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NY'S ROUTE
투어 중 발견한 특별한 장소들
이번 달 쟈니스루트는 조금 길고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이번 여정 속에서 발견한 장소와
식당들이 무척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쌀쌀한 초겨울의 날씨 따위 열정으로 녹여버린 쟈니스루트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얼마 전 저의 오랜 지인 한 분이 대뜸 전화를 걸어와 하시는 말이 “쟈니야, 혹시 낚시 좋아하냐?”라고 물어보더군요
. 이 형이 갑자기 왠 낚시 이야기를 꺼내는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작은 낚시용 보트를 하나 장만했다고 하더라고요.
예전부터 나중에 은퇴하면 고향 부산 근처에서 작은 낚시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낚시나 하며 지내는 것이 소원이라고
그렇게 했던 말이 알고 보니 정말 진심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얼떨결에 바다 낚시 일정이 잡혔고, 간 김에 서쪽 라인을
타고 아래로 향하는 투어 일정을 잡기로 했답니다.
제부마리나
제부도 마리나
바다 낚시를 위해 도착한 곳은 바로 제부도 마리나. 서신면에서 제부도까지 이어지는 작은 도로는 마치 썰물에
바다길이 열린 듯한 느낌을 주더군요. 그렇게 제부도에 입성한 뒤 양 갈래길에서 우측으로 접어들면 바로
<제부마리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도권에서 거리도 가깝고 배를 내리는 요금도 다른 마리나에 비해 조금 더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제부 마리나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드디어 낚시 시작입니다. 과연
어떤 눈먼 고기가 잡히기는 할까 생각했는데 오마나! 잡힙니다. 처음엔 쭈꾸미가 달려 올라오더니 벌그죽죽하고
삐죽삐죽한 놈도 올라오고, 우럭도 한 마리 잡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쉬운 것은 엄청난 힘을 자랑하며 배를
한 바퀴나 돌게 만든 놈이 하나있었는데, 15분도 넘게 저와 밀당을 하다가 결국 줄이 끊겨 놓쳐버렸습니다.
제느낌에는 분명 모비딕 정도 되는 아주 거대한 놈이었는데 말이죠. 서해의 노을과 어우러지는 마리나의 풍경은
이국적이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저는 형님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오전부터 낚시를 하느라 변변한 점심 식사도 못했기에 우선 목적지는 저녁을 위한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장소로 정했습니다. 바로 <삼길포항> 으로 말이죠.
집으로 횟집 충남 서산시 대산읍 삼길포1로165-1
뜻밖의 행운 같은 식당
삼길포항은 이른 아침이면 갓 잡아온 생선들을 선상에서 바로 소매로 구입할 수 있는 어시장이 열리는 재미있는
장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오래전 평택에 사시는 형님 따라 이곳에서 아주 맛있게 회를 먹은 적이 있었기에
그때의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정도라 이미 어시장은 문을
닫았더라고요. 실망한 채 고픈 배를 부여잡고 그나마 영업 중인 식당들을 두리번거렸지만 딱 여기다! 하는 느낌이
오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길포항 옆으로 나 있는 작은 해안길을 따라 무작정 뭐가 나오나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 투어의 첫번째 보물을 이렇게 얼떨결에 찾아냈지 말입니다. 옆으로 나 있는 샛길을
따라 조금 더 이동하다 보면 ‘이 앞에 아무것도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느닷없이 식당 두어 곳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꼭꼭 숨어있는 식당에 차들이 즐비하다? 그것도 평일 저녁에? 이 모습을 본 순간 제 머리 속엔
느낌표 하나가 번쩍 했습니다. 이곳은 바로 숨은 맛집이구나! 창문에 붙어 안쪽을 들여다보니 손님이
바글바글합니다. <집으로 횟집>이라는 이곳의 주 메뉴는 아나고와 붕장어. 그 중에서도 파김치와 붕장어를 넣고
끓인 파장찌개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저는 건더기 위주의 식사를 하고 싶어서 붕장어 볶음으로
메뉴를 결정했습니다. 큼직큼직한 사이즈로 넉넉하게 들어있는 장어를 확인하니 이 집에 왜 이렇게 손님이
많은 지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맛을 보니, 오~ 분명한 맛집입니다. 너무 맵지도 짜지도 않은 적당한 붉은 양념과
두툼하게 입안을 가득 채우는 장어의 식감은 그야말로 환상의 조화입니다. 특별히 장어를 싫어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분명 여러분들도 매우 만족하실 거라 생각이 드네요.
