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1994년 1차
『삼국유사』에 나오는 다음 설화를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경사(京師)*의 만선북리(萬善北里)에 사는 한 ㉠과부가 남편 없이 잉태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나이 열두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하고 일어서지도 못 하여 사복(蛇福)이라 불렀다. (나)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죽었다. 그 때 원효(元曉)가 고선사(高仙寺)에 머물다가 사복을 보고는 맞이하여 예를 올리니, 사복은 답배(答拜)를 하지 않고 말하기를, "그대와 내가 옛날 불경을 싣고 다니던 ㉢암소가 지금 죽었으니 우리가 장사를 지내는 것이 어떻겠는가?"하였다. 원효가 승낙하자 함께 집에 가서 사복은 원효로 하여금 포살수계(布薩授戒)*를 하도록 하였다. 원효가 시체 옆으로 가서 말하기를, "태어나지 말지어다, 죽기가 괴롭다. 죽지 말지어 다, 태어나기가 괴롭다." 하니, 사복이 "말이 번거롭다." 라고 하고는 다시 "죽고 사는 것이 괴롭다." 라고 말하였다. (다) 두 사람이 상여를 메고 활리산(活里山) 동쪽 기슭에 이르렀다. 원효가 말하기를, "㉣지혜호(智惠虎)를 지혜림(知惠林) 가운데 장사지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했다 사복이 이에 게(揭)*를 지었다. 옛날 ㉤석가모니 불이 사라수* 사이에서 ⓐ 열반(涅槃)에 들었는데, 지금 역시 그 같은 자가 있어 연화장계관(蓮花藏界寬)*에 들어가려 하네. (라) 말을 마치고 띠풀을 뽑으니 아래에 시원하고 청허(淸虛)한 다른 세계가 있었는데, 칠보난간에 누각이 장엄하여 거의 인간 세상이 아니었다. 사복이 시체를 업고 그 땅 속으로 들어가니 곧 다시 합쳐지고, 원효는 돌아왔다. (마) 그 후에 사람들이 금강산 동남쪽에 절을 지어 도량 사(道場寺)라 부르고, 매년 삼월 열나흗, 날이면 법회를 열었다. 사복이 세상에 온 응험(應驗)이 이것뿐이어서 항간에서는 황당한 말로 써 덧붙이고 있으니 우습다.
* 경사(京師) : 서울, 여기서는 경주를 가리킴 포살수계(布薩授戒) : 불교 의식의 하나 게(揭) : 부처를 찬미하는 시가 사라수 : 상록수의 일종 연화장계관(蓮花藏界寬) : 부처님이 산다는 장엄한 세계 |
1. ㉠∼㉤ 중, 동일 인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해설: ㉠,㉡,㉢,㉣은 사복(蛇福)의 어머니를 가리키고, ㉤은 부처를 가리킨다. 답⑤
2. ⓐ와 바꾸어도 의미가 같은 것은? [0.8점]
①입적(入寂)하였는데 ②출가(出家)하였는데 ③환생(還生)하였는데 ④득도(得道)하였는데 ⑤초탈(超脫)하였는데
해설: '열반에 들다'는 것은 불가에서 죽음을 가리키는 말로 '입적'과 같다. 답①
3. (다)의 □ 속의 게(揭)와 표현의 방법이 유사한 것은? [1.2점]
①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② 물결은 어데로 흘러가기에 / 아름다운 목숨 싣고 갔느냐
③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④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해설: 게(揭)에 나타난 표현 방법은 대구이다. ③은 '하늘-땅', '구름-바람', '되라 하고-되라 하네' 등 대구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답③
4. (가)∼(마) 중, 글쓴이의 주관이 직접적으로 나타난 것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해설: (가)∼(라)는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인 데 반해, (마)는 그에 대한 글쓴이의 논평인 '사복이∼우습다'가 들어가 있다. 답⑤
5. (가)∼(마) 중, 초월 세계의 형상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해설: '초월 세계'는 (라)의 '청허한 다른 세계'에 해당한다. 답④
1994년 2차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그리고 통인이 도장을 받아서 찍었다. ㉠그 뚜욱 뚜욱 하는 소리는 저 엄고(嚴鼓) 치는 소리와 같고, 그 찍어 놓은 꼴은 마치 북두성이 세로 놓인 듯이 삼성(參星)이 가로 질린 듯이 벌여 있다. 뒤를 이어서 호장(戶長)이 증서를 한번 읽어 끝내었다. 부자는 한참 머엉하다가 말했다. "양반이 겨우 요것뿐이란 말씀이우? 내가 듣기엔 양반하면 신선이나 다름없다더니, 정말 이것뿐이라면 너무도 억울하게 곡식만 몰수당한 것이어유, 아무쪼록 좀 더 이롭게 고쳐 주시기유." 군수는 그제야 부자의 요청에 의하여 증서를 고쳐 만들기로 했다. "㉡대체 하늘의 백성을 낳으실 제, 그 갈래를 넷으로 나누었다. 이 네 갈래의 백성들 중에서 가장 존귀한 이가 선비이고, 바로 선비를 불러 '양반'이라 한다. 이 세상에선 양반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들은 제 손으로농사도 장사도 할 것 없이 옛 글이나 역사를 대략만 알 정도이면 곧 과거를 치러 크게 되면 문과요, 작게 이루더라도 진사는 떼어 놓은 것이다. 문과의 홍패(紅牌)야말로 그 길이가 두 자도 못 되어 보잘것 없지만 온갖 물건이 예서 갖추어 나게 되니 이는 곧 돈자루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진사에 오른 선비는 나이 서른에 첫 벼슬을 하더라도 오히여 늦지 않아서 이름 높은 음관(蔭官)이 될 수 있다. 비록 그렇지 못해서 궁한 선비의 몸으로 시골살이를 하더라도 오히려 무단적인 행위를 감행할 수가 있다. ㉢이웃집 소를 몰아다가 내밭을 먼저 갈고 동네 농민을 잡아 내어 내 김을 먼저 매게 하되 어느 놈이 감히 나를 괄시하랴. 잿물을 네놈의 코에 바르고 상투를 잡아 매며 수염을 뽑더라도 원망조차 못하리라." 증서가 겨우 반쯤 이룩되었다. 부자는 어이가 없어서, "아이구, 그만두시유 제발 그만두셔유. 참, 맹랑합니다 그려. 당신네들이 나를 도둑놈이 되라하시유." 하고, 머리를 흔들면서 달아나 버렸다. (나) 천생만민(天生萬民) 필수지직(必受之職) 직업이 다 다르다. 사(士) 농(農) 공(工) 고(賈) 네가지에 우리의 배운 직업 배장사가 직업이라. 바다에 배를 타고 상고(商賈)로 가옵는데 인당수 용왕님은 인제수(人祭需)를 받는 고로 황주 땅 도화동에 십오세심청 여자 인물이 일색이요 온몸에 흠이 없고 효행 이 출천(出天)키로 중가(重價) 주고 그 몸 사서 목욕재계(沐浴齋戒) 단장시켜 제수로 바치오니 흠향(歆饗) 받자 하옵시고 대해 만리 가는 우리 밤이면 석을 잡고 낮이면 돛을 달아 배도 무쇠배가 되고 닻도 무쇠닻이 되어 억만금 퇴를 내어 춤추고 돌아오게 점지하여 주옵소서. 북을 둥둥 울리면서 심청아 시급하다 어서 급히 물에 들라. 심청이 거동 보소. 뱃머리에 나서 보니 새파란 물결이며 울울울 바람소리 풍랑이 대작하여 뱃전을 탕탕 치니 심청이 깜짝 놀라 뒤로 퍽 주저앉으며, 애고 아버지 다시는 못 보겠네. 이 물에 빠지면 고기밥이 되겠구나. 무수히 통곡타가 다시금 일어나서 바람맞은 사람같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치마폭을 무릅쓰고 앞니를 아드득 물고, 애고 나죽네, 소리하고 물에 풍 빠졌다 하되 ㉣그리하여서야 효녀 죽음 될 수 있나. 두 손을 합장하고 하느님 전 비는 말이, 도화동 심청이가 맹인 아비 해원(解寃)키로 생목숨이 죽사오니 명천(明天)이 하감(下感)하사 캄캄한 아비 눈을 불일내(不日內)에 밝게 떠서 세상 보게 하옵소서. 빌기를 다한 후에 선인들 돌아보며, 평안히 배질하여 억십만 금퇴를 내어 고향으로 가올 적에 도화동 찾아 들어 우리 부친 눈 떴는가 부디 찾아보고 가오. |
1. (가)의 '군수'와 (나)의 '심청'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를 <보기>에서 바르게 찾은 것은?
ⓐ 인물에 대하여 거리를 둔다. ⓑ 인물에 대하여 거리를 두지 않는다. ⓒ 상황에 따라 거리를 두기도 하고, 두지 않기도 한다. |
군수 심청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해설: (가)는 등장 인물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3인칭의 객관적 태도로 서술하고 있고, (나)는 객관적인 묘사와 함께 심청에 대한 서술자의 애정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3인칭 서술과 1인칭 서술이 혼합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거리를 두기도 하고 두지 않기도 한다. 답②
2. (가), (나)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사건 전개의 매개항은?
①품위(品位) ②권력(權力) ③체면(體面) ④금전(金錢) ⑤명예(名譽)
해설: (가)는 부자가 돈으로 양반 증서를 사는 장면을, (나)는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돈에 팔려가 인당수에 뛰어들기 직전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답④
3. ㉠에서 부자가 느낄 수 있는 느낌에 가장 가까운 것은?
① 장쾌(壯快)하다 ② 침중(沈重)하다 ③ 냉혹(冷酷)하다 ④ 엄숙(嚴肅)하다 ⑤ 은은(隱隱)하다
해설: 예로부터 별은 임금이나 신을 상징해 왔으며, 엄고 소리(궁궐의 북소리)는 임금의 명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따라서 '엄고 치는 소리', '북두성이 세로 놓인 듯', '삼성이 가로 질린 듯'이라는 표현은 부자가 양반이 되는 순간에 느끼는 엄숙함을 나타낸다. 답④
4. ㉡과 상반된 관점이 드러나는 것은?
① 이 아희 비록 영웅이오나 천생(賤生)이라 무엇에 쓰리오. 원통하다 부인의 고집이여.
② 남녀가 유별하니 비록 천인의 딸이라도 제 스스로 남자를 만남이 옳지 못하거늘 하물며 양반의 딸이야 말하여 무엇하리.
③ 옛사람이 이르기를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씨없다 하였는데, 세상 사람이 모두 부형(父兄)을 부형이라 부르되 나는 홀로 그러지 못하니 어인 인생인가.
④ 이제 너희들이 양순한 백성과 충실한 일꾼으로 이렇듯 참혹한 지경에 이르렀거늘 벼슬한 이가 길을 트지 않는 것은 천리에 어그러짐이니.
⑤ 나는 공경대부(公卿大夫)의 지위를 차지하지 않았으면서, 농민의 곡식을 어찌 앉아서 먹고 공인의 그릇을 어찌 앉아서 쓰고 상인의 재물을 어찌 앉아서 통용한단 말인가. 마땅히 선비의 내실을 구하며 정진하리라.
해설: ㉡은 신분 질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의 서술이고, ③은 '왕후장상에 씨 없다.'는 구절에서 보듯이 만민 평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서술이다. 답③
5. ㉢에서 이야기 방식이 대화의 형태로 바뀐 이유를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독자에게 구체적인 장면을 제시하여 실감나게 하려고 ② 부자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매매를 포기시키려고
③ 부자에게 증서의 내용을 의심하게 하려고 ④ 부자에게 양반의 속마음을 깨닫게 하려고
⑤ 독자에게 백성의 궁핍상을 알게 하려고
해설: ㉢은 양반 문서의 내용을 설명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구체적 상황과 장면을 동원하여 서술함으로써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답①
6. ㉣과 같은 목소리 형태가 나타나는 것은? (1.2점)
① 향단이가 내달으며 절하고 여짜오되, 대감 대부인님 기체 안녕하옵시며 서방님 천 리 행차 평안히 오시오니까. 어사또가 대답하되, 오, 모시고 잘 있더냐. 춘향이 자던 방문 춘향이 갇힌 후에 잠가둔 지 오래구나.
② 어사또가 구경하다 건너 두렁 바라보니 갓 쓰고 중치 막에 긴 담뱃대 중동 쥐고 삼사 인이 앉았거늘 상민인줄 짐작하고 그 옆으로 건너가서 혼잣말로 말을 붙여, 농사를 아니 잃고 백성들이 즐겨하니 본관(本官)이 명관(名官)이제.
③ 춘향이 하는 말이, 오늘 저녁 님 오시니 나는 아니 죽네. 좋을씨고 좋을씨고, 어사또 할 말 없어 듣기만 하는구나. 다른 가객 몽중가는 옥중에서 어사보고 수다를 떤다는데 이 사설짓는 이는 신행길을 차렸으니 좌상 처분 어떠한지.
④ 장독 위에 은신하고 동정을 살펴보니 후원에서 사람소리 은은히 들리거늘 가만히 엿보니 춘양 어미 소리로다. 황토로 단을 묻고 정화수 한 동이를 소반 위에 받쳐 놓고 그 앞에가 꿇엎디어 지성으로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⑤ 논 가는 농부 하나 한 쟁기에 두 소 매어 논을 한참 갈아 가다 논두렁에 쉬어 앉아 담뱃대를 쑥 잡아 빼 떨어서 헛김나는 아래통을 아드득 바싹 돌려 쌈지의 가루담배 한 줌 내어 맑은 침 흰 가래침 와락 툭탁 뱉어서 손 위에 도두 놓고.
