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독립절 행진 참여한 국군 장교, 누군가 했더니…
2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한국 육군 장교가 참여해 당당히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끈다. 콜롬비아는 1810년 7월20일 스페인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되었는데 이를 기리고자 매년 7월20일 성대한 퍼레이드를 연다.
올해 제212주년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는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열리지 못 한 행사가 2019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이 뜻깊은 행사에 한국 육군 장교 정복을 입고 참가한 이는 다름아닌 박주희 대위다. 태권도 5단인 그는 현재 콜롬비아 육군사관학교에서 태권도 교관으로 활동 중이다.
© 제공: 세계일보2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제212주년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참여한 한국 육군 소속 박주희 대위가 외신 카메라에 잡혔다. 박 대위는 콜롬비아 육사 생도들한테 태권도를 가르치는 교관이다. 보고타=EPA연합뉴스
외국 육사에서 한국군 현역 장교가 태권도 교관으로 복무하고 있다는 얘기를 처음 접한 독자가 많을 듯하다. 이는 콜롬비아 육군 대표단이 2010년 한국을 방문한 기회에 태권도를 접하고 감탄한 나머지 우리 육군본부에 육사 생도들을 가르칠 교관 파견을 요청함에 따라 성사됐다. 이듬해인 2011년 양국 육군이 정식으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그때부터 태권도 유단자인 우리 장교들을 콜롬비아 육사에 보내고 있다.
박 대위는 현재 이진영 육군 소령(태권도 6단)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K팝 등 한류 열풍이 뜨겁고 태권도에 대한 관심도 많아 두 사람 다 현지에선 ‘유명인’으로 통한다고 한다. 박 대위는 과거 국방어학원에 재직할 때 그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군 장교 250여명을 상대로 태권도를 가르친 경험이 있으며, 콜롬비아 근무를 위해 특별히 스페인어까지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 전투병력을 보낸 16개국의 일원으로 남미 국가 중에선 유일하게 참전했다. 육군과 해군을 더해 총 4300여명의 장병이 한국에서 싸웠으며 그중 143명이 전사하고 65명은 실종됐다. 부상자도 567명이나 된다. 이는 20세기에 콜롬비아가 외국으로 군대를 보낸 유일한 전쟁이기도 하다.
© 제공: 세계일보2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제212주년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참여한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보고타=AP연합뉴스김태훈 -
자연히 이날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선 생존해 있는 고령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콜롬비아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박 대위는 지난달 국방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콜롬비아에서 복무하며) 외국군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국군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