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낙산교회 한강희 목사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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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시도되는 선교적 교회의 실천과 모델들
사회의 지속가능성 없이 교회의 지속가능성은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예배와 선교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장 예배와 식탁 교제를 제한했고, 비대면·비접촉의 ‘언택트’(untact) 교회 문화를 조성했다.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은 교회에 회의적인 기독교인들에게 탈교회화에 대한 명분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온라인 예배에 불편함을 호소하던 기존 신자들도 점차 만족도가 높아졌고, 오히려 새로운 예배 문화로 받아들이며 적응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대 이러한 교회 내외부의 변화는 교회의 지속가능성에 큰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0년 6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서 1,135명의 담임목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8.8%의 교회에서 헌금이 감소했으며, 액수로는 평균 28.7%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주일예배 평균 출석 비율도 코로나 시기 이전과 비교해서 60%대 수준에 머물렀다고 보고했다.1 여기에 저출생과 인구감소라는 한국 사회의 현실 역시 교회의 지속가능성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10년간 한국 개신교 주요 여섯 교단(예장합동, 예장통합, 감리회, 예장고신, 기장, 기성)의 교인 수는 약 176만 명 감소했다. 지난해에만 약 40만 명 가까이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고 한다.2 한 세대 후 교회는 존속 가능할까? 존속 가능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우리가 목도하는 급격한 교세의 하락은 교회의 질적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여준 여러 부정적인 모습으로 인해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상실했고, 신자들은 교회를 이탈하고 있다. 소위 ‘가나안’ 성도의 점차적인 증가와 명목상 그리스도인의 부상은 제도 교회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질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교회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선교적 교회 운동은 바로 이러한 교회의 존재에 관한 문제를 핵심으로 다룬다.
선교적 교회가 전제하는 방향성은 교회의 지속가능성이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사회의 지속가능성 없이 교회의 지속가능성은 없다!’고 정리할 수 있다. 전통적인 교회 운동에서 지속가능성은 교회 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었다. 교회성장 운동이나 자연적 교회성장 운동에서 보여준 것처럼, 교회 안으로 사회적 자원이 유입되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교회 생존의 기본 조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식의 지속가능성은 교회의 피상적인 유지이며, 외딴 섬으로 밀려난 고립된 존재가 될 뿐이다. 그렇기에 교회 안으로 유입되는 다양한 사회적 재원이 다시 사회로 환원되도록 교회가 노력하지 않으면 교회의 지속가능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이제 교회는 성육신적 선교 방식으로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도록 사회로부터 받은 재원을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이러한 상호의존적 재원 공유는 오늘의 교회가 물질적 지속가능성을 넘어, 영적인 지속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선교적 교회 운동의 모습들은 교회와 사회의 상호적 지속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표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교적 교회의 실천과 모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에서 시도되는 선교적 교회 운동은 매우 다양하며 새로운 신앙의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서 선교적 교회론의 범위도 점차 확장되고 보완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국내 선교적 교회 사례의 몇 가지 지표와 유형
선교적 교회의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 하나는 선교적 교회의 기준과 지표이다. 즉, 어떤 조건이나 특징을 갖출 때 선교적 교회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선교적 교회의 유형이다. 현재 한국교회 상황에서 선교적 교회 운동은 매우 다양한 방법과 전략을 통해서 실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유형으로 구분되고 있으며,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가?
1) 선교적 교회를 규정하는 기준과 지표
선교적 교회와 관련한 저명한 이론가 크레이그 밴 겔더(Craig Van Gelder)와 드와이트 샤일리(Dwight J. Zscheile)는 ‘무엇이 선교적 교회인가?’를 규정하는 것이 때로는 모호하고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선교적 교회는 아래 표에서처럼 여섯 가지 무브먼트(movements)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힌다.3
밴 겔더와 샤일리는 전통적인 교회 운동 패러다임에서 선교적 교회 운동으로 전환되기 위한 무브먼트를 위와 같이 제시한다. 변화된 상황에 대한 교회의 적응성, 하나님 통치에 대한 중심성, 대안공동체, 그리스도인의 세상에 대한 파송과 사도성, 그리고 신앙과 삶의 조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선교적 교회 운동을 평가하는 지표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신앙공동체는 여섯 가지 무브먼트를 토대로 목회의 방향성을 재설정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에 대한 변혁적인 시도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선교적 교회 운동으로 전환할 때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목회적 기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선교적 교회 이론가들이 연구한 지표를 토대로 최근의 선교적 교회 현장에서 제안하는 지표를 보완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지표는 어디까지나 선교적 교회 운동이 실천되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선교적 교회 실천을 위한 지표는 아래 표와 같다.4
이상과 같은 지표와 영역별 체크포인트는 전통적인 교회 운동과 선교적 교회 운동을 구분하는 하나의 기준점이다. 선교적 교회 운동의 지표는 내부적 지표와 외부적 지표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내부적 지표로는 교회론, 선교론, 구원론, 현장 인식론, 평신도론 등을 고찰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기존 교회 운동의 교회 중심적 선교를 극복하고, 선교적 교회 운동이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 전환하기 위한 점검 사항을 담고 있다. 또한 외부적 지표로는 에큐메니즘, 지역 공동체성, 선교적 확장성, 재정적 공공성, 정책적 수용성을 바탕으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교회의 선교적 초점을 말한다. 선교적 교회 운동은 세상을 품고, 변혁적 제자를 세상으로 파송하는 교회론을 강조한다. 이는 교회 운동이라는 것이 상호 협력 속에서 지역의 공동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교적 확장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의 사회적 조직들과 재정적 공공성을 공유하고, 다양한 정책을 선교적 과제로 수용하여 실질적인 교회의 구조적 전환을 요청한다.
