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국악사를 다녀왔습니다.
열채도 사고 기분전환도 할 겸 다녀왔어요.
그전에 제 장구를 소개하겠습니다!
2019년 9월 8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택배로 받아서 패방에서 나름의 언박싱을 했어요!
오동국악사에서 주문한 녀석입니다.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살 때 고려했던 것들을 간단히 나열해보자면
(1) 통 크기 : 1자 7치 반
(2) 가죽 : 궁편 개가죽, 열편 말가죽
(3) 고리 : 주물고리 (철사, 주물, 끈 중 택1)
(4) 부전 색 & 조임줄 색 : 밤색 & 흰색
(5) 가죽 외형 : 최대한 얼룩 없이 깨끗한 녀석으로...
(6) 소리 높낮이 : 열편 높은 녀석으로...
이 정도...?
사실 (1)과 (2) 정도만 말하면 다른 것들은 알아서 해주시는 거 같지만
말 안 했다가 괜히 후회할 거 같아 그냥 다 말했습니다!
이제 열편 얘기...
나중에 비교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비교적 초기의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그렇게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이렇게 비교할 일이 생겨버렸답니다...!
눕혀져 있는 각도가 다르긴 하지만
혹시 어떤 게 문제인지 알아챈 분이 계실까요??
이 부분들인데,
가죽 테두리 마감을 위해 존재하는 실 구멍이 커졌어요.
가죽이 닳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입니다.
한 곳뿐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굉장히 마음 아프네요...
그래서 열채도 사고 전문가들께 조언도 구할 겸
국악사에 다녀왔어요!
제일 처음 간 곳이 고려국악사였는데
한번 써볼까 싶던, 얇고 가볍고 잘 휘는 채들이 많길래
그냥 저기서 사버렸습니다.
(두 개만 샀어요)
이번에 들렀던 곳은 고려국악사, 성일국악사, 전통국악사 이렇게 세 곳인데
성일국악사는 들어갔다가 무언가 어색해서 바로 나왔고,
고려, 전통에서 장구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역시 사진만 보고도 어떤 가죽인지 아시더라구요.
(열에 아홉은 말가죽 쓸 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괜히 전문가가 아니십니다.
어쨌든 두 사장님이 공통으로 해주신 말씀이
가죽에 순간접착제를 먹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차치하고,
매번 재밌는 얘기 해주시는 전통국악사 사장님께는
또 이것저것 더 여쭤봤어요!
해주신 얘기들을 정리해보자면,
[본론(가죽...)]
1. 겨울 지나고 장구 고치러 들고 오는 사람들 중 열에 여덟은 말가죽 쓰는 사람들이다.
2. 록타이트401(순간접착제)을 가죽의 찢어진 부분에 바르면 안으로 타고 들어가는데, 그렇게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다.
3. 오래 쓴다 하더라도 막 몇 년 쓰는 건 아니고 한두 달 더 쓸 수 있다.
4. 말가죽은 수명이 짧은 게 많아서 그냥 많이 치는 게 장땡이다. (샀으면 뽕을 뽑아라...!)
[기타]
1. 저렇게 열편 테두리에 있는 검은 녀석들을 '낙부'라고 부릅니다! 저 녀석들이 단지 끼워져있다고 해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고, 가죽과 실이랑 함께 접착되어 있어야 가죽이 찢어지지 않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 녀석들도 가죽으로 된 것, 비닐과 원단으로 된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후자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2. 주물고리와 철사고리의 무게를 비교하면, 주물고리가 철사고리보다 2.5배에서 3배 정도 무겁다고 합니다! 직접 비교해볼 수 있게 저렇게 16개씩 모아서 손에 쥐어주셨어요! (사실 체감상 엄청난 차이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3. 가죽의 반대편이 비친다고 해서 얇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만져보면 얇은지 어떤지 파악할 수는 있지만, 장구의 투명도는 보통 기름기에 비례한다고 해요! 장구 가죽의 기름을 빼는 기계가 있는데, 그 기계를 거친 녀석들은 얇아도 썩 투명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4. 최근 두레패방에 있던, 테두리 철사 자체가 휘어버린 그런 가죽들은 물이 아닌 힘으로 편다고 합니다!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평지에 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 같은 곳에 반쯤 올려두고 허공에 뜬 부분을 심폐소생술 하듯이 조금씩 누르며 모양을 잡으셨어요! (그리고 이것 또한 연습이 답이니, 찢어져서 못 쓰는 장구편들로 연습하는 것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것들 말고도 재밌는 얘기 많이 해주셨어요!
물건이 엄청 다양하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기술이 필요할 때 혹은 유용한 정보가 필요할 때는
전통국악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결정적으로 사장님께서 친절하십니다...
집에 오는 길에 본드를 샀습니다!
뚜껑 여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본드 망할까 싶어서 되게 조심스럽게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과감해지는...
찢어진 곳에 본드를 바르니 정말 본드가 안쪽으로 타고 들어가더라구요!
그렇게 여기저기 본드 치료를 했습니다.
떨어진 낙부들도 본드로 붙였습니다.
그러니 낙부가 붙어있는 편을 쓰시는 분들은,
낙부가 떨어졌다면 제때제때 붙임으로써 장구를 더 오래 건강하게 쓸 수 있어요!
낙부가 없는 편을 쓰신다면
낙부를 닮으로써 더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통국악사 사장님이 낙부 새로 다는 비용이나 조립 비용 같은 것들 설명해주셨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
/ 확실한 건, 장구 들고 찾아가면 금방 해주신다는 것)
어찌 되었든, 일단 고쳐서 저녁에 잘 치고 놀다 왔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리가 너무 높은 게 조금 신경쓰였는데
막상 곧 찢어질 편이라고 생각하니 소리가 너무 좋게 느껴져요...
+ 혹시 본드 필요하신 분 제가 빌려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이것만 보고...자야지..
선댓글 후감상이라니... 영광입니다...
재밌는거 많이 했넹... 다음엔 나도 데려가줘 ㅠㅠ
무조건이지~
@두레 19 최한영 ㄷㄱㅈ~~
A+
귀하다....
귀하군...
전통국악사 사장님 인정.. 좋은 장구교양 보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전통국악사 사장님ㅋㅋㅋㅋㅋㅋㅋ 가면 항상 뭔가 배워오는거 같네요ㅋㅋㅋㅋㅋㅋ
유익해따..👍
뿌...듯...
본드는 나중에 쇠채만들때 쓰는걸로...ㅎㅎㅎ
그때까지 안 굳게 잘 데리고 있겠습니다...
알렉산더 수술 대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