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서라 한심한 사제들이여."
안진이 앞으로 나섰다. 봉을 휘두르며 스톰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그 봉 끝엔 이미 숨겨져 있던 칼날이 드러나 새벽달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신도병들이 한걸음씩 물러나고 안진과 스톰을 중심으로 공간이 만들어졌다.
"보기드문 실력이다. 지금 칼을버리고 메시아의재림으로 개종하라. 영원한 축복있을지니."
"우기컴퍼니의 잔재로 빌어먹는 주제에 말이 많구나."
스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진의 봉끝이 스톰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스톰은 허리를 젖혀 안진의 봉을 피한뒤 그의 허점을 노리기 위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내며 스톰의 칼이 안진의 옆구리를 베었다. 하지만 안진의 몸은 이미 뒤로 높이 뛰어올랐고 봉끝을 잡고 크게 휘둘러 스톰을 내리쳤다.
"쿠우웅!!"
안진의 봉이 강하게 땅을 내리쳤고, 스톰이 서있던 자리는 봉에 의해 움푹 패여버렸다. 스톰은 눈깜짝할사이에 뒤로 피했다가 다시 봉을 밟으며 안진을 향해 달려왔다.
"이 놈! 다람쥐처럼 잘도..!!"
안진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스톰은 두 개의 칼을 X자로 교차해 안진의 목을 가격했다.
"파팍!!"
"대...대사제님이 당했다!!"
흙먼지사이로 스톰의 칼이 안진의 목에 꽂힌채로 멈추어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가 걷히고 둘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신도병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안진은 스톰의 칼날이 목에 들어오는 순간 봉을 놓아버리고 스톰의 두 손목을 잡고 버티고 있었다.
"내 손에 잡히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아압!!!"
"으아악!!!"
안진이 기합을 주자 스톰의 양 손목이 우두둑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양 손에 쥔 칼은 모두 떨어져 땅에 꽂혔다.
"진작에 굴복했다면 좋았을 것을. 이제 신도병으로도 쓸모가 없으니 그만 숨을 거두어라."
"시끄럽다!"
스톰은 안진에게 손목이 잡힌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안진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안진은 스톰의 손목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옆구리에서 피가 스며나왔다.
스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진의 안면을 향해 양발을 교차하며 연속으로 돌려차기를 구사햇다.
안진은 뒤로 물러서며 피했지만 스톰의 발이 얼굴에 스쳤는지 왼쪽 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스톰의 발끝을 보니 날카로운 칼날이 나와 있었다.
스톰은 눈에 보이지 않을정도로 빠른 발차기를 구사하며 안진의 안면을 노렸다.
"대사제님이 궁지에 몰린다!! 괴물같은 놈, 두 손목을 잃고 저렇게 날뛰다니!!"
"으라차!!!"
스톰이 안진의 안면을 노리고 다리를 높게 든 틈을타 안진이 스톰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 들어와 그를 쓰러뜨렸다.
"허억!!"
안진은 쓰러진 스톰을 타고앉아 폭풍처럼 그의 안면을 가격했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발버둥치던 스톰의 다리가 털썩하고 땅에 떨어졌다.
안진은 뺨에 흘러내리는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일어났다.
"일본도를 든 사내는 아직인가."
"대사제님이 저 자와 겨루는 동안에도 사제들이 수없이 당했습니다!!"
좀비들의 차지가 된 스톰을 뒤로하고 안진은 봉을 다시들고 야생마처럼 날뛰는 태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번거로운 자식들. 운 좋은줄 알아라. 내가 급히 가야할 일이 생겼거든. 크크큭!!"
태식은 말하는 중에도 2명의 목을 베어버리고 숲 속을 향했다.
"멈추어라 이놈!!"
안진이 재빨리 도약하며 태식을 향해 봉을 내리쳤다. 태식은 안진의 봉이 뒤통수에 다다르기 직전 카타나를 아래에서 위로 크게 올려쳤다.
안진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내려치던 봉을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이어 태식의 칼이 닿지도 않았는데도 안진의 봉은 두동강이 났고 안진은 알 수없는 검압에 의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크으윽.."
"대사제님!!"
"이럴수가, 단일격에 당했다!! 오늘 하루만에 내가 두번씩이나 패하다니!!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 저 자를 쫓아라, 좀비들도 모두 동원하라!!"