해설: ㉣은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편집자적 논평에 해당된다. ③에서 '다른 가객' 이후의 부분도 이와 유사하다. 답③
1995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아니리] "어, 차마 못 보겠다 내가 어사 된 것이 선영 덕택인 줄 알았더니, 예 와 보니 춘향 모 정성이 반이나 되겠구나. 저러헌 형상에 이 모양으로 들어가면, 저 늙은이 성질에 괴변이 날 테니 잠시 속일 수밖에 없지." 어사또가 춘향 모를 속여 부르는디, 꼭 이렇게 부르것다. "이로너라, 이로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 춘향 모 울다가 깜짝 놀라, "향단아, 이것이 뭔 소리다냐?" (가) 향단이도 어찌 놀랬던지, / "비 올라고 천둥헝개비요" "너의 애기씨 돌아가시게 된, 성조 자신이 발동을 하였는가, 어느 놈이 술 담뿍먹고 와서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는 소리를 허는지, 나가서 좀 보고 오너라."(중략) [중모리] 어사또 목이 메여 춘향 손을 ⓐ부여잡더니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내가 이것이 웬일이냐, 부드럽고 곱던 손길이 피골(皮骨)이 상연(相連)쿠나." ㉠"나는 이게 내 죄요마는, 서방님은 웬일이요?"/ "나도 역시 팔자로다." "서방님을 잠시라도 뵈오니 이제 죽어 한이 없나이다. 내일 본관 사또 생신 잔치 끝에 나를 올려 죽인다니, 서방님은 먼 데 가지 말고 옥문 밖에 서겼다가, 날 올리라 영(令)이 내리거든 ⓑ칼머리나 들어주오. 나를 죽여 내어 놓거든 다른 사람 손대기 전에, 싹군인 체 달려들어 나를 업고 물러나와, 우리 둘이 인연 맺던 부용당(芙蓉堂)에 나를 누이고 서방님 속옷 벗어 입혀 주고 나를 묻어 주되, 신산(新山) 구산(舊山) 다 버리고 서울로 올라가서, 선대감(先大監) 제절 하(除節下)에 ⓒ은근히 묻어 주고, 정조 한식(正朝寒食) 단오 추석 선대감 세제(時祭) 잡순 후, 주과포혜(酒果脯醯) 따로 차려 놓고술 한잔 부어 들고, 나의 무덤우에 올라서서 발 툭툭 세 번 구르고, '춘향아' 부르시고, '청초(靑草)는 우거진디 앉었느냐 누었느냐? 내가 와 주는 술이니 ⓓ퇴(退)치 말고 많이 먹어라." 그 말씀만 하여 주오. 그 말 밖에 할 말 없오." 어사또 목이 메어 눈밀이 ⓔ듣거니 맺거니,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우지 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애 춘향아, 우지 마라. 상여(喪輿)탈지 가마를 탈지 그것이야 누가 알겠느냐마는, 천붕우출(天崩牛出)이라 하였느니 솟아날 굼기가 있느니라. 오늘밤만 죽지를 말고 내일 날로 상봉하자." [아니리]"춘향아, 내가 너더러 할 말이 있다마는… ." 춘향 모 이 말 듣더니, ㉡"자네 누구 땜세 말 못 허는가, 나 있다고 말 못 허는가?" "향단아, 마나님 잘 모시고 어서 집으로 가거라." "서방님, 마나님 하시는 말씀 곡해(曲解)마시고 집 으로 가사이다." "그런 게 아니다. 나는 볼 일이 있어 같이 못가니, 내일 아침이나 잘 지어 놓아라." 향단이와 춘향 모는 울며불며 집으로 돌아가고, 어사또는 객사(客舍)로 들어가 거사(擧事)할 일을 생각할 제 날이 차차 밝아 오니, (하략) - 정정렬 판 「춘향가」에서 |
1.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춘향의 심리 상태는?
① 과거를 뉘우친다. ② 더 살기를 단념한다. ③ 모친의 안부를 걱정한다. ④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린다.
⑤ 이 도령의 모습을 보고 분노한다.
해설: 춘향의 심리 상태는 사후(死後)에 대한 당부의 내용이 담긴 '중모리 부분'의 대사에 잘 드러나 있다. 답②
2. (가)의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제를 바꿈으로써 조바심을 갖게 한다. ② 해학을 통해 심리적 긴장을 이완시킨다.
③ 함축적 대화를 통해 사건의 결말을 암시한다. ④ 위기 상황을 조성하여 극적 흥미를 유발시킨다.
⑤ 방언을 구사하여 인물의 내면 심리를 알게 한다.
해설: 향단의 엉뚱한 대답과 춘향 모의 사설 등 해학적인 표현을 통해 희극미를 창조하여 긴장 상황을 완화시키고 있다. 답②
3. ㉠을 근거로 춘향의 인물됨을 적절히 말한 것은?
① 춘향이야말로 자기 희생적인 여인이지, 자기의 처지보다 이 도령의 신세를 걱정하고 있잖아.
② 춘향이야말로 정절의 여인이지, 이 도령과의 사랑을 위하여 본관 사또의 명을 거역하고 있잖아.
③ 춘향이야말로 현실적인 인물이지, 이 도령의 몰락한 모습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잖아.
④ 춘향이야말로 심성이 고운 인물이지, 이 도령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있잖아.
⑤ 춘향이야말로 의지가 강한 인물이지, 이 도령이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을 믿고 있잖아.
해설: 급박한 처지임에도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보다도 이 도령을 염려하는 대목이다. 답①
4. ㉡의 어조로 적절한 것은? (0.8점)
① 은근하게 ② 반기면서 ③ 슬퍼하면서 ④ 기대에 차서 ⑤ 못마땅해 하며
해설: 이 도령의 언행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춘향 모의 심리가 반말투 속에 담겨 있다. 답⑤
5. ⓐ∼ⓔ의 뜻풀이로 바른 것은?
① ⓐ - 살며시 잡더니 ② ⓑ - 칼자루나 잡아 주오 ③ ⓒ - 남몰래 묻어 주고 ④ ⓓ - 물러서지 말고
⑤ ⓔ - 나올 듯 말 듯
해설: ⓐ : 붙들어 잡더니, ⓑ : 조그만 고통이나마 덜게 도와 주오, ⓓ : 무르지 말고(거절하지 말고), ⓔ : (눈물 방울이) 떨어지거니 맺히거니. 답③
1996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승상이 길동의 모를 불러 가까이 앉으라 하여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려 왈, (가)"내 너를 잊지 못함은 길동이 나간 후에 소식이 돈절하여 사생존망을 모르니 내 마음에 이같이 사념이 간절하거든 네 마음이야 더욱 측량하랴? 길동이 녹녹한 인물이 아니라. 만일 살아 있으면 너를 저버릴 바 없으리라. 부디 몸을 가볍게 버리지 말고 안보하여 좋게 지내라. 내 황천에 돌아가도 눈을 감지 못하리로다." 하시고 인하여 별세하시니, 부인이 기절하시고, 좌우 다 망극하여 곡성이 진동하더라. 길현이 슬픈 마음을 억제치 못하여 눈물이 비오듯하며, 부인을 붙들어 위로하여 진정하신 후에 초상등절(初喪燈節)을 예로써 극진히 차릴새, 길동의 모는 더욱 망극 애통하니 그 정상이 잔잉(殘仍)하여 차마 보지 못하더라. 인하여 졸곡(卒哭) 후에 ㉠명산지지(名山之地)를 구하여 안장하려 하고 각처에 사람을 놓아 여러 지관을 데리고 산지를 사방으로 구하되 마땅한 곳이 없어 근심하더니, 이 때에 ⓐ길동이 서강에 다다라 배에서 내려 승상댁에 이르러 바로 승상 영위(靈位)전에 들어가 복지통곡하더니, 상인이 자세히 보니 이곧 길동이라. ⓑ대성통곡 후에 길동을 데리고 바로 내당에 들어가 부 인께 고하니, 부인이 대경대희하여 길동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왈, "네 어려서 집을 떠나 이제야 돌아오니 석사(昔事)를 생각하면 도리어 참괴한지라, 그러하나 네 그사이 삼사 년은 종적을 아주 끊어 어디로 갔었더냐? 대감이 임종시 말씀이 이러이러 하시고 너를 잊지 못하고 돌아가시니 어찌 원통치 아니하리오?" 하시고, 그 어미를 부르시니, ⓒ그 모 길동 온 줄 알고 급히 들어와 모자 서로 대하니 흐르는 눈물을 서로 금치 못하더라. 길동이 부인과 모친을 위로한 후 그 형장(兄丈)을 대하여 왈, "소제 그간은 산중에 은거하여 지리를 잠심(潛心)하여 대감의 ㉡말년유택(末年幽宅)을 정한 곳이 있사옵더니, 알지 못하겠구나! 이미 소점(所占)이 있사옵니까?" ⓓ그 형이 이 말을 듣고 더욱 반겨 아직 정하지 못한 말을 설화(說話)하고, 제인이 모여 밤이 새도록 정회를 베풀고, 이튿날 길동이 그 형을 모시고 한 곳에 이르러 가리켜 왈, "이 곳이 소제의 정한 땅이로소이다." 길현이 사면을 살펴보니, 중중한 석각이 험악하고, ㉢누누(壘壘)한 고총(古塚)이 수 없는지라. 심내에 불합(不合)하여 왈, "소제의 높은 소견은 알지 못하되 내 마음은 이곳에 모실 생각이 없으니 다른 땅을 점복하라." 길동이 거짓 탄식 왈, "이 땅이 비록 이러하오나 누대 장상지지(將相之地)어늘 형장이 소견이 불합하오니 개탄이로다!" 하고 도끼를 들어 수 척을 파하니, 오색 기운이 일며 청학 한쌍이 날아가는지라. 그 형이 그 거동을 보고 크게 뉘우쳐 길동의 손을 잡고 왈, "유형의 소견 ㉣절언대지(絶言大地)를 잃었으니 어찌 애닳지 아니 하리오? 바라나니 다른 땅은 없느냐?" 길동이 가로되, "이에서 한 곳이 있어도 길이 수천 리라 그것을 염려하나이다." 길현이 왈, "이제 수만 리라도 부모의 ㉤백골이 평안할 곳이 있으면 그 원근을 취사치 아니하리라." 한대 ⓔ길동이 함께 집에 돌아와 그 말씀을 설화하니, 부인이 못내 애달와 하시더라. 날을 가리어 대감 영위를 모시고 도중(島中)으로 향할새, 길동이 부인께 여쭈오되, "소자 돌아와 모자지정을 다 펴지 못하옵고, 또 대감 영위에 조석공양이 난처하오니 어미와 함께 이번 길에 함께하오면 좋을까 하나이다." 부인이 허락하시거늘, 직일 발행하여 서강에 다다르니 제군이 대선 한 척을 대후하였는지라. <홍길동전, 완판본> |
1. 윗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은 것은?
① 길동은 생모를 모시고 섬으로 떠난다. ② 길동의 생모는 첩의 신분을 벗어나 있다. ③ 길동의 아버지는 길동을 그리워한다.
④ 길동은 부친이 별세한 후 집에 돌아온다. ⑤ 길동은 아버지의 영위를 모셔가기 위해 형을 속인다.
해설: 길동의 생모는 천비 소생이기 때문에 첩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 생모의 신분 변동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답②
2. ㉠∼㉤중 의미하는 바가 다른 하나는?
① ㉠명산지지(名山之地 ) ② ㉡말년유택(末年幽宅 ) ③ ㉢누누(壘壘한)한 고총(古塚) ④ ㉣절언대지(絶쳐言 大地)
⑤ ㉤백골이 평안한 곳
해설: ㉠,㉡,㉣,㉤은 홍승상을 안장할 무덤(명당) 자리를 말한 것이고, ㉢은 길동이 정했다는 땅 주변에 있는 수많은 오래된 무덤을 말한다. 답③
3. ⓐ∼ⓔ중 (가)의 밑줄 친 부분이 암시하는 바가 실현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해설: (가)의 밑줄 부분은 길동이 뒷날 집에 돌아와 생모와 재상봉할 것을 암시하며, ⓒ는 모자 상봉 장면이다. 답③
4. 윗글에 나타난 길동의 심정과 가장 유사한 정서를 담은 것은?
① 아바님 가노이다 어마님 됴히 겨오
나란히 부리시니 이 몸을 잇젓내다
내년의 이 시절 오나도 기다리지 마라쇼셔
②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다냐.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난 제 구타여
보내고 그리난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③ 뫼한 길고 길고 물은 멀고 멀고
어버이 그린 뜯은 만코 만코 하고 하고
어듸셔 외기러기난 울고 울고 가나니
④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은 님 여희압고.
내 마암 둘듸 업서 냇가에 안자이다
져 물도 내 안 갓도다 우러 밤길 녜놋다
⑤ 심산(深山)의 밤이 드니 북풍이 더욱 차다
옥루고처(玉樓高處)에도 바람 부난게오
긴 밤의 치우신가 북두(北斗) 비겨 바래로라
해설: 길동이 집에 돌아왔으나 부친이 이미 돌아가신 뒤여서 부친의 영전에 엎드려 통곡한 후 유택을 빌미삼아 부친의 영위와 모친을 섬으로 모셔가는 장면이다. ①부모님과의 이별 ②이별의 한 ③부모에 대한 그리움 ④임과의 이별 ⑤임을 그리는 마음 답③
1997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김인복(金仁福)이 소시에 노상에서 한 시골 선비를 만났는데 수정 갓끈을 달고 있었다. ㉠그 갓끈이 너무 짧아서 겨우 턱 밑을 돌아갔다. 인복이 말을 세우고 채찍을 들어 읍하고 말하였다. ㉡"아, 아름답구나. 저 수정 갓끈이여! 천하일품이구려. 나의 가산을 기울여서라도 당신의 갓끈을 갖고 싶소." 그 사람이 묻기를, "당신 집이 어디요?" "내 집은 숭례문 밖 청파리라오. ㉢내일 아침에 배다리만 찾아오우. 게서 김인복이를 물으면 행길에 누군들 모르겠소." 서로 언약을 하고 헤어졌다. ㉣이튿날 인복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대문으로 들어섰다. ㉤인복이 마루 끝으로 나와 채마밭 머리에 평상을 내놓고 않게 하였다. 인복이 말을 꺼내었다. "우리집 논이 동성(東城) 흥인문(興仁門) 밖에 있는데 한 말을 뿌리면 곡식 석 섬을 먹는다오. ⓐ우리 집에 크기가 실로 낙산(酪山) 봉우리만한 소가 두 필이라우. 봄 이삼월 토양이 살풀리고 산골의 얼음이 녹아 시냇물이 졸졸 흐르기 시작하면 두 필 소에 쟁기를 달아 논을 갈고 써레질을 하여서 물을 싣는다오. 한 필지에 보통 15두(斗)를 파종하는 논이 여러 자리라. 팔월이 되어 논에 황금 물결이 일면 초승달 같은 낫을 대어 베어다가 타작을 하고 방아를 찧고 키질을 해서 옥처럼 닦이고 구슬처럼 정한 쌀을 솥에 넣고 불을 때어 밥을 지으면 기름이 자르르 밥술에 흐르고 구수한 맛이 혀끝을 감도는구만. ㈎ 지금 당신이 앉았는 채마밭은 또 좀 기름지고 걸어야지. 상추가 얼마나 잘 되는지. 삼사월경에 갈아서 거름을 흡족히 주면 이슬을 머금고 비를 맞아 잎이 파초처럼 너푼너푼 넘치도록 따 담는단 말씀야. 봄볕이 따뜻한 날 지바른 곳에 장독을 두고 장을 담그면 영락 달기가 벌꿀이요, 색깔이 말피라. 인천(仁川) 안산(安山) 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밴댕이가 장에 나오면 그 놈을 사다가 석쇠에 구울 제, 기름간장을 바르면 냄새가 코를 진동하것다. 그러면 상추를 물기를 탈탈 털어 손바닥 위에 벌여 놓고 기름이 흐른 올벼 쌀밥 한 숟갈을 뚝 떠서 달고 고소한 된장을 얹은 위에 노릿노릿 구워진 밴댕이를 올려 왜화(倭貨)*를 싸듯 쌈을 싼단 말씀이야. 그래 설랑 헤임령(惠任嶺)* 장사꾼짐 들어올리듯 두 손으로 들어올려, 종루(鐘樓)에 파루(罷樓)친 후에 남대문 열리듯 입을 떡 벌리고 밀어 넣는데……." 이 때에 그 사람도 따라서 입을 벌리다가 짧은 갓끈이 그만 뚝 끊어져 수정알들이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 "우리 집에 함경도의 세포(細布), 충청·전라도의 종면(綜綿), 평안도의 좋은 명주, 남경(南京)의 팽금(彭錦), 요동(遼東)의 모단(帽緞)*이 일곱 간 다락에 채곡채곡 쌓였지만 나는 갓끈을 살 수가 없소." 그 사람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이 절로 헤벌어져서 군침을 줄줄 흘리며 돌아갔다.
