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아시안 컵 개막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한 달 유럽에서 벌어지는 남의 잔치에 보여준 언론의 과잉된 관심과 달리 아시안 컵을 앞두고 한국의 언론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합니다. 물론 저 역시 그러한 유럽 축구의 인기에 편승해 원고료로 얼마씩 용돈을 타 쓰는 입장이긴 하지만 아시아 축구에 대한 외면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은 금할 수 없네요.
최종 엔트리 발표를 보고 글을 올렸어야 하는데, 제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한 번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회 일주일을 앞둔 상황에서 특별히 분석 자료 올라온 것도 없고....... 미약하지만 아시안컵을 기대하시는 축구팬들이 대회를 보기 전에 조그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급하게 준비한 글이라 좀 두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현재 대회를 앞두고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서 1주일 사이에 제가 쓴 글과 많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점 참고하시구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1. A조
- 중국과 바레인의 강세 속 카타르의 도전 -
(1) 중국
이번 대회에 개인적으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이라고 생각하는 팀이 바로 중국입니다. 이 팀의 감독은 다들 잘 아시는 네덜란드 출신의 아리에 한 감독이지요. 수석 코치는 상하이 선화의 감독으로 2003년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던 우진구이라는 사람입니다.
원래 아리에 한 감독의 아시안 컵 구상은 수비의 순지하이, 미드필드의 리티에, 공격의 하오하이둥을 축으로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경험 많은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주는 안정감 있는 팀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티에 선수가 시즌 중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아리에 한 감독은 미드필드진의 운용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죠. 그런 과정에서 순지하이의 공격적인 활용 역시 많이 검토되었고 주축 수비수인 리 웨이펑의 부상까지 발생하면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리 웨이펑의 부상 회복으로 수비진은 많이 회복이 된 상태이지요.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강팀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고 두 번째는 부동의 스트라이커 하오하이둥이라는 존재입니다. 간혹 가다 보면 하오하이둥이라는 포워드에 대해서 평가 절하하는 축구팬들을 많이 보는데 하오하이동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포워드 중 한 명입니다. 이란의 알리 다에이, 한국의 황선홍, 일본의 미우라와 함께 90년대를 풍미한 아시아 최고의 포워드 중 한 명이지요. 이 선수는 기술과 신체조건, 스피드, 탁월한 골 결정력을 겸비한 훌륭한 포워드입니다. 처음 아리에 한 감독이 왔을 때까지만 해도 하오하이둥은 자신의 대표팀 은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리에 한 감독의 러브콜과 설득은 하오하이둥에게 33살의 나이가 대표팀 선수로 결코 많지 않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고, 이번 아시안 컵 자신의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중국 내에서 하오하이둥은 절대적 존재입니다. 마치 우리의 황선홍과 홍명보가 그랬듯이 그는 중국의 슈퍼스타이자 훌륭한 리더이지요. 이처럼 팀의 확실한 기둥이 있다는 점은 중국 선수들의 능력을 120%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오하이둥의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최고의 옵션 중에는 리이와 장유닝 선수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하오하이둥 선수는 개인적으로 장유닝과의 콤비네이션이 더 편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장유닝 선수는 리티에, 리웨이펑과 함께 브라질 유학파로 중국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리 이와 장유닝 중 어떤 선수가 하오하이둥의 파트너로 나서게 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입니다. 또한 최근에 대표팀에 재합류한 리진유 선수가 하오하이동의 파트너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중국의 또 한 가지 장점은 강력한 풀백들입니다. 젱지와 순지하이가 바로 그들인데요, 순지하이 선수는 다들 아시다시피 잉글랜드 맨채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훌륭한 풀백이지요. 지난 시즌에도 전반기에만 17경기에 출전하는 등 중국의 해외파 선수 중 가장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입니다. 반면 젱 지 선수는 2003년 중국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선수로 사이드와 중앙을 모두 담당할 수 있는 선수라고 하며, 어시스트 능력과 득점력을 함께 갖추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인데요, 리티에의 부상은 국내 축구팬들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국 대표팀 내에서 그의 역할은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러한 부분의 공백 때문에 아리에 한은 노장 미드필더 리밍을 다시 불러들였고, 부상에서 갓 회복한 1860 뮌헨의 샤오쟈이까지 대표팀에 합류시켰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대표팀에 재 합류한 게임메이커 리샤오펑은 뛰어난 활약으로 아리에 한 감독과 팬들을 만족시키며 기대감을 불러왔지만 최근 훈련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하면서 아리에 한 감독을 슬프게 했다고 하네요. 