2) 선교적 교회의 네 가지 유형
선교적 교회를 특징짓는 이상과 같은 기준과 지표를 토대로, 선교적 교회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1) 지역별, (2) 사역별, (3) 세대별, (4) 신자별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엿볼 수 있는 선교적 교회 운동은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을 중심으로 그 모습이 표현되고 있다. 선교적 교회가 대도시에 있느냐, 혹은 농어촌에 있느냐에 따라서 선교적 과제와 필요도 달리하며, 상황에 적합한 사역을 선택하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 특별히 국내에서는 선교적 교회 운동이 ‘마을목회’라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사역 모델이 발견되고 있다. 도시빈민선교를 추구하는 교회, 친환경 목회를 지향하는 교회부터 다문화 가정, 이주민, 아동을 돌보는 목회, 그리고 최근에는 예술문화 목회와 온라인 신앙공동체 등을 포함하고 있다.
선교적 교회 운동의 지역별, 사역별 유형 외에 세대별, 신자별 유형도 고려할 수 있다. 지역과 사역별 유형이 선교사로 파송받은 교회의 장소와 사역 내용을 말하는 것이라면, 세대와 신자는 이러한 섬김의 사역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자 혹은 목회적 돌봄의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선교적 교회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으며, 이들의 필요와 욕구는 다양하다. 따라서 영유아부터 노년 세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선교적 관심사와 은사를 파악하여 바른 그리스도인으로 양육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신자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교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사람’(churchgoer)이 아니라, 다양한 신앙적 표현으로 새로운 예배 형태를 추구하기도 한다. 가나안 성도나 명목상 신자 그리고 최근 코로나 상황 속에서 등장한 온라인 신자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등장하는 신앙실천 유형도 선교적 교회 운동의 사역과 선교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선교적 교회의 사례와 모델들: 마을목회를 중심으로
그렇다면 이상과 같은 지표와 유형을 담고 있는 선교적 교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또 선교적 교회의 어떠한 사례와 모델을 주목할 수 있을까? 이번 장에서는 선교적 교회론을 목회적으로 표현한 ‘마을목회’에 집중하고자 한다. ‘마을’이라는 공간에 움트고 있는 교회는 지역공동체의 다양한 과제를 공유하고 있기에, 이를 선교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예장통합 102회 총회는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를 주제로 하여, 이를 구현하기 위해 마을목회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2016년 6월, 총회 산하 연구기관으로 ‘총회한국교회연구원’을 조직하여 마을목회의 의미, 전략, 실천 기획, 핵심 가치, 발전 목표 등을 담고 있는 매뉴얼을 조성함으로써 보다 통합된 형태의 마을목회를 가능하게 했다.5 예장통합뿐만 아니라 예장합동,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한국의 다른 주요 교계 역시 마을목회를 통해 새로운 교회 운동의 탈출구를 개척하고 있다.