*왜화(倭貨) : 일본 무역품. *혜임령(惠任嶺) : 서울에서 서북 지역으로 갈 때 넘는 고개. *종면(綜綿), 팽금(彭錦), 요동(遼東), 모단(帽緞) : 각각 포목, 비단, 우단의 일종으로 당시 값나가던 옷감들. |
1.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사실과 과장을 적절히 안배하고 있다. ② 감각을 자극하는 묘사를 반복하고 있다.
③ 특정한 장면을 극대화시켜 부각하고 있다. ④ 개개의 사건을 인과 관계를 중심으로 엮고 있다.
⑤ 서로 연관된 일들을 특정한 곳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해설: (가)는 시간의 순서대로 과장을 섞어 감각을 자극하는 묘사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입을 벌리는 장면을 극대화시켜 부각시키고 있다. 인과 관계란 원인과 결과 사이에 필연성이 있어야 하므로 인과 관계를 중심으로 엮고 있다는 ②는 적절하지 않다. 답④
2. ㈏와 같은 발상으로 이루어진 표현은? [2점]
① 양덕 맹산 철산 가산 나린 물은 부벽루로 감돌아 들고, 임그려 우는 눈물은 베갯모로 돌아든다.
② 안방 금궤 안에 엽전 지전 은돈 금돈 가득가득 떼돈이 들었다한들 더 주자고 궤돈 헐까.
③ 사람을 사자 하니 사랑 팔 이 뉘 있으며, 이별을 팔자하니 이별 살 이 전혀 없다.
④ 돈 봐라 돈, 돈 봐라 돈, 눈에 대고 보면 삼강 오륜이 다 보이네.
⑤ 죽어 영이별은 문 앞마다 하건마는 살아 생이별은 차마 진정 못 하겠구나.
해설: (나)는 집에 값비싼 옷감들이 쌓여 있지만 갓끈을 살 수 없다고 약을 올리고 있다. ②또한 자신이 가진 보화를 자랑만 하고 베풀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에게 약만 올리고 있는 것으로 같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답②
3. ㉠∼㉤을 잘못 설명한 것은?
① ㉠은 김인복이 꾀를 내게 된 착안점이다. ② ㉡은 김인복이 시골 선비의 욕심을 부추긴 것이다.
③ ㉢은 김인복이 자신이 유명함을 과시한 것이다. ④ ㉣은 시골 선비가 상당히 안달이 났음을 보여 준다.
⑤ ㉤은 김인복이 시골 선비를 홀대한 것이다.
해설: ㉤은 김인복이 자신의 속셈을 관철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장소를 선택한 것이지, 선비를 홀대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답⑤
4. ⓐ와 같은 표현을 가리키기에 가장 적절한 말은?
① 과대망상(誇大妄想) ② 기고만장(氣高萬丈) ③ 구우일모(九牛一毛) ④ 능소능대(能小能大) ⑤ 침소봉대(針小棒大)
해설: ⓐ는 작은 것을 크게 부풀려서 과장하고 있다. 이에 적절한 말은 '작은 바늘을 큰 몽둥이'라고 하는 침소봉대(針小棒大)와 같은 표현이다.
·과대망상(誇大妄想):자기의 현실 상태를 과장해서 현실이거니 믿는 생각
·기고만장(氣高萬丈):일이 뜻대로 잘 될 때 기꺼워하거나, 성을 낼 때 그 기운이 펄펄 나는 일
·구우일모(九牛一毛):'많은 것에 섞인 아주 적은 것'의 비유
·능소능대(能小能大):모든 일에 두루 능함 답⑤
5. 김인복의 인물을 평가한다고 할 때 적절한 것은?[2점]
① 입심 센 익살꾼이군! ② 눈치 빠른 장사꾼이군! ③ 인정 없는 깍쟁이군! ④ 뒷심 없는 허풍쟁이군!
⑤ 질이 나쁜 거짓말쟁이군!
해설: 이 글로 볼 때, 김인복은 익살스럽고 과장된 말로 시골 선비를 골탕먹이는 입심 센 익살꾼이라고 할 수 있다. 답①
6. 김인복과 시골 선비의 관계를 <화자(話者) : 청자(聽者)>의 관계로 볼 때, 청자로서 시골 선비가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① 이야기를 경청하기 ② 이야기에 동의하기 ③ 이야기를 통해 연상하기 ④ 이야기에 비판적 거리 두기
⑤ 시선을 주어 관심을 표하기
해설: 시골 선비는 김인복의 말을 그대로 믿고 받아들임으로 해서 놀림을 당하고 있다. 이는 시골 선비가 김인복의 말을 비판적으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답④
1998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양 상서(楊尙書) 군대를 이끌고 전쟁에 나간 후로 승전보가 계속 날아오자 황제께서 태후를 뵙고 양상서의 공을 칭찬하여 가라사대. "양소유의 공은 곽분양* 이래 제일인이라. 돌아오기를 기다려 마땅히 승상을 시키려니와 오직 어매(御妹)*의 혼사를 오히려 정하지 못했으니, 마음을 돌이켜 순종하면 매우 좋겠으나 만일 다시 고집하면 공신(功臣)을 매양 죄주기도 어렵고 달리는 처치할 길이 없으니 이로써 염려하나이다." 태후 가라사대, "내 들으니 정씨 여자 매우 곱다 하고 양 상서와 서로 보았다 하니 상서 어이 즐겨 버리리요. 상서 나간 때를 타 정가(鄭家)에 조서(詔書)를 내려 다른 사람과 혼인하 게 함만 같지 못하도다." 황제께서 침음하여 결정하지 못하시다가 가시거늘, 이 때 난양 공주 태후를 모셨더니, "낭랑(娘娘)*의 말씀이 도에 어긋나오니 정씨 여자를 다른 집안에 보내고 안 보내고를 조정에서 지휘할 일이옵니까?" 태후 가라사대 "이 일은 너의 종신대사(終身大事)이니 본디 너와 의논하고자 하더니라. 양 상서의 풍류와 문채는 조정 신하 중에 비할 이 없을뿐더러 퉁소 한 곡조로 인연을 점지 받은 지 오래니 결코 양 상서를 버리고 타인에게 구혼은 못할 것이요. 상서와 정씨 여자의 혼인 논의가 평범한 것이 아니고 정분이 중하여 서로 버리지 못할 듯하니 이 일이 극히 난처한지라. 내 뜻에는 상서가 조정에 돌아오면 너와 혼인한 뒤에 정씨 여자로 첩을 취하는 것을 허락하면 상서 말이 없을 듯하되 다만 네가 원치 아닐까 하노라." 공주 아뢰되, "소녀는 평생토록 투기를 알지 못하니 어이 정씨 여자를 용납지 못하리이꼬, 다만 양 상서가 처음에는 처로 폐백을 들였다가 뒤에 첩으로 취함이 예에 어긋나는 듯하고, 정 사도는 여러 대(代) 재상을 한 집이라 그 딸이 첩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듯하니 이 일이 마땅치 아닐가 하나이다." 태후 가라사대, "이도 마땅치 않으면 네 뜻에는 어찌코자 하나뇨?" 공주 아뢰되, "제후(諸侯)에게는 세 부인이 있다고 했으니, 양 상서가 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크게는 왕이 되고 적어도 제후라, 두 부인을 둠이 외람치 아닐 듯하니 이로써 정씨 여자를 허락함이 어떠하니이꼬?" 태후 가라사대, "이는 불가하니, 같은 여염집 여자는 한가지로 부인이 됨이 방해롭지 아니하거니와 너는 바로 선제(先帝)의 끼치신 몸이라, 하물며 상이 사랑하시는 누이요 일신이 가볍지 아니하니 어찌 여염의 소소한 여자로 더불어 나란히 설 수 있으리요." 공주 아뢰되, "소녀 또한 소녀의 몸이 존중한 줄 아오되 옛 성스럽고 밝은 제왕(帝王)도 어진 사람을 공경하며 천자(天子)도 필부(匹夫)로 벗한 이 있으니, 소녀 물으니 정씨 여자가 얼굴 재조와 덕이 다 갖추어져 옛사람에게 내리지 아니리라 하니, 진실로 그러할 진대 저와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함이 무슨 혐의 있으리이꼬, 비록 그러하나 전문(傳聞)이 실상에 지나기 쉬우니 소녀의 뜻에는 아무 길로나 정씨 여자를 보아 용모 재덕이 소녀보다 나으면 마땅히 몸이 다하도록 우러러 섬기려니와, 만일 직접 보아 소문과 같이 못할 양이면 첩으로 삼으나 종으로 삼으나 낭랑의 임의로 처치하소서." 태후 이 말을 들으시고 차탄(蹉歎)하여 가라사대, "여자는 본디 남의 재주를 꺼리거늘 너는 남의 재주를 사랑하니 가히 아름답도다. 너의 재덕이 옛 사람에 지나도다. 내 또한 정씨 여자를 보고자 하나니 명일에 당당히 정씨 여자를 불러들여 보리라." - 김만중의 「구운몽(九雲夢)」에서 *곽분양 : 중국 당나라 장군 *어매(御妹) : 황제의 누이 *낭랑(娘娘) : 공주가 '태후'를 부르는 말 |
1. 윗글의 중심 화제는?
① 전공(戰功)을 세운 양 상서의 포상 문제 ② 정씨 여자에 대한 태후와 황제의 의견 대립
③ 공주의 혼인과 관련된 정씨 여자의 처리 문제 ④ 여러 부인을 두는 제후(諸侯)의 결혼 풍습 문제
⑤ 양 상서와 공주 사이의 원만하지 못한 애정 문제
해설: 이 글의 중심 화제는 '정씨 여자'를 공주와 마찬가지로 부인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첩으로 할 것인가의 처리 문제이다. 답③
2. 윗글에서 '공주'가 '정씨 여자'를 평가하는 기준은?
① 용모와 재덕 ② 세상의 평판 ③ 학문적 소양 ④ 가문의 지위 ⑤ 종교적 배경
해설: 본문의 대화에 나타나 있듯이, 소문을 확인해 만약에 '용모와 재덕'이 자신보다 나으면 우러러 섬기고 그렇지 못하면 첩이나 종으로 삼아도 관계치 않는다고 하였다. 답①
3. '공주'에 대한 '태후'의 태도를 잘 지적한 것은? [2점]
① 공주를 과신(過信)하고 있다. ② 공주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③ 공주에 대해 연민을 보이고 있다.
④ 공주의 언행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⑤ 공주에 대한 맹목적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해설: 태후는 처음에는 '정씨 여자'를 다른 사람과 혼인하도록 조서를 내리라고 황제에게 이야기를 하였으나 공주의 의견을 듣고 '정씨 여자'를 불러들일 것을 명하였다. 이는 공주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답②
4. 윗글에서 '태후'와 '공주'가 주고받은 대화의 특징은? [2점]
① 태후와 공주는 각자의 명분에 입각하여 주장하고 있다.
② 태후는 상황 논리를, 공주는 권위를 앞세워 주장하고 있다.
③ 태후와 공주는 각자의 상황을 합리화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④ 태후는 인정에 호소하고, 공주는 상식을 내세워 주장하고 있다.
⑤ 태후는 비유를 중심으로, 공주는 증거를 중심으로 주장하고 있다.
해설: 태후는 공주가 여염집 여자와 같은 지위에 있을 수 없음을 내세워 '정씨 여자'를 첩으로 하자고 하고, 공주는 제왕과 천자의 사례를 들어 '용모와 재덕'을 기준으로 삼아 정식 부인으로 삼고자 한다. 이는 각자의 판단 기준, 입장에 따른 명분에 입각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답①
5. 윗글의 표현상 특징은?
① 다채로운 수사로 화려한 느낌을 받게 한다. ② 재치 있는 언어 사용으로 미소를 띠게 한다.
③ 법도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여 기품을 느끼게 한다. ④ 어두운 느낌의 어휘를 사용하여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⑤ 시정(市井)의 언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질박함을 느끼게 한다.
