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학과/학년 : 홍익대학교 영어교육학과 3학년 대학생 김씨는 첫 해외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나리타 국제공항에 내려 도쿄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그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밀려있는 차들 사이로 이륜차(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에 그는 무척 의아해 했다.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한 일본인에게 묻자, 그는 “한국에는 오토바이가 고속도로에 진입을 못하느냐?’하고 오히려 반문했다고 한다.김씨처럼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고속도로는 오로지 자동차만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OECD 가입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고 세계에서도 4개국 밖에 없는 고속도로 이륜차통행 할 수 없는 국가이다. 원래 한국은 모든 도로에 이륜차 통행(250cc이상)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1972년에 제정된 도로교통법 제 58조에 의해 이륜차통행이 금지되었고, 91년도에는 전용도로(강변북로 등)에도 진입이 금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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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이륜차 진입이 자유로운 외국의 고속도로 | 무역마찰
2달 전달 미국무역대표부USTR(office of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은 2003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무역장벽 중 하나로 이륜차 고속도로 진입 불가를 들었다. 지난 수년간 미국이 보고한 것 중 가장 강도 높은 형식이었다. 이는 한국에서 증가하고 있는 대배기량(250cc이상) 이륜차의 판매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10년이 넘게 지난 오늘 날 대부분의 자동차 운전자들과 일반인들은 이륜차 고속도로 진입 불가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서울의 한 운전자는 “너무 당연한거 아니냐? 시내에서 난폭하게 운전 하는 이륜차에 가슴 철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고속도로에서도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 하고 되물었다. 그러나 고속도로 이륜차 진입을 위한 모임(다음카페명:바쿠)의 대표 피터 김(본명 김지석)씨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이륜차의 난폭운전, 운전하는데 물론 이륜차들의 난폭운전 있다.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륜차 폭주 보다 더 무서운 게 4륜차(자동차)폭주와 난폭 운전이다. 대한민국 교통사고 사망자중 절대 다수가 자동차 운전자의 음주운전과 난폭운전, 폭주 등이다. 왜 이런 문제들은 간과한 체 이륜차만의 문제로 돌리려는지 알 수 없다.”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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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고속도로 진입을 위한 모임의 Peter Kim | 아직은 시기상조
이와 관련해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 여러 번의 공청회를 통해 내린 결과는 일단 국민들 대다수의 이륜차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특히 자동차 보다 무려 2.8배나 치사율(자동차 2.6%, 이륜차 7.8%-경찰청 2002년 통계)이 높은 이륜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악영향을 생각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피터 김은 이에 대해 “정작 정부가 규제를 하여야 할 곳에 규제를 못하고 쓸 때 없는 곳에 규제를 둔 곳이 바로 도로교통법 58조이다. 치사율 문제를 가지고 정부가 불가론을 말하는 데 치사율로 따지자면 비행기보다 더 높은 교통수단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정부가 그런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정말이지 치사한 행위다.”
하지만 정부가 조사한 통계나 여러 보험 업계에서 내 놓은 조사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까지 이륜차와 함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특히 사고 처리에 관한 역할을 맡고 있는 보험사 측도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광산의 광부들보다도 사고 위험률이 높은 사람들에게 보험(종합보험) 가입을 허락하는 것은 보험사로는 집단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거나 마찬가지다, 특히 택배 회사들은 사고 위험이 가장 높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택배원은 “정부가 택배 사에 대해서 완전히 직무를 유기하고 있어요, 그들도 엄연한 사회일꾼인데 ‘니들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보험, 근로 조건,교육 등 뭐하나 제시하는 게 없습니다. 아예 딱 자격을 제시하든지하면 더 낮지 않겠습니까?”하고 하소연했다.
한국 이륜차 업계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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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데이비슨 최승우씨 |
업계의 입장도 이 문제와 관련해 서로 미묘한 관계이다. 우선 미국무역대표부가 이번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내놓은 안에 대해 미국의 가장 큰 이륜차 회사인 할리데이비슨의 입김이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 한국 지사 국내마케팅 담당의 최승우 씨는 “물론 이륜차가 고속도로에 들어가면 업계로서는 어느 정도 이점이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저희 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륜차 운전자와 자동차 운전자들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Hog 랠리(할리데이비슨 소유자들의 모임)등을 통해 교육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배기량 이륜차 업체 중에 하나인 혼다코리아도 굳이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위해 직접적인 요구에 나설 계획은 없지만 이런 문제보다도 더 이륜차 운전자들을 위한 교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국내 이륜차 업계가 점점 값싼 중국산 이륜차 시장에 국산 이륜차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는 점이다. 이전의 중국산들은 저가 정책에서 이제는 국내 소형 이륜차의 기술력에 턱밑까지 따라왔다는 분석이다. 국내 가장 큰 두 이륜차 회사인 효성과 대림은 지난해부터 대배기량 생산 등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국제 시장과 한국 내수 판매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륜차 업계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수가 30만이 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이륜가 제대로 올라서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정부 측의 미묘한 변화도 보이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서울의 자동차 전용 도로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을 대배기량에 한해 한시적으로 개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이 문제는 정부의 여러 부처가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협의를 해야 한다. 경찰청 단독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정부 다른 부처와 계속 협의 중이다. 그리고 신설되는 국도 고속도로만큼 주행이 편하고 자유롭다”고 밝혔다.
“이제는 공론화에 나설 때”
이륜차 고속도로 진입 문제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이륜차 운전자들 중에도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이에 대해 피터 김은 “이륜차 운전자들은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운전합니다. 그것은 누가 강요한 게 하니라 이 나라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때만 되면 나오는 폭주족들 뉴스며 은행에 붙어 있는 ”이륜차 조심“이라는 경고문 같은 것들입니다. 폭주족이 왜 이륜차 운전자들의 문제입니까? 청소년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교육자들과 정부의 책임은요? 그리고 은행 강도 사건에 차가 많이 쓰입니까? 이륜차가 많이 쓰입니까? 이런 식으로 자동차 운전자들은 점점 고속도로 사용 대한 생각을 그들만의 특권으로 굳히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정말 이제는 정부가 공론화에 나서야 합니다. 사람들이 바이크에 무지한 틈을 정부가 계속 이용하면서 무사안일주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에 고속도로 개방이 모든 이륜차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이륜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차등적인 도입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자동차 운전자 그리고 이륜차 운전자가 모두 함께 대화를 통해 서로가 몰랐던 점을 알고 이해하는 운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고 밝혔다.
사진촬영은 월간 Zoom-in의 임상태 기자가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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