국내 선교적 교회 운동이 ‘마을목회’에 관심하는 배경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전개하는 마을 개선과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에서 비롯한다.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와 같은 한국 사회의 압축성장과 이로 인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미 사회 전반에 실천되어 왔다. 아울러 대안적인 마을공동체 형성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제반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마을의 특징과 상황 그리고 주민의 필요를 반영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산업 등 다양한 차원에서 마을을 살리기 위한 관심이 정책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물결은 마을의 주요 구성원인 교회의 관심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현재 마을만들기의 주요 관심은 ‘대안교육, 대안경제, 대안문화, 생태마을, 생활정치’에 있고, 또 이러한 관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통합형 마을이 등장하고 있다. 풀어 설명하면, 공교육 붕괴에 대응하여 학교 교육을 세우는 마을, 도시와 농촌의 경제를 살리는 마을, 문화와 예술을 통해서 지역을 특화하는 마을, 주민들의 삶의 방식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생태적으로 전환하는 마을,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를 강화하는 마을 등이 그것이다.6 대안적인 마을공동체 실험은 각 영역을 통합하여 진행되기도 한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결국 ‘지역공동체 운동, 지역사회 발전 운동, 지역사회 전통의 재발견과 문화 창조’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7 마을 주민들은 대안적 가치를 토대로 개선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상호 소통하며 파트너십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 나간다. 이러한 사회적 연계성 속에서 교회는 마을공동체의 회복과 하나님 나라 공동체 건설을 위한 다양한 목회에 헌신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을목회의 실천적 모델을 몇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도시지역 동네교회 모델이다. 교회의 규모와 상황에 따라 교회 운동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보통은 큰 구조적 변화 없이 마을 섬김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특히 목회자가 지역사회 속에서 책임 의식을 갖고 ‘동네 목사’로서 활동한다는 의식이 필수적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교회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해서 교회가 고립된 상황에서 나와 열린 공동체가 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 가운데 (1) 방과 후 교실, (2) 푸드뱅크와 푸드마켓, (3) 다문화 사역, (4) 지역 복지 사역(교회 내 어린이집, 노인지원사업, 노숙인 쉼터, 가족상담소 등), (5) 청소년 교육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지역 사역의 선도적인 교회로는 한남제일교회(오창우 목사), 성암교회(조주희 목사), 새롬교회(이원돈 목사), 해인교회(이준모, 김영선 목사, 인천 내일을 여는 집) 등을 들 수 있다.8
둘째, 농어촌 공동체를 살리는 교회 모델이다. 한국 사회의 농어촌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청년층의 도시 이주, 노동 인력 부족,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문화적 차이 등 수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수입농산물 문제에 따른 국내 농업 수입과 재정의 위기는 농어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마을목회는 이러한 변화의 지점에 다양한 사역 과제를 갖고 있다. 현재 농어촌 지역에서 마을목회의 주된 관심은 (1) 도시-농어촌 교회 연대와 교류(유기농 가공사업 등), (2) 농어촌 지역 학교의 존속과 발전, (3) 생태체험 및 생태교육의 현장화, (4) 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 (5) 다문화 교육과 정착 사업 등이다. 특히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생태적 관심사는 농어촌 교회가 녹색 영성을 강조하며 이를 현장화하는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농어촌 목회는 하나님 나라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고, 생명 살림의 문화를 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농어촌 마을목회의 대표적 사례로는 송악교회(이종명 목사), 국수교회(김일현 목사), 신동리교회(오필승 목사) 등을 들 수 있다.9
셋째, 다문화 이주민을 지원하는 교회 모델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이주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과 노동시장은 세계 시민들을 해외로 진출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했다. 2020년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 연보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3만 6,075명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대도시는 물론, 전라도와 경상도 등 일부 농어촌 지역에 이르기까지 외국인들이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이미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선교적 과제 역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주로 언어소통의 문제, 경제적 문제, 인권침해, 자녀교육 및 문화적 정체성 문제 등 복합한 고통을 겪고 있다. 다문화 이주민을 위한 목회 사역은 (1) 노동상담소(고용, 임금, 인권 상담 지원 등), (2) 외국인 노동자 의료 센터, (3) 다문화 가족 지원 사역(배우자 및 자녀교육), (4) 이주민 근로자 쉼터(동아리 및 현지 문화 축제), (5) 이주민 선교사 육성 등을 포괄하고 있다. 이주민 사역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교회만 아니라, 교회 부설 이주민 선교 기관을 설립하여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늘중앙교회(유영완 목사),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가 있으며, 이주민 선교 기관으로는 나섬공동체,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성남이주민센터 등이 있다.