해설: 이 글은 상류 사회, 특히 궁중에서 사용되는 어휘를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격조 높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수사 기교가 사용된 것은 아니다. 답③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비 개인 긴 강둑엔 풀빛이 짙었는데(雨歇長堤草色多) 남포에서 그대 보내니 슬픈 노래 울리네.(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 물은 그 언제나 다할런가(大同江水何時盡) 해마다 이별의 눈물 푸른 물결에 더하거니.(別淚年年添綠波) - 정지상의 「송인(送人)」 ㈏ 靑山(청산)은 내 뜻이오 綠水(녹수)난 님의 精(정)이 綠水 흘러간들 靑山이야 變(변)할 손가. 綠水도 靑山을 못 니져 우러 예어 가난고. - 황진이의 시조
㈐ 건곤(乾坤)이 폐색(閉塞)하야 백셜(白雪)이 한비친 제, 사람은카니와 날새도 긋쳐 잇다. 쇼샹 남반(瀟湘南畔)*도 치오미 이러커든, 옥누(玉樓)* 고쳐(高處)야 더옥 닐너 므삼하리, 양츈(陽春)을 부쳐 내여 님 겨신 대 쏘이 고져, 모쳠(茅첨)* 비쵠 해랄 옥누의 올리고져. 홍샹(紅裳)을 니믜고 취슈(翠袖)*랄 반만 거더. 일모(日暮) 슈듁(脩竹)*의 헴가림도 하도 할샤. 댜란해 수이 디여 긴밤을 고초 안자, 쳥등(靑燈) 거른 겻태 뎐공후(鈿공후)*노하 두고, 꿈의나 님을 보려 택밧고 비겨시니, 앙금(鴦衾)도 차도 찰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라도 열두 때 한 달도 설흔 날, 져근덧 생각 마라 이 시람 닛쟈 하니, 마암의 매쳐 이셔 골슈(骨髓)의 께텨시니, 편쟉(編鵲)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 하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찰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대 죡죡 안니다가, 향므든 날애로 님의 오새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라셔도 내 님 조차려 하노라. - 정철의 「사미인곡(思美人曲)」에서 *쇼샹 남반(瀟湘南畔) : 소상강 남쪽 *옥누(玉樓) : 옥황상제가 있는 곳 *모쳠(茅첨) : 초가집 처마 *취슈(翠袖): 푸른 소매 *슈듁(脩竹) : 긴 대나무 *뎐공후(鈿공후) : 자개 장식을 한 공후 |
1. ㈎∼㈐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임의 태도를 원망하고 있다. ② 임을 보내면서 부른 노래이다. ③ 이별을 운명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④ 이별의 상황을 공간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⑤ 사랑의 속절없음에 대한 한탄이 주된 정서이다.
해설: 이별의 상황을 각각 (가)는 '대동강 물', (나)는 '청산과 녹수', (다)는 '쇼상 남반과 옥누 고쳐'라는 공간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가)는 대동강변에서의 이별 장면을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나)는 '창산'과 '녹수'라는 비유어를 사용하여 우의적으로 벽계수와 황진이의 이별을 노래한 시조이다. 반면에 (다)는 '님'과 이별한 여성 화자의 절절한 심정이 잘 드러난 연군 가사(戀君歌辭)이다. 임과의 이별이 공통된 화제이며, 시각적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하여 공간화하고 있다는 점도 세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임에 대한 원망이나 한탄을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는 공통점도 있다.답④
2. ㈎의 결구(結句)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2점]
① 기구(起句)의 '풀빛'과 시각적으로 어울린다. ② 과장된 표현으로 이별의 슬픔을 강조하고 있다.
③ 전구(轉句)의 '언제나 다할런가'와 의미가 호응한다. ④ 이별의 정한(情恨)이 깊은 강물의 흐름과 어우러진다.
⑤ 해마다 더해 가는 현실에 대한 무상감이 푸른 물결과 대응한다.
해설: '이별의 눈물이 더하기 때문에 대동강물이 마를 날이 없다.'는 과장된 표현으로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의 무상함이 아니라 이별의 슬픔으로 인해 흘리는 눈물이 푸른 물결과 대응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별의 정한을 시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형상화한 수작(秀作)으로 잘 알려져 있다. 풀빛과 푸른 강물의 감각적 색체가 분위기를 돋구고 있으며, '이별의 눈물 때문에 강물이 마를 날이 없다'는 식의 과장된 표현으로 이별의 정한을 강조했으며, 결구가 앞 구와 도치되어 더욱 시적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별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감정을 표현한 까닭에, '현실의 무상감'을 자각하는 것까지로는 나아가지 않았다. 답⑤
3. ㈏의 시적 형상화 방법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굳은 뜻과 변하는 정(情)을 대조시켰다. ② 울음을 물이 소리 내어 흐르는 것에 비유했다.
③ 청산(靑山)은 불변한다는 관습화된 상징을 이용했다. ④ 정(情)이 변하는 것을 물이 흘러가는 것으로 구상화했다.
⑤ 이별은 청산(靑山)의 탈속적(脫俗的)인 이미지로 나타냈다.
해설: (나)시에서 '녹수'는 흘러가는 것, 변하는 것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청산'은 탈속적 이미지가 아니라, '녹수'처럼 흘러가는 임의 정에 대해 변하지 않는 시적 화자의 정을 상징한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산'과 '녹수'의 의미 파악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청산'은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반해 '녹수'는 '흘러가는 것, 변하는 것'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변하지 않는 청산을 '녹수가 흘러 떠나간다'는 발상이 이 시조의 기본적인 발상으로, 그러한 이별의 상황 속에서 '우러 예어 가는' 정한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때의 '청산'은 탈속의 경지나 동양적인 이상향을 의미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변하지 않는 정을 의미하는 비유어로 사용되었다고 하겠다 . 답⑤
4. <보기>의 시조는 상상력을 통해 대상을 주관적으로 변용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변용이 이루어진 대상을 ㈐에서 찾으면? [2점]
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①옥누(玉樓) ②양츈(陽春) ③홍샹(紅裳) ④앙금(鴦衾) ⑤골슈(骨髓)
해설: <보기>의 시조에서 시적 화자는 '밤'이라는 대상을 마치 자신의 생각에 따라 늘이고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주관적으로 변용하고 있다. (다)에서 '양춘(陽春)' 또한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양 주관적으로 변용하여 임에게 쏘이고 싶다고 표현함으로써 임에 대한 애뜻한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 답②
1999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잦은몰이) 좌우 나졸 쌍교(雙轎)를 옹위하여 부운(浮雲)같이 나오는데, 그 뒤를 바라보니, 그 때에 이 도령은 비룡(飛龍)같은 노새 등에 뚜렷이 올라앉아 재상(在喪) 만난 사람 모양으로 훌쩍훌쩍 울며 나오는데, 동림숲을 당도하니 춘향의 울음 소리가 귀에 언뜻 들리거늘, "이애 방자야, 이 울음이 웬 울음 소리냐." "도련님은 귀도 밝소, 웬 울음 소리가 나요." "이 자식아 사정 없는 소리 말고 춘향이가 나와 우는지 어서 좀 가 보고 오너라" 방자 하릴없이 충충충충충 갔다 나오는데, 이 놈이 도 련님보다 더 섧게 울며 나오는데, "어따, 우는데 우는데." "이 자식아 누가 그렇게 운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울겠소 춘향이가 나와 우는데, 도련님 오시면 둘이 들어간다고 땅을 한 길은 넘게 파 놓고, 잔디를 어찌 쥐어 뜯었던지 밥을 하면 세 끼니는 해 먹게 뜯어 놓고 우는데, 사람의 눈으로는 못 보겠습디다." ㈏ (중몰이) 도련님이 이 말 듣고, 말 아래 급히 내려 우루루루루 뛰어 들어가 춘향의 목을 안고, "춘향아, 네가 이것이 웬일이냐. 네가 천연히 집에 앉 "아이고 도련님 참으로 가시오그려. 못 하지 못가지요. 나를 죽여 이 자리에 묻고 가면 갔지 살려 두고는 못 가리다. 향단아 술상 이리 가져오너라." 술 한 잔을 부어 들고, "옛소, 도련님. 약주 잡수. 금일송군수진취(今日送君須盡醉)*니 술이나 한 잔 잡수시오." 도련님이 받아들고, "세상에 못 먹을 술이로다. 합환주는 먹으려니와 이별주라 주는 술을 내가 먹고 어이 살잔 말이냐." 춘향이 지환(指環) 벗어, "도련님 지환 받으오. 여자의 굳은 마음 지환 빛과 같은 지라, 이토(泥土)에 묻어 둔들 변할 리가 있으리까. 날 본듯이 두고 보오." 도련님이 받아 놓고, 대모 석경(玳瑁石鏡)을 내어 주며, "장부의 맑은 마음 거울 빛과 같을지니 날 본듯이 두고 보아라." 서로 받아 품에 넣고 꼭 붙들고 떨어지지를 못하는구나. ㈐ (아니리) 방자 답답하여, "여보시오 도련님, 어쩔려고 이러시오. 점잖으신 도련님이 이별을 하실려면, '춘향아 잘 있거라.' '도련님 잘 가시오.' 그 단 두 마디만 해도 그 속이 천지위낭장만물(天地爲囊藏萬物)* 속인데, 이것이 벌써 며칠이요. 바로 명춘에 떠나셔도 가시는 날은 평생 이러실 것이니 고만 가십시다. 향단아 너의 아가씨 좀 붙들어라." 도련님은 방자에게 붙들리어 말 위에 올라앉으며, ㈑ (중몰이) "춘향아 나는 간다. 너는 부디 우지 말고 노모하에 잘 있거라." 춘향이도 일어나서 한 손으로 말고삐를 잡고 또 한 손으로는 도련님 등자 디딘 다리를 잡고, "아이고 여보 도련님. 한양이 멀다 말고 소식이나 종종 전하여 주오."
( ㉠ )
㈒ (잦은몰이) 저 방자 미워라고 이랴 툭 쳐 말을 몰아 따랑 따랑 따랑 따랑 따랑 훨훨 달려가니, 그 때에 춘향이는 따라갈 수도 없고 높은 데 올라서서 이마 위에 손을 얹고 도련님 가는 데만 물끄러미 바라보니, 가는 대로 작게 뵌다. 이만큼 보이다가 저만큼 보이다가, 달만큼 별만큼 나비만큼 불티만큼 망중 고개 아주 깜박 넘어가니 우리 도련님 그림자도 못 보겠구나. - 「춘향가」 *금일송군수진취(今日送君須盡醉) : 오늘 그대를 보내니 실컷 취해야지. *천지위낭장만물(天地爲囊藏萬物) : 천지는 만물을 담는 주머니이다. |
1 ㈎의 밑줄 친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춘향의 처지를 과장하여 표현하고 있다. ② 상황에 대한 방자의 객관적인 판단이다.
③ 청자인 이 도령에게 전달하는 정보이다. ④ 청자인 이 도령을 격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⑤ 청자인 이 도령에게 춘향의 말을 중개하는 역할도 한다.
해설: 춘향이가 '땅을 한 길 넘게 파 놓고, 세 끼 밥을 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잔디를 쥐어뜯어 놓았다'는 것은 춘향의 처지를 과장되게 표현해 놓은 것으로 방자의 객관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답②
2. ㈏에서 이 도령과 춘향이 반지와 거울을 주고 받는 부분을 중심으로 토의를 하고자 한다. <보기>의 견해에 동의하는 맥락에서 벗어난 것은?[2점]
"나는 반지와 거울이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했어. |
① "그래, 헤어져 있어도 늘 자기 생각만 해 달라는 염원의 표현인 거야."
②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반지와 거울은 이별의 아픔을 달래주는 역할도 하겠지?"
③ "옛날에는 인정을 중시했으니까 관습에 따라 이별의 선물을 주고받은 정도일 거야."
④ "서로 애정이 변함없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사랑은 신의의 문제일 수도 있겠어."
⑤ "헤어진 뒤 상황이 바뀌면 마음도 변할 수 있으니까 그것을 경계하는 뜻도 있을 거야."
해설: <보기>의 핵심은 '영원한 사랑'이다. 그러나 ③은 반지와 거울을 주고받는 행위를 '관습에 따른 선물'로 이해했으므로 <보기>의 견해와는 다른 것이다. 답③
3. ㈑의 ㉠에 들어갈 사설로, 이 도령의 처지를 잘 드러낸 표현은?
① 죽자 하니 청춘이요 살자 하니 고생이라. ② 말은 가자 네 굽을 치는데 임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③ 조자룡의 청총마 없으니 천리 먼 길 한양을 어이 가리. ④ 내가 이리 살지 말고 임 타신 말고삐에 목을 매어 죽고지고.
⑤ 높다란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시려오. 사해 넓은 물이 육지가 되거든 오시려오.
해설: ㉠에 들어갈 사설은 춘향이가 헤어지기 싫어서 한 손으로는 말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는 이 도령의 다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말로, 한양으로 가기는 가야 하는데, 님이 꼭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적절하다. ①은 이별과 거리가 멀고, ③은 방자의 입장, ④⑤는 춘향의 입장과 심리가 반영된 말이다. 답②
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말이 달려가는 속도감이 잦은몰이 장단으로 잘 표현된다.
② 사설의 운율과 잦은몰이 장단이 어울려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③ 길을 재촉하는 이 도령의 심정이 경쾌한 잦은몰이 장단과 조화를 이룬다.
④ 화자는 춘향의 시점으로 옮겨 가 이 도령이 떠나는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⑤ 멀어져 가는 거리에 대응하는 이 도령의 모습이 비유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해설: 이 도령은 춘향과의 이별이 비통하고 괴롭다. 따라서 길을 재촉할 리도 없고 경쾌할 수도 없다. 단지 잦은몰이 장단은 말이 달려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도령의 심정과 관련되는 경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답③
5. ㈎∼㈒를 연극으로 공연할 때, 새로운 내용을 첨가한 것은? [2점]
① ㈎ : 이 도령은 등장하면서 무대 한 편에 서고, 방자는 춘향을 찾아간다.
② ㈏ : 무대 중앙에서는 이 도령과 춘향이 이별을 슬퍼하고, 무대 한쪽에서는 방자와 향단이도 이별을 아쉬워한다.
③ ㈐ : 이 도령은 말을 타지 않으려는 몸짓을 두어 번 한 뒤 끌리듯 말을 올린다.
④ ㈑ : 춘향은 말을 탄 이 도령을 따라 두어 걸음 움직이면서 당부의 말에 오른다.
⑤ ㈒ : 이 도령은 무대의 대각선 방향으로 퇴장하며서 자주 뒤돌아보고, 춘향은 멀어져 가는 이도령의 모습을 망연히 바라본다.
