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성취 동기의 발달적 측면
어린 시절의 부모의 행동은 개인의 후기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성취 동기의 발달적 측면에 관심을 둔 연구자들은 가정 환경과 부모의 양육 방식이 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다루고 있다.
초기의 연구들을 보면, 성취 동기는 부모의 자녀 양육 방식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Winterbottom(1958)은 8세와 10세의 소년을 대상으로 어머니의 언어적 자극에 의한 아동의 반응을 연구하였다. 그 결과 성취 동기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소년의 어머니와 낮은 점수를 받은 소년의 어머니들은 독립성과 숙달에 대한 요구의 정도에서는 동일하였으나, 요구의 시기에서 차이가 있었다.
성취 동기 수준이 높은 집단의 어머니들은 낮은 집단의 어머니들보다 이 행동들을 더 이른시기에 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성취동기 수준이 높은 집단의 어머니들은 아동의 행동을 더 긍정적으로 평정하였으며, 자녀의 기대 충족에 대하여 더 강한 보상을 주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신체적 애정 표시를 빈번하게 사용하였다.
Rosen과 D'Adrade(1959)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들의 연구에서는 높은 성취 동기를 갖는 소년들의 부모는 자녀에게 성취 훈련(achievement trainng)을 시키고 있었으며 자녀의 성공을 기대하고 이를 보상하였다. 또한 성취 동기 수준이 높은 집단의 부모들은 소년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수행정도를 격려하고 처벌함으로써 성취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아버지는 더 많은 독립심을 허용하고 자기 신뢰와 숙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성취 동기 수준이 높은 소년들은 어머니로부터 엄격한 행동목표와 탁월함의 규준을 학습하고 아버지로부터는 허용적인 특성을 학습하였다.
가정 환경이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Caldwell 등 (Caldwell & Bradley, 1978 ; Van Doornick, Caldwell, Wright, & Fankenberg, 1981)의 연구를 들 수 있다. Caldwell과 Bradley(1978)는 유아와 학령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질문지를 개발하여 부모가 자녀를 얼마나 자극하는지를 알아 보았다.
Van Doorninck 등(1981)은 12개월 된 유아가 있는 하류층 가정을 방문하여 이 질문지를 실시하였다. 5-9년 후 연구팀은 표준화된 성취 검사 점수와 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ㄷ아동의 성취 행동을 재조사하였다. 그 결과, 생후 12개월 당시의 가정 분위기로서 수년 후 아동의 학업 성취를 예측할 수 있었다. 성취 욕구를 자극하는 가정의 아동들을 보면 2/3정도가 학교에서 매우 우수한 반면, 격려하지 않은 가정의 아동은 70% 정도가 매우 열등하였다. 이 연구를 통하여 우리는 성취 동기의 근원은 생래적일 수도 있지만, 학습 조건이 부족할 경우 그것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Baumrind(1971)는 부모의 전반적인 통제 패턴이 자녀의 성취 지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 보았다. 134명의 학령전 아동의 부모를 대상으로한 면접 가정 관찰을 통하여 얻은 자료를 기초로 부모-자녀 상호 작용을 다음의 세 가지 패턴으로 나누었다.
1) 독재적 부모 : 절대적 행동 기준에 따라 자녀의 행동을 형성하고 통제하며 평가한다. 자녀의 행동이나 신념이 부모의 기준과 어그러질 때는 처벌적 방법으로 자녀의 행동을 제지한다.
2) 권위있는 부모 : 자녀에게 해야 할 일을 지시하지만 합리적인 방식으로 한다. 서로의 의사 교환을 중시하며 지시한 방침 이면에 있는 논리를 자녀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자녀가 잘못하면 단호하게 통제하지만 지나친 속박을 가하지는 않는다.
3) 허용적 부모 : 자녀의 충동, 바램, 행동에 대해 비처벌적이고 허용적이다. 자녀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변화시키기보다는 자녀가 원할 때 그것을 들어 주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한다. 자녀가 스스로 자기 행동을 규제하도록 하며, 외적으로 부과된 규준에 복종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Baumrind에 의하면 자녀의 독립심과 성취 지향성은 권위 있는 부모들에게서 가장 높았다. 독재적 부모나 권위있는 부모는 모두 자녀에게 기준을 설정하고 상당히 통제적이다. 그러나 독재적 부모는 자녀에게 의사 표현의 기회를 거의 주지 않은 채 자녀를 지배하지만, 권위 있는 부모는 자녀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허용하여 자립심과 성취에 대한 자부심을 발달시키도록 도와 준다. 허용적인 부모의 자녀들은 이기적, 공격적이고 목적지향성이 약하며 독립성, 성취성이 매우 낮다.
Baumrind(1977)는 아이들이 8~9세가 되었을 때, 자녀와 부모를 다시 관찰하였다. 그 결과 권위 있는 부모의 자녀는 여전히 성취 동기가 비교적 높았으며 지적 과제를 즐기는 듯이 보였다. 반면 허용적 부모의 자녀는 성취관련 행동에서 비교적 서툴렀고 흥미도 낮았다.
