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에 읽기 좋은 따순 글!
따순 곳
#너머
공유공간 너머
안심하는 관계, 안심하는 사회를 꿈꾸다
글 박경숙
저전동 주택가에 벽돌 시멘트로 지은 양옥 건물에 공유공간 너머라는 나무로 된 조그만 간판이 있다. 파란색 대문 안에 24평짜리 평범한 공간은 이민주 씨(39세)에게는 ‘순천에 뿌리 내리고 살게 해준 터전이자 생명수’ 이고, 김인아 씨(50세)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 이다.
공유공간 너머를 처음 시작한 임경환 씨(42세)는 대학원 논문을 쓰기 위해 공부할 방을 얻었으나 방 두 개와 거실은 사용하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쓰라고 내주었다.
그는 연찬과 일본 에즈원커뮤니티를 경험하고부터 안심하는 관계, 안심하는 사회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그 소망으로 너머에 모두의 서랍, 모두의 냉장고, 모두의 서재를 만들었고 모두가 주인이 되는 실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곳에는 임경환 부부가 사용했던 고급스런 탁자와 서랍, 밥통, 인버터, 귀한 찻잔과 좋은 차들,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 귀한 것을 아무나 사용하라고 내주니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남의 것을 그냥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 대가를 지불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판단없이 가져가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물건과 음식을 가져다 넣었다.
순천 이사 온 지 6개월이 된 이초록 씨(32세)에게 너머는 “경계 없이 드나들며 누군가와 먹을 거리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이웃”이고, 순천 토박이 김해선 씨(55세)에게 너머는 “꿈꾸게 해주고 한 걸음씩 내딛게 하는 공간”이다. 봉태영씨(39세)에게 너머는 “희망”이란다.
너머에 무엇이 있길래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고 꿈꾸게 하고 가진 것을 내 놓을 수 있는 가벼움을 주는 것일까?
1. 모두의 서랍
모두의 서랍에 먼저 물건을 넣는 사람이 있었고 이어 여러 가지 물건들이 모였다. 본인에게는 필요 없어 자리만 차지하는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횡재가 되어 귀하게 사용되었다. 물건을 내놓은 사람에게는 홀가분한 기쁨이었다. 그릇이나 옷, 신발, 문구류가 나오거나 아이패드가 나올 때도 있었다. 물건을 가져간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 없는 것을 가져다 모두의 서랍에 넣을 마음을 품게 되고 그 물건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갔다. 필요를 따라 움직이는 보물 상자처럼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었던 모두의 서랍은 한 달에 한번 장터를 열며 '필요경매' 라는 이름으로 진화했다.
2. 모두의 냉장고
모두의 냉장고는 3년 넘도록 신비한 마법을 부리고 있다. 자기가 먹을 것도 아닌데 먹을거리를 넣어둔 사람이 있었고 그 음식을 대가 없이 먹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가 너머를 특별한 공간으로 느낀 것은 3년 전 어느 날, 아무 기여한 바 없이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면서 부터다. 많은 일로 힘든 시절이었다. 너머에서 쉬고 있는데 배가 고파 모두의 냉장고를 열게 되었다. 김치, 쨈, 된장, 과일 등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넣어둔 음식을 먹으며 그 사람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이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둔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넣어둔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 속에 있는 사랑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 속에 저마다 들어있는 사랑을 느끼면서, 하늘로 부터 은혜를 입은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힘든 마음이 견딜 만 해졌다. 이곳에 음식을 넣어 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때부터 공유공간 너머는 '사랑을 만들어 내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3. 모두의 돈통
공유공간 너머가 1년이 되는 날 임경환 씨는 돌을 하나씩 가져오자고 했다. 돌에 마음을 새겨서 소개하며 생일잔치를 했다. 너머는 순천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게스트하우스나 순천에 살고 싶은 이들의 임시거처로 자주 이용되었는데, 돈을 안 내고 공간을 쓰는 것이 어색한 사람들이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곳을 만들자고 장성혜 씨가 제안했다. 이에 임경환 씨는 “그냥 누군가가 필요할 때 돈을 가져갈 수 있는 돈 통을 만들어서, 내고 싶은 사람이 내자.”고 해서 쓰레기통을 개조해 만들었다.
