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진주 스리랑카(Sri Lanka)(5)
<스리랑카 기행을 마치며.... >
♦ 신비(神秘)의 나라 인도로 가는 길
당초의 계획은 콜롬보에서 시작하여 스리랑카 북쪽 끝 도시인 제프나(Jeffna)나 인도 쪽으로 삐죽 내민 반도인 만나르(Mannar)에서 배로 인도에 입국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곳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인도로 가는 방법은 오로지 수도 콜롬보에서 비행기로만 가능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콜롬보로 되짚어 가야하는데 썩을 대로 썩은 시골버스를 타고 더위 속을 갈 자신이 없어 열차를 알아보았더니 7시간 정도 걸리고, 2등 칸은 290루피(7.250원)로 3등 칸에 비하여 100루피 정도 비싼데 좀 나을까 싶어 2등 칸 표를 사서 열차에 올랐다. 스리랑카는 대중교통(버스, 기차)은 무척 싸다.
아침 9시 10분 열차가 출발했는데 3등 칸을 건너다보았더니 2등 칸과 똑 같은데 2등 칸은 단지 좌석이 지정되어 있고 3등 칸은 좌석지정이 없다. 그런데 손님이 별로 많지 않으니 2등 칸이나 3등 칸이나 똑 같다. 제기럴...
마침 계속 비가 내려서 덥지 않아 다행인데 열차는 흡사 시골 트럭을 탄 느낌으로 엄청 덜컹거리고 역도 아닌 곳에서 무슨 이유인지 수시로 서고, 단선철도라 작은 역에라도 들어서면 다른 열차가 지나가기까지 한도 끝도 없이 기다린다. 열차 안에서 옥수수 한 개 20루피, 커피 한 잔에 30루피를 주고 사서 먹는데 옥수수는 푸석푸석하여 아무 맛도 없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순박하고 착한데 외국인들을 잘 못 만나는지 보는 사람들마다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며 아이나 어른이나 말을 건다.
순진무구한 스리랑카 소녀 / 몹시 이국적인 몸짓의 스리랑카 민속무용
<그네들과의 대화 패턴>
★ 어느 나라에서 왔냐? 중국? 일본? ☆ 한국에서 왔다.
★ 북한이냐 남한이냐? ☆ 남한이다.
★ 무슨 일 하냐? ☆ 교원으로 퇴직하고 여행 중이다.
★ 대학이냐? 영어선생 했냐? ☆ 초등학교 교원이었다. <약간 실망한 모습>
★ 며칠 됐냐? 어디어디 관광했냐? ☆ ○일 됐다. ○○ 봤다.
★ 스리랑카의 인상이 어떠냐? ☆ 무지 좋다.
보통은 이정도로 끝나는데 조금 글줄깨나 읽은 사람을 만나면 골치가 아프다.
★ 연금은 얼마나 받나? ☆ 월 3천 불 정도다. <매우 놀람>
★ 너는 부자구나? ☆ 아니다 중류쯤으로 생각한다.
일본과 비슷하다고들 한다.<매우 놀람>
★ 한국의 교육제도는 어떤가? ☆ 이러이러하다.<애고 귀찮아라...>
★ 남북통일은 가능한가? ☆ 잘 모르겠다. 원하지 않고 현 상태를 원하는 사람도 많다.
★ 왜 통일 되는 것이 좋지 않은가? ☆ 통일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 등
암튼, 골치가 아프다. 나는 통일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하면 더욱 놀라며 왜 관심이 없냐고 또 따진다.
인도를 여행할 때도 대충 비슷했는데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남의 나라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나는 편하게 여행하고 싶은데.....
7시간 30분 만에 콜롬보에 도착했는데 여행사를 통하여 비행기 표를 알아본 결과 다음날 콜롬보에서 인도 남동부 대도시 첸나이까지 가장 저렴한 항공사(King Fisher/물총새) 티켓으로 항공료가 미화 116달러였다.
♦ 여행 에피소드
광견병(狂犬病) 공포
스리랑카에서의 사흘째, 중부 고대도시 캔디에서 있었던 일.....
불치사 건너편 캔디호수 옆, 산비탈의 허름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창밖을 내다보니 조금 아래쪽에 아담한 사원(절)이 보이는데 마당 한편에 있는 다고바(Dagoba:불탑)가 제법 크고 웅장해 보인다. 다고바를 자세히 보고 카메라에 담을 요량으로 내려가서 절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사람은 안보이고 비쩍 마른 개 한 마리가 컹컹거리며 나를 맞는다.
무시하고 불탑 쪽으로 다가가는데 개가 내달으며 이를 드러내기에 뒷걸음으로 쫓는 시늉을 하다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가는데 느닷없이 뒤에서 달려들어 내 종아리를 콱 물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소리를 꽥 질렀더니 문이 열리며 중년의 여자가 방에 앉은 채 무심한 얼굴로 내다보고만 있다.
탑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고 도로 쫓겨나오며 종아리를 살펴봤더니 잇자국이 선명하고 피가 흐른다.
그래도 방안의 여자는 일어설 생각도 않고 태평이다.
호텔로 돌아와 물로 대충 씻어 내는데 종업원이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아 두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한다. 광견병은 일명 공수병(恐水病)이라고도 하는데 병균이 몸에 퍼지면 물이 무서워진다던가....
그리고 치사율이 높은 무서운 병.... 스리랑카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개에게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혔을 리는 없을 터,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병원을 찾아갈 엄두도 나지 않고 또 치료비가 얼마나 들지 걱정도 되고 하여 그냥 포기하고 운에 맡기기로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캔디 호수 물을 내려다봤더니 무서운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아름답게만 보여 안심하였다. 공수병(恐水病)에 안걸린 것이 틀림없겠지?? (^^)
그리고 걷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제기럴... 나쁜 犬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