해설: (나)에는 이 도령과 춘향이의 이별 장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방자와 향단이가 이별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연극으로 공연할 때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방자와 향단이가 이별하는 장면을 삽입하고 있다. 답②
6. ㈏에서 밑줄 친 부분의 '간장이 녹다'를 대신할 수 없는 것은?
① 애꿎다 ② 애끊다 ③ 애끓다 ④ 애타다 ⑤ 애터지다
해설: '애'는 창자를 뜻하는 옛말이다. 따라서 ②∼⑤는 '창자가 끊어질 듯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의미로 '간장이 녹다.'와 의미가 통하나, ①의 '애꿎다'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어떤 일을 당하여 억울하다.'는 뜻으로 '간장이 녹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답①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진쥬관(眞珠館) 듁수루(竹西褸) 오십쳔(五十川) 나린믈이 태백산(太白山) 그림재랄 동해(東海)로 다마 가니, 찰하리 한강(漢江)의 목멱(木覓)의 다히고져. ㉠왕뎡(王程)이 유한(有限)하고 풍경(諷經)이 못 슬믜니, 유회(幽懷)도 하고 할샤, 객수(客愁)도 둘 듸 없다. 션사(仙差)랄 띄워 내여 두우(斗牛)로 향(向)하살가, 션인(仙人)을 차자려 단혈(丹穴)의 머므살가, 텬근(天根)을 못내 보와 망양뎡(亡洋停)의 올은 말이, ㉡바다 밧근 하날이니 하날 밧근 므서신고, 갓득 노한 고래, 뉘라셔 놀래관대, 불거니 쁨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 은산(銀山)을 것거 내여 뉵합(六合)의 나리난 닷. 오월(五月) 댱텬(長天)의 백셜(白雪)은 므사일고, 져근덧 밤이 드러 풍낭(風浪)이 뎡(定)하거날, 부상(扶桑) 지쳑(咫尺)의 명월(明月)을 기다리니, 셔광(瑞光) 쳔댱(天丈)이 뵈난 닷 숨난거야, 쥬렴(珠簾)을 고텨 것고, 옥계(玉階)랄 다시 쓸며, 계명성(啓明星) 돗도록 곳초 안자 바라보니, 백년화(百蓮花) 한 가지랄 뉘랴셔 보내신고. 일이 됴혼 세계(世界) 남대되 다 뵈고져. 뉴하쥬(流霞酒) 가득 부어 달다려 무론 말이, 영웅(英雄)은 어대 가며, 사션(四仙)은 긔 뉘러니, 아매나 맛나 보아 녯 긔별 뭇쟈 하니, 션산(仙山) 동해(東海)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숑근(松根)을 베여 누어 풋잠을 얼픗 드니, 꿈애 한 사람이 날다려 닐온 말이, 그대랄 내 모라랴, 상계(上界)예 진션(眞仙)이라. 황뎡경(黃庭經) 일자(一字)랄 엇디 그랏 닐거 두고, 인간(人間)의 내려와서 우리랄 딸오난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한 잔 머거 보오, 븍두셩(北斗星) 기우려 창하슈(滄海水) 부어내여, 저 먹고 날 머겨날 서너 잔 거후로니, 화풍(和風)이 습습(習習)하야 냥액(兩腋)을 추혀 드니, 구만리(九萬里) 댱공(長 空)애 져기면 날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사해(四海)예 고로 난화, 억만(億萬) 창생(蒼生)을 다 취(醉)케 맹근 후(後)의, 그제야 고텨 맛나 또 한잔 하 Y고야. 말 디쟈 학(鶴)을 타고 구공(九空)의 올나가니, 공듕(空中) 옥쇼(玉篇) 소래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잠을 깨여 바다할 구버보니,( ㉢ ) 명월(明月)이 쳔산(天山) 만낙(萬樂)의 아니 비쵠 대 업다. - 정철, 「관동별곡」 |
1. 윗글의 시상 전개와 거리가 먼 것은?
① 낮에서 밤으로 바뀜. ② 지상과 천상이 이어짐. ③ 현실과 꿈 사이를 오고감. ④ 여정에 따라 장소를 옮김
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뀜.
해설: '져근덧 밤이 드러'로 보아 배경이 낮에서 밤으로 옮겨졌음을 알 수 있고, 꿈을 꾸면서 지상에서 천상으로 무대가 옮겨졌다가 다시 잠을 깨면서 현실로 돌아온다. 또한 작자는 여정에 따라 '듁서루'에서 '망향정'으로 장소를 옮기고 있다. 그러나 '오월 댱텬'으로 보아 여름인 것은 알 수 있으나 가을로 옮겨갔음은 확인할 수 없다. 답⑤
2. ㉠에 표현된 화자의 내면 세계를 잘 설명한 것은?
① 풍광(風光)을 즐기기 위해 벼슬을 그만두고자 하는 도피적 심리가 엿보였다.
② 공인(公人)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③ 공인(公人)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현실적 의무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얽혀 있다.
④ 공적(公的)인 책임에 구애되지 않고 탐미적 자세로 자연에 몰입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⑤ 공인(公人)으로서 백성을 사랑해야 하는 마음과 선인(仙人)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해설: 관찰사로서의 모습과 인간 본연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즉, 공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수려한 자연 경관에 대한 회포가 드러난다. 답③
3. ㉡의 발상과 표현에 가장 가까운 것은?
① 강 건너 언덕인데 언덕 너머 누가 살지? ② 집 밖에는 텃밭이요 텃밭에 나물 가꾸세.
③ 집 나서면 고생이나 고생 뒤엔 복이 오지. ④ 바람 불면 비가 오고 낙엽 지면 추워질까?
⑤ 산 넘으면 마을인데 마을 지나 또 산이네!
해설: ㉡은 수평선을 묘사한 부분으로, 작가의 시선이 수평선에 머물러 있지만 사고 과정은 '바다→하늘→미지의 세계'로 진행되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나타내고 있다. ① 또한 '언덕 너머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표현으로 ㉡과 발상이 유사하다. 답①
4. 다음은 달맞이 과정을 순서대로 서술한 것이다. 그 과정과 태도가 윗글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2점]
① 바람 부는 여름날 저녁 바람이 멎자, 달을 보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닷가 언덕에 오른다.
② 달이 뜰 것같이 상서로운 빛이 퍼지다가 숨자, 달을 볼 수 없으리라 여겨 발길을 돌려 내려왔다.
③ 달이 떠올랐다. 반가운 마음에 환호하면서, 이 좋은 광경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④ 달에게 그리운 임의 소식을 물어 본다. 달빛에 취해 잠시 조는데, 그리운 임이 꿈에 나타나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훌쩍 떠나간다. 깜짝 놀라 잠을 깬다.
⑤ 바다를 내려다보니 달빛이 가득하다. 하늘의 달과 마음 속의 달이 한데 어우러져 만족감에 젖는다.
해설: '계명성 돗도록 곳초 앉아 바라보니'로 볼 때 ②의 '발길을 돌려 내려 왔다'는 것은 이 글의 작가의 태도와 일치하지 않는다. 답②
5 문맥으로 보아 ㉢에 들어갈 시구는? [2점]
① 실가티 플텨이셔 뵈가티 거러시니. ② 기픠랄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③ 오라디 못하거니 나려가미 고이할가.
④ 백옥누(白屋樓)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⑤ 삼각산(三角山) 뎨일봉(第一峰)이 하마면 뵈리로다.
해설: 달맞이 중에 잠이 들면서 꿈에 '한 사람'과 술을 마시고 깨어난 뒤 바다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회를 적은 것이다. 바다를 굽어보니 '바다의 깊이와 끝을 알 수 없다'는 ②가 적절하다. ①은 폭포수, ③은 산봉우리, ④는 누각을 묘사한 것이고, ⑤는 높은 곳에서의 조망을 나타낸 것이다. 답②
2000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각설 이 때 한림〔유연수〕이 물가를 따라 점점 가며 탄식하되, “내 당초에 혼미하고 용렬(庸劣)하여 요사한 말을 귀담아 들어 현인(賢人)을 방출하여, 위로 조상 제사를 받들지 못하고 아래로 처자의 성명을 보전치 못하고 또 신세 만 리에 떠돌고 문호(門戶) 하루 아침에 몰락하니, 이 또한 만고의 우부(愚夫)요 천지간 죄인이라. 부부의 정이 사씨에게 멀어지고 부장의 정이 인아(麟兒)에게 단절하니 살아 무엇하리오.” 무수히 탄식하며 악주(岳州)에 이르러 강가에서 방황하며 어부를 만나면 문득 사씨의 소식을 탐문하되 종족이 막연하고 소식이 묘연하니 한림이 더욱 원통하고 울적함을 이기지 못하여 강촌에 가 곳곳에 묻더니 촌사람이 말하되, “그 때 사씨 회사정(懷沙亭)으로 향한다 하더니다.” 오래 듣다가 황망히 행하여 회사정 아래 이르니, 고목의 잎이 누렇게 떨어진 가운데 인적이 끊어지고 여러 짐승들이 좌우로 울되, 다만 눈앞에 보이는 바는 동정호 (洞庭湖) 구의산(九疑山)과 소상(瀟湘)의 저물 무렵의 구름이더라. 한림이 방황하며 탄식하더니 홀연 벽 위의 글을 보니 크게 썼으되, ‘모년 모월 모일에 사씨 정옥은 물에 빠져 죽노라.’ 하였거늘 한림이 크게졸라 대성통곡 왈, “무죄한 부인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으니, 슬프다, 나의 용렬함이여. 비록 후회한들 어찌 부인을 위로하리오. 내 이미 황천에 가지 못하고 물에 몸을 던지지 못하니 이 죄를 어찌 면하리오. 슬프고 슬프다. 부인이 무슨 죄로 萬頃蒼波에 죽었느뇨?” 굽어보며 방성대곡(放聲大哭)하니 물결이 흐느끼고 천지가 참담하더라. 이 때 해는 서산에 지고 안개는 동정호에 일어나니 한림의 무한한 비회(悲懷)외 부인의 구천(九泉)에 사무치는 애원(哀怨)이 전후(前後)가 똑같더라. (나) 한림이 이에 원혼을 위로하고자 하여 강촌에 내려가 술상을 갖추고 등불 밑에 앉아 제문을 지으며 슬픈 감회 가슴에 가득하여 피눈물 흘러 지필(紙筆)을 적시니 밤늦도록 지으나 한 자도 이루지 못하여 앉아 탄식만 하더니, 문득 함성 소리 진동하거늘 한림이 대경하여 창을 열고 보니, 한 떼 도적이 창검을 가지고 들어오며 크게 소리하여 왈, “유연수는 가지 말라.” 하거늘 한림이 크게 놀라 북쪽 창을 열고 나와 급히 도망하여 동서를 분별치 못하고 달아나니, 황급한 말을 어찌 다 기록하리오. 겨우 백여 걸음 가다가 뒤를 보니 불빛이 점점 가까워 오고 함성이 더욱 진동하니 한림이 당황하여 초목 사이로 살기를 바라 달리더니 의관이 다 부서지더라. 급히 가매 수풀이 다하고 큰 강이 닥치니 몸에 날개 없으니 어찌 능히 달아나리오. 적당(賊黨)이 외쳐 왈, “유연수 비록 살고자 하나, 팔랑개비라 하늘로 오르며 두더지라 땅으로 들랴?” 하며 급히 쫓아오거늘 한림이 하늘을 보고 탄식 왈, “내 어찌 이 곳에서 죽을 줄 알았으리오. 차라리 강에 던져 부인의 혼백을 의지하리라.” 하고 강을 향하고 달리더니, 홀연 바람결에 사람 소리 들리거늘 한림이 생각하되 이곳에 혹 어선인가 하고 황망히 달리더니 달빛은 희미하고 적적한데 멀리 바라보니 조각배 하나 떠오르고 푸른 옷을 입은 여동(女童)이 뱃머리에 의지하여 손으로 물결을 희롱하며 낭랑한 소리로 시를 읊고 있거늘, ……중략…… 한림이 급히 불러 왈, “여동은 인명을 구하라.” 하거늘 이 때 묘희와 부인이 배의 창문을 반쯤 열고 여동을 명하여 가로되, “급히 배를 대어 저 상공을 구하라.” 하니 여동이 급히 배를 저어 언덕에 대니 한림이 급히 오르며 왈, “뒤에 강도들이 급히 따라오니 바삐 행하여 수중의 어육(魚肉)을 면하게 하라.” 말을 마치지 못하여 도적 등이 이미 강가에 이르러 대성 왈, “여동은 바삐 배를 대라. 그 배 안의 행인이 살인한 도적이매 계림 태수께서 우리를 보내어 급히 잡아 오라 하여 왔으니 만일 놓치면 너희 등이 그 도적과 같이 죽을 죄를 당하리라. 바삐 배를 대라.” 하니 한림이 비로소 동청(董靑)의 적당인 줄 알고 더욱 두려워하여 여동에게 왈, “나는 경성의 유한림이요. 저 놈들은 다 도적이니 급히 배를 건너 화를 면하게 하라.” 하니 여동이 적당에게 이르되, “너희 무리 지어 죄 없는 군자를 해코지 하니 우리 어찌 군자를 구치 아니 하리오.” 모든 도적이 왈, “감히 관청의 명령을 어기니 장차 어디로 가리오.” 여동이 크게 웃고 배의 창문을 의지하고 돛대를 쳐 노래하며 돛을 달아 배를 저어가니 적당이 하릴없어 돌아가더라. ― 김만중, <사씨남정기>
* 악주, 동정호, 구의산, 소상 : 중국의 지명 |
1. (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한림의 정서와 공간적 배경이 상응하고 있다. ② (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림의 회한이 깊어지고 있다
③ (나): 한림의 내면 갈등이 대화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④ (나): 급박한 상황 전개가 시간적 배경과 상응하고 있다.
⑤ (나): 한림의 비통한 심리에 극도의 위기감이 부가되고 있다.
해설: (가)에서는 가을 물가의 황혼녘이라는 배경이 한림의 비탄을 깊게 하며, 그 비탄의 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되고 있다. 특히, 벽 위에 남겨진 사씨의 글을 발견하면서 한림은 더욱더 회한에 젖어들고 있다. (나)에서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 때문에 도적들에게 쫓기는 한림의 위기 상황이 더욱 급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에서 한림의 말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한 것으로 내면적 갈등과는 거리가 멀다. 답③
2. 윗글을 읽고 사건 전개의 필연성과 관련하여 재기할 수 있는 의문은?
