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경영 및 생활지도
유 선 미
정천중학교 교사
1. 좋은 글로 아침 시간 생각나누기
올 초 참여소통교육모임 동계연수에 참석했을 때, 가장 마지막 강의를 해주신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이홍수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듣는 내내 감정이 울컥하고 마음을 움직인 강의는 태어나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강의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 내가 많이 알고 잘하면 아이들에게 많이 느끼고 생각하게 해줄 수 있다.’ ‘청소년기는 가장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바꾸어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절호의 기회이다.’ 그 이후 학교로 돌아와서 친한 동료교사 몇 분과 함께 독서 모임도 갖고, 그 전에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내가 읽은 책을 아이들과 나눠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읽은 책 중 좋은 구절은 교실 여기저기에 붙여서 아이들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 한 인간이자 자기 삶의 주체인 학생 ❤
학생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주체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실현하며 살기를 바라는 인간이다. 즉, 학생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또한 학생은 보호와 선도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으로 학급-학교 안에서는 참여의 주체이다. 학생들이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하게 배우고 익힐 것은 스스로를 삶의 주인으로 자각하고 주체적 삶의 방식을 낮은 수준에서라도 경험하고 체득하여 공동체의 주체로 서는 것이다.
❐ 학교폭력의 진정한 해결책 ❐
학교 폭력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로부터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학교 폭력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고 일반 학생들 전체(한 학생이 피해를 입으면, 육체적으로는 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정신적으로는 모두다 폭력에 주눅이 든다.)이다. 학급이 사랑과 관계의 공동체가 되었을 때는 절대로 학교 폭력이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성향을 가진 학생들도 자기도 모르는 새에 학급에 동화되고 만다. 우정과 관계의 풍토 속에서는 폭력의 욕구가 발붙이기 힘들고, 또 절제되게 된다. 간혹 그런 일이 있더라도 학생들에게 비난 받아 소멸되게 된다. 그런 사랑과 관계는 학생들이 몸으로 부딪치고 체득하는 것이다. 그것은 학생들의 주체적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 백범일지 ★ [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 중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2. 학생 자치의 시작 반장 선거
1년 동안 학급의 분위기가 어떻게 조성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어떤 반장이 선출되는가일 것 입니다. 담임으로써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하죠.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선거를 통해 아이들은 민주주의, 책임감, 신중함 등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에 의해 선출된 반장이 1년 동안 반을 잘 이끌어가든 그렇지 않든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반장선거 공고문>
< 후보등록신청서 및 추천서, 홍보물 >
3. 학부모와의 관계 형성
학기초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할 때 항상 학부모들께 보내드릴 설문지와 가정통신문을 함께 준비합니다. 가정통신문에는 담임의 학급운영 방침과 부모님께 당부할 몇 가지 사안들을 담아 보냅니다. 그럼 대부분의 학부모들께서 함께 보내드린 설문지로 답장을 해주십니다. 준비할 땐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학기초에 보내드린 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정통신문 내용 중에서>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 해 3학년 1반 담임을 맞게 된 교육 경력 9년차의 과학과 담당교사 유선미입니다. 가평고등학교와 수원의 창용중학교를 거쳐 정천중학교에서는 5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학교 교육과 관련된 좋지 않은 기사들로 새학기를 맞는 자녀를 둔 학부모님의 마음이 그 어느 해보다 불안하고 걱정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또한 7살 된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새학기가 시작되면 어떤 분이 담임선생님이 되실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인지라 제 아이를 키우면서 교사이기전에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만큼이나 어떤 사람이 아이들의 담임일까 많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이렇게 지면으로 첫 인사를 드립니다.
1년 동안 아래와 같은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첫째,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로 가르치겠습니다. 저의 기본적인 생각은 성적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지만 배움 속에서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기초적인 학습습관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학부모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간혹 언짢은 부분이 생기실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아이 앞에서 내색하지 마시고 저에게 연락하시거나 찾아오셔서 말씀해 주시면 부모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도하도록 하겠습니다. 담임선생님이나 수업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에 대한 부모님의 부정적인 생각은 아이로 하여금 학교에서 선생님의 바람직한 가르침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함으로써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됩니다.