지면의 한계상 국내 선교적 교회 운동이 주력하는 세 가지 마을목회 모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이 외에 실험적인 마을목회도 살펴볼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서 도시 마을목회를 진행하는 미와 십자가 교회(오동섭 목사)가 그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이 교회는 예술인에게 장소를 대여해주고, 전시회를 개최하며, 또 예술인을 후원하는 사역을 통해 지역주민과 새로운 관계의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교회가 지역주민들과 특정한 지역의 과제를 사업으로 연계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사례도 있다. 전남 화순의 신실한교회(정경옥 목사)는 2013년 지역 문화 활동을 활성화하고 농촌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힐링알토스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가공·판매하고, 마을 어린이들을 위해 동물과 곤충을 기르고, 마을 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생태문화를 조성하고 있다.10 이러한 다양한 마을목회를 통해서 한국교회는 지역과의 소통을 증진하고 신뢰를 회복하여 공적인 복음을 증거하는 열린 공동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가며: 역동적인 선교적 교회 운동을 향하여
과거 교회는 복음전도를 통해서 교회의 지속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영혼 구원과 사회 구원의 통전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점점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마을목회 사역은 ‘교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역공동체를 근본적으로 재인식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교회가 사회를 존속하게 하고, 상생 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면서 선교적 과제를 분별하는 역량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동리교회의 오필승 목사는 ‘마을을 살리는 것이 교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목회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방향은 교회와 사회(마을)의 지속가능성이 서로 구분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시 및 농어촌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일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사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선교적 교회가 성숙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목회적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다양한 목회 네트워크를 통해서 선교적 교회의 현실성을 위한 논의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고무적이게도 마을목회포럼 4.0, 예장마을만들기네트워크, 도시공동체연구소, 브랜든선교연구소 등 새로운 교회 운동을 위한 상호 협력과 건설적인 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모임은 양적 쇠퇴의 위기 가운데 있는 신앙공동체가 단순히 선교적 프로그램을 고안해서 극복하려는 의도를 지향하지 않는다. 지역공동체를 향한 온정주의적 손길을 통해서 교회의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탈바꿈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모임은 교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복음의 변혁적 영향력을 사회로 전환시킴으로써, 교회의 참된 정체성을 회복하고 대안적 영성을 창출하려는 목표를 지향한다. 이러한 선교적 교회 운동과 네트워크가 지역 마을에서 조직되고 또 일치와 협력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위해 헌신한다면, 교회와 사회 모두 지속 가능한 상생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선교적 교회 운동의 길은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오늘의 교회는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명 시대를 목격하며, 새로운 기술 문명적 틀 속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복음을 증거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거대한 시대적 변화를 주목하며 ‘확장된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조명하고자 한다. 최근 플랫폼 혁명과 디지털 혁명이라는 열띤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적 요인을 선교적 교회 운동과 접목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플랫폼 처치와 온라인 목회와 같은 이슈를 살펴보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목회 영역을 전망해볼 것이다.
1 “코로나 19로 헌금·출석 교인 모두 감소… 우울한 한국교회”, 「연합뉴스」, 2020년 6월 15일.
2 “주요 6개 교단, 올해만 교인 40만 명 줄었다… 10년 전 정점 찍은 후 176만 명 빠져”, 「뉴스앤조이」, 2021년 10월 7일.
3 크레이그 밴 겔더·드와이트 J. 샤일리, 최동규 옮김, 『선교적 교회론의 동향과 발전』(CLC, 2015), 104-108.
4 선교적 교회의 내부적 지표에 관한 대표적 연구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이후천, “한국에서 선교적 교회의 사례와 그 기준지표에 대한 고찰”, 「선교신학」 제34집(2013): 159-160; 한국일, 『선교적 교회의 이론과 실제』(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 2016), 44-50. 다만 외부적 지표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미진한 단계에 있으며, 향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5 예장통합에서 추진하는 마을목회 관련 정보는 홈페이지(http://maul-church.net)에서 얻을 수 있다.
6 황홍렬, “마을만들기, 마을목회와 마을목회의 신학적 근거”, 강성열·백명기 엮음, 『한국교회의 미래와 마을목회』(한들출판사, 2016), 138-150.
7 한국일, “지역마을목회의 선교신학적 고찰: 선교적 교회의 관점에서”, 제100회기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지역마을목회컨퍼런스 강연집(2016), 83-87.
8 오창우, “동네목사 이야기”, 『한국교회의 미래와 마을목회』, 65-104; 조주희, “성암교회의 사회봉사 프로그램: 동네교회”, 「선교와 신학」 30집(2012): 161-196; 이원돈, 『마을이 꿈을 꾸면 도시가 춤을 춘다』(동연, 2011); 송지연, “내일의 희망을 위해 나누고 섬기는 인천내일을여는집”, 「새가정」 69권(2020): 4-8.
9 이종명, “송악교회와 송악지역의 마을 만들기: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선교사업”, 「선교와 신학」 30집(2012): 147-160; 김일현, “농촌목회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국수교회 이야기”, 「농촌과 목회」 3호(1999): 48-63.
10 힐링알토스협동조합에 관한 상세한 목회 보고는 다음의 글을 참고할 수 있다. 정경옥, “마을목회와 힐링알토스협동조합”, 『한국교회의 미래와 마을목회』, 11-42.
한강희|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선교학을 전공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동숭동 낙산교회에서 목회하며, 한신대학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논문으로 “코로나19 이후 시대 증언의 탈육화와 성육화: 공공성 회복을 위한 ‘연민-연대’의 선교적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