① 유한림은 왜 회사정에 갔을까? ② 유한림은 왜 물에 빠져 죽을 생각을 했을까?
③ 도적의 무리는 왜 퇴로도 차단하지 않고 달려들었을까? ④ 묘희와 부인의 배가 어떻게 해서 그 순간에 나타났을까?
⑤ 유한림은 촌사람들에게 사씨에 대해 어떻게 물어 보았을까?
해설: 유한림이 회사정에 간 이유(①)와 물에 빠져 죽으려는 동기(②)는 지문에 직접 제시되어 있으며, ⑤의 질문 내용은 촌사람들의 대답과 문맥에서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③의 도적의 행동은 사건의 전개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다. 그러나 구원자(묘희와 부인)의 배가 위기 상황에서 '홀연히' 나타난 것은 사건의 우연성과 관계 깊은 것으로서, 인과적 필연성이 없는 사건 전개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답④
3. (가)의 밑줄 친 부분에 담긴 사씨의 심정과 가장 가까운 것은?
①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까마귀 흰 빛을 시샘할세라
청강에 기껏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② 묻노라 멱라수야 굴원이 어찌 죽다터니
참소에 더럽힌 몸 죽어 묻힐 땅이 없어
청파에 골육을 씻어 고기 뱃속에 가추니라
③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밤낮으로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소냐
사람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도다
④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
⑤ 욕심 난다 하고 몹쓸 일을 하지 말라
나는 잊어도 남이 내 모습 보느니라
한 번을 악명을 얻으면 어느 물로 씻으리
해설: 사씨의 글은 누명을 쓰고 방랑하다가 비탄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하려 할 때 남긴 것이다. ②는 초나라의 굴원이 참소에 의해 쫓겨났다가 자결한 심경을 읊은 시조인데, 비통함과 한의 정서가 사씨의 글과 유사하다. ①은 지조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표현한 것이며, ③은 쉽게 변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했으며, ④는 임(단종)을 유배지에 호송하고 돌아오는 슬픔을 무심히 흐르는 물에 의탁하여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⑤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태도를 강조한 시조이다. 답②
4. (나)에서 유한림이 못 쓴 '제문'을 독자가 대신 쓰 려고 한다. <보기>처럼 초안을 작성하였을 때, 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점]
사월 보름날, 연수는 부인에게 조촐한 음식을 차려 놓고 고하오. 부인이 죽었다니 그것이 정말이오? 아직도 그것이 믿어지지 않소. 돌이켜 보니 우리 처음 혼인 했을 때가 제일 화평했던 때가 아니었던가 싶소. 그 좋았던 시절도 이제는 추억이 되고 말았구료. 내 잠시 혼미하고 용렬하여 요망한 말을 듣고 부인을 쫓아냈으니 차마 볼 면목이 없소.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그러나 이제 후회한들 어쩌겠소. 부인이 이제 세상에 없으니 내 무슨 낯으로 살겠소. 부인을 따라 죽고 싶은 심정이오. 저승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명복을 비오. |
① 부인의 현숙한 덕행을 칭송함 ② 부인이 쫓겨난 후의 행적을 기술함 ③ 부인을 모함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함
④ 부인과 헤어진 후의 경제 사정을 회고함 ⑤ 부인을 죽도록 한 불합리한 제도를 비판함
해설: <보기>의 제문은 한림의 심경, 추억, 자기 행동에 대한 회한, 명복을 비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 앞에는 혼인 직후 화평했던 시절에 대한 추억을, □ 뒤에는 요망한 참언에 속아서 부인을 쫓아낸 자신의 잘못된 행실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으므로, □에 들어갈 적당한 내용은 '부인이 평상시에 보이던 품행과 덕성' 등이다. 답①
5. 위 소설을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운동'의 대상 작품으로 추천하고자 한다. 윗글을 바탕으로 할 때, 추천의 이유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2점]
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전통적인 가치 인식과 함께 속도감과 박진감을 한 축으로 삼는 현대적 서사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②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지향해야 하는 시점에서, 중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국제적 감각과 권선징악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돋보인다.
③ 당대의 풍속을 사실적으로 반영하며, 유교적 가치관을 실감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薪)'의 대상으로 적절하다.
④ 독백을 통한 인물의 내면 묘사가 탁월하고, 집단의 고뇌와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 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⑤ 쫓고 쫓기는 행위, 위기 일발의 상황, 극적인 조력자의 출현 등 활극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은 요즘의 대중 소설과 견줄 만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해설: (가)에서는 잃어버린 부인과 자식을 찾아 헤매는 비통한 심정이 그려지고 있으므로 '가족의 가치'에 대한 전통적 인식을 발견할 수 있고, (나)에서는 쫓기는 상황의 급박함을 잘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을 배경으로 한 것은 당시의 사대주의 사상의 반영이라 할 수 있을 뿐,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며(②), 이 글에는 당대의 풍속에 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③). 또한 집단의 고뇌와 갈등보다는 개인적인 고뇌를 보여주고 있으며(④), (나)의 내용을 활극(난투 장면을 주로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난투 장면을 남발하는 대중소설은 지양해야 할 것이지 경쟁력을 견줄 만한 것은 아니다(⑤). 답①
2001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생은 황폐한 들에 숨어서 목숨을 보전하다가 도적의 무리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집은 이미 병화(兵火)에 타 버리고 없었다. 다시 처가에 가 보니 행랑채는 쓸쓸하고 집 안에는 쥐들이 우글거리고 새들만 지저귈 뿐이었다. 이생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작은 누각에 올라갔다. 눈물을 거두고 길게 한숨을 쉬며 날이 저물도록 앉아서 지난날을 생각해 보니 완연히 한바탕 꿈만 같았다. 밤중이 거의 되자 희미한 달빛이 들보를 비춰 주는데 낭하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먼 데서 차차 가까이 다가왔다. 살펴보니 사랑하는 최씨가 거기 있었다. 이생은 그녀가 이미 이승에 없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으나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에 반가움이 앞서 의심도 하지 않았다. <중략> 이튿날 최씨가 이생과 함에 옛날 살던 개령동을 찾아가니 거기에는 금, 은 몇 덩어리와 재물이 약간 있었다. 그들은 두 집 부모님의 유골을 거두어 금, 은과 재물을 팔아서 각각 오관산 기슭에 합장하고는, 나무를 세우고 제사를 드려 모든 예절을 다 마쳤다. 그 후 이생은 벼슬을 구하지 않고 최씨와 함께 살았다. 도망하여 목숨을 부지했던 하인들도 돌아왔다. 이생은 이후로 인간사를 싫어하여 친척이나 귀한 손님의 길흉사에도 가지 않고 늘 최씨와 함께 시를 주고받으면서 ㉠금실 좋게 함께 즐거워하였다. 그렇게 몇 해가 훌쩍 흘렀다 어느 날 저녁, 최씨가 이생에게 이르기를, "세 번씩이나 가약(佳約)을 맺었으나. 세상 일이 서로 어긋나기만 합니다. 아직 실컷 즐기지도 못했는데 슬픈 이별이 문득 닥쳐왔군요." 하고는 오열하였다. 이생이 깜짝 놀라 물었다. "어찌하여 이러는 거요?" 최씨가 말했다. "저승길 가는 운명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천제(天帝)께서는 첩과 낭군의 연분이 끊어지지 않았고 또 죄도 없었기에, 저를 잠시 머물게 하여 낭군과 근심을 풀도록 했던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면서 이승 사람을 미혹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어 하녀에게 명하여 술을 올리게 하고는 '옥루춘(玉樓春)'한 곡을 노래하면서 이생에게 술을 권했다.
도적떼 밀려와서 온 세상이 싸움터인데, 구슬 꽃 흩어지고 원앙도 짝 잃었네. 여기저기 널린 유해(遺骸)는 묻어 주는 이 없고 얼룩진 유혼(遊魂)은 하소연할 곳도 없구나. 고당루(高唐樓)에 한번 내려온 무산(巫山) 선녀 깨진 거울이 다시 갈라지니 마음이 참담하도다. 이제 한번 이별하면 두 세계가 아득히 멀어 저승과 이승 사이 소식조차 막히리.
한마디 부를 때마다 삼킨 눈물이 흘러내려 거의 곡조를 이루지 못하였다. 이생도 참담한 심정을 걷잡지 못하면서 말했다. "차라리 부인과 함께 저승에 들어갈지언정 어찌 무료히 홀로 남아 목숨을 보전하겠소? 지난번 난리를 겪고 난 후에 친척과 하인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돌아가신 부모님 유골이 들판에 널려 있을때. 부인이 아니었더라면 누가 능히 장사 지내고 매장하였겠소? 고인(古人)의 말씀에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예(禮)로써 섬기고, 돌아가신 후에는 예로써 장사 지내야 한다 했는데, 이를 부인이 다 한 것은 천성이 순수하고 효성스러우며 인정이 독실하고 도탑기 때문이니 감격함을 그칠 수 없었으며. 나 스스로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였소. 부인은 이승에서 좀더 오래 머물다가 백 년 후에 함께 흙으로 돌아갑시다." 최씨가 대답했다. "낭군의 수명은 아직 남아 있으나, 첩은 이미 귀신의 명부(名簿)에 실려 있으니 오래 볼 수 없습니다. 만약 굳이 인간 세상에 연연하면 명부(冥府)의 법에 위배되어 죄가 저만 아니라 낭군께도 미칠 것입니다. 다만 첩의 유골이 모처(某處)에 흩어져 있으니, 만약 은혜를 베푸시겠다면 유골을 거두어 비바람이나 맞지 않게 해 주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낭군님.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최씨는 말을 마치자 점점 사라지더니 마침내 종적을 감추었다.
㉡ 이생은 그녀의 유골을 거두어 부모의 무덤 곁에 장사 지내 주었다. 장례를 마치고 나서 이생도 최씨를 지극히 생각한 나머지 병을 얻어 서너 달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슬퍼하고 탄식하면서 그 절의(節義)를 사모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김시습 이생규장전- |
1. 윗글의 주인공 '이생'에 대한 설명으로 거리가 먼 것은? ( ) (1.8점)
① 영웅적인 삶을 살고자 했다.
② 생사를 초월한 진정한 사랑을 했다.
③ 최씨와 해로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④ 한시를 짓고 즐길 수 있는 교양을 갖추었다.
⑤ 벼슬도 구하지 않고, 세상일에도 관심이 없었다.
1. ①
주인공 '이생' 은 최씨와 생사를 초월한 진정한 사랑을 나눈 순정적(純淸的)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 비범한 영웅적인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오답 풀이) ② 첩은 이미 귀신의 명부에 실려 있으니∼ 에서 최씨가 이 세상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③ 최씨는 말을 마치자 점점 사라지더니∼ 에서 해로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④, ⑤ 이생은 이후로 인간사를 싫어하여 친척이나 귀한 손님의 길흉사에도 가지 않고 늘 최씨와 함께 시를 주고 받으면서 ∼' 에서 알 수 있다.
2. 윗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글쓴이의 생사관(生死l觀)은? ( )
① 사람이 죽더라도 영혼은 사람 곁에 영원히 머물게 된다.
② 사람이 죽으면 바로 육신과 영혼으로 분리되어 사라져 버린다.
③ 사람은 죽더라도 업보에 따라 사람이나 동물로 새로 태어나서 살아간다.
④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잠시 이승에 머물 수도 있지만 끝내는 사라진다.
⑤ 사람은 죽으면 바로 천국에 가 행복을 누리거나 지옥에 가 벌을 받으며 지낸다.
2. ④
'낭군의 수명은 아직 남아 있으나, 첩은 이미 귀신의 명부에 실려 있으니 오래 볼 수 없습니다. 만약 굳이 인간 세상에 연연하면∼' 라는 최씨의 말에서, 즉 이미 귀신의 몸으로 일시 인간 세상에서 이생과 사랑을 나누었으나 명부로 돌아가야 함을 말하는 대목에서 글쓴이의 생사관을 알 수 있다
3. ㉠의 상황에서 '최씨'가 불렀음직한 노래로 가장 적절한 것은? ( ) <2.2점>
① 못난 대로 외로이 앓은 뒤의 몸
굶주리고 떨면서 사십 년을 살아왔네.
묻노라, 인생이란 진정 얼마이던고.
가슴속에 맺힌 설움 언제나 눈물일세. (계생, 빈 방)
② 하늘은 삼신산 같은 수명을 주시고
까치는 날아와 백세 영화 알려 주네.
만 이랑의 좋은 밭아 내 소원 아니거니
원앙처럼 즐겁게 한평생 보내리라. (송씨, 새 집)
③ 밤 연기 속에 오동 꽃 떨어지고
바닷물에는 봄 구름 휑하구나.
꽃다운 풀밭 위의 한 잔 술이여
서울서 우리 다시 만나세. (이달, 이예장과 이별하며)
④ 산 위에 꽃 피었고, 꽃 아래는 산인데
한 곡조로 그치려니 눈물이 흐르네
낙동강 물은 끝날 날이 없고
한 머금은 푸른 물결 가서는 오지 않네. (이유원, 산유화)
⑤ 밤비에 앞 강물이 모래밭에 넘쳐
만 리에 같은 마음 돛배가 떴네.
생각하면 고향에도 봄은 이미 왔으련만
부질없이 하늘 끝에 쓸쓸히 앉아 있네.
(김운초. 황강 노인을 기다리며)
3. ②
㉠의 '금실 좋게 함께 즐거워하는'상황과 ②의 '원앙처럼 즐겁게 한평생 보내는' 상황은 서로 일치한다. (오답 풀이) ①은 고달픈 삶의 한과 무상감을, ③은 이별의 아쉬움과 재회에 대한 기대를, ④는 아름답고 영원한 자연에 대비되는 인간의 유한성을, ⑤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각각 노래하고 있다.
4. ㉡을 (보기)와 같이 바꾸어 쓰기 위해 나눈 생각들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이생이 슬픔에 겨워 통곡을 했더니 최씨가 다시 살아났다. |
① 성근 : 이렇게 되면 행복한 결말이 될 것 같아.
② 혜숙 : 그래. 최씨가 다시 살아나면 사랑을 이룰 수 있을 테니 참 좋겠어.