학교는 학업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기본 규칙을 지키고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하며 또한 그에 따른 권리를 누림으로써, 훗날 사회에 훌륭히 적응하는 사회인이 되기 위한 것을 익히고 배우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조금은 서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봉사활동이나 시험 문제 등 학교생활과 관련된 궁금한 사항은 되도록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일을 스스로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가정과 일터에서 수고하시는 부모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1년동안 최선을 다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천중학교 3학년 1반 담임 유선미 올림
그리고 담임교사라면 부담스러운 행사 중 하나가 바로 학부모총회입니다. 저 또한 예외일 수 없구요.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제가 먼저 마음을 열고 편하게 다가가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오히려 위기이자 기회이다!! 학부모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올해는 교실에 따뜻한 차도 준비하고,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읽어드리고 본인의 아이라고 생각하시면 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좋은 동영상도 함께 보고, 학급운영에 대한 간단한 파워포인트를 준비해서 저의 진심을 최대한 전하려고 노력했더니 통했던 것 같습니다.
4. 지각생지도
아래 글은 지각생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대해 가정통신문에 썼던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이글은 읽으시고 아이들과 지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반의 경우엔 지각으로 인해 아이들과의 관계가 안 좋아진다거나 지속적으로 지각을 하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부터 하게 된 시 외우기 벌칙이 벌청소, 한자쓰기 등의 다른 방법보다 교육적으로 훨씬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귀에 익고 쉬운 시에서 시작해서 지각 횟수가 늘어나면 조금씩 난이도를 올려갑니다. 검색창에서 애송시 100편을 치시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속에 담겨진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마음을 다치지 않고 지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정통신문 내용 중에서>
세 번째는 지각과 관련해서입니다. 지각을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나 저의 학창시절과 몇 년의 교육 경력 속에서 보면 지각은 습관인 것으로고 생각되며 그 습관은 각자의 삶에 작지만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지각을 하게 되면 차분하게 아침 시간을 보내면서 나를 돌아보고 하루를 계획하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또한 성적을 떠나 성실함은 그 사람의 가장 큰 재산이며 그 시작이 지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제 저희반 아이들에게 지각하지 않고 차분하게 아침을 시작하는 습관을 들여 주는 것이 담임인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저희 반은 지각을 하게 되면 학교 규칙에 따라 벌점이 부여되고 종례 후에 남아서 담임선생님과 공부를 하고 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가정에서 이 점을 미리 이야기해 주시면 아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잘 따라줄 것으로 여겨집니다.
5. 수업협약 만들기
김태현 선생님의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라는 책에 수업협약이란 것이 있습니다. 김태현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수업 협약식을 하고 교사와 학생대표가 서로 악수를 나눈다고 하시던데.....전 그냥 제목이 수업협약 그러면 아이들이 좀 부담스러워할까봐 우리들의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바꾸고, 아침조회시간에 이야기 나눈 다음, 제가 먼저 선
생님의 약속 아래에다 제 이름 쓰고 서명했죠.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동의하는 친구들은 나와서 학생의 약속 아래에 서명하라고 했더니 기특하게도 반장, 부반장부터 모범을 보이고 저희반 모든 아이들이 서명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 칠판 옆에 세워놓고, 수업 들어오시는 선생님들 중에서도 함께 동참하실 분은 서명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대부분의 교과 선생님이 함께해주셨습니다.
6. 학급문집 발간
사실 저의 학급 운영의 큰 틀은 학급 문집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첫날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우리반은 학년말에 학급 문집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꺼냅니다. 1년 동안 학급의 모든 활동을 자료와 사진으로 모아뒀다가 학년말에 편집위원을 모집해서 여러분이 직접 문집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해둡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정천중학교에 처음 부임한 2009년부터 학급 문집을 만들기 시작해서 총 3권의 학급 문집을 발간했는데요. 해마다 다른 아이들의 성향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문집을 내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문집을 만들었을 때의 보람이 너무나 크기에 이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저와의 약속 중 하나입니다.
작년에 제가 학급문집 첫 장에 썼던 ‘가장 마지막에 남는 감정이 어쩌면 우리도 몰랐던 서로의 진심인지도 모른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매년 아이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 보다는 멀리 보고 아이들을 대하고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문집을 만들면서
담임으로써의 학급운영 철학과 교사의 내면을 바로 새
우는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많은 동료
교사들이 제가 느낀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하
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