McClelland와 Pylon(1983)은 성취 동기의 선행 요인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접근 방법을 제시하였다. 연구자들은 아동의 연령이 5세일 때 자녀 양육방식에 대한 어머니의 보고를 수집하고, 그 아동들이 30대 초반이 되었을 때 성취 동기를 측정하였다. 어머니와의 인터뷰는 1951년에 이루어졌으며 자녀들의 성취동기 측정은 1977년과 1978년에 실시되었다.
연구 결과, 엄격한 배변 훈련과 일정한 간격의 수유 방식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성취동기 수준과 관련되어 있었으나, 5세의 아동들에게 독립성과 숙달을 강조하는 아동 양육 방식은 성취 동기 수준과 상관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너무 이른 연령에 독립성을 강조하는 아동 양육 방식이 성취 동기의 발달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상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성취 동기 혹은 성취 지향적 행동은 개인의 성장 역사오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양육의 어떤 측면이 성취 지향적 행동에 더 큰 영향을 주는가에 대하여는 일치된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성취 욕구는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 발전에도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중요한 개념이므로, 이를 설명하는 체계적 방법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5.4 힘의 욕구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는 힘의 추구 역사이다.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힘을 얻기 바랄 뿐 아니라 주변 상황에서 중요성을 인정받기를 바란다. Winter와 Stewart(1978)는 힘의 동기(power motivation)란 힘의 추구를 말하며 반드시 의식적일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현실 요법의 창시자인 Glasser(1984)는 인간이 가진 다섯 가지 기본 욕구 중 하나로 힘의 욕구를 들고 있다. 그는 생존, 소속, 힘, 즐거움 및 자유의 욕구는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인간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필요 조건이라고 하였다. 힘의 욕구는 경쟁과 성취 및 중요성을 인정받으려는 속성을 말한다.
힘의 욕구는 때로는 다른 욕구들과 상충되는 작용을 한다. 즉, 힘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다른 욕구들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장 좋은 예가 결혼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두 사람은 사랑 즉 소속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 직후부터 두 사람은 가정 내에서 의사 결정권 즉 힘을 누가 가지는가의 문제로 갈등을 가지게 된다. 많은 경우에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부부가 이혼을 원하는때가 있는데, 이들의 욕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힘의 욕구와 소속의 욕구(belonging need)가 상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힘의 욕구는 즐거움의 욕구와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나치게 성취지향적인 사람은 늘 긴장을 하게 되고 웃음을 잃어 버리기 쉽다. 때로는 힘의 욕구가 자유의 욕구와 상충되기도 한다. 힘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사회적 표준에 맞추어 가려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Winter와 Stewart(1978)는 힘의 동기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가시성(visibility) : 힘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눈에 띄어야 한다. 힘의 동기가 높은 대학생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 밝혀졌다(Winter, 1973).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동맹의 형성(building alliances) : 단지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괴상한 사람이거나 일탈된 사람으로 이름 붙기가 쉽다. 힘이 있는 사람들은 힘의 근거가 되는 조직 혹은 동맹을 형성한다. 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즉 자기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의 사회적 조직망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적극적인 집단 활동(functioning in a group) : 집단의 지도자가 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위의 두 특징 이외에도 적극적으로 집단 활동을 한다. 그들은 새로운 집단에서도 말을 더 많이하고, 문제를 규정하고, 다른 사람이 부정적 평가를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들은 마치 힘의 게임을 하는 훌륭한 규칙을 알고 그대로 실행하는 듯이 보인다.
힘의 동기와 관련된 흥미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힘에 대한 희망(hope of power)과 음주와의 관계이다. McClelland, Davis, Kalin 및 Wanner(1972)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힘의 동기와 낮은 행동 억제가 심한 음주와 관계가 있음을 밝혀 내었다.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닌 상상의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Brown(1975)도 단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중 술을 끊는 데 성공한 사람들보다 술을 끊는 데 실패한 사람들의 힘의 동기가 더 높았다는 결과를 얻었다.
힘의 동기가 강한 남성은 마치 나라를 정보갛듯이 여성을 정복하고 싶어한다는 주장도 있다. Winter(1973)는 실제로 힘의 동기가 높은 사람들이 마치 Don Juan의 후예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도 의문이 생기는 것은 남성의 힘의 동기를 설명하는 원리가 여성에게도 적용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Stewart & Winter, 1976), 최면상태에서 힘의 동기를 부추기는 각성 절차를 사용하여 힘의 동기를 나타내었다. Wilsnack(1974)는 습관적 음주를 하는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힘의 동기가 높았으나, 여성은 사교적인 음주를 하는 상황에서는 힘의 동기가 증가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힘의 동기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해석 할 때 주의할 점은 힘에 대한 동기와 실제로 힘을 행사하는 행동을 구별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면 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취한 상태에서는 힘이 더 없어진다. 즉, 힘의 동기는 높지만 실제로 힘은 약하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에 사회적 역할이 제한된 경우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힘의 동기를 행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힘의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회적 조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