천장호 출렁다리
칠갑산과 천장호 출렁다리
그렇게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새카만 한밤중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과연 어디에서 묵을 지
잠시 고민에 빠져 봅니다. 가까운 태안으로 가면 모텔과 숙소야 차고 넘치겠지만 왠지 땡기지 않습니다. 조금 더 무리를
해서 군산까지 내려가볼까도 고민해봤지만, 군산에서 묵으면 내일은 보나마나 서해안 일주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새롭고 좋은 곳을 찾아내야 하거든요. 그때 번쩍 하고 제 머리를 스친
장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정된 오늘의 숙영지는 바로 <칠갑산오토 캠핑장>입니다. 그런데 아직 한겨울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조금 안일하게 모캠 장비와 라이딩 기어를 챙긴 탓에 정말 간만에 추위에 제대로 혼쭐이 났지
말입니다. 칠갑산 오토 캠핑장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깔끔하게 정돈된 것 빼면 그다지 추천할 만한 장소는 아니기에
더 이상의 설명은 줄이겠습니다. 그렇게 추위와 싸우며 긴 밤을 보낸 저는 눈을 뜨자마자 부지런히 <천장호 출렁다리>
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일전에도 한번 소개해 드린 바 있는 천장호 출렁다리는 바이크를 주차하고 10분 정도만
걸으면, 매우 훌륭한 경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사실 바이크 투어코스를 짜거나 여행을 하다 보면, 근처에 이름난
장소가 있어도 막상 바이크에서 내려 헬멧을 벗고 걷는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더욱 추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논산에는 군부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한 곳을 소개해 드리게 되었네요. 제가 어젯밤 편안한 잠자리를 마다하고 굳이
고생하며 칠갑산 언저리에서 추위와 싸운 보람을 지금부터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논산이라고
하면 딱히 떠올릴 만한 장소가 많지 않을 겁니다. 특히나 라이더에게 논산은 A지점에서 B지점까지 달려가는 도중에
잠시 잠깐 관통하는 지역으로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제가 보여드릴 <반야사>라는 사찰은 여러분이
딱히 불자가 아니라도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만한 장소입니다. 천장호 출렁다리를 떠나 39번 도로를 따라 달리면
물길이 어느덧 부여의 백마강과 이어지게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천장호에서 반야사까지를
검색하고 따라간다면, 논산에서 꼭 둘러봐야 하는 중요한 볼거리 한 곳을 놓치게 되는데 바로 <탑정 저수지>라는
곳입니다. 베스 낚시를 많이 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곳은 저수지라는 명칭만 듣고 작은 크기를
상상했다면 아마도 깜짝 놀랄정도로 무척 큰 저수지입니다. 또한 주변의 둘레길을 따라 이색적인 카페도 많이 있기
때문에 잠시 쉬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무척 좋은 곳이죠. 탑정 저수지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반야사가 나타납니다.
논산 반야사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삼천길 104
대부분 이름난 사찰들은 깊은 산 중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논산의 반야사는 바로 코앞에 다다를 때까지도
과연 무슨 볼게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감 없이 주차장까지 길이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는
절의 경내로 접어 들면서부터 시작되죠.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대웅전 뒤 바위 위에 석불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높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몇 걸음만 걸으면 갑자기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하나 나오는데 이때부터 이곳의 매력이
시작됩니다.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이내 동굴이 나타나고, 입구로 접어들면 아마도 탄성이
절로 나오게되실 겁니다. 양옆에 놓인 조금은 유치한 오색 조명을 지나면 이내 하얀색 천수관음상이 자리한 동굴
법당이 나타납니다. 또 이 동굴 법당의 반대편에는 가끔 산신각에서나 볼 법한 산신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면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는데 그 높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수직절벽 두 개 사이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납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거대하게 느껴지는 양옆 석회석 절벽의 높이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이때쯤되면 처음 이 사찰의 이정표를 보며 들었던 실망감은 어느덧 감동으로 변할겁니다.
이곳 반야사는 오래전 일제 강점기 때 석회석을 채취하던 석회석 광산을 이렇게 잘 가꿔서 사찰로 탈바꿈한
곳이라고 합니다. 늘 논산에는 별로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그저 가볍게 지나치곤 했는데 이곳은 저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을 정도로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모래재로 넘어가는 길에 만난 그림같은 풍경
본격적인 와인딩, 위봉폭포와 모래재
그럼 어제부터 지금까지는 경치를 보며 유유자적 풍류를 즐겼으니, 이제부터는 라이딩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와인딩 코스로 달려봐야겠죠? 물론 빼어난 경치는 당연히 포함해서 말이죠. 반야사를 나와 643번 도로를
따라달리다가 732번 도로에 오르면, 어느덧 낙엽이 한껏 무성한 <대야저수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바이크 투어에 어울리는 적당한 와인딩코스와 오른쪽으로 보이는 대야 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죠.
