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아무 이상없이 흘러가는 하루에 대해서는 별로 의식하지 않지만, 일상과 달리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것을 기억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 지는 것이 '머피의 법칙' 같은 일이고, 혈액형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서 벗어난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의식하지 않다가,
많은 부분이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날 경우 억지로라도 끼워 맞추는 위험이 있단 얘기다.
재미를 넘어, 혈액형에 몰두하는 솔로부대원이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마스크팩을 하거나 발바닥 각질제거를 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3. 연애이론 중독자 늘 매뉴얼을 통해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고 부탁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을 주의깊게 듣는 사람은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사람 보다 수가 적다. 한 솔로부대원이 보낸 편지를 보자.
무한님.. 오늘 매뉴얼에 나온 "말하라" 라는 글을 보고, 그에게 말했어요.
그는 제 문자에 답장만 할 뿐 먼저 대답을 해주지 않거든요..
주말에 만났을 때에는 맥주를 마시자길래, 한 번 튕기려고 "나중에요" 라고 했는데
더 물어보지 않고 집에 데려다 주더군요.. 참 주관없는 남자죠?
영화를 볼 때에도, 뭘 보자고 말한 적이 없어요..
항상 저보고 "뭐 보고 싶은거 있어요?" 라고 묻는데..
아무래도 너무 리더십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어장관리를 하는건가 싶어 도대체 왜 연락이 없는지 물어봤답니다.
그리고 발전이 없는 이런 관계는 싫다고도 얘기 했구요..
하루가 다 끝나가는데도 답장이 없네요..
제가 잘못한 걸까요?
이 분의 사연은 이 외에도 많이 있지만, 너무 길어질 듯 하여 생략하고 중요한 부분만 잘라서 넣었다. 안타깝게도 사연을 읽었을 때 전혀 '어장관리'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 남자분은 배려를 하고 있는 상태며, 문자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이 두 분이 하루에 나누는 문자는 10개 정도 된다. 결코 애가 탈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연락이 없다는 이야기는, 여자분이 남자가 말 할 틈도 없이 먼저 문자를 날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아침 8시에 출근하면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받는다. 그리고 12시가 되기 전 밥을 잘 먹으라고 문자를 보내고 답을 받는다. 오후 4시쯤, 졸립기도 하고 업무에 집중이 안되 심심하다며 문자를 보낸다. 6시, 퇴근하며 문자를 보내고 만날 약속을 잡거나 집에 들어간다는 통보를 한다, 8시쯤 밥을 먹고 안부를 물을겸 문자를 보낸다. 그리곤 11시, 잠자리에 들며 문자를 보낸다. 물론, 모든 문자에는 남자의 답장이 온다.
이전 매뉴얼에서 '말하라' 라는 부분은,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고, 만남을 계속 회피하거나, 만났을 때에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처럼 지내지만, 그 이후의 시간에는 남남처럼 지내는 대원들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단 얘기다.
이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만 매뉴얼에서 읽고 진행하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매뉴얼의 1번을 기억하는가?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라고 적혀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군인들의 삽질과 다를 바가 없다.
진행되고 있는 이 매뉴얼 역시 타인의 사례를 설명하거나, 연애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는 것일 뿐, 매뉴얼을 읽는다고 내일부터 핑크빛 러브러브가 시작되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게 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니란 얘기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라는 책이 있지만, 그 책을 읽었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 보다야 아는게 나을 때가 있지만, 어설프게 알거나 잘못 알고 있다면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 때가 있다. 지금 매뉴얼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위와 같은 실수는 안하길 기원한다.
4. 미안하지만, 운이 없는 여자아무리 소문난 강태공이라해도, 이제 막 물만 받아놓은 저수지에서 고기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고기가 있어야 고기를 잡을 수 있단 얘기다. 여중-여고-여대의 엘리트코스를 밟고, 남자라고는 50을 넘긴 사람들 밖에 찾아볼 수 없으며, 직장은 평일에 한 번 쉴 수 있는 상태라면,
아무래도 연애를 하기 어려운 조건이 될 수 있다. 거북이만 있는 우리에 자라가 들어가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또,
만나는 남자들마다 형편없을 수가 있다. '형편없음'에 대해서 오해를 할 지도 모르지만, 스펙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고,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내년이면 서른 셋입니다. 제 인생을 돌아보니.. 너무 파란만장 했어요..
박상민의 <무기여 잘있거라>라는 노래보다 더 힘든 연애사 였습니다.
나이별로 남자는 편의상 A,B,C로 호칭하겠습니다.
A와는 19살에 만났어요. 세달 쯤 사귀다가 대학에 갔고,
A는 재수를 하다가.. 아예 이민을 가 버리더군요..
소식으로는 아직도 호주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릴 때 일이지요. 손도 잡기 전이었으니까요..
B와는 대학교 3학년 때 만났습니다. 복학생이었죠.
근데.... 이색히.. 변태였습니다..
보통 손이나 가슴을 만지는데.. 이 색히는 다짜고자
팔꿈치를 만지더군요.. 팔꿈치 촉감이 좋다고..
그러더니 나중엔 겨드랑이를 만지고..
인내심으로 다섯 달 사귀고.. 헤어졌습니다..
C와는 어학원에서 만났어요.. 스물 일곱 때였죠..
그나마 가장 오래 사귀었습니다.. 이년을 사귀었죠..
근데.. 사귈때에도 금발 타령을 하더니..
싸우고 잠시 헤어진 틈에 외국을 나갔다가..
다음 해에 결혼하더군요.. 금발이랑........
D는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거래처 사람이었는데.. 착실하고.. 무엇보다 은행원이라..
결혼까지 혼자 생각할 정도였죠..
남들 몰래 은밀하게 만나자고 하고..
주말에 연락이 없어서 이상한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만..
유부남 이더군요...
스물 살 때 결혼했다고 어느 날 고백하는데..
전 무너질 뻔 했습니다... 애가 중학교 들어간다는 군요..
전 이대로 늙어 죽게 될까요?
안타깝지만 위와 같이 '재수 옴 붙은'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극히 드물 수도 있겠지만, 메일함에 쌓여있는 솔로부대원들의 사연을 듣다보면 그리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어렵지 않다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 이런 경우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다음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겁니다.." 같은 것 밖에 없어서 죄송스럽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히 연애를 못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4번을 제외한 위의 세 가지 경우를 종합해 보면 알겠지만,
결국 '내 견고한 성'을 쌓게 되면 상대방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질 위험이 있다. 이쪽에서 현관문에 달린 도어 아이로 밖을 내다만 볼 것이 아니라, 상대가 들어와 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 마련해 놓는 편이 낫다.
지구상에서 '완벽한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 장치 같은 건 없다고 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해도 영영 '완벽한' 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어느 기계든 어느 사람이든 아주 미세한 오차는 생길 것이고, 그런 까닭에 '완벽한 삼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대에 대한 당신의 마음가짐도 그렇다. '완벽한 이상형'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완벽한 삼각형'이라고 그냥 믿어버리는 것 처럼, 이상형 역시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다면 '선입견'이란 벽돌로 견고한 벽을 만들지 말길 바란다. 그 벽에 도전하다 결국 그가 지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매뉴얼은 여기서 마치며, 노멀로그에 들러주신 모든 분들께, 풍성한 한가위가 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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