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달하고 쾌할하여 성격 좋다 말 듣던 황목수가 7치각 기둥 머리 마구리를 14인치 원형톱으로 자르고 있었는데,
왠일인지 장인(匠人)이 황목수 톱질하는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날리는 톱밥 먼지 뒤집어 써가며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
기둥머리 마구리가 잘려져 똑 떨어지는 순간 원형톱날 회전이 정확히 멈췄다.
황목수가 의기양양해서 장인에게 한마디 했다.
"톱질 이 정도면 밥은 먹고 살겠죠?"
장인(匠人)이 댓구했다.
"밥은 빌어 먹겠다."
톱 실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장인에게 황목수는 서운한 낯을 했다.
그러자 장인은 곁에 놓여 있는 7인치 원형 톱을 들었다.
"야이 잡놈아! 7인치 톱으로도 마구리를 충분히 자를수 있는데 왜 그 거창한 걸 들고 생지랄이냐?"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쓰는 것들이 바로 잡놈이여 이눔아!"
장인이 떠난 후 황목수는 7인치 원형톱으로 아래 사진처럼 뺑뺑 돌려 톱질했다.
그래서 황목수는 '잡놈'으로 굳었다.
14인치 톱이든 7인치 톱이든 두번이면 되는 것을 4번 톱질 하고있으니(장인의 가르침을 알아듣지 못했으니) '잡놈'인 것이다.
작은 연장 하나로 힘들이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일에 오히려 거추장한 연장으로 설쳐내는 꼴이 잡놈인 것이다.
테크닉 보다 일 머리가 우선이라고 장인은 말씀하셨다.
노가다 판에서 땀흘려 일하면 3대가 빌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일 밖에 모르는 그 성실함이 가상하지만 대가리를 쓰지 않으면 고작 밥이나 빌어먹는다는 얘기다.
대가리를 쓸 줄 모르니 그나마 성실함을 보여주기 급급한데 일 잘한다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인류평화, 남북통일 같은 거창한 목표나 사명을 위해 대가리를 쓰지는 못할 망정 재벌 회장님 정도는 목표로 대가리를 굴려야
그나마 노가다 판 오야지라도 해먹는다고 장인(匠人)은 말한다.
누구나 예전에 올챙이였던 것처럼 미숙한 때에 잡놈인 것 또한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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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말씀감사합니다.
간소하게 일머리를 살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