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작년 11월 18일 <대충산사> 산행일정 게시판에 정기산행으로 11월 29일(일) <배.태.망.설 종주>
를 한다고 공지가 올려졌었다. <배.태.망.설 종주>란 충남 아산시의 배방산 - 태학산 - 망경산 -
설화산 등 4개 산을 연결한 능선길 종주를 말한다. 참가하겠다고 댓글을 달아놓지는 않았지만 그
날 산행에 참석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전날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하지 않
는가 ? 앗 ! 비가 오면 안되지. 나는 본래부터 비와 친하지 않으니 당연히 불참으로 마음을 고쳐 먹
었다. 다음날 정기산행일이 되니 역시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렸다.
그런데 다음 다음날 쯤인가 장끼님의 배.태.망.설 종주 산행기가 대충산사 카페에 올라왔는데 살
펴보니까 열두 분이 참가하여 우중산행을 하셨고, 산행 시간은 08시간 30분이 걸렸다고 쓰여 있
었다.
그래서 나는 5만대 1 지도를 번갈아 보아가며 산행기를 다시 읽었다. 읽어보니 비를 싫어하여 동
참은 못했지만 나 혼자만이라도 산행을 한번 해 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만큼 지도상의 산줄기가
유혹을 하였다.
그래서 차일피일 하다가 일기예보를 참작하여 날씨가 좋은 날을 잡아 산행을 해보았다.
그러나 나의 달팽이 기어가듯 하는 체력으로는 8시간 30분은 어림도 없는 산행길이었다.
제대로 휴식다운 휴식도 변변히 취하지 못하고, 꼭 사진을 찍고 싶은 곳에서도 사진도 찍지 못한
채 허둥지둥 기를 쓰며 내달린 것이 무려 9시간 20분이나 걸려 간신히 하산을 끝내고 파김치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가다가 주저앉고 싶은 생각, 중간탈출을 하고 싶은 유혹을 이를 악물고 참아가며 내달렸어도 대충
산사 선답자 분들보다 50분이나 더 걸려 간신히 산행을 마칠 수가 있었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온 몸이 욱신거린다. 평소 걷던 스타일로 유유자적 했더라면 11시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정기산행을 한 그 날 날씨가 좋아서 멋모르고 동참하여 일행을 따라나섰더라면 오버페이스를 하
다가 절반도 못따라가 깨구락지가 되어 퍼져버리고 중간탈출로 불명예제대를 했을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시나리오다.
그날 만약 비가 내리지 않아 멋모르고 참석을 했더라면 정말 큰일 날뻔 했다.
그날 내려준 비님이 오직 고마울 뿐이다.
어찌 됐던 달팽이 기어가듯 한 산행기를 써보기로 한다.
단기 4343년 2월 6일.
밤중에 잠에서 깨니 새벽 01:00이다.
산행을 하려면 03:00에 깨어도 되는데 너무 일찍 잠이 깼다.
오늘은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계방산을 가려고 생각하고 엊저녁 21:00에 잠이 들었던 것이다.
다시 자리에 누워도 잠이 들지 않기에 컴퓨터를 켜고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평창의 날씨를 검
색하니 오늘 최저기온이 영하 16도, 최고기온도 영하 4도라고 나온다. 계방산은 한강기맥 능선이
기 때문에 칼바람이 휘몰아칠텐데 이렇게 추워서는 산행하기가 고생스러울 것 같다.
천안, 아산 지역을 검색해 보니 최저기온 영하 10도, 최고기온 영상 2도로 나온다.
그래서 평소 생각하고 있던 <배.태.망.설 종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04:30까지 쉬었다가 산행 준비를 시작하며 처를 깨워 식사를 하면서 보온병에 더운물과 점심식사
를 부탁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05:40에 집을 나서자 마자 택시가 들어온다. 수원역 앞에서 택시에서 하차하
여 역으로 들어간다. (택시비 3,000원) 매표창구에 가서 장항선 06:10발 무궁화 열차표 1장(4,30
0원)을 온양온천역까지 구입한 다음 플랫폼으로 내려가 기다렸다 열차에 승차하니 곧 출발한다.
온양온천역에서 07:05에 하차하여 역구내 매점에서 간식용 양갱 5개, 초컬리트 5개 등 7,500원
어치를 사서 배낭에 수납하고 택시 정류장으로 간다. 맨 앞에서 대기중인 택시에 올라, 이곳에 "읍
내동"이라는 동이 있는지 물으니, 있다고 한다. 이어서 <크라운제과>를 아느냐고 물으니 안다고
대답한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에게 배방산을 올라가려 한다고 하니 크라운제과 앞을 조금 지나쳐 동천
교회 바로 옆으로 산행 들머리에 내려준다.(택시비 6,000원)
▼ <배.태.망.설 능선 종주길> 지도
택시에서 하차하여 배방산을 향하여 나 홀로 고독한 방랑길에 오른다.