③ 경연 : 최씨가 살아나는 대목을 이생이 무덤 앞에서 통곡하는 장면으로 하는 것은 어떻겠어?
④ 기범 : 이번에는 최씨와 함께 오래도륵 살아가는 것으로 하자.
⑤ 은정 :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지. 그렇게 만들면 누가 믿겠어, 소설은 현실을 그려야 하잖아.
4. ⑤
소설을 '개연성 있는 허구'라 정의할 때 허구적 상상력은 소설의 특성 중 하나이다. (오답 풀이) (보기)와 같이 바꾸었을 때 결말을 해피 엔딩으로 추리하는 것이 무난하며, 이런 측면에서 ①∼④는 적절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5. 윗글로 알 수 있는 전체 사건의 줄거리를 요약하여 한자 성어와 연결해 보았다. 한자 성어의 쓰임이 잘못된 것은? ( )
* 두 차례의 이별과 해후 * 불행의 연속 ------------① 설상가상(雪上加霜) - 집이 병화에 불탐 - 부모와 최씨가 죽음 * 회상 : 꿈 같은 과거 -----② 일장춘몽(一場春夢) (최씨와의 생활) * 최씨 혼령의 등장 * 행복한 생활 ------------③ 결초보은(結草報恩) - 집 밖에도 나가지 않음 - 시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나눔 * 행복한 생활의 파국 ------④ 흥진비래(興盡悲來) - 이생과 최씨의 인연이 다함 * 최씨 사라짐 -------------⑤ 회자정리(會者定離) - 최씨의 유골을 거두어 장사 지냄 * 이생의 죽음 * 이생과 최씨의 사랑을 사람들이 기림 |
5. ③
① 설상가상(雪上加霜): 어려운 일이 연거푸 일어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② 일장춘몽(一場春夢):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③ 결초보은(結草報恩): 죽어 혼령이 되어서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뜻. '행복한 생활'에는 결초보은 대신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이란 뜻의 '금실지락(琴瑟之樂)'이 어울린다. ④ 흥진비래(興盡悲來): 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온다는 뜻으로 '세상일이 돌고 됨을 이르는 말.' 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
(6-1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대평셩러 (大平盛代)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 잇고 나난 위 중즐가 대평경러 (大平盛代)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 ㉠ ) 위 증즐가 대평경퍼(大平蘿代)
셜온 님 보내압노니 나난 가시닷 도셔 오쇼셔 나난 위 중즐가 대평경퍼 (大平盛代) 「가시리」 (나)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에게 자시는 창(窓)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 흥랑의 시조 (다) 바람도 쉬어 넘는 勳즈끄 구름이란도 쉬어 넘는 고개 산(山)진이 수(水)진이 해동청 (海東壽) 보라매 쉬어 넘는 고봉(高峰) 장성령(長城嶺) 고개 그 너머 님이 왔다 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어 넘어 가리라 - 작자 미상의 시조 (라) 천상(天上)의 견우 직녀(牽牛織女) ⓐ은하수(銀河水) 막혔어도. 칠월 칠석(七月七夕) 일년 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치 아니커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약수(弱水) 가렸관데,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그쳤는고? ⓑ난간(欄干)에 비켜 서서 님 가신 데 바라보니, 초로(草露)는 맺혀 있고 ⓒ모운(暮雲)이 지나갈 제 ⓓ죽림(竹林) 푸른 곳에 새 소리 더욱 섧다. 세상(世上)에 설운 사람 수없다 하려니와, 박명(薄命)한 ⓔ홍안(紅顔)이야 날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탓으로 살동 말동 하여라. - 허난설헌. 규원가 *약수(弱水) :도저히 건널 수 없다는 전설상의 강 이름 |
6. (가)∼(라)의 공통점을 바르게 지적한 것은? ( )
① 이별에 따른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
② 상대방의 덕을 송축(頌祝)하고 있다.
③ 민중의 적극적인 생활 의지를 담고 있다.
④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⑤ 자연물에 의탁해 자신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6. ①
(가)는 고려 시대 작자 미상의 속요로, 사랑하는 임이 떠나려 하자 화자가 느끼는 이별의 정한을 소박하게 노래하고 있다. (나)는 선조 때의 기생 홍랑의 시조로 이임지로 떠나는 사랑하는 사람(실존 인물 최경창)을 멀리 배웅하고 지은 노래로,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임에게 바치는 순정은 묏버들처럼 항상 임의 곁에 있겠다는 다짐의 노래이다. 또한 (다)는 작자 연대 미상의 조선 후기 사설시조로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이라도 쉬어 넘을 높은 고개 모든 매들까지도 다 쉬어 넘을 그 고개 너머에 임이 와 계신다면, 나는 그 고개를 단숨에 넘겠다는 강렬한 사랑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라)는 선조 때 여류 시인 허난설헌의 '규원가'로 기약 없고 무정한 임을 언제까지나 기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기구한 여인의 운명을 슬픈 탄식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라)는 모두 사랑하는 임과 떨어져 있는 이별의 상황에서 느끼는 화자의 정서를 노래하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 (가)와 (라)가 동일한 화자의 노래라고 가정할 경우, (가)에서 (라)로 상황이 변한 데 따른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 )
① 애초에는 망설였으나, 역시 보내 주길 잘한 것 같다.
② 임을 떠나보내고 처음에는 그리웠지만, 이제는 괜찮아졌다.
③ 처음에는 내가 임을 버렸는데. 이제는 임이 나를 버리는구나.
④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헤어질 때 왜 그렇게 애달파했올까?
⑤ 붙잡고 싶었던 임을 보내 주었는데, 어찌하여 소식조차 없을까?
7. ⑤
(가)의 화자는 임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상황에서 간절히 붙잡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붙잡으면 오지 않을까봐 두려워서 떠나 보내기 서러운 임을 선선히 보내 주고 있다. 반면, (라)의 화자는 한 번 떠난 뒤 오지도 않고 기약조차 없는 야속한 임을 원망하고 있다. 따라서, (가), (라)가 동일한 화자의 노래라고 가정한다면 임이 서운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돌아올 것을 기대하면서 서러움을 참고 임을 선선히 보내 주었으나, 떠난 뒤에는 전혀 소식조차 없는 임을 원망하는 태도가 나타난 ⑤가 적절하다.
8. ( ㉠ )에 들어갈 알맞은 구절은? ( ) <1.8점>
① 살어리 살어리랏다 ② 선하면 아니 올셰라 ③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
④ 괴시란대 우러곰 좃니노이다 ⑤ 유덕하신 님 여해아와지이다
8. ②
㉠의 앞 구절은 '붙잡아둘 일이지마는'으로 풀이되고, 다음 연은 '떠나 보내기 서러운 임을 어쩔 수 없이 떠나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돌아서서 오십시오'로 풀이된다. 이는 임이 나를 버리고 가시려는 상황에서 마땅히 붙잡아 두는 게 옳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순순히 떠나 보내는 것으로 화자의 심리가 돌변한 것이 되므로, ㉠에는 임을 떠나 보내지 않으면 안 될 어떤 이유를 담은 시구가 들어가야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에는 '행여 임께서 서운하게 여기시면(임의 뜻을 거스르고 못 가게 억지로 붙잡으면 님께서 서운하게 생각하실 것이므로) 다시는 아니올까 두렵습니다.'라는 구절이 들어가야만 마지막 연과 같이 돌연 님을 보내드리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면서 문장이 자연스러워진다. (오답 풀이) ① 살고 싶다, 살고싶다. -청산별곡, ③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어라. -사모곡, ④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르겠습니다. -서경별곡, ⑤ 덕행이 있으신 임을 이별하고 싶습니다 -정석가
9. (나)의 시어 가운데 (보기)의 밑줄 친 구절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 )
안녕. 친구야. 네가 전학 간 지도 일 년이 지났구나 그곳에서 좋은 친구들 만나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내 기억 속에 오롯이 남아 있단다. 보고 싶구나 친구야, 내 마음을 편지와 함께 이 테이프에 담아 보낸다 테이프에 녹음한 노래를 들으면서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지 다가오는 겨울 방학에는 너를 만나러 갈 계획이다. 너를 다시 만날 날이 무척 기다려지는구나 |
① 묏버들 ② 님 ③ 창(憲) ④밖 ⑤ 밤비
9. ①
(보기)의 밑줄 친 구절은 '화자의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매개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나)에서는 화자가 임에게 바치는 지순한 사랑을 '순정'을 내포한 묏버들로 구상화시켜,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임에게 바치는 순정만은 저 묏버들처럼 항상 임의 곁에 있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에서는 바로 이 '묏버들'이 '화자의 마음을 담아 임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답 풀이) ②의 '님'은 홍랑이 사귀던 벼슬아치 북해 평사 최경창을 의미하고, ③의 '창'은 단순히 임이 주무시시는 방의 창문을 뜻한다.
10. ⓐ - ⓔ중, ㉡의 함축적 의미와 유사한 시어는? ( )
① ⓐ ② ⓑ ③ ⓒ ④ ⓓ ⑤ ⓔ
10. ①
(다)에서 '고개'는 바람도, 구름도 쉬어 넘고,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 등의 매라도 모두 쉬어 넘어야만 넘을 수 있는 높은 고개인 장성령 고개로서 화자와 임을 갈라놓아 만나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라)에서 ①의 '은하수' 역시 견우와 직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뜻한다. (오답 풀이) ③의 '모운'은 본디 '날이 저물 무렵의 구름'이란 뜻으로, 화자(작자)가 임을 그리는 '연정(戀情)'을 비유한 표현이고, ⑤의 '홍안'은 본디 '볼이 불그레한 젊은 얼굴'의 의미이나 흔히 '여자'의 뜻으로 사용되고, 여기에서는 기구한 운명의 작자 자신을 빗대어 쓴 표현이다.
2002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말간 가람 한 고배 마을을 아나 흐르나니 긴 녀름 강촌(江村)애 일마다 유심(幽深)하도다. ⓐ절로가며 절로 오나니 집 우흿 져비오. 서르 친(親)하며 서르 갓갑나닌 믌 가온댓 갈며기로다. ⓑ늘근 겨지븐 죠해랄 그려 쟝긔파날 맹갈어날 져븐 아다란 바나랄 두드려 고기 낫갈 낫살 맹가나니 한 병(病)에 엇고져 하논 바난 오직 약물(藥物)이니, ㉠져구맛 모미 이 밧긔 다시 므스글 구(求)하리오. - 두보, 강촌(江村) - (나) 한 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수(數) 놓고 무진 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매 메고 가나 오색실 화려한 휘장에 만인이 울며 가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백양 속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회오리 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 꼬.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때야 뉘우친들 어찌하리 - 정철, 장진주사(將進酒辭)-
(다)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앞에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에 풍월주인(風月主人) 되었어라. 엊그제 겨울 지나 새 봄이 돌아오니 ⓔ도화(桃花) 행화(杏花)는 석양리(夕陽裏)에 피어있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細雨) 중에 푸르도다.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를 못내 겨워 소리마다 교태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이야 다를 소냐. 시비(柴扉)에 걸어 보고 정자에 앉아 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하여 산일(山日)이 적적한데 한중진미(閒中眞味)를 알 이 없이 혼자로다. - 정극인 상춘곡(賞春曲) - 수간모옥 - 몇 칸 초가집 울울리 - 우거진 속 소요음영 - 천천히 거닐며 나직이 읊조림. |
1. (보기)의 관점에서 (가) - (다)를 평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우리나라의 노래는 음란스러워 말할 것이 못 된다. '한림별곡(翰林別曲)'과 같은 노래는 방탕한 뜻이 있고 거만한 데다가 외설스러워 숭상할 바가 아니다. 이별(李鼈)이 지은 노래가 세상에 널리 전하는데, 이것이 더 낫다고들 한다. 하지만 세상을 우습게 알며 공손한 뜻이 없는 데다가 온유(溫柔)한 태도가 적어 애석하다. 요사이 나는 한가롭게 지내며 병을 고치는 틈틈이 마음에 감동된 것을 한시(漢詩)로 나타내곤 했다. 그런데 한시는 읊조릴 수는 있지만 노래가 되지는 않았다. 마음에 감동된 것을 노래로 부르려면 반드시 시속(時俗)의 말로 엮어야 한다. - 이황, 도산육곡 발(陶山六曲跋) - |
① (가)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담고 있어 좋군.
② (나)는 세상을 호탕하게 살려는 의지를 담고 있어 좋군.
③ (다)는 음란하거나 외설스러운 태도가 없어 좋군.
④ (가)와 (다)는 한가롭게 지내는 가운데 느낀 감동을 표현해서 좋군.
⑤ (나)와 (다)는 시속의 말로 지어져 노래할 수 있어 좋군.
1. ②
(나)에서는 허무와 적막, 애수의 정조를 표현하여 강한 무상감을 드러내고 있을 뿐, 세상을 호탕하게 살려는 강인한 의지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오답 풀이) ③ (다)의 화자는 욕심없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삶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세속적 욕망, 즉 음란하거나 외설스러운 태도는 드러나지 않는다. ⑤ (나)는 사설시조, (다)는 가사 문학의 효시이다. 사설시조나 가사 문학은 모두 함축성이 강한 운문 문학에 산문적 요소가 첨가된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운문 문학보다 時俗(시속)의 어휘 표현이 많이 첨가된다.
2. (보기)를 참조할 때 ㉠의 생활 모습과 내면 세계에 가장 가까운 것은? (2.2점)
<보기> 두보는 처자를 데리고 난리를 피해 굶주림 속에 곡강(曲江)에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때의 심경을 그린 작품이 바로 '강촌(江村)'이다. 세상은 그에게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았고 그는 거기서 너무도 가난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의 뜻과 시는 끝까지 임금에게 충성을 다했고 백성을 아꼈다. |
① 바람 맑고 달 밝은 밤에 거문고를 곁에 놓고
사계절 흥취를 많은 꽃에 부쳤으니
이 몸도 태평시절 성은(聖恩)에 젖었는가 하노라. - 송타
②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 말동 하여라. - 김상헌
③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는 것가.
아무리 푸새엣것인들 긔 뉘 땅에 났더니 - 성삼문
④ 이 몸이 쓸 데 없어 세상이 버리오매
서호(西湖) 옛집을 다시 쓸고 누웠으니
일신(一身)이 한가할지 나 님 못 뵈어 하노라. - 이총
⑤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있다 하여도 예 듣고 못 봤더니
붉은 노을 가득하니 이 진정 거기로다.