그렇게 혼잣말로 ‘이런 게 바로 라이딩 하는 맛이지’를 외치며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늦가을의 단풍을
구경하며 달리다 보니, 제 눈에 단감이 주렁주렁 달린 단감 홍시 판매장이 나타나더군요. 평소 같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단풍이 깃든 풍경을 보면서 잘 익은 달달한 홍시를 한입 먹는다면 이 또한 여행의 낭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곶감 만드는 과정도 이야기 들어가며 홍시 하나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저는 본격적인 스릴을 맛볼 수 있는 모래재 와인딩 코스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전에 <위봉산>을
거쳐서 말이죠. 대야 저수지와 모래재 사이에는 산이 하나 있는데 굽이굽이 돌아가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중간쯤
되는 곳에 커피차한 대와 간이 쉼터에서 믹스 커피의 낭만을 즐기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사실 이름
없는 간이 쉼터가 아니라 <위봉폭포>로 내려가는 입구입니다.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조금 걸어 내려가자
드디어 가파른 협곡 사이로 폭포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위봉폭포
그렇게 도착한 위봉폭포는 고개를 하늘로 젖혀야 그 끝이 보일 정도로 제법 높은 60m의 높이에서 물이 떨어지는 2단
폭포였는데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 수량이 조금밖에 없어 아쉬웠습니다. 한여름 강수량이 많을 때 다시 온다면
속이 뻥 뚫리는 장관을 볼 수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해보게 되네요. 이후 송광사 앞을 지나면 고소한 순두부 집들이
모여 있는 순두부촌이 나타나는데 오늘의 저녁은 조금 더 특별한 맛집을 소개해 드려야 하기에 허기는 잠시
참아보도록 합니다. 순두부 식당들을 지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모래재 와인딩 코스가 시작됩니다. 이곳 모래재를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이유는 단지 이곳의 와인딩 코스가 주는 재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모래재의 와인딩 길을 따라
달리면, 머리 위로 하늘이 보이지않을 만큼 하나 가득 빽빽한 단풍길과 담양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진안의
메타세콰이어 길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무척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해가 빨리지는 바람에 모래재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제가 바라보며 달린 길들을 여러분들께 그대로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모래재부터 마이산으로 이어지는 코스와 아래로는 임실군의 옥정호 위로는 진안군의 용담호, 두 곳 모두 매우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니 꼭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한벽집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4
드디어 전주에서 진짜 맛집 발견
모래재를 내려와 호기심에 들어선 임도길에서 한참을 헤매다 보니, 어느덧 해는 저 산을 꼴딱하고 넘어가버렸습니다.
오늘 저를 이끈 곳은 바로 전주입니다. 많은 매체에서는 전주를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부르지만, 그동안 제가 맛본
전주의 식당 중에서 정말 무릎을 탁 하고 칠 만한 맛집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날 이 식당에 가보기
전까지는요. 그동안 가본 전주의 맛집은 대부분 한정식 아니면, 비빔밥이 주된 메뉴였습니다. 오래전 전주에
민물새우가 들어간 매운탕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오늘이
그날인 것이었죠. 그렇게 한껏 기대를 안고 찾아간 이 식당은 바로 전주 한옥마을 초입에 위치한 <한벽집>입니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서울에선 오모가리탕 혹은 오모가리찌개라고 불리는 메뉴 대부분이 김치찌개인 것에 반해 이곳
전주에서는 매운탕을 오모가리탕이라고 부르더군요. 오모가리라는 것이 오목하게 파인 뚝배기와 비슷한 그릇의
한 종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겐 민물 매운탕을 오모가리탕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습니다.
빠가탕 한 그릇을 주문하고 아랫목이 따뜻한 방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잠시 후상과 함께 보글거리는 매운탕이
한상 차려졌습니다. 걸쭉하게 끓고 있는 매운탕 국물을 한입 입에 넣는 순간 그동안 그렇게 찾았던 민물새우
매운탕의 단맛과 얼큰한 맛의 조화가 이렇게도 좋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 할머니가
1년이 넘게 숙성 시킨 시래기라며 자랑하시던 시래기는 또 얼마나 부드럽게 넘어가던지……. 묽지 않고 뻑뻑한
국물에 시래기를 얹어서 신나게 먹다 보니 밥 두 공기 뚝딱 했지 말입니다. 사전에 이곳을 조사할 때평이 조금
엇갈리고, 불친절하다는 말을 워낙 많이 본 터라 조금은 걱정이 됐었는데 솔직히 이곳 할머님이 그리 친절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잘 익은 시래기가 들어간 민물새우 매운탕의 맛을 알아볼 정도의 연륜이 있는 라이더라면,
아니면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와 한 집에 살면서 이런 음식들의 맛을 알아볼수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가보시라고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식당입니다.