산행 들머리에서 카메라를 꺼내기 위해 장갑을 벗으니 아직 햇살이 퍼지기 직전의 이른 아침 영하
10도의 날씨인지라 불과 몇 초 안되어 손가락이 얼어서 아려오는 걸 간신히 참아가며 몇 장 사진을
찍어본다.
▼ 배방산 등산로 입구 안내판 (동천교회 옆)
▼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너서 계단을 놓은 산길이 나있다.
07:40부터 산행 들머리로 진입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배방산성에 올라서기까지 산길은 둥근 나무토막을 땅바닥에 가로 걸쳐 박아서 만든 계단길인데
경사가 45도 정도로 급하여 헐떡거리는 숨결소리가 목구멍에서 느슨하게 늘어진 헌 장구소리를
토해낸다.
초장부터 진을 뽑아 놓는다. 호흡이 급하여지면서 콧물은 또 왜 이리 대책없이 흘러나오는지 연
신 손수건을 꺼내어 닦아내기 바쁘다.
▼ 가파른 계단길
헐떡거리며 간신히 몸을 추스려 배방산성에 올라서니 그제야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호흡이 좀 편해
진다. 배방산성을 지나쳐 자그마한 봉우리를 몇 개 넘고 넘어 짧은 된비알을 올려치니 배방산 정상
이다.
▼ 배방산성에 올라서자 순탄해지는 산길
▼ 배방산성 유래 설명 안내판
▼ 배방산(361m) 정상 표지석
▼ 배방산 정상의 삼각점
▼ 배방산 정상의 이정표 ("태학산"을 "태화산"으로 표기하여 놓았다.)
▼ 배방산 정상의 돌탑
배방산 정상에서 표지석, 삼각점, 이정표, 돌탑 등을 찍고 나서, 앞길에 바라보이는 태학산과 망경산
을 찍으려고 셔터를 누르니 날씨가 워낙 추워서 그런지 건전지가 급속히 소모되어 카메라가 작동이
안되고 "배터리 잔량이 없습니다" 라는 메시지만 액정화면에 뜬다.
얼어서 구부려지지 않는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예비전지를 꺼내어 손을 호호 불어가며 간신히 배터
리를 교체하고서 몇 장 더 찍어본다.
▼ 배방산 정상에서 조망되는 태학산(좌)과 망경산(우)
▼ 망경산에서 광덕산으로 이어지는 멀리 보이는 능선 (오른쪽 산비탈은 채석장이 파먹은 흉터)
▼ 가까이 건너다 보이는 설화산
사진을 한참 찍고 있는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물찬 제비같이 날렵한 등산복장을 한 남자가 부인
을 대동하고 내가 방금 올라선 길로 배방산 정상에 올라선다. 부부간에 대화를 들어보니 이 부부도
나처럼 오늘 배태망설 종주를 하려는 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약 8시간 정도 예상한다고 한다.
그들이 먼저 가도록 기다린 다음 나도 카터고개로 내려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
배방산 정상에서 카터고개로 향하는 약 400m 정도의 구간에서는 고도 200m 정도를 급작스럽게
낮추는 50 ~ 60도 정도의 급경사에 굵은 마사토가 깔려 굉장히 미끄럽고 매우 고약한 길이 아닌
가 ?
이런 된장 ~ !
차라리 눈길 같으면 아이젠이라도 꺼내어 착용하지 이거야 원 ~ !
그렇지 않아도 달팽이 체력인데 겁이 덜컥 나서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행여 미끄러질세라 기다시피
조심조심 내려가다 보니 아까운 시간만 잡아 먹는다.
마사토 깔린 급경사의 미끄럽고 험한 길은 한참만에 끝나고 경사가 완만해 지면서 카터고개를 건너
태학산 줄기로 접어드니 배방산처럼 오르내림의 경사가 그리 급하지는 않으나 거리가 멀고 지루한
능선길을 걷고 또 걷는다. 아산소방서에서 400 ~ 500m 마다 구조신호 번호를 표시한 표지목이 서
있는데 다른 산과 다르게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목표지점까지의 거리를 상세히 적어 놓았음이
이채롭다.