이 몸이 또 어떠하뇨 무릉인(武陵人)인가 하노라. - 김득연
2. ④
㉠은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욕심없는 안분지족의 태도를 지닌 시적 화자를 나타낸다. 이러한 정서와 함께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해도 끝까지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고 백성을 아끼는 자세가 드러나는 시조를 찾는다. 4의 시조를 보면, 세상이 기회를 주지 않아(세상이 버리오매) 자연 속에서(서호 옛집) 욕심없이 지내면서도(일신이 한가할지 나) 임금에 충성을 다하는 자세(님 못 뵈어 하 노라)가 드러나 있다. (오답풀이) ① '가난한 생활에서의 안분지족'이 드러나 있지 않다. ②, ⑤ '임금에 대한 충성'이 드러나 있지 않다. ③ 절개를 지키려는 굳은 마음과 충성은 드러나 있으나, 가난한 삶에 대한 안분지족의 태도는 드러나 있지 않다.
3. <보기> ㉡에 대한 비평이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원숭이는 당시에는 보기 어려웠던 동물이니, '하물며 무덤 위에 이슬 내릴 때야 뉘우친들 어찌하리.'로 바꾸자. |
① 그렇게 바꾸면 무덤 주변의 스산한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② 자연과 인간의 일체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인간을 닯은 소재로 표현해야 해.
③ 당시에는 보기 어려웠던 동물을 통해 죽음의 쓸쓸함을 신비 롭게 표현한 것을 놓치게 돼.
④ 원숭이가 어떤 정서를 환기하느냐가 중요하지, 그것을 불 수 있느냐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⑤ 실제로 보기는 어려웠어도 여러 글을 통해 원숭이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야 해
3. ②
'원숭이 휘파람'은 애수의 정조, 스산하고 쓸쓸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시어이다. 자연과 인간의 일체감과는 연관성이 없다. (오답 풀이) ① '이슬내릴 때'는 시각적 표현일 뿐, 청각적 표현이 되지 못한다. ⑤ 원숭이는 당시에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니었지만, 12간지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볼 때, 원숭이에 대한 관념은 존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4. (다)의 정경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할 때, 고려할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초가집은 작게 그려서 청빈한 삶을 표현해야겠어.
② 꾀꼬리가 울고 있는 모습을 넣어 청각적 이미지도 살려야겠어.
③ 시를 주고받는 인물들을 배치해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모습 을 나타내야겠어.
④ 초가집 주위에는 소나무와 대나무를 둘러 세속과 단절된 분위기를 그려야겠어.
⑤ 복사꽃과 살구꽃이 만발한 모습을 통해 화사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야겠어.
4. ③
(다)에서 화자는 '한증진미를 알 이 없이 혼자로다'라고 하면서,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시를 주고받는 다른 인물들은 존재할 수 없다. (오답 풀이) ①화자는 세속적 욕망을 버린 청빈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5. ⓐ -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제비와 갈매기를 통해 그윽한 자연경관을 그렸다.
② ⓑ: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강촌 생활의 모습을 나타냈다.
③ ⓒ: 대조적인 상황을 설정해 죽음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④ ⓓ: 의미가 상반되는 구절을 배열에 무덤의 배경을 묘사했다. ⑤ ⓔ: 색채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5. ④
ⓓ는 무덤이 있는 곳의 정경 변화를 통해, 세월의 흐름을 표현한 구절이다. 여기서 의미가 상반되는 구절은 없다. (오답 풀이) ③죽음 이후의 초라함과 화려함을 대조하고 있다. ⑤붉은 꽃과 놀, 푸른 버들과 풀잎의 색채가 대비되었다.
(6 - 1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모임을 파한 후에 토끼 뒤에 따라가며 한 번 불러, "여보, 토생원(兎生員)." 토끼의 근본 성품 무겁지 못한 것이 겸하여 몸집도 작으니 ⓐ온 산중이 멸시하여 누가 대접하겠는가. 쥐와 여우, 다람쥐도 '토끼야, 토끼야,' 아이 부르듯 이름 불러 어른 대접 뭇 받다가 천만뜻밖 누가 와서 생원이라 존칭하니, 좋아 아주 못 견디어, "게 뉘랄게, 게 뉘랄게 날 찾는 게 뉘랄게," 요리 팔팔 조리 팔팔 깡장깡장 뛰어오니, 별주부(鼈主簿)가 의뭉하여 토끼의 동정 보자 긴 목을 옴뜨리고 가만히 엎덨으니 토끼가 주부 보고 의심을 매우 하여, "이것이 무엇인고? 쇠똥이 말랐는가. 이 산중에 무슨 솥 깨어진 부등감이 어찌 저리 묘하게 깨져. 애고, 이것 큰일났다. 사냥 왔던 총(銃)장이가 질음승 끌러 놓고 똥 누러 갔나 보다. 바삐바삐 도망하자." 주부가 생각한즉 그대로 두어서는 ⓑ저리 방정맞은 것이 이리저리 한없이 내달리겠거든 또 한 번 크게 불러, "여보 토생원" 토끼가 가다 듣고, "누가 나를 또 부르노?" 아장아장 도로 오며 주부를 바라보니, 아까 없던 목줄기가 돌담 틈에 배암같이 슬금이 나오거든. 의심 나고 겁이 나서 멀찍이 서서 보며 문자(文字)로 수작 내어, "내가 이 산중에 생어사(生於斯) 장어사(長於斯) 유어사(유(遊)於斯) 노어사(老努斯)하여 몇 해가 되었으되 오늘 처음 보는 터에, 나를 어찌 알고 무엇 하러 불렀느뇨?" 주부가 대답하되,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니 볼역낙호(不亦樂乎)가 공자님 말씀인데, 어이 그리 무식하여 처음 본다 괄시하니 인사가 틀렸는데." 토끼가 들어 본즉 ⓒ생긴것과 말하는 게 만만히 볼 수 없거든. 옆에 와 썩 앉으며, "뉘라 하시오?" "예, 나는 수궁(水宮)에서 주부 벼슬하여 먹는 자라요." "산수(山水)가 서로 다른데 산중은 어찌 왔소?" "우리 용왕 장한 가르침 팔천 리를 다스리니, 하루에도 수없이 몸소 일을 하옵는데 신하가 재주 없어 찬양하기 어렵기로, 용왕의 분부 모시어 임금 보좌할 인재를 구하기로, 천하 명산 다니다가 오늘날 모족(毛族) 모임 천만다행 만났기로, 자리를 다 보아도 임금 보필할 인물은 곰도 아니요 범도 아니요 선생 하나뿐이기로 선생을 모셔 가자 뒤를 따라 왔사오니, 바라건대 선생은 나를 따라 가사이다." (가) 토끼가 제 인물에 ⓓ하 감사한 말이어든 제 소견에도 의심하여, "어떻기에 내 형용이 곰보다도 나을 테요? 범보다 나을 테요?" 주부가 대답하되, ㉠"곰의 몸이 비록 크나 눈이 작고 털이 덮여 태양 정기 부족하니 미련하여 못 쓸테요, 범이 비록 용맹하나 코 짧고 줄기 없어 얼굴 가운데가 움푹하니 단명(短命)하여 못 쓸 테요 몸이 작고 발이 빨라 산도 넘고 물도 뛰어 따라갈 이 없을 테니, 민첩한 저 구변(口辯)이 소진(蘇秦)의 합종(合縱)인지, 가끔 가끔 조는 것이 공명(孔明)의 춘수(春睡)런지. 볼수록 모두. 짐승 중 제일이니, 우리 수궁 같사오면 출장입상, 부귀공명 따라갈 이 뉘 있을까?" 토끼가 들어 본즉 주부의 하는 말이 저 생긴 형용하고 낱낱이 똑같거든. 가만히 생각한즉 ⓔ형용은 무던하나 속에 글이 없었으니, 수궁에 글하는 이 있는지 알아야 할 테여든. 또 물어. "수궁의 조관(朝官) 중에 문장이 몇이 되오?""문장 조관 있으며는 영덕전(靈德殿) 지을 적에 상량문을 못 지어서 인간 세상까지 나와 구했겠소?" 또 물어, "수궁에 훨씬 키 큰 조관 있소?" "영덕전 상량할 제. 키 큰 조관 가리는데 내가 상량하였지요. 그리 큰 수궁에서 나만한 키도 없소. 선생이 들어가면 거인이 들어왔다 모두 깜짝 놀라지요." 토끼가 생각한즉, '너른 의사(意思) 좋은 구변 내 속에 흠뻑 들고, 글 잘하고 키 큰 조관 수궁에 없다 하니, 나 지닌 신언 서판(身言書判) 눌릴 데가 없건마는 땅에 안주하여 옮기기 어려우니 이 형편에 썩 떠나기가 어렵구나.' - 신재효, 토별가(兎鼈歌) - 부등감- 질그릇 깨진 조각으로, 아궁이의 불을 담아낼 때 부삽 대신 쓰는 것. 질음승: 화약의 심지. 소진의 합종, 공명의 춘수: 토끼의 말솜씨와 조는 모습을 각각 소진의 위업과 제갈공명의 여유에 비긴 말. |
6. 위 글에 나타난 토끼의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자라가 칭찬하는 말을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다.
② 다른 짐승의 위세를 빌려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있다.
③ 사냥감이 될까 봐 전전긍긍(戰戰兢兢)하면서 살고 있다.
④ 처음 만난 자라에게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고 있다.
⑤ 자신의 용모와 학식에 대해 자격지심(自激之心)을 갖고 있다.
6. ②
'狐假虎威(호가호위)'란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을 비유한 말이다. 이 글에서 주부가 토끼를 곰과 범에 비교하여 토끼가 우월하다고 말한 부분은 있지만, 토끼 자신이 호가호위하는 모습은 나타나있지 않다. (오답 풀이) ①'토끼가 제 인물에∼ 제 소견에도 의심하여'에서 알 수 있다. ③ '사냥 왔던 총장이가 ∼ 바삐바삐 도망하자'에서 알 수 있다. ④ '문자로 수작내어 ∼ 나를 어찌 알고 무엇 하러 불렀느뇨?' 에서 자신이 文(문)에 능통하다는 듯 허세를 부림을 알 수 있다. ⑤ '형용은 무던하나 속에 글이 없었으니'와 '글 잘하고 키 큰 조관 수궁에 없다 하니'에서 토끼 자신에 용모와 학식에 대해 자신이 없음(자격지심)을 알 수 있다.
7. (가)에 나타난 별주부의 말하기 방식은?
① 해학적 표현을 통해 자기 내면의 갈등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고 있다.
② 환심을 얻기 위해 상대방 마음에 드는 말을 쓰고 있다.
③ 상대방을 은근히 조롱하면서 자기를 과시하고 있다.
④ 상대방 말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⑤ 모호한 말을 개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
7. ②
주부는 토끼를 꾀어 수궁으로 데려가기 위해, 토끼의 민첩함과 말솜씨뿐만 아니라 조는 모습까지 추켜서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있다.
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1.8점)
① 동물의 외모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② 동물의 동적인 모습을 포착하여 묘사하고 있다.
③ 동물의 외모로부터 그 특성을 이끌어 내고 있다.
④ 동물을 인간에게 주는 효용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⑤ 동물을 인간 세상의 신분 관계로 의인화하고 있다.
8. ③
㉠은 외모를 근거로 하여 다른 동물의 특성(단점)을 이끌어 내어 토끼의 민첩성과 말솜씨에 대비시킴으로써 짐승 중에 토끼가 으뜸이라는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9. ⓐ - ⓔ중 등장 인물의 생각이 아닌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9. ①
ⓐ는 등장 인물의 생각이 아니라, 서술자의 편집자적 논평이다. (오답 풀이) ⓑ-주부의 생각, ⓒ, ⓓ, ⓔ-토끼의 생각
10. (보기)는 위 글과 관련된 설화를 채록한 것이다. (보기)와 비교하여 위 글의 특징을 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채록일시: 2001년 ○월○일 채록장소: 경기도 ○○군 ○○면 ○○리 제 보 자: 정○○(여, 75세) 채 록 자: 김○○
자라가 육지에 나와서 토끼를 찾느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할 짐승이 있길래 목을 집어넣고 발을 움츠리고 가만히 있었어. 그러자 그 짐승이 와서 만져 보며, "이게 .뭐냐? 쇠똥 같은데?" 하며 발로 툭 차 봤겠지. 자라는 그 짐승이 별로 해치지 않는 것을 보고서 목을 쭉 내밀고, "너는 뭐냐?"하고 물었어. "나는 토끼라고 하는 것인데 너는 뭐냐?" 하고 되물었겠다. 자라는, "나는 용궁에 사는 자라인데, 이 세상에 토끼란 것이 재간이 많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 용궁에서 데려다가 귀한 벼슬을 주고 재미있는 세월을 보내게 하겠다고 나를 내보내서 여기 왔다. 그러니까 너는 나하고 같이 용궁에 가지 않겠니?"하며, 이런 말 저런 말로 토끼를 꾀는 것이야. 토끼는 그 말을 듣고서 용궁에 가고픈 맘이 생겼지 |
① 수정: 사건의 인과성을 드러내기 위해 장면을 전환시켰군.
② 종섭: 설화에는 별로 없는 한문투 어구나 표현이 사용되었어.
③ 우성: 서술자가 토끼의 심리 변화를 더 자세히 서술하였군.
④ 진희: 설화보다 서술된 분량이 많지만 서사 진행의 속도는 느리군.
⑤ 천성: 토끼와 자라의 대화가 훨씬 길어서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어.
10. ①
이 글에는 주부가 토끼를 수궁에 데려가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만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사건의 인과성을 드러내기 위해 장면을 전환시켰다고 할 수 없다. (오답 풀이) ② '생어사(生於斯), 장어사(長於斯), 유어사(遊於斯), 노어사(老於斯)' 등 한문투 어구가 사용되었다. ③ '생긴 것과 말하는 게 만만치 볼 수 없거든'과 같이 곳곳에 토끼의 생각을 드러내어 심리 변화를 서술하였다. ④ 주부가 토끼를 유혹하는 동일한 사건이 (보기)의 내용보다 구체적이므로, 느린 호흡으로 서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