이 돈통이 만들어진지 2년 쯤 되는 날 돈통을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까 하는 사건이 생겼다.
10만원이 넘게 모아진 돈을 청소년 한명이 “옷을 사고 싶다.”며 가져간 것이다. 그 장면을 본 누군가는 ‘저건 아닌데?’ 싶어 불편한 마음이 들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반응도 있었다.
“그 아이에게 그 돈은 인생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오고가는 말들 속에 의미를 찾고 이해하며 지금도 돈통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에 돈을 넣고 빼는 일이 아직은 어색한 일이다. 돈을 넣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그 돈의 사용처를 분명히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 돈을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이 통에 돈이 얼마나 들어갔고, 어떻게 나갔는지를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여전히 돈통에는 돈이 쌓인다. 가끔 쓰레기통인 줄 알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있다.
임경환 씨가 돈통에 담긴 쓰레기를 보며 “돈은 쓰레기라는 행위 예술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4.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
너머에서는 공동육아, 회복적서클, 비폭력대화, 교육농 연구, 생명기르기 운동, 저전동 퍼머컬쳐 등 다양한 모임이 이루어진다. 모임이 만들어 졌다 졸업하고 또 다른 모임이 생기며 새로운 배움을 향한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여행자들의 게스트하우스다. 너머에서의 숙식은 모두의 냉장고, 모두의 서랍, 모두의 돈통을 통해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순천에 방문한 지인들에게 추천하곤 한다.
김연희 씨는(61세) “우리 딸 친구들이 기거하고 나서 감동 하더라고요. 내일로 여행이나 배낭여행 보다 이 공간에서 느끼는 것이 엄청난 경험 같아요. 나만을 위해 살지 않고 모두를 위한 공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한명이 있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 엄청 중요할 것 같아요.”
여행자들은 하루밤 묵고 손편지와 그림엽서를 두고 가기도 하고, 자기 동네에 너머와 같은 공간을 꿈꾸기도 한다. 여행자들의 글과 사진과 남은 흔적을 통해 '모두의 집' 너머의 가족들은 앉은 자리에서 '함께' 여행자가 되는 즐거움을 누린다.
5.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뻔 한 순간
모두에게 좋은 느낌을 주었던 공간 너머가 1000일 정도 되었을 때 한 달 동안 어떤 모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날이라 숙박하는 이도 없었고 청소를 하는 이도 없었다. 뜨거운 열이 가득한 너머에 아무도 가지 않았고 아무도 돌보지 않았다. 텅텅 빈 너머를 보며 “이쯤 되면 문을 닫아야 하나..”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만 두기에는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방도가 없었다. 기왕 그만둘 것 마무리를 잘하자고 천일 잔치를 준비했다. 천일잔치를 하고 너머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로 반응했다.
"아~그러면 안되는데.."
“너머가 사라지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장정미 씨가(47세) 천일잔치에 나눔장터를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듣고 토종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은 토종씨앗 전시와 나눔을 한다고 하고 발효식초를 후원하는 사람, 먹을거리를 가져오는 사람, 민화파우치를 가져온 사람 등 저마다 낼 수 있는 물건과 마음을 챙겨왔다. 아이들은 글과 그림을 그리고 커피를 내리며 흥을 돋구었다. 밴드에 불쑥 올라온 아이디어로 진행된 너머 1000일 잔치는 풍성했다.
손채영 씨는 장터를 하고나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북적북적 했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어려서 마당에서 환갑잔치도 하고, 놀이를 했는데,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어린 시절의 향수가 재현되는!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 같았어요.”
서울에서 온 청년은 말했다.