다렌스더 출신의 얀 송이 또 다른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 미드필더 라인의 공백을 매우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이번 대회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센터 수비에서는 리웨이펑이 얼마나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느냐가 가장 관건으로 보이구요, 올림픽 대표팀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여준 두웨이 선수가 합류하지 못한 점은 중국에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골키퍼 포지션 역시 중국의 최약 포지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의 주전 골키퍼 유 윤페이 선수의 엔트리 탈락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골키퍼 포지션은 중국 팀의 가장 큰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력적인 공백은 어느 나라든 존재합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정상적 전력으로 임하지 못하는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인 중국의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대회 때보다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리에 한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나친 자신감과 언론의 과중된 압박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중국 팬들과 아리에 한, 중국 선수들 역시 이번 대회가 그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기회라는 사실은 그들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 바레인
바레인은 지난 주 우리와도 경기를 가졌던 팀이지요? 사람들이 기대보다 약했다는 평가를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어느 정도는 부합하는 전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A조에서는 두 번째 강팀이라고 생각하구요.
이 팀의 감독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유리치치 감독이지요. 유리치치 감독은 2003년 피파 랭킹 105위에 올라 있던 팀을 60위권까지 끌어올리면서 바레인의 전력을 급상승시킨 장본인입니다. 특히 걸프 컵 준우승은 바레인 선수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네요. 이 때 바레인 선수들은 귀국 시에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귀국하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
토요일 경기에서 보셨겠지만 이 팀의 최고 공격수는 알라 후베일이라고 하는 조그만 포워드입니다. 뛰어난 스피드를 이용한 순간적인 돌파와 개인기, 탁월한 위치 선정과 골 결정력을 동반한 바레인 최고의 기대주로 최근 들어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절대적인 선수입니다. 이 선수의 공격력을 배가시켜주는 선수는 미드필드 라인의 타랄 유수프라는 선수로 쳐진 스트라이커와 게임메이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테크니션입니다. 이 선수는 걸프컵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한 선수로 알라 후베일과 함께 바레인 공격의 중심축을 맡게 될 것입니다.
토요일 경기에서 보셔서 알겠지만 파이잘 압둘 아지즈를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 역시 굉장히 건실한 편이고, 경쟁 상대가 될 카타르의 공격력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8강 진출은 낙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레인은 대표팀 경기에 맞추어 선수들 부상 방지를 위해 리그 일정을 조정하는 등 이번 아시안 컵과 월드컵 예선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마 카타르와의 일전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3) 카타르
요즘 세계 축구계의 돌풍(?)으로 활약 중인 카타르입니다. 세계 축구계의 악동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감독 필립 트루시에가 팀을 지휘하고 있지요. 트루시에 감독은 사실상 카타르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트루시에는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자신의 소신대로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대회 조 편성 이후 일본 감독 시절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중국 팀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고, 바레인 역시 걸프 컵 준우승의 자격은 없다고 폄하하는 등 예선 통과를 낙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별 예선 통과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얘기하며 한 발 주춤한 상황입니다. 특히 특별한 주전이 없이 멤버들을 굉장히 고루 기용하면서 계속해서 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특별히 언급할만한 주력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대회나 경기 때마다 발탁 선수들이 너무 많이 바뀌었고, 아시안 챔피언스 리그 징계로 4명의 선수는 출장이 불가능해졌으며 팀 내 최고 핵심선수인 무바락 무스타파 선수의 부상까지 겹쳐지면서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미드필드 라인의 에잗 자도와 선수와 아메드 모사 선수, 측면 수비수로 활약 중인 알 카테르 선수를 균형 잡힌 공수 밸런스를 보유한 수준급 선수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만 포워드 라인의 득점력이 수 년 간 빈곤했다는 점은 카타르가 최근 들어 중동에서 중하위권 팀으로 쳐진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공격의 리더격인 무바락 무스타파의 어깨는 그만큼 더 무겁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안 좋은 상황에서 카타르는 친선 경기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게 5골을 퍼부으며 희망을 가지고 대회를 준비 중인데요, 트루시에는 일본에서 일단 캠프를 차리고 빗셀 고베와 친선 경기를 가진 후 중국에 입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운이 따라주지 않는 한 바레인이 카타르를 꺾고 8강에 진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뭐, 그와 함께 트루시에 감독도.......
