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왓?"
"파던 미?"
"와앗?"
"아아아아악!!!!!!!"
결국 괴성을 지르는 것으로 마친 나와 선생님의 대화.
솔직히 '대화'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물어오는 '질문'이라고 해야 맞을 거다.
영어라곤 하이, 쏘리, 땡큐 밖에 모르는 내게
이 것 저 것 물어보는 이 눈 파랗고 머리 노란 미국인 선생.
이제쯤이면 내가 영어못하는 걸 눈치 채야되는거 아닌가?
그래, 영어의 '영'자도 모르는 나 박모모.
홍콩의 명문 국제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내가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
엄마는 아니라고 하지만, 내 눈가에 선한 엄마의 가식 미소.
분명 뒷일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엄마라면 나를 하버드에도 돈으로 넣으려 할거야. -_-
하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화장실로 향한 나는 거울에 비쳐진 나를 바라보았다.
아아- 정말 나 이렇게 예쁠수가 없다.
갸름한 달걀형의 조막만한 얼굴, 그리고 살짝 갈색빛이 도는 눈
오똑 선 코와 도도한듯 앙다문 입술.
후후후... 그렇게 한참 내 얼굴을 감상하던 내 눈은 셔츠주머니에 살짝 꽃혀 있는 흰 담배를 발견하였고...
머리는
'안돼.안돼. 박모모.
수업 들어가야지.
담배는 안돼. 안돼!' 하면서도 결국 손은 라이터를 찾고 있었으니...
"후우..."
그리하여
난 지금 화장실 칸막이에 쳐박혀 담배나 태우고 있다.
몇분이 지났을까,
끼익하고 문 여는 소리와 똑똑똑 문를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서둘러 담배를 끄며 대답을 했다.
아니, 대답이라기 보단 그냥..
"아, 예쓰?"
"오우, 와타시와 로지데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어쉬곤 문을 열었다.
로지였다.
일본어를 조금 할줄 아는 나는 일본인인 로지와는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뭐하고 있었어 모모?"
이 곳을 가득 체운 담배연기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냥 얼버무려 버렸다.
"아, 그냥. 휴식."
"그렇구나...."
"으응...... 근데, 어쩐일이야?
미스터 헌틀리가 나 수업빠진거 알아첸거야?"
나의 순진한 물음에 살짝 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하는 로지.
"아니 아니, 미스터 헌틀리는 붕어처럼 둔해서 그런거 눈치 못채.
걱정마.
나 너한테 좋은 소식 아르켜 주러 왔어."
"후후. 좋은 소식? 뭔데?"
"...우리 학교에 한국인이 너 밖에 없는게 아니었어!"
"정말이야?"
"응, 알아봤더니 11학년에 한국인 남자애가 한명있더라고!
꽤 유명한 앤데, 한국인인줄은 몰랐어."
@카페테리아.
'누가 한국인이라는 거야 로지?'
로지의 손가락이 향한 테이블에는 콧대 높은 서양인로만 가득차 있었다.
'저기, 지금 막 얘기하는 애 있잖아.
머리 조금 까만 애 말이야.
쟤야. 이름은 대니엘.
매너도 좋고, 운동도 잘하고, 게다가 얼굴까지 잘생겨서 인기가 무진장 많은 애야.
가서 아는 척 좀 해봐!
잘해 모모!"
로지의 응원으로 난 떨리는 발을 이끌고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테이블로 향했다.
내가 다가서자 다들 하던 말을 멈추고 날 쳐다보았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여자아이들의 비아냥 거림도 들은 것 같았다.
그렇게 뻘줌하게 서서 그 아일 쳐다보고 있으니
"후 알 유?"
버터 굴러가는 발음으로 빨간머리에 주근깨가 다닥다닥한 남자애가 물었다.
무척 당황했지만 회화책에서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 대답을 했다.
"아, 아임 코리언."
다시 한번 정적이 흐르고 이번에는 검은 머리의 그 아이가 입을 떼었다.
조금은 어눌하고 어색한 한국어로.
"뭐야?"
짜증스런 목소리에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나는 활짝 웃어보이며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아, 나는 한국에서 온 박모모야! 영어는 못하지만 우리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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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또와-유나연재
[연애소설연재]
모모야, 학교가자! 001
엘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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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08 13:5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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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