배부르게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조금 걷기로 했습니다. 한벽집이 한옥마을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사진을 찍으며 산책하기에도 좋은 장소거든요. 이곳은 성수기 주말 낮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정신없는데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한옥마을을 걷자니 전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보기
드문 오래된 담벼락과 좁은 골목길, 그리고 그 길들을 비춰주는 주황색 백열등까지 모든 것이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놓은듯한 한옥마을의 원래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주에서의 밤이었습니다.
옥정호의 모습
옥정호와 내장산 그리고 무안낙지까지
전주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때 든 생각이 ‘그래 이만하면 충분하니 서울로 복귀할까’와 ‘아니야 조만간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바이크 타고 싶어도 못 타게 될 텐데 조금 더 내려가 볼까’선택지를 두고 잠시 고민에
빠졌었죠. 여러분들도 가끔은 여기까지 온 거리가 아까워서 끝까지 가보게 되는 경우가 다들 한 번쯤 있지 않나요?
저 역시 그랬답니다.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 목포로 말이죠. 물론 전주 시내에서 목포로 바로 쏜 것은 아닙니다.
전주에서 조금만 아래로 가면 <옥정호>라는 임실군 최고의 볼거리가 있거든요. 치즈로 유명한 고장 임실을
지나갈 일이 있다면 옥정호는 꼭 한 번 둘러 볼만한 라이딩 코스입니다. 내리쬐는 햇살과 푸른 호수, 그 둘레길을
가득 메우고 있는 오색의 단풍까지 그야말로 구불구불 돌아가는 옥정호의 둘레길은 눈부시게 아름답더군요.
여기에 밝은 주황빛으로 주렁주렁 달린 감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늦가을의 정취 가득한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로 전방에서 열심히 무언가 줍고 있는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옥정호 주변엔 얼마나
감나무가 많은 지 도로 지천에 그냥 나뒹굴 정도로 감들이 많이 보였거든요. 보아하니 이곳에 드라이브 오신 관광객
분들 같은데 다들 신이 나서 감들을 따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호기심이 발동, 제법 그럴싸하게 보이는 감 하나를
뚝 따서 대~충 쓱쓱 문질러 한입 베어 문 순간! 오~ 세상에 이렇게 떫을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떨떠름한 입
속과는 달리 옥정호의 눈부신 경치와 좋은 와인딩 그리고 떫디떫은 덜 익은 땡감까지 모든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으로 향한곳은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입니다. 제가 정한 내장산 코스는 <내장저수지>에서 출발해
<내장산 생태태마공원>쪽으로 내장산을 둘러보는 대략 10여km 정도 되는 짧은 코스입니다. 그런데 평일에도
불구하고 이름난 관광지 답게 엄청난 차량의 행렬이 이어지더군요. 물론 내장산 코스를 엉금거리는 차들과 함께
단풍구경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할 수 있었지만, 단풍철 주말은 되도록 피하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일회식당 전남 무안군 망운면 망운로 13
갑갑한 내장산의 정체구간을 빠져나와 향한 곳은 <무안>입니다. 이곳으로 결정한 이유는 무안의 맛집을 찾아가 보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은 무안하면 어떤 먹거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아마 많은 분들이 무안 낙지를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안에는 무안 낙지 골목이라는 전문 식당들이 모여 있는 거리가
있습니다. 한 서너 번 다녀왔지만 솔직히 이곳의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또 가격은 어찌 그리 비싸던지….
그래서 분명 더 괜찮은 무안 낙지를 맛 볼만한 식당을 찾고 있던 중 발견한 곳이 <제일회식당>입니다. 이곳의 첫
인상은 작고 소박한 입구와 전혀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눈에 뜨는 모습은 주방장님의
차림새! 보통 이런 시골 구석의 식당들은 현대식 주방과는 거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곳 주방장님은 서울의 일식
주방장들이 입고 있는 쉐프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고 계십니다. 방으로 안내를 받은 뒤 메뉴를 펼치니 역시 가격도
그리 녹녹치 만은 않습니다. 2인 기준 코스의 경우, 10여 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비빔밥만 먹고 갈 수는 없으니 저는 낙지 비빔밥과 기절낙지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이런저런 반찬들이
상위에 놓이는데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 보통 코스 요리를 판매하는 제법 고급진 식당들에서나 볼 법한 메뉴
하나하나에 설명이 이어지더군요. 소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내용물은 무엇인지 등등. ‘이것은 과연 컨셉일까?