(4) 인도네시아
두 말 할 것 없는 A조 최약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 최약체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불가리아 출신의 이반 콜레프 감독이 지도중인 팀입니다. 아시안 컵 본선 진출 과정에서도 예멘과 접전을 펼쳤었고,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은 상당히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동남아 축구의 참패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세계 축구의 흐름에서 체력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축구는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국리그 득점왕 출신 포워드인 일함까지 제외한 채 밤방 파무카스를 중심으로 한 인도네시아의 기술적 공격이 과연 승점을 딸 수는 있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2. C조
- 사우디의 강세 속 혼전 -
(1) 사우디 아라비아
자 또 다른 우승후보이자 아시아의 최강자 중 한 팀인 사우디입니다. 사우디는 무려 5차례의 결승 진출에 3차례의 우승을 차지한 아시아 전통의 강호이지요. 이 팀의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의 게라르드 반 데어 림입니다. 이상하게 우승후보 팀들 중 감독이 네덜란드 사람인 경우가 세 팀이나 되는군요. (이번 대회 총 4명의 네덜란드 감독이 출전하지요.)
사우디는 어떻게 보면 아시아권에서 한국, 일본과 함께 지난 수 년 간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선보인 팀입니다. 지난 걸프 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중동의 강호임을 입증했었죠. 이번 대회 참가 팀들 중 상당 팀들이 그렇지만 4-4-2 포메이션과 3-5-2 포메이션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반 데어 림 감독 부임 이후 수비 라인이 상당히 안정된 느낌입니다.
중동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인 마브록 자이드와 수비수 압둘라 마르조퀴, 후세인 바바가 이끄는 수비진은 좀처럼 많은 실점을 허용한 경우가 없습니다. 최근 1년 간 국가 대표 경기에서는 1실점 이상 실점을 한 경우가 없죠.
또한 미드필드 라인에는 득점력과 경험을 함께 갖추고 있는 미드필더 모하메드 누르 선수가 게임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는 중동에서도 최고의 테크닉을 가진 미드필더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포워드 라인에서는 올림픽 대표팀 출신의 떠오르는 신예 야세르 알 카타니 선수가 붙박이 스트라이커로 활약 중인데요, 득점력과 돌파력, 어시스트 능력까지 겸비한 뛰어난 포워드로 걸프 컵 이후 가장 각광받고 있는 포워드입니다. 또한 2000년 아시안 컵 한국과의 4강전에서 쐐기 골을 성공시킨 장신 공격수 타랄 미샬 선수도 이번 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사우디는 공격 진영 선수들의 테크닉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미드필드에서의 공격 진행이 단조롭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은 실점과 효율적인 축구는 이제까지 사우디 축구와는 다른 새로운 컬러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렇기에 토너먼트 경기에서 사우디의 우승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봅니다. 거기다 사우디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수월한 조에 편성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팀이지요. 타 팀들과의 전력 차가 크다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4강 진출까지도 무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2) 우즈베키스탄
C조에서 이라크와 함께 8강 진출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팀입니다. 이 팀은 라브샨 하이다로프 감독이 지도 중인데요, 3-5-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팀으로 팀 내 상당수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의 명문 클럽 팍타코르 소속입니다.
