 실직·알코올중독·카드빚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독거 중장년들이 채우고 있다.
사업 실패와 소송, 이혼으로 이어지는 위기는 김씨의 삶을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5년 전, 결국 이곳으로 돌아온 그는 꼬박 6개월을 좁디좁은 방 안에만 머물렀다. 고독한 생(生)은 고독한 사(死)만큼 참혹했다. “도저히 (밖으로) 못 나가겠더라고요. ‘어떻게 죽어야 잘 죽나’ 종일 이 생각만 했어요.”
조사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지난달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로움 척도 지수’ 조사에서 60대 이상 응답자들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문항에 최저점(27.35점)을 기록했다. 전체 평균(29.84점)보다 2.49점, 50~59세(32.08점)에 비해서는 4.73점이나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혼자 산 지 20년 차, 대학동 9년 차인 이준형(가명·69)씨는 “관계가 끊어져 1인 가구가 된 사람들은 자기가 겪은 상황을 이해받을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크다”며 “불안감이 커질수록 고립감은 높아지고 결국 내가 없어져도 상관없을 것이란 생각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MZ세대 멍들게 하는 상대적 박탈감
취업준비생 박현정(가명·25)씨는 대학 졸업 후 자취를 시작하면서 우울증을 겪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외로움이 커졌다. 가족이 있는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씨는 “부모님과 대화가 단절돼 가족에게 속내를 털어놓기 어렵다 보니 방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자취방에 있을 때보다 답답함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위원회가 2021년 2월 발표한 자료는 구직 문제로 인한 청년세대의 우울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 중 우울증 자가진단(CES-D) 척도가 23.2점으로 ‘중등도’ 이상을 보였고, 특히 구직 기간이 ‘1년 이상’인 응답자부터는 25.9점을 기록했다. 25점 이상이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중증에 해당한다.
일명 ‘카페인(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우울증’이라 불리며, 스마트폰을 쥔 채 혼자 시간을 보내는 MZ세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박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또래 친구들이 여행을 가고 호텔에서 밥을 먹고 명품을 인증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전했다.
꼬리에 꼬리 무는 자살 고위험군
인간관계의 상실로 인해 자살 고위험군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외로움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추승훈(가명·20)씨는 지난해 어머니와 아버지를 각각 자살과 고독사로 잃었다. 7세 되던 해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 형과 함께 생활해 온 추씨는 공황장애를 겪을 만큼 큰 충격에 빠졌다. 2개월 사이 잇따라 비보를 맞닥뜨린 그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애도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다 지난해 말 후폭풍처럼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어야 했다. 추씨는 “1년 휴학을 결정하고 병원 치료 중”이라며 “지금도 문득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고 나만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최근 10년간 누적 자살유가족은 13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자살에 노출되지 않은 일반인 대비 우울증 발병 위험이 7배나 높지만 우리 사회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2년 전 어머니의 극단적 선택을 경험한 성재훈(가명·40) 목사는 “공허함, 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 등 처음 느껴보는 복합적 감정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며 “한국교회 내엔 여전히 자살유가족들이 목양적 돌봄으로부터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가리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정서적 울타리’에 대한 필요다. 이씨는 “어려움을 공감해주고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한 명만 있어도 마음의 빨간불이 주황색 불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④ 마음 낮은 이들과의 동행(I): 외로움, 처방전이 필요하다.
서울 성산교회 전도단원들이 지난해 12월 전도활동에 나서기 전 서울 송파구 교회 앞에서 ‘당신의 이웃은 안녕하십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풍납1동 주민센터 제공
“당신은 외로울 때 무엇을 하십니까.”
국민일보는 최근 조사전문기관인 피앰아이와 함께 ‘외로움 척도 지수와 종교 상관관계’를 조사하면서 국민 2000명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예상치 못한 답이 나왔다.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5명 중 1명꼴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실상 외로움을 방치한다는 얘기다.
사회학자들은 한국 사회에 팽배한 외로움은 사회적 상황이 만든 만큼 개인이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종교가 외로움 돌봄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이미 외로움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선 교회들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사회학자들은 과도한 경쟁 사회, 가족공동체 해체, 경제 상황에 따른 계급화 등 다양한 이유가 결합되면서 ‘외로운 사회’를 부추겼다고 봤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1일 “대한민국은 가족 복지에 의존해 왔는데 최근 빠른 속도로 가족이 해체되면서 1인 가구는 가장 흔한 형태가 됐다”고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한 경쟁 시스템에서 실력주의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견고해졌다. 이로 인해 ‘정서적 고립’ 상태가 된 사람이 많다”고 했다.