요리를 만드는 분의 음식에 대한 철학일까’ 이 궁금증에 대한 정답은 맛을 보면 알 수 있는 거죠. 기절낙지야 뭐
생물이니 재료의 신선도가 맛을 좌우할 터이고, 주된 평가는 반찬들과 낚시비빔밥의 양념의 조화겠죠. 결론은
합격! 간이 너무 강하지도 싱겁지도 않으며, 간장 베이스 임에도 짭조름한 간장 특유의 뒷맛도 없이 기막힌
궁합으로 낙지와 호흡을 맞추고 있더군요. 서울의 낙지 비빔밥은 강한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강조하는
반면, 전라도의 낙지 비빔밥은 간장 양념의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맛과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약간의
고추가루가 특징인데 제가 먹어본 낙지 비빔밥 가운데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맛이었습니다.
무안에서 목포로 가는길
내장산의 단풍
충분히 다리 품을 팔 만한 가치가 있던 그곳. 목포
자, 이번 여정의 종착지 목포를 향해 출발합니다. 저는 825번 해안도를 따라<톱멀 해수욕장>에서 <복길리 토끼섬>
방향으로 길을 따라 목포로 향했습니다. 어딘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무안 공항을 지나 바닷가가 보이자 이곳이 왜
낙지로 유명한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물이 빠져버린 회색 빛 뻘과 밑동까지
고스란히 그 모습을 드러낸 어선들이 이곳이 갯벌의 고장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저에게 목포는 광주와 더불어
전라도의 상징과 같이 느껴지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막상 목포를 바이크로 다녀올 때 크게 기억에 남을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부 섬으로 건너는 다리는 이륜차가 갈 수 없게 통제되어 있고,
유달산이 그나마 유명하지만 대부분 주행 중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아~ 저것이 유달산이구나’하며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기 때문이죠.
드디어 유달산 정상
그래서 이번엔 작정을 하고 목포 최고의 경치를 보여드리고자 고생을 좀 했으니 지금부터 제 설명을 잘 들어주세요. (
웃음) 우선 <어민동산>을 출발지로 정한 뒤<혜인 여자고등학교> 앞을 경유하는 코스로 잡는 겁니다. 이후
<달성공원>부터 <노적봉>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야말로 남산의 드라이브 코스 더하기 중간에 보이는 바다의
전경 더하기 목포 시내와 유달산의 자연까지 한방에 감상 가능한 주행 코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적봉>
주차장에 도착하면 아무리 귀찮아도 반드시 노적봉 앞 등반로를 따라 유달산 중간까지라도 산책하기를
추천합니다. 제 경우 유달산을 걸어서 올라간 것은 20여년 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여정 중에는
귀차니즘을 물리치며 발품을 팔 때마다 결과가 좋았기에 내친김에 유달산 정상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갈 수 있는 데까지만 올라보기로 하고 카메라를 들고 슬슬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걷다 내려와야지
하고 출발한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걷다 보면 정자가 나오고, 또다시 더 걷다 보면 목포 시내와
바다의 다른 쪽 모습이 보여지는 겁니다. 몇 발자국 걸으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비>가 나타나고, 또다시 걷다
보니 유달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의 모습이 볼만하더라고요.
조금씩 조금씩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 바로 코앞에 있었습니다. 말 안 해도 아시죠?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은
한번 찍고 가야하는 그런 심정. (웃음) 그렇게 저는 유달산 정상까지 두 눈과 마음에 호강하는 경치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목포대교와 신안의 섬들 그리고, 조금씩 야경으로 옷을 갈아입는 목포의 모습은
정말이지 혼자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목포를 가실 일이 있으시면 하루 정도는
여유를 가지고 유달산을 꼭 올라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절대 후회할 일은 없을 터니까요.
여러분, 모두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기 전에 조금 더 즐겁고 재미난 투어를 많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대사로 다음달에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Winter is coming!
글 쟈니블랙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첫댓글 차를 사야하나, 렌트를 할까? 70대 운전사를 욕했는데, 운전을 하려는 시간이 만나이로 3년 밖에 남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