이 팀에서 눈여겨볼 선수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스트라이커 막심 샤츠키크 선수입니다. 작년 올해의 아시아 선수에 노미네이트되었었고, 우크라이나의 명문 클럽 디나모 키에프 소속으로 두 차례나 리그 득점왕에 등극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샤츠키크는 소속팀에서의 경기를 위해 아시안 컵 불참의 뜻을 밝혔는데요, 이와 함께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 중인 빅토르 카르펜코와 시닉 야로스라플까지 소속팀의 인터토토 컵 출전을 위해 불참을 결정하면서 팀 전력의 깊이가 상당히 떨어진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커다란 전력손실은 우즈베키스탄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로코모티브 모스코우 소속의 플레이메이커 블라드미르 마미노프 선수가 수술대에 오르면서 대회 참가가 불가능해진 점입니다. 이 선수는 유럽 축구를 열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모나코와의 16강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모습을 비롯해 가끔씩 그 모습을 접할 수 있으셨을 겁니다.
이러한 전력 누수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은 블라드미르 시셀로프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과 에브진 사포노프를 주축으로 한 수비진을 구성하면서 전력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특히 블라드미르 시셀로프 선수는 샤츠키크가 빠진 공격 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로 앙꼬 없는 찐빵이 되어버린 우즈베키스탄의 스쿼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스타플레이어입니다.
경쟁국인 이라크 역시 최근 팀 상황이 좋지만은 않기에 전력이 약화된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서도 8강 진출까지는 충분히 노려볼 만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3) 이라크
이라크는 최근까지 의욕적으로 팀을 이끌어 왔던 슈탕게 감독이 자리를 내어 놓고 독일로 떠나면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슈탕게 감독이 이라크를 떠난 이유는 다름 아닌 안전상의 문제였는데요, 이라크의 현재 상황이 굉장히 안 좋은 점을 반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슈탕게 감독은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팀을 이끌면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 왔는데, 최근 들어서 경호를 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대표팀 감독에서 사임하고 이라크를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라크는 한국, 일본과 함께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게 된 팀들 중 한 팀인데요, 이 팀의 경우에는 올림픽 대표팀이 아시안 컵에 참가하는 형식으로 대표팀을 꾸렸습니다. 즉, 아시안 컵 이후 바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스케줄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세 명의 와일드카드를 합류시킨 23세 이하의 선수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23세 이하 선수들 중에 국가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A대표와 큰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3-5-2 포메이션을 중용하는 팀이고, 사우디 알 나사르에서 뛰는 테크니션 나샷 아크람 선수가 공격을 풀어나가는 게임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포워드 라인의 요니스 마모드 선수 역시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스트라이커이며, 이라크 최고의 신성으로 평가받고 있는 에마드 모하메드 선수도 포워드 라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 선수는 20살밖에 되지 않은 선수이지만 AC 밀란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는 등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이번에 브루노 메추가 감독으로 가게 된 카타르 알 이티하드 클럽에서 14경기 17골을 기록한 것만 보아도 그의 대단함을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가세한 와일드카드 라자크 파르한까지 포함한다면 이라크는 공격진의 개인 기량에 있어서 이번 대회 출전국 중 어느 팀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비진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리베로 하이다르 자바르 선수의 리드 하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리베로 시스템을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라크는 실질적인 전력 상 우즈베키스탄에 비해서 한 수 우위에 있지만 지금 이라크의 국내 사정과 감독이 떠나버린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즈베키스탄을 꺾을 수 있다고 쉽게 예측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선수들이 얼마나 정신적인 공황을 회복해 나가느냐가 이라크의 8강 진출에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4) 투르크메니스탄
C조 최약체로 손꼽히는 팀입니다. 디다르클리치 우라조프와 블라드미르 바이라모프, 포워드 두 명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팀으로 훈련 기간과 선수 구성, 최근의 성적 등 모든 면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고 있는 팀입니다. 하지만 두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콤비네이션을 잘 이루어내고, 상대방의 화력을 적절히 봉쇄할 수 있는 지능적 전술만 가동한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C조에서 마지막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3. D조
- 죽음의 조, 오만의 돌풍은 가능할 것인가? -
(1) 이란
선수들의 면면으로만 보았을 때 이번 대회 최강팀은 이란임에 분명합니다. 비록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의 이적이 결정된 하세미안의 대표팀 합류는 무산되었지만 그들은 명실상관 최고의 스타들로 구성된 팀입니다. 이란은 70년대 아시아 3연패를 이루었던 영광을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지니고 있지요. 감독은 아시안 게임 때 한국을 꺾었던 감독인 크로아티아 출신의 이반코비치 감독입니다.
