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비 산악회 2017, 해파랑길 2,000리-落穗1 마음씀씀이
4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5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 6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니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 7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 8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9 시몬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옵소서//
성경 신약 요한복음 13장 4절로부터 9절까지의 구절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위함 마음씀씀이에 대한 기록이다.
그 구절 중에서도 내가 핵심으로 꼽는 구절은 8절 후반이다.
곧 이렇다.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마음씀씀이로 상관이 있고 없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구절은 뒤를 이은 14절과 15절에서 완성된다.
다음은 그 구절이다.
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으니라 15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꼭 성경의 기록이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로 마음씀씀이가 제 일이다.
마음씀씀이가 없는데, 인간관계가 엮일 이유가 없다.
싫든 좋든, 심지어는 가증스러움이 빤하게 내다보여도 상대의 마음을 찝쩍거리려고 해야 인간관계가 엮이는 것이고, 또 그렇게 세상사 인간사 인연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2017년 추석 연휴 열흘 몽땅 해파랑길 일정을 잡고 강원도 최남단의 호산항에서 걷기를 시작했을 때였다.
추석 하루 전날로 우리가 영덕해변의 블루로드 길을 걸을 때, 큰며느리가 내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아버님 이제 강릉에서 출발합니다~ 오늘 밤 늦게까지 놀면 좋겠지만 제가 신체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밤에는 올라가야할 것 같습니다... 어제 아버님께서 좀 서운해 하셨다고 들어서요...ㅠㅠ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따 뵙고 맛난 거 많이 드시지요~ 곧 뵙겠습니다’
내 이리 답했다.
‘아니다. 어머니가 나를 쪼께 험담했구나. 난 그저 너희들 좋아하는 게를 사주고 싶었던 거고, 좀 있다가 후포항에서 알게 될 거다만, 게 천지인 거기에서 게를 안 먹고, 하루 뒤인 오늘 강구항에서 만날 작정을 한 거다. 그런데 어머님이 내 그런 속셈은 모르고, 또 너희들도 모르고, 그래서 내가 좀 삐찐 건데, 그걸가꼬 나를 험담한 거니, 별꺼 아이다. 좀 있다 보자.‘
내 그 답에 큰며느리가 서둘러 또 한 줄 답장을 보내왔다.
이랬다.
‘ㅋㅋ 험담 안 하셨는데요~^^ 곧 뵈어요!’
결국 이날 강구항에서의 게값은 큰며느리가 계산을 해야 했다.
비록 적지 않은 돈을 쓰긴 했지만, 시아버지와 큰며느리 사이가 상관없는 관계가 되지 않은 참으로 귀한 순간이었다.
우리 문경중학교 14회 동문으로 우리들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 회원이기도 한 백파(柏坡) 오상수 친구는 추석날 아침에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을 내게 띄워 보내왔다.
다음은 그 메시지 전문이다.
‘햐~ 동해안 해파랑길 ㅡ 한 쪽 어깨엔 백두대간의 정기가 내리고, 또 한 쪽 어깨엔 동해의 푸른바다가 출렁이며, 무한한 동경과 사랑이 안기는 그 아득한 장도의 해파랑 길 ㅡ 하늘과 바다와 사람이 어우러진 그 길고 긴 여정! 분명 고행이지요! 말없이 걸어도 ㅡ 인생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눈물과 기쁨이 함께하는 곳, 그러나 거기 한마음으로 동행하는 분들, 거기 대감이 평생 사랑하시는 밝은 미소 참꽃부인과 생애의 지기가 된 착하고 무던한 안찬옥 공 ㅡ 그야말로 참 아름다운 동행이 되었으니, 추석 명절 ㅡ 따뜻한 노정이어라!! 길고 긴 해파랑길 사랑 ㅡ 하늘나라 부모님, 그리고 서울의 아들 내외와, 무엇보다 이쁜 서연이 눈에 삼삼하실 거고 ㅡ 동해 저 푸른바다 건너의 아들을 생각하며 ㅡ 닷새째 300리 걷고 또 닷새를 더 걷는 ㅡ 고행의 기도, 고행의 사랑, 그리하여 고행의 기쁨, 부디, 세 분 건강하게 완주하시고 귀경ᆞ귀가 하시기를 기원 기원 ㅡ 기원섭하나이다! 귀경하시면 ㅡ 남도 대구탕이든 인하 순대국이든 참이슬 가슴, 훈훈하고 촉촉하게 해 드리리다! 추석날 아침 백 파 올림’
아예 한 편 용비어천가를 읊고 있었다.
게다가 끝판 밥자리까지 미리 마련해주고 있었다.
본인 역시 설산을 찾아 산행 중이었으면서도, 굳이 챙겨 보내준 마음씀씀이였다.
내 감사한 마음에, 이렇게 답글을 띄워 보냈다.
문자메시지가 됐건 카카오툑 메시지가 됐건, 생전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없는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병옥 친구도 크리스마스이브의 날에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 안부를 물어주고 있었다.
그 메시지에는 크리스마스 캐럴 동영상까지 덧붙여줬다.
지치고 힘든 여정에, 마음이라도 가볍게 해주려는 친구의 마음씀씀이가 그 동영상에 함께 녹아있었다.
이렇게 함께 하는 마음씀씀이들이 있었기에, 하나 외롭지 않은 2,000리 해파랑길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