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3/못 다한 이야기
목줄 길이와 찌맞춤, 그리고 찌올림
송귀섭<바낙스 프로스텝>
<붕어낚시21>이 2003 신년 특별기획으로 지난 3월호까지 연재한 '찌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붕어낚시21>이 기획한 '찌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은 찌의 선택문제를 비롯, 찌 소재와 형태에 따른 특성에서부터 찌맞춤과
물 속 채비 상황까지 비교적 자세히 제시했음을 자부한다.
이번 호에는 바낙스 필드스텝인 송귀섭씨가 정리한 것 중에서 '찌올림의 사각지대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에 관한 것과 '각종 찌맞춤법에 따른 찌올림의 폭에는 과연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본다. 이것은 지난 두 번에 걸쳐 게재된 '찌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을
정리하는 뜻이기도 하며, '찌에 관한~'을 읽은 독자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1. 목줄 길이와 찌올림
붕어가 목줄 길이 이상
움직여야 찌가 올라온다?
지금까지 우리는 목줄이 가지고 있는 입질 사각지대 때문에 봉돌이 바닥에 안착한 상태라면 목줄의 길이 만큼(즉 사각지대 만큼) 찌올림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실제로 낚시를 해 보면 목줄 길이를 한 뼘, 즉 20cm 정도 늘어뜨려서 바닥낚시를 해도 중후한 찌올림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20cm 길이의 목줄로 20cm 찌올림을 보려면 붕어가 미끼를 물고 40cm 이상 들어 올려야 한다는 계산인데, 붕어는 실제로 그처럼 큰 폭으로 이동을 했을까?
이 때, 즉시 5cm 정도로 목줄을 짧게 맨 후 채비를 내려봐도 찌올림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계산대로라면 좀 전에 40cm 이상 찌가 올라왔으므로 이번에는 찌가 벌렁 누워야 하는데, 실제로는 한 뼘 정도만 올리고 멈추는 듯 하다가 챔질을 하지 않으면 잠시 후에 스르르 내려가고 만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목줄 길이와 찌올림 폭
나타나는 차이는 미미
필자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았다.
낚싯대 3대를 펴놓고 목줄 길이를 5cm, 10cm, 20cm로 각각 달리하여 챔질을 하지 않고 입질이 있을 때마다 어느 쪽의 찌가 얼마나 올라오는 지 관찰했다. 심지어 사람을 물 속에 들어가게 한 후 마치 붕어가 입질을 할 때처럼 바늘을 들어 올려 보게도 했다.
결과는 목줄의 길이가 달랐을 때는 목줄이 길수록 예신의 전달이 작고 미세하다는 것 외에는 본신의 찌올림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에 반해 사람이 물 속에 잠수하여 바늘을 잡고 들어 올렸을 때는, 같은 높이를 들어 올려도 목줄이 길수록 찌올림의 폭이 현저하게 작아진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붕어는 목줄을 들 때
수직으로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가 풀고자 하는 문제는, 왜 실제 낚시를 해 보면 붕어가 입질을 할 때 목줄 길이에 따른 찌 상승 폭의 차이가 크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위의 실험 중에는 실험 방법 면에서 무언가 중대한 과오가 있었다는 것인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지 못한 상태에서 몇 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에 참고할 만한 서적도 들쳐보고 누군가가 찌올림의 비밀을 풀었다며 내 놓은 설명을 열심히 탐독하고, 또 그대로 실험도 해 보았다. 그러나 분명히 바늘을 들어올리면 목줄이 완전히 수직상태로 들리고 나서야 봉돌이 따라 들리는 현상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어 여전히 의문을 풀 수 없었고, 주장하는 사람마다 그 현상을 목줄의 사각지대라고 발표하곤 했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박장대소할 일이 생겼다.
수족관에 키우는 붕어에게 낚시를 하고 남은 지렁이를 가져와서 넣어 주었던 적이 있었는데, 붕어가 지렁이를 순식간에 빨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 손뼉을 치고 한참을 웃었다.