그럼 이 팀의 스타들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지요.
지난 해 아시아 최고의 선수인 마흐다비키야의 존재는 그들에게 엄청난 위력입니다. 마흐다비키야는 최근 함부르크 SV 팬 투표에서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으며, 유럽 빅 클럽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아시아 스타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그는 칼날 같은 크로스와 날카로운 돌파, 저돌적인 파이팅을 겸비한 아시아 최고의 윙 플레이어로 평가받고 있지요. 데드볼 처리 능력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유한 그가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라는 점을 부인하는 축구팬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알리 카리미 선수 역시 대표팀에서 맹활약 중인데요, 이 선수는 빠른 스피드와 테크닉을 겸비한 뛰어난 플레이메이커 겸 포워드로 유럽의 클럽들로부터도 상당히 많은 영입제의를 받은 선수입니다. 현재는 UAE에서 활약 중이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수이자 이란 팀의 리더인 아시아의 전설적 포워드 알리 다에이 역시 이번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됩니다. 알리 다에이는 현재 전 세계 A매치 최다 골 기록을 계속해서 갱신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까지 94골. 정말 엄청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리 다에이는 최근까지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매 경기 득점포를 가동하며 이란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데요, 중요한 점은 중국의 하오하이둥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알리 다에이는 자신의 능력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란 선수들의 다에이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그의 존재는 이란에게 또 다른 플러스 요인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비라인의 불안은 이탤리에서 활약 중인 라자에이 선수의 합류로 어느 정도 덜었고, 스트라이커 파르하드 마지드 선수의 불참과 주력 미드필더인 나비드키야의 부상이 안타깝긴 하지만 최근 들어 올림픽 대표 출신의 후세인 카비와 아라시 보르하니 선수가 합류하면서 공격 라인에 있어서는 이번 대회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한 것으로 보입니다.
죽음의 조에 속해있긴 하지만 그들의 예선통과에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그들이 지난 두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와 마주칠 가능성은 정말로 높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과 이란 중 일본이 훨씬 수월한 상대가 되리라 생각하는데요, 그 얘기는 그만큼 이란의 전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라고 할 수 있지요. 이반코비치 감독의 말처럼 아시아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들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2) 일본
지난 대회 일본은 분명 다른 아시아 팀들에 비해서 레벨이 다른 전력으로 임했었습니다. 미드필드에서의 패스는 탁월했으며 뛰어난 개인 기량을 이용한 그들의 세련된 플레이는 비교적 손쉬운 우승을 그들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상황은 그 때에 비해 훨씬 더 안 좋아져 있습니다. 유럽파의 상당수가 빠진 점은 뒤로 하더라도 그들의 최근 플레이가 예전의 그것만큼 아시아권에서 탁월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일본은 나카타와 오노, 다카하라, 이나모토가 부상과 올림픽 출전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또한 최근 들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줘 왔던 포워드 구보까지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그들의 전력은 현재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미드필드 진영이야 나카무라 슌수케를 중심으로 후쿠니시와 엔도, 산토스와 같은 좋은 선수들이 존재하기에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구보마저 빠져나간 포워드 진은 허약해 보이기만 합니다. 젊은 시절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듯한 야나기사와와 스즈키, 그들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모토야마와 타마다, 나가이 등이 포진한 포워드 진영은 다른 아시아 정상급 팀들에 비해서 그 무게감이 상당히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최근 들어서 예전에 비해 끈끈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그들의 전력에서 유일하게 플러스된 요소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이 이란을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그들의 전력 구성이 이란의 그것에 비해 위에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8강, 결승 어느 곳에서 만나던 대한민국이 충분한 우위를 보일 수 있고, 또 보여줘야만 하는 현재 일본의 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상급 전력을 가동하지 않은 디팬딩 챔피언의 오만한 태도가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3) 오만