"예, 대사제님!!"
이미 태식은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신도병들과 안진은 어두운 숲속으로 그를 쫓아 들어갔다.
한참동안 태식을 쫓아 수색하던 중 좀비들이 한 쪽을 응시하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크르르~~~크으~~~"
"대사제님, 좀비들이 그 자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좋다. 전원 좀비들이 향하는 곳으로 돌격한다!!"
신도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숲을 헤치고 달려나갔다. 그러자 또다른 산길이 나오고 그 곳엔 금발의 거구와 4명의 검은정장을 한 사내들이 서 있었다.
"뭐냐, 이 떨거지들은? 병사놀이하는거야?"
"행색으로 보아 메시아의 재림교 신도병들로 보입니다. 회장님."
"아~~ 크크큭!! 재밋구만, 이놈들...즐거운 피의 카니발이 되겠어!!"
신도병들의 뒤를 이어 안진이 걸어나왔다. 형욱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사제들이여. 눈앞에 서 있는자가 바로 우리 교주님의 숙적. 최형욱이다!!"
"니가 대장이야? 흐흐. 자, 내 목을 가져가라."
"모두 공격하라!! 좀비들을 총동원하라. 죽여도 좋다. 저 자의 목을 가져오는 자는 영생의 길을 보장하겠다!!"
"와아아아아아아!!!!!"
좀비들을 앞세우고 메시아의 신도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형욱을 공격했다. 형욱을 수행하던 경호원들이 좀비들에 의해 몸이 찢겨져 나갔다.
"이히히히히!!!! 쓸모없는 놈들. 크크크큭!!"
.
.
.
"일단 이 곳을 벗어나는게 급선무다. 이 상태로는 복수도 뭣도 할 수 없지 않나."
활연의 물음에 고토가 대답했다.
"그렇겠죠...지금 이곳을 벗어난다 해도 저는 부모님의 원한을 잊지않을겁니다."
"그래...나또한 다시 돌아올것이다. 우기컴퍼니와 메시아재림교를 그냥 두지 않을것이다."
"지랄들 한다. 지금당장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판에. 저것봐 저앞에 터널보여? 저게 남산터널이면 저터널을 따라서 쭈욱 내려가면 된다구. 쿨럭쿨럭~"
은희는 활연의 부축을 받으며 터널을 가리켰다. 터널이 보이자 고토들은 없던 힘을 쥐어짜내 걸어갔다.
저 터널만 통과하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그들의 걸음을 더욱 빠르게 했다.
"잠깐, 스톱."
은희가 낮은 목소리로 일행을 멈추었다.
"우리말고 누군가 더 있다."
"뭐?"
"발자국소리가 우리말고 한 명 더 들렸다구.."
고토는 태일을 땅에 누이고 주변을 살폈다.
"이제야 눈치챘나? 크크큭 오랜만에 보니 반갑구만. 꼴사납게 내뺴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지만 말이야."
2-30미터 뒤 어둠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고토가 대도와 소도를 고쳐잡았다.
"누구냐."
"나를 모르겠어? 이런 망할놈을 봤나. 좀비구덩이에 나를 내팽게치고 혼자 살겠다고 내뺸게 기억안나냐?"
"차태식?!"
"그래 이 개자식아!! 네 덕분에 우기컴퍼니에 잡혀서 엿같은 실험체가 되어버렸지!! 그 안에서 니 모가지 따는 날만 손꼽아왔다."
"잠깐, 저앞에 보이는 터널만 통과하면 구조헬기를 만날 수 있다. 너와 나의 계산은 이 지옥에서 벗어난 후에 해도 늦지 않아."
"그동안 많이 변했구나, 고토. 그 때 나도 지금의 너 처럼 부탁했었지. 그런데 넌 어떻게 했지? 이것참 절묘한 상황이구만. 크크큭!!"
태식은 웃으면서 걸어왔다. 웃음짓는 그의 눈과 하얗게 드러난 치아가 어둠속에서도 빛났다. 그모습이 고토들에게 더욱 공포감을 조성했다.
고토는 더이상 태식을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품속의 소도를 마저 꺼내어 들었다. 양 손에 대도와 소도를 고쳐잡고 자세를 취했다.