오늘 해전에 종주를 끝낼 수 있을까 하는 강박관념에 태학산까지 두어번 간식을 꺼내어 벼락치기로
우겨 넣으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기를 쓰며 억지로 떼어놓자니 힘들어 중간탈출의 유혹이 서
서히 밀려온다. 이윽고 몇 개인지 기억도 할 수 없는 산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 태학산을 동쪽으로
약 300미터 남겨놓은 풍세 갈림길에 도착한다.
▼ 태학산이 갈라지는 풍세갈림길에 서있는 아산소방서의 표지목
▼ 풍세삼거리의 나무에 매달아놓은 태학산과 망경산 가는길을 안내하는 엉성한 표지
▼ 300여미터 앞으로 건너다 보이는 태학산 정상
풍세 갈림길에서 배낭을 멘채 잠시 숨고르기를 한 다음 태학산으로 가보니 아담하고 깨끗한 정자
를 지어 놓았다. 그리고 정자 앞에는 태학산 정상표지석이 앙증맞게 박혀있다.
지나온 배방산과 아산시가지를 한바퀴 내려다 본 후에 곧바로 되돌아서 풍세 갈림길로 나와 망경산
을 향하여 넋티고개 방면으로 향한다.
▼ 태학산 정상의 정자와 그 앞의 정상 표지석
▼ 태학산(455m) 정상 표지석
▼ 태학산 정상에서 건너다본 지나온 배방산
▼ 태학산에서 내려다본 아산시내
정상 표지석은 지도와 같이 <태학산>인데 길가에 서있는 이정표에는 하나같이 <태화산>으로 되어
있어 왜 그런지 의아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넋티고개로 향한다.
풍세 갈림길에서 넋티고개까지의 산길은 부드러운 푹신한 흙길에 경사도 완만하여 편한 걸음으로
속도를 내면서 갈 수 있다. 넋티고개를 지나는 623번 지방도로 직전의 산비탈에는 채석장 흔적이
남아있다. 도로변에는 먼저 산행하신 대충산사 회원님들의 중식장소였던 찜질방 폐가도 보인다.
망경산 전위봉이 올려다 보이는 623번 지방도로에 내려서니 시간은 12:00 정각이 되었다.
길 건너편으로 망경산 들머리 안내표지판이 서 있는 게 보인다. 망경산까지는 1. 4 Km이다.
넋티고개를 사진 찍고 나니까 새로 갈아넣은 건전지도 다 소모되어 "배터리 잔량이 없습니다." 라
는 메시지가 카메라 액정 화면에 나타나면서 꺼져 버린다. 할 수 없이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망
경산을 향한다.
▼ 넋티고개 직전의 채석장 흔적
▼ 폐가가 된 찜질방 건물 (이곳이 선답하신 대충산사 점심장소였음)
▼ 넋티고개에서 올려다 본 망경산 전위봉
▼ 넋티고개의 망경산 들머리
▼ 넋티고개 정상
망경산 오름길은 거리 1. 4 Km에 지도상 약 400m를 급하게 올려치는 경사 40 ~ 50도가 넘는 가파
른 오르막이다. 지친 다리를 억지로 끌며 한걸음 한걸음 기를 쓰며 올라가자니 욕이 나온다. 이런 된
장 ~ !!!
이렇게 땀을 흘리며 망경산 정상에 올라가면 막걸리 장수라도 있어야 할텐데...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막걸리 좌판이 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니 대포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몇 걸음 떼다가 쉬고, 또 몇 걸음 떼다가 쉬고 하다보니 그 가까운 거리를 한 시간이 넘게 걸려
13:10이 되어서야 간신히 망경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기대가 어긋나지 않아서 막걸리 좌판이
보인다.
성큼성큼 다가가서 2,000원을 내고 막걸리 한사발을 벌컥벌컥 마시니 뱃속이 찌르르 해지며 이제
야 살 것 같다.
망경산은 정상 표지석이 없고, 아산소방서의 긴급구조 안내 표지목이 정상표지석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방전되어 여러장의 사진은 찍을 수가 없어 주머니속의 꺼진 카메라를 꺼내
어 재빨리 켠 다음 소방서 표지목을 얼른 한 장 찍고 바로 꺼버린다. 이제 앞으로 이런 식으로 찍으
면 몇 장이나 더 찍을지 모르겠다.
막걸리 기운이 얼큰해지며 간식으로 배가 좀 불러오자 점심식사는 조금 더 진행하여 먹기로 하고
13:20경에 망경산 정상을 출발한다.