우리가 그 동안 실험이라고 한 행동에 지극히 기초적인 부분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붕어가 먹이를 먹을 때는 거꾸로 서서 흡입한 후 물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먼저 번에 실험을 할 때도 붕어가 실제 먹이활동을 하는 형태와 같은 각도에서 바늘을 들어야 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우친 것이다.
실제로 붕어는 아래 45도 각도로 먹이를 강하게 흡입한 후 올라서는데, 우리는 90도 각도, 즉 수직으로 목줄을 들어올리는 실험을 하면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일련의 실험은 근본부터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붕어가 45~60도 각도로 먹이를 빨아들인다고 말해왔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찌올림의 사각지대?
우려할 만큼 크지 않다
그제서야 필자는 제대로 된 실험을 하기 위해 수영장을 찾아갔다. 수영장 관리인에게 통사정을 하고 실험을 해 보았다.
처음에는 낚싯대에 채비를 하지 않고 찌에다 원줄만 묶은 채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원줄을 당기는 대로 찌가 끌려오는 바람에 실패했다. 즉 45도 각도로 들어올리려고 당기면 찌가 수직으로 올라서지를 못하고 봉돌이 끌려오는 대로 찌도 따라와 버린 것이다. 물론 약간은 움찔 움찔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아하! 원줄이 잡아줘야만 역할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낚싯대에 완전한 원줄 채비를 한 후 실제 낚시를 할 때와 똑같이 앞치기로 채비를 던져놓고 45도 각도로 당겨보니 약 15도 각도쯤에서 찌가 반응하기 시작하고, 그 이후는 실제 낚시 할 때와 똑같이 찌가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목줄의 사각지대는 우리가 우려하는 만큼 많이 발생하지 않고, 찌올림 역시 바닥으로부터 약 15도 각도 이후로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낚시를 할 때 찌가 상승하는 이유는 찌와 봉돌 뿐 아니라 모든 채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그 역할을 다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항들을 아래 그림으로 표시 해 보았다.
2. 찌맞춤과 찌올림
무거운 찌맞춤·가벼운 찌맞춤
가벼울수록 찌올림 폭이 크다?
일반적으로 찌를 무겁게 맞추면 찌올림의 폭이 작고 찌를 가볍게 맞출수록 찌올림의 폭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무거운 찌맞춤과 가벼운 찌맞춤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나타난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필자 나름대로 구별 해 본 결과로는, 채비를 투척하여 안착시켰을 때 봉돌이 바닥에 닿느냐 떠 있느냐의 차이 뿐이었다. 즉, 봉돌이 바닥에 닿는 찌맞춤은 무거운 찌맞춤이고, 봉돌이 떠있는 상태의 찌맞춤은 가벼운 찌 맞춤으로 대별된다.
그러면서 무거운 찌맞춤을 하면 붕어가 느끼는 이질감이 더 크므로 빨리 뱉어 버리기 때문에 찌올림의 폭이 작다고들 말한다.
찌맞춤에 따른 찌올림 비교
표준 찌맞춤이 확실한 예신
실제 그런가? 실험을 해봤다.
낚싯대 2대를 준비했다. 하나는 비교적 무겁다고 말하는 전통적인 수평 찌맞춤(이 경우 채비를 투척한 후 찌톱을 수면 위로 약간이라도 노출시키면 봉돌은 바닥에 내려가 닿는다)을 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가볍다고 말하는 영점 찌맞춤(이 경우는 찌톱을 수면 위로 노출시켜도 바늘만 바닥에 닿고 봉돌은 떠 있다)을 했다.
이렇게 채비를 한 두 대의 낚싯대로 똑같이 낚시를 하면서 입질이 왔을 때 챔질하지 않고 관찰해 보았다.
결론은 두 낚싯대 모두 우리가 생각 한 만큼 찌올림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예신이 왔을 때 찌에 나타나는 반응은 봉돌이 바닥에 안착해 있는 전통적인 수평 찌맞춤에서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무엇이 찌의 진실일까?
붕어가 느끼는 이물감
무거우면 바로 뱉어버린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이미 앞의 '목줄의 사각지대와 찌올림'에 대한 설명에서 어느 정도 나왔다.
