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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산이다
섬에 가면 산에 올라야 섬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저는 섬에 가면 가능한 한 제일 높은 산이나 봉우리를 오릅니다. 산 정상에서 봐야 그 섬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요. 물론 섬은 외형도 관심이 있지만, 섬 사람들의 진솔한 삶 속으로 들어가봐야 그 섬을 제대로 알 수 있지요.
제가 그동안 돌아다닌 섬 중 바다 위에 섬들이 올망졸망하게 펼쳐져 있는 경관을 기준으로, 조망이 제일 아름다운 곳 네 섬을 꼽으라면 자은도 두봉산, 신시도 199봉, 조도 돈대산, 거제도 노자산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기암절벽이 많은 섬은 백도, 홍도, 금당도, 백령도, 수우도, 격렬비열도, 병풍도, 갈도, 십이동파도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자은도는 전남 신안군에 있는 섬으로 암태도- 추포도- 자은도-팔금도-안좌도-자라도--박지도- 반월도가 연도교 및 노두길 로 이어져 있어 한꺼번에 여덟개 섬을 돌아보기에 좋은 섬들이지요. 2019년 4월 4일부터는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 총연장 10.8km에 이르는 천사대교가 개통되어 이들 섬들이 육지와 완전히 이어졌지요. 자은도 두봉산(363m) 에 오르면 자은면의 섬 44개, 암태면의 섬 43개가 연꽃처럼 바다 위에 피어 있는 걸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안좌도는 한국의 피카소라고 불리워지는 김환기 화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신시도는 새만금방조제 중간섬으로, 주차장 바로 뒤 199봉에 오르면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를 비롯, 고군산군도의 주요섬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지요. 신시도의 등뼈와도 같은 199봉-월영봉-대각산은 새만금방조제 및 무녀도,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의 섬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산행코스입니다. 산 높이가 200m 미만이라 별로 어렵지도 않지요. 신시도 산행은 새만금주차장-월영재-월영봉-몽돌해수욕장-대각산 정상-안골저수지-논갈림길 제방-월영재-199봉-신시도 주차장 코스로 약 약 5시간 정도 걸리지만, 199봉 만 오를 경우에는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지요.
2018년 1월부터는 신시도에서 무녀대교-선유대교를 거쳐 무녀도-선유도-장자도까지 차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요. 선유도 선유봉 및 대장도 대장봉에서 내려다 보는 고군산군도 섬과 바다 전경도 한 폭의 그림이지요.
진도군에 있는 조도는 조도면의 중심섬으로, 새떼처럼 섬들이 바다 위에 펼쳐져 있어 조도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면단위로는 조도 178 개 , 군단위로는 신안군이 1025개 섬으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입니다.
거제도 노자산은 동부면 학동, 구천, 율포, 부춘의 뒷산으로 능선이 가라산과 이어져 있습니다. 동부면 학동리 내촐마을의 계곡을 경계로 하여 학동 쪽에 있는 산이 노자산입니다. 천연기념물 233호의 동백나무숲과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으며, 노각나무, 박달나무 등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신비의 산으로 일컬어지고 있지요. 산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섬과 바다가 절경이며 낙조도 아름답지요. 노자산은 2022년 3월 19일,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로 연결되는 약 1.6km길이의 케이블카를 개장했지요.
등산하기에 좋으면서 조망이 아름다운 섬들은 제주도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은 물론이고, 사량도 지리산, 가거도 독실산, 백아도 남봉, 선유도 선유봉 및 대장봉, 덕적도 비조봉 및 국수봉, 굴업도 연평산, 대청도 삼각산, 연화도 연화봉, 소매물도 등대섬, 거금도 적대봉, 남해도 금산, 비금도 그림산 및 선왕산 , 비진도 산호길, 금오도 비렁길, 관리도, 금당도, 하화도, 거제도 계룡산, 갈도 남섬(무인도), 십이동파도(무인도)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남해 금산은 기암절벽과 해안의 절경이 어우러져 아름답기로 유명하지요. 이름그대로 비단처럼 빛나는 산입니다. 정상 망대에 올라서면 남해바다가 그림같이 펼쳐지고, 좌우측으로 금산의 기암괴봉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셨고 서울대 명예교수인 오세영 시인은 그의 시 '남해 금산'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지요.
저 고해 苦海를 건너면 미타찰彌陀刹에 다다를까.
빈 선창 가득히 달빛을 싣고
창망히 떠가는 돛배 하나,
서西로 가는 달빛을 좇아 무심히
노를 젓는 가랑 배 하나,
누가 남해바다에
암벽과 초목으로 지어 한 척 배를 띄웠나.
부처 하나 가슴에 안고
달빛 화안한 봄밤에 노를 저어 하늘을 간다.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이승에서 저승으로
창망히 떠가는 돛배 하나.
금당도 해안절벽도 아름답기 그지없지요. 코키리바위, 부채바위, 스님바위 등 기기묘묘한 기암절벽에 탄성이 절로 나오지요.