경제적 문제도 외로움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꼽혔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외로움의 계층화’라 정의했다. 김 교수는 “청년들은 취업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고 중년은 맞벌이건 외벌이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최근 외신은 한국의 노인들이 쉬지 못하고 돈을 벌고 있다는 기사에 빈곤한 노년의 외로움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외로움의 이유가 다양한 만큼 대처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피앰아이 조사에 따르면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꼽은 건 독서 여행 등 ‘취미활동’이었다. 10명 중 5명(52.4%)이었다. 게임 등 인터넷을 활용한 오락 활동이나 운동 등 신체 활동은 각각 35.3%, 30.9%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답변은 따로 있다. ‘혼자 식사(음주)한다’(26.7%)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19.7%)는 응답자가 46.4%나 됐다. 사실상 외로운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 채 별다른 활동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사회학자들은 외로움이 포용적 분위기와 취약한 사회적 보호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만큼 개인이 해결하기 힘들다고 본다. 이는 곧 외로움 방치로 이어졌다. 구 교수는 “외로움의 해결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물질과 재정적 지원만 해선 안 되고 공감과 배려를 바탕으로 도움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주목한 게 종교다. 이는 ‘종교가 없다’는 1080명 가운데 13.9%(150명)가 외로움을 느낀 뒤 종교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종교 유무에 따라 외로움에 대처하는 자세도 차이를 보였다.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956명)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람은 23.1%(220명)였지만, ‘종교가 있다’고 한 사람(825명) 중엔 71명(15.6%)이었다. 관계 맺기를 통해 외로움을 해결하기보다 혼자 밥을 먹거나 음주한다는 사람도 종교가 없는 사람이 더 많았다. 반대로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종교가 있는 사람이 3.8%로 없는 사람(1.9%)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
교회, 외로움 돌봄의 가교
종교단체들은 외로움을 돌보는 시대가 됐음을 인식하고 있다. 교회의 경우, 이미 행동에 나선 곳들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주민들과 일상적 접촉이 잦은 교회 사역에 주목해 협업에 나서고 있다. 김 교수는 “종교단체는 외로운 분들과 지자체, 중앙정부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메가처치 그리고 지역 기반의 작은 교회가 협업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는 ‘야쿠르트 프레시매니저’와 협업하고 있다. 이 지역 프레시매니저는 일주일에 4차례씩 집집마다 야쿠르트를 배달하면서 기존에 배달된 야쿠르트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문을 두드려 주민의 상태를 확인한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교회로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서울 중랑구 대광교회(박영모 목사)는 서울시립대학교 종합사회복지관과 손을 잡고 매달 첫째 주 토요일 형편이 어려운 지역 주민 120여명에게 짜장면을 배달한다.
커뮤니티 형성과 심리적 위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동체 기능도 한다.
서울 마포구 신생명나무교회(장헌일 목사)는 노인들의 점심 식사를 챙기는 동시에 매일 오전 노인대학을 운영한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강의를 들으며 또래 세대와 교제를 나눈 뒤 자연스럽게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정재영 실천신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소그룹이 활성화된 교회가 교회와 신앙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데 교회 안에 우리만의 모임 말고 외부로 열어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고립된 사람을 도와주려고 해도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행정기관의 도움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회가 교회답게 다가서는 방식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⑤ 마음 낮은 이들과의 동행(II):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지난해 자살과 고독사로 부모를 잇달아 잃은 추승훈(가명·20)씨는 삶의 모든 시간이 ‘고통’이었다고 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교회가 상담기관을 세우거나 연결해 나 같은 사람을 보살펴 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외로움의 시간을 견디는 이들의 호소처럼 느껴졌다.
서울 서초구 남서울교회상담센터는 골목 안 건물에 있다. 출입구는 도로면이 아닌 측면에 있고 간판은 입구 옆에 작게 붙어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권정혜 남서울센터장은 27일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입구가 노출되지 않아 감사하다고들 한다”는 말을 했다.
추씨와 권 센터장의 말은 정서적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의 시대에 상담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동시에 많은 이들이 상담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국민일보와 조사전문기관인 피앰아이가 조사한 대한민국 평균 외로움 지수는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수준의 42.2점이었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건 의료적 조처가 필요한 50점 이상의 중고도와 고단계 외로움에 속한 사람이다. 응답자 중 26.5%였다.
이들은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물었을 때도 다른 대처 방법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바로 상담이다.