▼ 망경산(600. 1m) 정상을 알리는 아산소방서 표지목 (망경산 정상에는 표지석이 없다)
망경산을 출발하여 동남쪽 마루금으로 약 800m쯤 안부로 내려섰다가 설화산 줄기가 갈라지는 525
봉을 오르려고 바라보니 무척이나 높다. 이 때 문득 지나온 태학산에서 바라보았을 때 지금 서있는
안부 밑부분에서 산 중턱을 가로 지나는 임도가 눈에 띄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 ! 알바를 할 때 하더
라도 일단 이 안부에서 북쪽 희미한 길로 내려서보기로 하자.
약 100여m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난다. 드디어 알바를 하지 않고 제대로 길을 찾았다.
평지에 가까운 임도를 따라 산 중턱을 가로질러 약 1 Km정도 진행하니 힘들이지 않고 설화산을 향
하는 산줄기 마루금에 쉽게 도달하고, 그곳에는 525봉에서 내려오는 길의 임도 절개지에 목재 계단
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아산소방서 긴급구조 표지목에는 설화산까지 6. 2 Km로 표시되어 있다.
그동안 추웠던 날씨는 기온이 올라서 장갑을 벗어도 손이 시렵지 않아 장갑을 벗은채로 진행한다.
여기서부터 설화산을 약 1. 5 Km 남겨놓은 지점까지는 길바닥은 푹신한 흙길인데다 굴곡도 심하
지 않아 몸은 비록 많이 지쳤으나 수월하게 별로 힘들지 않게 진행하니 요순시대가 따로 없다.
한참 진행하다가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서 앉아 쉬면서 빠른 동작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얼른 다시
일어나 설화산을 향하여 전진한다.
설화산을 1. 5 Km정도 남긴 지점부터 설화산까지는 뾰족한 세 개의 봉우리를 넘고 넘어가게 되는
데, 산이름을 설화산이라고 할게 아니라 <삼형제봉>이라고 해도 무방할듯이 형제간처럼 다정하게
이어져 있다.
지금까지의 부드러운 요순시대같은 산길은 끝나고 송곳을 거꾸로 세워놓은듯이 느껴지는 세개의
뾰족한 봉우리 중 두개를 끙끙 힘을 쓰며 넘어가 설화산 밑 안부에 이르니 좌로 외암리와 우로 중리
맹씨행단 및 초원아파트가 갈라지는 4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선답하신 대충산사 회원님들이 설
화산에서 이곳으로 되돌아와 맹씨행단쪽으로 하산한 장소이다.
4거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설화산을 올려다보니 조금 전에 지나온 두 개의 봉우리보다 훨씬
높고 더 뾰족한 봉우리가 50 ~ 60도 정도의 급경사를 이루고 눈 앞에 위압적으로 발딱 일어서 있
으면서 사람을 경기를 일으키게 만든다. 망경산에서 여기까지의 능선길이 요순시대처럼 평화롭게
부드러웠던 것은 산행 끝물에 지쳐버린 박달령을 이 설화산에서 초죽음 시키기 위한 폭풍전야의
고요함이었던가 ?
그래도 어쩌랴. 어찌 됐든 가야 할 길...
이를 악물고 길가에 매어져 있는 밧줄을 붙들고 용을 써대며 한걸음 두걸음 억지로 발걸음을 떼며
올라가려니 아까 넋티고개에서 망경산을 오를때보다 몇 배나 힘이 든다.
다섯걸음 오르고 한참 쉬고, 열걸음 오르고 한참 쉬고 하다 보니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달팽이가
된다.
"오늘 내가 시방 신발바닥에서 고무탄 냄새가 나도록 내달리는 대충산사 산우님들 흉내 내다가 깨
구락지 되야버리는거 야녀 ~ ?" 하고 속으로 궁시렁거려 본다.
이렇게 달팽이가 바위 기어 오르듯 안간힘을 써가면서 오르다 보니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 주어 설
화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뒤 돌아서서 내가 방금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며 저 절벽같은 길을 어찌
내려갈까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 급경사길에서는 힘들더라도 오르막은 어떻게든 뭐든지 부여
잡고 매달리면서 오를 수 있지만, 내려가려면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닌데... 시간을 보니 16:30이다.
설화산 정상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고, 표지석은 없이 바위에 박아놓은 동판이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비좁은 정상에 용케도 사람 대여섯명이 앉을 수 있는 평상도 놓여있다.
먼저 올라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행객 남녀 4인이 막걸리를 마시다가 나에게 한잔 권하여 받아
마시니 심신이 상쾌해진다. (커어 ~ !)
