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波 吳銀鎬
그 남자 : 가을이 오나 보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하다
충무로에서 미제 청바지를 샀다
화장실에서 대야에 넣고 하이타이를 풀고 발로 밟고 팍팍 물감을 뺏다
내일 아침에 입고 가야지.
그 여자 : 가을이 벌써 이 만큼 따라 왔네
바람이 옷 속으로 들어와 나의 몸 구석구석을 애무한다
아침부터 기분이 이상해지네
충무로에서 청바지를 샀다
집 앞 단골 세탁소에 드라이를 맡겼다
내일 아침에 입고 나가야지.
그 남자 : 역시 청바지는 구김살이 있어야 멋지단 말이야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서 뒷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었다
왜 그럴까? 엉덩이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그 여자 : 역시 청바지도 주름을 잡아야 예쁘단 말이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 가면서 뒷주머니에 양손을 넣어 봤다
역시 나의 엉덩이는 빵빵한 게 볼륨이 넘치니 오늘은 어느 놈이 환장하고 달려들까?
그 남자 :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다려야지
1시 종로3가 국일관 커피숍이라고 했지
그런데 밥을 먹고 가야 할까? 아님 만나 같이 먹어야 할까?
일단 만나고 나서 결정하자.
그 여자 : 1시 종로3가 국일관 커피숍이라고 했지
첫 날부터 정확한 약속시간 맞춰가는 것 보담 10분 늦게 들어가야지
남자 길들이기에는 처음부터 신중해야 돼
기다림의 미학중엔 이 방법이 최고지
뱃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조금만 참자.
그 남자 : "아" 오랜만에 이곳에 왔네
그 동안 참 많이 변했구나
인테리어를 새로 했나 보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실내에서 담배도 피곤 했는데
"아 ' 참" 시간이 좀 여유가 있으니 밖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고 들어오자
내가 좀 긴장했나 보다.
그 여자 : 어떤 놈이야 좋은 곳도 많은데 왜 하필 종로3가에서 만나자는 거야 쪽팔리게
혹시 이 놈도 점심 먹으러 가자며 대낮부터 족발에 소주 한 잔 하자고 하지는 않겠지?
국일관 '벌써 몇 번째야" 혹시 오늘 아는 놈들 만나면 낭패인데....설마...
일단 골목에 들어가 담배 한 대 피며 1시 5분쯤 들어가자
내가 너무 일짝 왔나?
그 남자 : 안녕하세요 저는 거시기라고 합니다
오시는데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제가 시내에 아는 곳이 별로 없어서 이 곳을 정했답니다
기다리면서 참 많이 궁금했었는데 뵙고 보니 상당한 미인이시네요.
그 여자 : 안녕하세요
저는 불광동에 살아요
제가 조금 늦었죠
다 와가지고 요 앞에서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 늦었네요 죄송해요
빙신아! 핸드폰은 폼으로 가지고 다니니
여자를 만날 땐 좋은 곳 검색하는 것이 상식인 것도 모르니 예의가 없는 놈이네
꼴에 보는 눈은 있어서 그래도 눈깔은 사팔이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그 남자 : 저눈 사실 처음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청바지를 입고 걸어 오시는 모습이 정말 탤런트인 줄 알았답니다
초면에 이런 말 하면 실례인 줄 알면서도 키도 늘씬하시고 몸매도 섹시 해서요
제가 어젯밤 돼지꿈을 꾸었는데 불광동님을 만나는 좋은 꿈을 꾸었나 봅니다.
그 여자 : "뭐야" 이노므스키가 벌써 내 몸을 스캔 한거야?
키 크고 늘씬하고 섹시하다는 말은 일어나서 큰소리로 해야지
" 이놈! 처음부터 예의가 없는 놈이네.
어머 ' 호호호"
저는 원래 청바지 잘 안 입는데 옷장을 뒤지다 뭐 입을까 하다 날씨가 가을이라 입고 나왔어요
오랜만에 입었는데 "괜찮았나요"
어머 거시기 님도 청바지 잘 어울리시네요.
그 남자 : '아 ' 네'
저는 평상시 청바지를 즐겨 입는 편이랍니다
그래도 이놈 바다 건너 온 미제인데 집에서 아무렇게 빨아도 구김살이 없어 좋아요
" 참 ' 뭐 드시겠어요
저의 입 맛에는 다방커피가 좋더라구요.
그 여자 : 이놈아! 바지는 주름의 각이 잡혀야 폼나다는 것도 모르니
"미제?" 이 놈 순진한 거야? 뭐야?
언니는 왜 이런 놈을 소개해준거야" 에이' 재수없어'
'그래요"
저도 오랜만에 다방커피 같은 걸로 할께요.
그 남자 : 불광동님은 영화 좋아하세요?
그 여자 : 구체적으로 말해봐라" 19금' 아님 오늘 만난 기념으로 둘이 한 판 찍자고? "네 그럼요"
그 남자 : 그럼 우리 점심 먹고 서울극장에 삼삼한 프로 들어 왔는데....
시간 괜찮겠어요?
그 여자 : 지금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었는데, 언제 밥 먹자고 할거니? 그리고 내가 삼삼하게 보였어?
글쎄요?" 초면에 만나자 마자 영화보기는 좀 그렇지 않나요?
그 남자 : '아' 네" 가만 생각하니 좀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그럼 우리 점심 먹으러 가는 것 어떨까요?
그 여자 : 우리? 이 씨발놈이 벌써 각본을 다 짜놓은거야? 뭐야?
점심시간도 지났는데....우리 족발에 소주 한 잔 하는게 어떨까요?
그 남자 :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럼 요 앞에 유명한 횟 집이 있는데 그리 갈까요?
그 여자 : 생긴 건 멀쩡해 가지고' 이눔아! 빨리 앞장서라 배고파 죽겠다. "네 ' 그래요"
그 남자 : " 자 ' 우리 처음만난 기념으로 건배!!!
그 여자 : 원 샹으로....
그 남자 : 벌써 여섯 병째입니다.
그 여자 : 아니 거시기님은 술 먹으면서 병 숫자 확인하고 드세요?
'에이" 매력 없어~~~
거시기님 주머니 사정이 불안하면 각자 주량것 만 먹자구요.
그 남자 : '네 ' 그럼요 ' 그럼요'
그 여자 : 자 우리를 위하여.....!
그 남자 : 불광동님 원 샷입니다, 아싸!!!
그 여자 : 짜식 순진하내, 요걸 어찌해야 하나? .....
그 남자 : 이 여자 정체가 뭐야? 몸은 날씬한데 술은 들어가도, 들어가도 끝이 없네? ....
그 여자 : 아" 담배 먹고 싶다.
그 남자 : 아" 담배 피고 싶다.
그 여자 : 가만 보니 이놈 구렛나루가 있어 좀 특이한 것 같기도 하고
술 먹으니 분위기도 있고 웬 지 마음이 끌리네
오늘 그냥 "확" 잡아 먹어 버려?
그 남자 : 어째서 일까? 매일 너와 마주 앉아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그러고 싶은데
옆모습을 보니 너무 쓸쓸해 보인다
내 앞에선 웃고 있는데, 왜 그럴까?
오늘 내가 수청들면 어떠냐고 물어 볼까?
"아"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 여자 : 주여! 제가 이 녀석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힘을 주소서! '아멘"
그 남자 : 주님! 제가 이 여인을 위해 오늘 밤 희생되어도 좋으니
특별하게 꼭 필요한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