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울산 봄 여행 둘째 날(2)-간절곶(艮絶串), 귀경(歸京)

[유현진]

청도·울산 봄 여행 둘째 날(2)-간절곶(艮絶串), 귀경(歸京)

대왕암을 보고나서 버스는 울주군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관광지 간절곶을 보러 가기 위해서이다.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일원에 바다로 돌출한 곳이 있는데 그곳이 간절곶이다.

곶(串)은 육지가 바다로 돌출한 곳을 말한다.

울산시에서 간절곶이 있는 울주군으로 가는 도중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다.

우측으로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자동차들이 보였고,

좌측 바다 쪽에는 선박들이 있었다.

울산이 이처럼 대도시가 된 것은 뚝심 하나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세계적인 자동차와 조선 산업을 이뤄낸

정주영의 현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예전 같지 않다 해도,

내일이면 지금 저기 보이는 만큼의 자동차들이 또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점심 식사는 울주에서 생선구이가 곁들인 백반으로 하였다.

간절곶에 도착하여 가장 눈에 띈 것은 간절곶의 위도표시를 나타내는 숫자였다.

(35°21'33.6"N129°21'46.9")

이토록 상세하게 숫자를 기록해 놓은 것은

간절곶과 포항의 호미곶이 서로 자기네 곶에서 해 뜨는 시간이 더 빠르다고 주장하면서,

여기가 더 빠르다는 근거로 내세운 것이 위도 표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겨울에는 간절곶이 호미곶보다 1분 빨리 해가 뜨고,

여름에는 호미곶이 그만큼 빨리 뜨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간절곶이 정동진 보다는 5분이나 빠르게 해가 뜬다.

그래도 모래시계 이후로는 새해 아침이면 젊은이들이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달려간다.

간절곶이 호미곶이나 정동진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자

2000년 이후 이곳에 잔디밭을 조성하고, 풍차도 세우고,

거대한 우체통도 세워 놓는 등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슬도(瑟島)도 그렇고, 울산이 mbc와 인연이 많다.

신은경이 악역으로 명성을 떨쳤던 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지도 이곳이다.

그 당시 촬영장소인 드라마하우스가 아직 남아 있는데, 지금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우체통에 편지를 써서 넣는 사람도 있다.

이를 이용해 간절곶을 홍보해 준 것 역시 mbc였다.

우체통에 들어 있는 편지들을 수거하여 재미있고 감동적인 사연이 있는 것을 골라

방송에서 읽어준 것이 이곳을 알리는데 일조했던 것이다.

간절곶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어 돗자리 펴놓고 앉아 아이들도 뛰놀기 놀기 좋게 되어 있었다.

유채꽃이 피고 있는 예쁜 정원에 앉아 잠시 쉬다가, 2시가 되어 청도·울산 여행을 끝내고 서울로 출발하였다.

7시반에 교대역에 도착 예정이었지만

상주~청원 고속도로 상의 회인IC 부근에서 낙석사고가 있는 바람에 40분간을 정체하였다.

그래도 그 구간을 넘기고서는 크게 밀리지 않아서 제 시간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집에 와서 짐을 정리한 후 씻고,

냉장고에 넣어뒀던 찬밥과 국을 데워서 먹고 바로 자리에 들었다.

1박 2일 동안 돌아다니며 구경한 것 보다

5시간 이상의 장거리를 버스에 실려 온 것이 더 피곤했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나의 체력이 작년에 비해서 어떤지를 관찰해보고 싶었었다.

작년에 없던 심장의 두근거림, 방광의 예민함이 금년에 생겼기에

이런 증상들이 여행을 하는데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다행히 신체적인 면에서는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더 편했다.

장자호수공원 산책을 해서인지 걷는 것도 힘이 들지 않았다.

차이점은 남편에게서 보였다.

무릎이 꺾인 증상은 좁은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었던 데서 온 것이라

집에 와서 며칠 후  좋아졌지만

확실히 작년에 비해 여행 내내 남편 걸음걸이에 활기가 없었고 지친 표정이 완연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후기를 보고 남편이 말한다.

“구경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글 쓴 것은 굉장히 길어!”

내가 생각해도 글이 길어졌다.

엘리사벳이 수행 기자처럼 뒤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찍어준 사진에

스토리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한,

고작 1박 2일이었던 여행 후기를 무려 5번에 걸쳐 쓰게 되었다.

이젠 기억을 되살리고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쓰는 작업이 너무 힘이 든다.

“올 가을에 좀 편한 여행을 한 번 더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남편에게 물어봤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별 느낌이 없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가을에 또 한 번 가는 것이다. 이 정도의 체력이라도 남아 있을 때...

내년에는? 그것은 그때 가 봐야 알 일이다.

[유선진]

일박이일의 알찬 여행이고
그보다 더 알찬 여행기이다.
이런 세세한 것 염두에 두느라고 어디 여행의 주제인 자유함이 있었겠니?
이 다음엘랑은 무념무상으로 여행을 해보면 어떻겠니?

부부의 뒷모습이 좋다.
혜정아, 수고했다.

[유현진]

패키지로 떠나는 단체 여행은 주마간산 (走馬看山)이지요.
보여줄 것은 많고 시간은 없어서이지요.
당연히 멍때리며 쫓아다니지만, 아직 청력이괜찮아 가이드가 하는 설명은 또렷이 들리고 기억납니다.
여기에 사진들이 있으니 이 둘을 연결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랍니다.
집에 돌아와서 수일 내에 이 작업을 해두지 않으면 언제 어디를 다녀왔는지 희미하게 지워져 버려요.
이 후기를 잊고 있다가 1년 후에 읽어보면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 들고 재미있더라구요.
폰에서 사진을 컴으로 옮기고, 파일을 조금 줄이고, 등등
이젠 육체노동 뿐 아니라 머리쓰는 정신 노동도 하기 싫은데
이 맛에 그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