주상절리 형으로 이루어진 기기묘묘한 바위절벽들은 지질학적인 면에서도 매우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이곳 아름답고 웅장한 해벽 경관은 '금당 8경 및 33경'으로 소개되고 있지요.
금당도 해벽과 유사한 기암벽으로 수우도 해골바위 암벽을 빼놓을 수 없지요. 수우도는 은박산이 대표적인 산이지만 은박산 자체는 평범한 산행코스이고, 소위'해골바위'라고 부르는 해벽이 실로 장관입니다.
1억년 이상 빗물이나 염분이 계속 암석의 틈으로 들어가 염풍화작용으로 커져 벌집 또는 해골 모양의 기암벽을 생성시킨 것이라 합니다. '타포니(Tafoni)현상'이라고 부른답니다.
동굴 형태로 요철이 웅장한 곳도 있고 수천발의 대포탄을 맞은 것 같이 잘게 패인 구멍들, 테라스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 코키리 코 암벽, 고대 신전기둥같은 지주 모양 등 형태도 다양하지요. 해골바위, 곰보바위, 벌집바위 등 부르는 이름도 가지각색입니다.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 끝섬으로 북한 땅과 지척의 거리에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섬이기도 하지만, '두무진'을 비롯한 해안암벽 경치가 웅장하고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요. 백령도 해안 절경은 먼저 유람선을 타고 구경한 후 두무진포구의 산책로로 다시 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중화동 포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 쪽으로 가다보면 깎아지른 암벽과 함께 다양한 모양의 기암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얼굴 형상을 한 기둥바위도 보이고, 마치 고성(古城)처럼 웅장한 해벽 위로 촛대 모양의 뾰족한 바위도 눈에 띄지요. 칼로 자른 듯이 깔끔한 수직암벽이 계속 이어집니다. 코키리가 바다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는 듯한 모습의 해벽도 만나지요.
무인도 중 특히 갈도는 무인도라서 낚싯배를 빌려타고 가야 하는 곳이지만 3월쯤 남섬 해안능선을 오르면 깜짝놀랄 만한 해벽 비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지요. 남쪽 절벽해안은 미국의 그랜드 캐년같은 거대한 협곡이 장관이지요.
수직절벽의 높이는 70-80m 쯤 될까? 그러나 고도감은 이보다 헐씬 크고 높지요. 보는 사람이 오히려 오금이 저릴 정도입니다. 유럽 노르웨이의 스타방게르 여행코스에는 피오르(피요르드)위에 솟아오른 세계적인 수직절벽인 프레이케스톨렌(Preikestolen)이 있는데 규모는 그보다 작지만 갈도 협곡도 절벽 자체는 매우 흡사하지요.
무인도인 십이동파도 또한 섬 전체가 웅장하기 그지없는 신비의 섬이지요. 십이동파도는 군산 외항에서 서쪽으로 약 38km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명 동바루라고도 불리우는 섬으로 1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섬의 형상이 파도치는 모습과 같다 해서 십이동파도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십이동파도는 1960년대초까지만 해도 사람이 사는 유인도였는데 북한 무장공비에 의해 주민들이 북으로 압송되는 바람에 그후 무인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섬이지요.
사량도 및 백아도 등은 섬마을 자체는 평범하지만, 산세는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 같이 웅장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지요.
사량도 지리산(지리망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은 섬 등산코스로는 최고의 절경이지요.
사량도는 가마봉- 연지봉 간에 설치된 39m 길이의 출렁다리도 명물이지요. 마치 하늘 위에 떠있는 다리같이 보이지요.
백아도 역시 섬 자체는 작은 섬이지만 산행코스는 사량도 지리산에 버금갈 만 하지요. 남봉으로 가는 바위능선도 웅장하고, 거북섬, 광대도, 울도 등 주변 섬들 경관도 아름답지요. 남봉 높이는 불과 145m의 낮은 산이지만 해안절벽 위에 우뚝 솟아 있어 마치 공룡능선을 방불케 하지요.
백아도란 이름이 ‘하얀 백상어의 이빨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산행을 해보면 그 이름이 수긍이 가지요.
무인도이면서 특정도서지역 등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섬에 올라가볼 수는 없지만, 유람선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는 백도,격렬비열도, 병풍도(맹골군도) 등을 를 꼽을 수 있지요.
이중 특히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어져 있으며, 크고 작은 39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지요.
국가명승지 제 7호인 백도에는 천연기념물 제215호인 흑비둘기를 비롯, 휘파람새, 팔색조 등 40여 종의 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바다 속에는 붉은 산호초 층이 펼쳐져 있어 섬 전체가 가히 자연의 보고라 할 만 하지요.
기암절벽이 많기로는 홍도를 빼놓을 수 없지요. 목포에서 여객선으로 2시간 30분 정도 가야 하는 홍도는 백도 못지않게 아름다운 섬이지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홍도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기도 하지요.