이번 대회 최고의 복병이 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D조에 속해 있다는 점이 8강 진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감독은 체코 출신의 마찰라 감독인데요, 다른 팀의 감독들이 가시밭길을 걸어온 것과는 달리 최근의 성과를 바탕으로 2006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하며 순탄한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팀 역시 상당히 젊은 선수들 위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팀이고, 선수들을 컨디션에 따라서 자주 바꾸어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만에서 가장 중심축이 되는 선수는 골키퍼 알리 알 합시 선수인데요, 이 선수는 노르웨이 SFK 린에서 활동 중으로 놀라운 순발력과 판단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공식경기에서도 계속해서 놀라운 선방들을 보여준 바가 있으며 걸프 컵에서는 최우수 골키퍼 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공격진의 경우에는 바데르 무바락 선수가 주축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선수는 발재간이 좋고, 빠른 포워드인데요, 얼마 전 싱가폴과의 월드컵 예선에서는 프리킥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할 정도의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라고 합니다. 올해 초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수인데,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오만은 8강권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 하지만 조 편성이 너무나 좋지 않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을 절대로 낮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꺾었던 오만이 이번 대회에 이란이나 일본을 잡고 새로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한 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4) 태국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 투르크메니스탄과 함께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는 팀입니다. 얼마 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4 대 1로 패한 후 탁신 총리까지 나서서 팀을 맹비난했고, 카르발요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나 청소년 대표팀으로 복귀했으며, 현재는 차차이 파올파헷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팀에도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는 선수가 있지요? 바로 태국의 전설적인 공격수 세나무앙 선수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 선수는 최근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습니다. 세나무앙 선수와 함께 중앙 수비수이자 프리킥 마술사인 두싯 차레름산, 베트남 리그에서 같이 활약 중인 타완 스리판까지 세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체력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지요. 거기다 주전 전력감인 사케산 피루라타나 선수와 자투퐁 통수크 선수는 부상으로 대회 참가가 어려워졌고, 타와차이 담롱 옹클라옹 선수 역시 부상으로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어 버리니 팀은 거의 2군 전력에 가까운 멤버로 대회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지요.
태국은 최근 들어 4-5-1 포메이션을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닥사코른 통글라오와 작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MVP 테르드삭 차이만이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두터운 미드필드 라인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포워드 라인에는 아마도 사라욧 차이캄디 선수가 세나무앙을 대신해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기량 면에서 세나무앙을 대신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이 팀의 상황을 보면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태국이 속해 있는 조가 ‘죽음의 조’라는 것을 감안해 보았을 때 결국 태국의 관건은 승점을 얻느냐 못 얻느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4. B조
- 대한민국의 비상을 꿈꾸며 -
(1) UAE
UAE는 2년 여 팀을 이끌던 로이 호지슨 감독이 경질된 후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요다르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시켜 팀을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예선에서의 실망스러운 결과로 얼마 전 네덜란드 출신의 아스 데 모스 감독을 영입하며 코칭스태프를 새로 임명했습니다. 즉,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서 UAE도 최근 훈련을 시작했지요.
이 팀의 경계 대상 1호는 당연히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 이스마엘 마타르 선수입니다. 이 선수는 정말 엄청난 테크닉을 보유한 UAE 최고의 신성이지요. 작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MVP이기도 하구요. 혹자는 그를 지단에, 혹자는 웨인 루니에 비교하기도 하더군요. 특이한 것은 본프레레 감독이 이 선수를 발굴한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아마도 적절한 대비책을 본프레레 감독이 마련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두 번째 경계 대상은 지난 시즌 알 아인의 아시안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모하메드 오마르 선수입니다. 이 선수는 체격 조건도 좋고, 골문 앞에서의 움직임이 뛰어난 포워드로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선수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부상 상태이기에 대회 참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또한 측면에서 날카로운 돌파와 크로스 능력을 겸비한 살렘 카미스 선수 역시 경계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비 라인은 지금까지 모하메드 카심이 이끄는 3백을 이용했었는데, 감독이 최근에 바뀌었기에 어떤 전술로 임하게 될 지는 확실히 모르겠군요.