“노래를 부르니 애들이 몰려들었어요. 우리는 희망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하는데 애들을 보니까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에겐 이런 공간이 필요해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너머는 문을 닫을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장터에서 나온 수익금을 십시일반 내서 월세에 보탰다. 그동안 월세 30만원과 관리비는 당연히 임경환이 내는 것으로 여겼다면 그날부터는 모두가 함께 내야 '모두의 공간'이 된다는 마음이 모아진 날이다. 한산하던 너머는 그날 이후 온라인에서 까지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며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6. 실력이 느는 장터
어설픈 사람들이 시작한 너머 장터는 아무 규칙이 없다. 누구나 장꾼이 될 수 있다. 아이든 어른이든, 실력이 있든 없든 팔 물건이 있으면 가져오면 된다. 초등학생인 바다는 마음에 새길 좋은 말을 손글씨를 써서 500원에 판매해 생애 첫 소득을 올렸다. 장이 열리기 3일전부터 기대하며 기다렸다는 우석이와 예은이는 “시금치, 장갑, 호랑이 필통을 팔며 재미있고 너무 좋았다.”고 돈을 세며 기뻐했다. 아이들만 즐거운 자리는 아니었다. 본인이 만든 물건을 파는 사람은 재능을 나누고, 재능이 없는 사람도 소외되지 않았다. ‘이번 장터에는 무얼 할까?’ 궁리를 하다보면 새로운 일이 떠오르고, 장터를 통해 '사는 실력 '이 늘어가는 것 같다고 한다. 너머 장터는 돈 쓰고 오는 느낌이 아니라. 관계가 형성되는 장이었다. 어린 시절 자기가 가진 지식과 재능으로 뭔가 팔기위해 궁리하고 준비하며 실력을 발휘하는 과정은 학원을 10개쯤 다니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저마다 마음을 내는 공간 너머의 장터는 누군가 특별히 애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 각자 마음이 흐르는 대로, 모인 사람이 적으면 적은대로 원하는 만큼 참여하고, 참여한 만큼 기쁨을 누리고 헤어지는 잔치다.
7. 규칙이 없는 너머
3년을 넘어선 너머에는 규칙이 없다. 너머에서는 될 수 있으면 규칙을 만들지 말자는 임경환의 제안 때문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던 그는 학교를 나와 학교밖청소년들과 만나는 활동을 하면서 규칙이 생기는 순간 그 규칙을 지켰느냐 안 지켰느냐로 에너지가 더 쓰이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후 학교밖청소년을 만나면서 규칙없는 여행을 시도했고 오히려 규칙이 없을때 관계가 편해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게다가 아무 규칙이 없어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규칙이 없기에 자발적인 청소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한껏 어질고 나간 사람도 생겼다. 규칙이 없다는 것은 무질서를 만들 것 같지만 서로 성찰하고 나누는 계기를 주었다.
누군가 “모두가 행복해지는 규칙은 없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규칙이라는 말이 거슬리면 약속이라는 말로 바꾸면 그 의미는 달라질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너머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간다는 이 약속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할까요? 아니면 우리를 억압할까요? 한 달만 실험을 해 볼까요?”
불편한 문제가 생기면 그때 서로 올라오는 생각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서로를 돌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8. 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는 필요경매
최근 너머를 재미있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필요경매다. 장터를 이어가다 임경환 씨가 어머니가 만든 고급액자를 들고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필요경매는 '물건은 돈이 많은 사람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하는 게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나왔다고 한다. 재미는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왔다. 내가 갖고픈 귀한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기꺼이 박수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장이다. 상대방이 더 필요한 이유를 듣고 알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사람이 물건을 가져가고 구경꾼은 기뻐하는 너머식 경매 현장은 예측 할 수 없는 흥미로운 판이다.
"오카리나 열심히 한 적이 있어요. 오카리나. 대금, 바둑판, 단소, 직접 연주한 시디예요. 대금 연주 안한지 오래돼서 가져왔어요. 이 물건들에게 미안해서요."
그 말을 듣고 여기저기서 기대하며 손을 들었다. 손을 번쩍 든 합천에서 온 청년이 말한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격주 화요일 오카리나 가르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오카리나 하나씩 사주었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사주지 못했어요.”
진행자가 묻는다. “여러분은 생각은 어떤가요?”