경기도 과천 시냇가상담센터의 김창환 센터장은 “외로움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상담은 꼭 필요하다”며 “상담을 통해 자신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객관화하면서 절망에서 희망을 찾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냇가는 과천교회가 운영하는 상담센터다.
중요한 건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로움에 공감하고 이들을 배려하며 돕기 위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교회가 상담센터를 마련한 이유다. 경기도 화성 은혜사랑의교회 부설인 심리상담연구소 숲길 정성록 목사는 “교회는 누가 와도 포용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 상담센터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상을 기독인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숲길을 찾는 사람의 비기독인 비중은 50%다. 부산 수영로교회의 수영로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기독교인도 70%다.
수영로센터 문성일 박사는 “타종교나 비신자인 분이 30%인데 상담을 받고 교회에 관심이 생긴 비신자도 있다”고 전했다.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배려도 눈길을 끈다. 시냇가나 남서울교회센터, 지구촌교회 글로벌상담소 등은 센터를 아예 교회 밖에 마련했다.
김 센터장은 “교회에서 운영하는지 모르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부담도 낮췄다. 권 센터장은 “재정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도 5000원, 1만원을 받는다”며 “상담자에게는 책임을 부여하고 피상담자에겐 상담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는 효과를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남서울교회센터나 삼일교회 헤세드센터는 직장인을 위해 야간에도 운영한다. 비용이 저렴하다고 상담의 질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모두 상담전문가들이다. 모든 교회가 상담센터를 운영할 필요도 없다.
권 센터장은 “재정과 인적 자원이 풍부한 대형교회가 상담센터를 만들면 작은 교회는 지역을 살펴 상담이 필요한 이들을 연결해 주는 방식도 있다”고 제안했다.
서윤경 최기영 유경진 기자 y27k@kmib.co.kr
<보너스>:
1. 외로움의 반대말은 예수 그리스도
‘외로움의 반대말은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은 반대말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사회신경과학 분야 창시자인 존 카치오포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등이 공동집필한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Loneliness)’에선 외로움을 사회적 고립에 대한 지각으로 보고 반대말로 ‘사회적 유대감’이라 정의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프랑스 파리 생탄병원 전문의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내면의 삶을 보고 외부로 나가자’라는 자신의 책에서 반대말을 쉽게 규정하지 못하면서 대신 ‘함께하기’ ‘동반’ 정도로 적었다. 가수 아이유는 언론 인터뷰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외로움의 반대말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어찌 됐건 그들의 노력과 달리 결론은 ‘외로움의 반대말은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친구 유대 교류 소통 등이 외로움과 반대되는 개념의 단어들로 거론됐다. 영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외로움을 뜻하는 Loneliness와 반대되는 단어로 동료애(Companionship) 소속감(Connectedness) 행복(Happiness) 친화력(Congeniality)부터 거주지(Habitation)까지 다양하게 제시됐다.
개연성 없이 열거된 듯 보이는 단어들이 외로움의 반대말로 연결되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게 하는 게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러셀이 1996년 개발한 UCLA 외로움 척도(UCLA LONELINESS SCALE) 지수 항목이다. 이 지수는 20개 질문으로 개인의 주관적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파악해 외로움의 정도를 판단한다. 조사 참여자는 각 질문에 1점(전혀 없음)~4점(자주) 중 하나를 선택하고 이를 합산한다. 합산 점수가 낮을수록 외로움 지수가 낮고 높을수록 외로움 강도도 높다. 그런데 20개 질문 특성은 외로움의 반대말이라며 나열된 단어들과 유사하다. 사회성을 물어보더니 개인의 성격을 묻기도 한다. 이는 소통전문가 표영호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외롭지 않은 날이 없기에 외로움은 반대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과 연결된다.
이번에 기획을 준비하면서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UCLA 외로움 척도로 한국인의 평균 외로움 지수를 확인했다. 평균 42.2점이었다. 저단계 외로움·중등도 외로움·중고도 외로움·고단계 외로움 등 4단계 중 일상생활이 가능한 중등도 수준이다. 외로움과 종교의 상관관계를 찾기 위한 기획 의도에 맞춰 종교의 유무에 따라 질문을 던졌다. 눈길을 끄는 조사가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 중 14%는 외로울 때 종교에 의지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종교가 없음에도 종교 안에서 외로움의 반대말을 찾고자 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성경에 대한 궁금증을 알려주는 미국의 기독교 관련 사이트 갓퀘스천(GotQuestions)은 외로움의 원인이 무엇이든 치료법은 언제나 동일하다며 성경 속 말씀을 제시한다. 그리스도께서는 ‘형제보다 친밀’하시고(잠언 18:24),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친구이시며(요한복음 15:13~15),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세상 끝까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신(마태복음 28:20) 분이라고 했다.