이제는 맨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섰으니 조급했던 마음이 느긋해지면서 사방을 조망해 본다.
망경산에서 광덕산으로 이어지는 병풍같은 능선길도 장관이고, 배방산에서 태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볼만하고, 망경산 서쪽 525봉에서 이곳 설화산까지 이어지는 능선도 힘차게 뻗어있다.
▼ 설화산(441m) 정상을 알리는 동판 (표지석은 없고 이 동판이 대신하고 있다.)
▼ 설화산 정상의 이정표
▼ 망경산(좌)에서 광덕산(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525봉에서 설화산쪽으로 굽이치는 능선
▼ 설화산에서 건너다 본 태학산
▼ 설화산에서 건너다 본 배방산
▼ 설화산 정상의 태극기
조망을 다 마치고 조금전 나에게 막걸리를 권하던 남자에게 내가 방금 올라온 동남쪽 마루금은 경사
가 대단히 급하던데, 경사가 완만하여 편안한 하산길이 없는지 물으니 북쪽 마루금으로 난 길을 가
리키며 초원아파트로 가는 길인데 편안한 길일거라고 일러준다.
일러준대로 초원아파트로 직접 가는 북쪽으로 난 능선길을 따라 하산을 하니 정말로 경사가 완만하
여 편안하게 걷는다. 설화산에서 올라왔던 길로 되내려가 4거리에서 맹씨행단으로 향하였더라면 급
경사 내리막길에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 재수 좋은 과부는 밤길에 넘어져도 가지밭에 엎어지고, 복
많은 과부는 엉덩방아를 찧어도 요강꼭지 위에 올라 앉는다더니, 재수가 좋으려니까 설화산에서 귀
인을 만나 길안내를 잘 받아 고생을 덜하게 되었다.
초원아파트 정문앞 623번 지방도로에 도착하여 하산을 마치니 17:00이 되었다.
배방산 들머리를 07:40에 출발한지 꼭 9시간 20분만에 하산을 끝냈다.
정말 작년 11월 29일날 대충산사 정기산행때 날씨가 좋았더라면 멋모르고 동참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장거리 코스에 섣불리 따라 나서지 말아야겠다.
에구구 ~ ! 팔, 다리, 머리, 허리야 ~ ! 에구구 삭신이야 ~ !
초원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타려고 하다가 시내쪽을 흘낏 바라보니 200여미터 거리에 시내버스 정
류장이 보이고,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 열댓명이 기다리고 서 있다. 택시를 단념하고 버스 정류장
에 가서 약 5분정도 기다리니 시내버스가 맹씨행단쪽에서 온다. 버스(차비 1,200원)에 승차하여
온양온천역에서 내려 18:26에 출발하는 장항선 누리로 열차(차비 4,300원)에 타고서 자리에 앉아
쏟아지는 잠결속에 귀가길에 오른다.
▼ 오늘 나를 아산(온양)까지 왕복 수송한 열차의 차표
첫댓글 와 대단하십니다, 홀로 그 먼길을...
날씨가 좋아 조망도 좋습니다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저 몰래 다녀가신 소감은 어떠신지요. 혹시 뒤통수님이 근질거리지는 않던가요. 아차 저도 그때 집에 없었군요. 하여간 대단하십니다. 그 먼거리를. 누구든 지도만 보고 덤볐다가는 코다치고 가기 십상인 곳이지요. 수고 많이하셨구요. 언제 뵙지요. 텅~
크하하하하~ 고문님 일단 웃음으로 인사드림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수고 많으셨구요....대단하십니다요.....고문님의 산행기를 한참을 웃으며(죄송) 읽었습니다.
저희들이 지나친 자세한 여정을 해학으로 꾸며주시니 다시 한번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재미있는 산행기 즐감합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배태망설이 조망이 좋은 코스인데 저희들 산행때는 허락치 않았는데 박달령님 덕분에 조망합니다.
건강하시고 뵐날을 고대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역시~~ 멋지신 박달령고문님!! 대단하셔유^^
박달령고문님 대단하십니다. 다음에 낯 부끄러워 어떻게 뵙지요... 산행기 사진과 함께 잘 보았습니다.
하아~~ 입만 쩌억~~~ 고문님! 인사드립니다.
고문님 ~
수고하셨습니다.........^^*
달팽이하고 친목회원인 저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신 위 여러 님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불초 소생이 단체산행을 꺼리고 고독한 방랑을 즐기는 까닭이 이렇게
걸음이 느려서인 점을 이해하시는 계기가 되셨을줄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