신안군에서 선정한 홍도 10경은 남문바위, 실금리굴,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부부탑, 독립문, 거북바위, 공작새바위 등입니다. 이 이외에도 칼바위, 병품바위, 물개바위, ET바위, 아차바위, 곰바위, 주전자바위 등 기암괴벽이 즐비하답니다. 홍도 33경이라 부르는 자연예술품들이지요.
남문바위는 홍도의 남쪽에 위치한 바위섬에 구멍이 뚫려 소형선박이 내왕할 수 있는 석굴석문으로 홍도의 관문입니다. 이 굴 문을 지나간 사람은 일 년 내내 더위를 먹지 않으며 재앙을 없애고 소원이 성취되며 행운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합니다. 또한, 고기배가 이 석문을 지나가면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전설도 있답니다. 이 때문에 이 남문을 행운의 문 또는 만복을 내리는 해탈의 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문으로부터 홍도해상관광의 절경이 시작되며 일명 구멍바위로도 불리어지고 있지요.
실금리굴은 옛날 유배해온 선비가 속세를 떠나 아름다운 선경을 찾던 중 망망대해가 바라보이고 주변에는 기화요초가 만발하여 풍우를 피할 수 있는 넓은 동굴을 찾아냈는데 그는 여기서 일생동안 가야금을 타고 여생을 즐겼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곳입니다. 가야금굴이라고도 하며, 이 석굴에는 200여 명이 들어가 쉴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가야금을 타면 굴속이 아름다운 소리로 울려 퍼지는 신비한 석굴이지요.
석화굴은 천연동굴로 그 규모가 웅장합니다. 석양 낙조시 동굴 속 풍경이 특히 오색찬란합니다. 신안군은 동양 최고의 일몰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하지요. 동굴 속 석주가 100년에 1cm정도가 커가고 있어 그의 나이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굴에 들어가면 옆 동굴로 통할 수 있는 50m정도의 구멍이 있습니다. 석양에 멀리서 고깃배의 어부가 이 굴을 바라보면 굴속에서 햇살이 반사되어 오색의 꽃이 핀 것처럼 보여 무릉도원의 입구로 착각한다고 하여 일명 꽃동굴이라고도 부른답니다. 기암·동굴들마다 전설이나 이야깃거리들이 서려 있어 일일이 펼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격렬비열도는 동해의 독도와 마찬가지로 서해의 끝단섬입니다. 쉽게 찾아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상상의 섬’, ‘꿈 속의 섬’이기도 하지요. 이 때문에 특히 이생진 시인, 류병구 시인, 박정대 시인, 손택수 시인, 장석남 시인, 정끝별 시인, 박후기 시인 등 유명시인들이 시(詩)로 격렬비열도를 노래하고 그리워하기도 했지요. 박정대 시인은 그의 시집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같은 눈이 내리지>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습니다.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 반도가 보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이 불멸, 두 잎의 불멸, 세잎의 사랑과 네 잎의 입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달리는 소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또, 정끝별 시인은 여행산문집 <여운>에서 “격렬한 사랑과 격렬한 청춘의 메타포로 다가왔던 ‘격렬비열도’. 저에게 격렬비열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누구나 한번은 아프게 가보았으되 떠나와서야 그리워하는, 관념의 그림이자 조어(造語)의 섬이었습니다. 불멸과 불면과 사랑과 입맞춤으로 꽃 피울 수 있는, 사랑의 적막과 멀미와 고독과 맞대면하고 섰을 때라야 갈 수 있는, 사랑의 은유와 사랑의 환상을 나란히 잇대놓았을 때라야 볼 수 있는 풍경들, 저 격렬비열도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저 격렬비열도에 갈 수 있는 한, 가보고 싶은 한 여전히 청춘일 겁니다”라고 썼지요.
무인도인 병풍도 역시 격렬비열도 못지않게 기암절벽이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섬이지요. 병풍도는 진도군 내의 최남단에 위치하는 절해고도의 섬입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여객선으로 약 3시간 30분 정도 걸려 맹골도에 도착한 후 다시 낚싯배를 빌려 20여 분 더 가야 병풍도를 만날 수 있지요. 물살이 세고 파도가 거칠어 작은 배로는 감히 찾아갈 엄두를 못내는 곳이랍니다.
동거차도와 함께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섬입니다. 바다위에 마치 병풍을 세워 놓은 듯 남북으로 펼쳐있는 거대한 바위섬. 섬 능선은 파도가 출렁이듯 높낮이가 거칠고 날카롭지요. 동화 속의 고성처럼 신비롭고 몽환적인 섬입니다.
제가 왜 제목을 '섬은 산이다'라고 붙였는지 독도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볼까요?
독도는 조그만 바위섬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바다 밑으로 울릉도보다 무려 6배나 더 큰 섬이랍니다.
독도는 깊은 해저에서 2천여 미터 높이로 솟은 3개의 해산(바다속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오를 수 있는 독도는 2천미터 높이의 바다 산 정상 부근의 극히 일부인 셈이지요. 다른 섬들도 대부분 그렇겠지요.(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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