3개월여간 진행되는 기획시리즈는 외로움의 시대에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이지만 어쩌면 성경은 이미 그 답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사전에서도 정의하지 못한 외로움의 반대말 말이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서유경 기자
2. 세대 맞춤형 공동체 만들어 마음 터치… 고독감 날린다
“백날 창문 하나 없는 방에 혼자 처박혀 있으면 뭐합니까. 그래도 여기(쉼터) 오면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먹고,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구나’ 생각하면서 말동무도 하나 만들고 그러는 거지요.”(유정민·가명·57)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만난 유정민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참 소중한’이란 이름의 쉼터를 찾는다. 2021년 말 기준으로 4가구 가운데 3가구꼴(75.4%)로 ‘1인 가구’인 동네 주민들을 위해 친구들교회(배홍일 목사)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이영우 신부)가 힘을 모아 3년 전 만든 공간이다.
‘마음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만들어주자.’ 조사전문기관인 피앰아이가 31일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외로움 척도 지수와 종교 상관관계’ 조사에서 결과를 분석·도출한 외로움 극복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다.
사회학·종교사회학 전문가들은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사랑을 전한다는 기독교 본질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심리적 위로와 커뮤니티 형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곳이 교회”라고 입을 모았다. 외로움 돌봄 시대를 맞은 2023년 대한민국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내 마음을 만져주세요
설문 조사에서 ‘외로움 극복을 위한 종교의 사회적 역할(중복 응답, 전체 대상)’을 묻는 질문에 3명 중 2명 꼴(65.3%)로 ‘상담 등 심리적 위로’를 꼽았다. 커뮤니티 형성(52.3%) 물품 지원(14.5%) 재정 지원(13.2%) 일자리 마련(8.4%) 등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의 종교 유무에 따라 1·2위 답변에 대한 중요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종교인의 경우 74.7%가 ‘상담 등 심리적 위로’를 선택해 비종교인(57.2%)에 비해 17.5%포인트나 높았다. 반면 ‘커뮤니티 형성’ 대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종교인의 응답률이 49.5%에 그친 반면 비종교인은 54.7%를 보였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회 구성원 간 관계 증진을 도모하는 역할에 비종교인이 종교인보다 더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소그룹 활동과 친목 교제가 일상화돼 있는 교회 공동체는 지역사회의 관계망을 구축하고 정보가 모이기에 좋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장점으로 활용한다면 정서적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수원 세 모녀 사건’처럼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굴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에게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효민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도시화·근대화를 겪으면서 주거 문화의 변화가 공동체의 와해로 이어졌고 공동체성 결여가 외로움 문제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건 정부 회사 학교가 해줄 수 없는, 종교에 특화된 영역”이라며 “종교계가 신자 그룹 안에서만 묶으려고 하기보다는 외부의 사람들까지 함께 묶는 역할을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종교계, 지자체-정부 잇는 메신저 가능
활동 분야별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세대별 기독교인의 주력 사회활동을 살펴보면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1년간의 활동 경험’에 대한 질문에 연령별 참여도가 높은 활동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9~29세의 경우 ‘시민 사회단체 활동과 자원 봉사’ 참여 비율이 높았고 30~39세는 ‘친목 사교 단체, 취미 스포츠 여가 활동’이 타 연령대 응답자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50세 이상은 ‘지역사회 모임’에 대한 참여를 주도하고 있었다. 40~49세 기독교인의 경우 타 연령대에 비해 각 활동에 두각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자원 봉사 영역 가운데 ‘재능 나눔’에 강점이 엿보였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계 조직이 지자체와 정부를 잇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면 고독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대형교회가 아닌 지역 기반의 작은 교회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호주의 사례처럼 대형교회가 헌금을 모아 필요한 지역 내 교회에 보내 돕는 방식이 활발해진다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개교회 중심 NO, 세상 밖으로
교회가 경계·보완해야 할 점들도 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회가 지역 내 선한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할 때 과도하게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웃 섬김 활동을 통해 그 모습 자체가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만으로도 성경적 원리가 충분히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주간 평균 신앙생활 시간이 높아질수록 단체 및 봉사활동 참여율이 높아지다가 가장 빈도가 높은(12시간 이상) 응답자 그룹에서만 참여율이 감소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 교수는 “해외 기독교인 연구 결과 종교 생활을 열심히 할수록 사회의식도 높아지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배타성이 강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 중직자일수록 개교회 중심주의를 버리고 교회 밖으로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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