더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지 생각하며 손을 들어 지지해 준다. 오카리나는 당장 필요한 사람에게 갔다.
사회자가 묻는다. "본인은 어떤지 물어 볼까요?"
김수현은 환한 미소로 답한다. "아주 기뻐요"
대금과 단소와 오카리나가 필요경매로 나누어지고 관중들의 요청에 의해 즉석 연주가 이어진다.
9. 너와 내가 만들어 가는 공동체
너머는 한두 사람의 힘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누군가 제안하고, 마음이 동하면 호응한다. 최근 구례 수해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든 누군가가 구례에 마음을 보태자고 제안하자 며칠 만에 1톤 트럭 한대 분량의 수건, 이불, 옷, 신발 등이 모였다. 또 누군가는 돈을 보탰다. 더 많은 반찬을 해가고 싶다며 사지 말고 직접 만들자고 제안하자 별 재주도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그중 요리를 좀 하는 이는 딱 한 사람이었다. 이복순 씨가(58세) 주축이 되어 누군가는 파를 까고 누군가는 마늘을 까고 시키지도 않는 일을 찾아서 했다. 10여명이 모여 배추김치, 주물럭, 멸치볶음, 깻잎김치, 고들빼기 김치, 김과 김자반 등 일곱가지 반찬을 해서 구례로 갔다. 트럭을 가진 김수현 씨는 짐을 싣고 구례로 향하며 트럭가진 보람이 있다고 기뻐했다. 밴드를 통해 제안하는 말이 올라오면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말하고 참여했다.
순천에 코로나 환자가 늘어 바짝 긴장할 때도 “코로나로 힘든 이들을 응원하자.” 제안하면 사람들은 뭐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돈을 내고 재능을 내고 아이디어를 냈다. 이현주 목사님은 ‘맑은눈 바른길’이라는 글을 주셨고 봉태영 씨는 글꼴을 만들어 도장을 맡기고 이은옥 씨는 강화도 소창에 바느질을 하고 ‘맑은눈바른길’을 새겼다. 코로나 최전선에서 사투하는 순천의료원 의료진과 순천보건소 직원들에게 시민들의 사랑과 감사를 담아 간식과 선물을 전하고도 돈이 90만원이 넘게 남았다. 그 돈은 코로나로 어려워진 이웃들을 위해, 어려운 이들의 필요를 채우고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쓰기로 했다.
10. 안심하는 관계, 안심하는 사회는 어디서 오나?
너머에 기거하며 한결같이 정리하고 청소하는 봉태영 씨(39세)에게 물었다.
“남들 놀던 자리 청소하고 정리 하는데, 어떻게 늘 그럴 수 있나요?”
“좋아서 하는 것이에요. 이 공간을 사랑해서 누구나 와서 편하게 이용하면 좋겠어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라서,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그 마음은 또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하고싶은 마음을 불러오는 것이 아닐까. 너머에서 흐르는 마음, 제안되는 일이 실행되는 과정을 보며 김인아 씨는 "어쩌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놀랍다" 고 말한다.
아마도 그것은 공동체의 삶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느끼고 나누는 행복한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너머를 통해 임경환, 이민주 부부의 아이들, 지유와 현민이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호의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나도 저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재미있고 행복하니까 자기 집에서, 자기 마을에서 이런 공간을 시도하고 싶은 꿈이 생긴다. 안심하는 관계, 안심하는 사회를 향한 한 사람의 꿈은 이제 너머를 드나드는 모두의 꿈이 되어간다.
주택으로 이사한 손채영 씨는 “10월 넘장은 우리 집에서 하고 싶어요. 우리 집을, 우리 마을을 너머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어요.” 소망을 말한다.
숙의민주주의연구소 장용창 소장은 “공간 너머는 자본주의적 삶을 공동체 정신으로 넘어서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곳” 이라고 말한다. “협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공동체적 삶의 방식인 농업이라는 매개물은 사라져버렸는데, 공간너머는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공동체의 삶을 지금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어요. 너머는 너머를 보여주는 희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