봉돌이 바닥에 안착 된 상태에서는 붕어가 먹이를 강하게 흡입할 때 목줄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은 봉돌에 그대로 전해지고, 봉돌이 살짝 떴다 가라앉는다. 그러나 봉돌이 떠 있을 때는 목줄을 통한 충격이 원줄과 같은 연결선상에 있는 봉돌로 전해 질 때 그 충격은 원줄과 봉돌에 같이 흡수되어 찌에 나타나는 현상은 오히려 그 폭이 작다. 즉, 우리가 말하는 찌올림 예신은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본신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본신의 찌올림을 보일 때도 붕어는 찌 맞춤이 된 봉돌의 무게 정도에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필자는 붕어에게 먹이를 주면서 낚시 채비를 이용하되 가벼운 찌맞춤 상태로 미끼를 꿴 것과 수평 찌맞춤 하여 미끼를 꿴 것을 함께 실험 관찰해 보았다.
그 결과 붕어는 흡입과 뱉음을 반복하면서도 봉돌의 무게에 의한 감각은 별로 느끼지 않는 듯 했다.
붕어가 흡입 직후 바로 뱉어낼 때는 어느 경우든 흡입 후 곧바로 뱉어 내고, 한참을 입에 넣고 아가미로 걸러내는 동작을 할 때는 어느 경우든 쉽게 뱉어내지 않고 입에 물고 올라 서거나 후진 동작을 했다.
고부력과 저부력의 차이
찌맞춤 정확하면 대동소이
붕어의 이런 동작에 따른 찌의 움직임은 관찰 결과 봉돌이 바닥에 닿은 상태에서 붕어가 강하게 흡입할 때(예신이 있을 때)는 찌 끝이 수면 위로 움찔 올라서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봉돌이 떠 있을 때는 찌 끝만 움찔한 후 그 자리에서 흔들리는 반응으로 나타났다.
이후 붕어가 미끼를 완전히 흡입한 후 올라 설 때(본신이 나타날 때)는 두 경우 모두 찌톱이 수면 위로 올라서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는 더 많은 경우를 관찰하기 위해 봉돌과 바늘이 다 떠있는 상태에서 실험을 했다.
이 경우 붕어는 대부분 먹이를 흡입한 후 전진, 또는 후진을 하거나 아예 가라앉는 모습을 보였다. 먹이를 물고 위로 떠오르는 동작은 거의 없었다. 이때는 찌가 툭툭 끌려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마 중층낚시나 내림낚시에서 보이는 찌놀림이 이런 경우일 것이다.
물론 필자의 이같은 실험은 수심이나 수온 상태가 다양하지 못하고 한정된 상태에서의 실험관찰이었으므로 일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붕어의 본능에 의해 나타나는 동작과 현상은 인정해야 된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부력이 큰 찌와 부력이 작은 찌에 대한 입질 차이도 크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즉, 찌맞춤이 정확히 된 상태라면, 그리고 정상적인 부상력을 갖추고 있는 찌라면 그것이 저부력 찌든 고부력 찌든 찌올림에 나타나는 현상은 크게 차이가 없으며, 이것은 외 바늘이나 두 바늘 모두 같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 동안 붕어의 능력을 너무 과대포장 하거나 과소 평가해 온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고, 찌와 찌 맞춤에 대해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여왔던 셈이다.
목줄의 사각지대는 우리가 걱정 한 만큼 발생하지 않고, 찌맞춤 하나만 가지고는 찌올림의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도 없으며, 모든 것은 그날의 자연현상에 적응하여 생존하는 붕어가 그 본능적인 행동을 어떻게 해주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 낚시꾼은 겸허한 자세로 그 현상에 맞춰가며 낚시를 즐겨야 할 것이다.
참고로 지금까지의 내용은 우리 토종붕어의 생태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중국붕어나 잉붕어, 떡붕어, 잉어, 향어 등은 그 생태적 습성에 따라 먹이동작이나 습성이 달르기 때문에 약간의 변수가 있음을 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