UAE는 공수의 균형이 어느 정도 잡혀 있는 팀이지만 전통적으로 한국에 약하다는 점과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쉽게 경기를 내주는 팀임을 감안해 보았을 때 대한민국의 적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 쿠웨이트
한국의 천적으로 유명한 쿠웨이트입니다. 조 편성 이후에도 쿠웨이트의 여러 관계자들은 한국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지요. 이 팀은 모하메드 이브라힘 감독이 이끌고 있는 팀인데요, 예전 쿠웨이트의 위상에 비해 최근 들어 그 전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입니다. 특히 지난 아시안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난투극으로 상당 수 선수들이 징계를 받았던 점은 전력의 굉장한 마이너스 요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쉬밥 칸코니 골키퍼가 버티고 있는 골문과 수비는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편으로 최근 경기에서 대량 실점을 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공격진에서는 주장인 바샤르 압둘라 선수가 붙박이 스트라이커로 활약 중인데요, 이 선수는 테크닉이 좋고 빠른 포워드로 알 후와이디 선수의 은퇴이후 쿠웨이트 최고의 간판 스트라이커입니다. 문제는 이 선수의 공격을 받쳐주는 바데르 알 무타와 선수의 출전 여부인데요, 이 선수도 징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 홍콩과의 월드컵 예선에 출전했더군요. 이 선수의 합류가 확실하다면 둘의 콤비네이션을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쿠웨이트의 모습은 예전 한참 잘 나갈 때의 모습이 아닙니다. 특히 미드필드 라인의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쿠웨이트 징크스를 보기 좋게 떨쳐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쿠웨이트는 요르단, UAE와 함께 치열한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3) 요르단
오만과 함께 이번 대회 최고의 복병입니다.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이기도 한데요, 만약 우리가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의외로 덜미를 잡혀 버린다면 엄청나게 고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요르단이 한국을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 팀이 아메르 사피 골키퍼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우리에게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임에 분명합니다. 아마도 우리와의 경기에서 카운트 어택을 중심으로 한 전술을 펼칠 것이 분명하고 이 전술로 이란까지 무너뜨린 경험이 있는 팀이니까요.
공격진에서는 플레이 메이커 모아야드 만소르 선수를 중심으로 적절한 공격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포워드인 하이탐 알 쉬볼과 바드란 알 샤크란 선수가 전방에서 한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나즈 알 즈본 선수 역시 경계 대상인데요, 측면 미드필더나 쳐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는 선수로 무서운 개인 돌파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합니다.
알 고하리 감독은 조추첨 결과를 보고 8강 진출을 자신했는데요, 이는 현재 요르단의 전력이 얼마나 급상승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현재 전력으로는 UAE나 쿠웨이트보다 8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요, 큰 대회에서의 경험이 적다는 점이 아마도 가장 큰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첫 경기에서 우리가 공격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역습을 잘 차단하면서 승리를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팀을 만들어서 단 한 경기를 치룬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력을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국내 축구를 많이 봐 오신 분들이라면 현재의 전력에 대한 대략적인 평가도 설 것이구요.
그냥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이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난 수차례의 아시안 컵에서 보여줬던 힘없는 모습들, 상대의 위협에 어깨를 움츠리던 나약함, 무너진 정신력으로 그라운드를 걸어 다니는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에 화가 나서 TV 리모콘을 던져 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분통이 터져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습니다.
부디 아시안 컵에 대한 욕심을 통해 아시아 축구에 대한 존경과 애착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의의 경쟁만큼이나 단합된 팀웍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심판에 대한 지나친 불만보다는 강자의 여유로움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겼을 땐 너그럽게 상대를 배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쉴 새 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며 그들을 제압하고, 우리가 진정한 아시아의 맹주라는 자부심을 축구팬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TV를 껐을 때, 내가 대한민국의 축구팬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승컵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