"활연, 너는 은희를 데리고 먼저 가라. 나는 형을 데리고 뒤따라 가겠다."
"씨발, 닥쳐.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죽는거 아냐? 이거 놔 이새끼야!"
활연은 울부짖은 은희를 억지로 끌고 터널로 향했다.
"빨리 끝내자. 니 목따고 우기컴퍼니로 돌아가서 최회장도 처리해야되니까 바쁘다."
"...와라!"
걸어오던 태식은 고토의 말이 끝나자 달려오기 시작했다. 사정거리에 다다르자 그는 카타나를 양손으로 가로로 잡고 고토를 향해 크게 베었다.
태식의 칼끝을 따라 공간이 아지랭이처럼 이글거리며 이그러졌다. 바람에 떨어지던 나뭇잎이 태식의 칼에 닿지도 않았는데 베어져 흩날렸다.
그 찰나의 순간에 고토가 태식의 칼이 향하는 반대방향으로 팽이처럼 회전하며 태식의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태식이 간신히 뒤로 물러나며 피했지만 고토는 회전을 멈추지 않고 전진하며 대도를 휘둘렀다. 태식은 그것까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베어졌다.
고토가 회전을 멈추고 태식을 바라보았다. 태식은 그 자리에 없었고 그의 외투만이 두조각으로 베어져 흩날리고 있었다.
"나아진게 없구만. 그 수법에 또 당할거 같냐? 실망이야 고토."
태식의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왔다. 주저앉아 있던 태식이 고토의 종아리를 베면서 튀어나갔다. 고토는 몸을 회전하면서 피했다.
다리가 절단되는 것은 피했지만 깊게 베어져 종아리에서 피가 젖어나왔다.
"회전에 의지해서 이동하고 공격하니 아무래도 허리아래는 공격도 방어도 허술하겠지. 흐흐흐."
"...!"
고토는 태식의 말이 끝나자 대도를 내려치며 태식에게 파고들었다. 태식이 뒤로 점프하며 카타나를 두번 휘둘렀다.
베어진 공간이 이그러지며 고토를 향했다. 고토는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하며 재빨리 두번의 공격을 피하고 태식을 향해 계속 파고들었다.
태식은 다시 카타나를 휘둘렀다. 또다시 공간이 이그러지며 고토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고토는 이번엔 피하지 못했다.
"잘가라. 버러지 같은놈."
고토는 찰나의 순간에 대도를 크게 내려쳤다. 그 기세와 태식의 기류가 이리저리 뒤엉키며 모래폭풍이 일었다.
"피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어 이친구야. 확실히 보내주마."
태식은 모래폭풍속으로 고토의 그림자를 향해 카타나를 내리쳤다.
"카아앙!!!!!!"
모래폭풍속에서 고토가 소도를 버리고 대도를 양손으로 잡고 올려치고 있었다. 고토의 대도가 태식의 카타나와 마주치며 모래폭풍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내 공간참도를 막아내고 흠집하나 없이 살아있네?!"
"너야말로 그 잔기술 하나로 밑천이 다 떨어졌나?"
"크큭...1분후에도 그렇게 지껄일수 있는지 보자."
태식이 기함을 외치며 카타나를 끝까지 내려쳤다. 대도로 맞서던 고토가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커다라 거목에 부딪히려는 순간 몸을 회전하여 발로 거목을 차고 땅에 착지했다.
태식의 기운에 고토는 속으로 몹시 놀라고 있었지만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태식을 계속 주시했다.
'빌어먹을 자식. 아직도 전혀 만만하지 않아.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결과는 알 수 없다!'
태식 또한 고토의 실력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우기컴퍼니의 실험체가 되어 인간한계치를 넘어서는 능력을 손에 넣게 되었는데도 고토를 쉽게 쓰러뜨리지 못하자 태식은 점점 초조해짐을 느꼈다.
"이봐 젊은이들!! 나도 좀 껴줘 흐흐흐."
숲속에서 최형욱이 태식과 고토 사이로 걸어 나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안진의 머리가 척추뼈째로 뽑혀 들려 있었다.
ps. 과연 3편으로 끝낼수 있을지 불안해 집니다...
첫댓글 역시 릴소 최강의 상황묘사력입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대도 우리만의 축제를 ㅋㅋㅋ
우리둘만의 축제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