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대충 얼른 짐만 내리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나와서 Sol광장행
12호선까지 있는 마드리드 지하철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Sol광장까지 그냥 1호선을 타고 쭈욱 아무생각없이 내려가면 되는데
너무 많은 생각을 한 탓에, tribural역에 들러 역구경하고, 힘겹게 갔다.
"다음 정거장은 ooo입니다.........."
하지만 지하철하나 제대로 못타고 헤메이는 와중에도
내가 지하철 안내방송을 그럭저럭 알아 들을 수 있고,
간간이 걸린 광고표지판의 의미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척이나 흐믓하다.
Sol광장.
굉장히 사람이 많은 Sol광장.
여기서 굉장히 많다는 것은 절대 과장이나 허풍이 아니다.
이쪽이 정말 마드리드 시내의 중심지인지 사람이 너무너무 많다.
지금 현재 저녁 10시 정도 되는 시간임에도 다들 쌩쌩하니 활기차보이고
기운도 넘쳐보이는데다 다들 "밥을 먹고 있다"!!
살짝 기진맥진한 몸으로, 눈빛만 신난 동양여자아이는 나 혼자인듯;; ㅋ
스페인에서는 보통 하루에 5번의 식사를 한다는데 지금 이 시간이
이 사람들에게는 5번째 식사시간인가보다.
길거리 곳곳에 갖가지 악기로 연주하는 사람들이며 빙둘러서 박수치면서 노는 사람들,
광장에서 아무 곳에나 주저앉아 맥주한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굉장이 여유롭고 즐거워보인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카를로스3세 동상은 심심할 일이 없을 듯 하지만
이곳 광장이 1층만 가게들이고, 2층부터 4층은 그냥 주거지라고 하던데
대체 시끄러워서 잘 살수 있으련지~~~
혹시 입주민들이 모두 나처럼 잠들면 세상모르고 시체놀이를 하시는 것인지~
정말 여기 살면 잠이나 잘수 있을까 모르겠다는 또 쓸데없는 남걱정, ㅋㅋ
광장 곳곳에 있는 즐거워보이는 스페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밤시간.
다들 시끌벅적하니 정열적이다.
하다못해 길을 물어봐도 다시 옆 사람에게 물어가면서
가르쳐주는 정열적인 친절함이 인상적이다.
암튼, 주변을 한시간 남짓 돌아다니고는 완전히 지쳤다.
발가락은 뜨겁고 눈꺼플은 무겁고 가방은 짐스럽다.
30유로 투자해서 플라멩고나 한판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너무 졸려서 포기.
게다가 관광안내책자의 플라멩고 극장은 유명한 곳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꽤 으슥하고 안유명해보인다.
여기 찾느냐고 얼마나 길을 헤에미고, 지도를 들여다보고,
몇번이나 길을 물어봤는데 살짝 실망이다.
순간, 차라리 홍대쪽 클럽이 좀 더 나을 것 같다는 기분마저 든다.
하여서, 다시 Sol광장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이동.
호텔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한국시간으로새벽 5시. 스페인 시간으로는 저녁 11시.
어제 새벽 5시에 나와서 24시간 동안 이러고 돌아다니고 있다.
회사에 있으면 그냥 어영부영 흘러갈 하루동안 참 많은 일을 한다.
돌아오는 지하철역안.
지하철역안에서까지 자그마한 거리공연은 이어지고,
나는 귓가에 울리는 소음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오는 지하철안에서 깜빡,
하지만 실은 깊게 졸았다.
서울에서나 마드리드에서나 나는 지하철에서 졸고 있고,
지하철에 탄 아이들은 빽빽 울고, 사람들은 웃으며 떠든다.
돌아온 호텔안.
더럽게도 씻지고 못하고 침대로 진입, 그냥 전사했다.
새벽녁에 목이 말라 딸기우유(750ml/1.9유로) 마신 것 말고는 아침 8시까지 퍼져잤다.
자고 일어나니 얼굴은 띵띵 붓고, 입술이 바싹 말라 있는 것이 좀 불쌍한 느낌이였는데
뜨거운 물에 열심히 씻소 다시 거울을 보고 있으니 거울 속의 내가 베시시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