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대표적 영화 ‘자유부인’ 댄스와 바람 연관 이미지 불쾌해 춤이 삶의 활력소 인식 부각돼야
댄스가 국내영화에 등장한 것은 언제일까?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는 아마도 1995년 정비석씨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까지도 춤바람의 대표격으로 자주 등장하는 작품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댄스를 하면 바람이 난다’고 하는데 ‘자유부인’속 주인공인 교수부인이 춤을 배우다 바람을 피운다는 내용은 그 시대 사회적 배경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당시 대중들에게 대단한 문제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댄스와 바람이라는 단어를 연관하여 말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매번 불쾌감으로 화를 내곤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한국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유독 댄스가 사회에 불필요한 행위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식 댄스스포츠가 영화에 등장한 것은 2004년 개봉한 박정우 감독의 ‘바람의 전설’이다. 당시 필름 메니아 영화사 대표와 박정우 감독이 어느 날 나를 찾아와 영화의 안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당시 필자는 먼저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시나리오는 소설가 성석제씨가 쓴 글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것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영화사대표에게 전화를 해 영화의 안무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주인공이 춤에 빠져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제비가 되어가는 부분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안무를 맡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면 우리 댄스인들이 가만있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조감독이라는 사람이 만나서 얘기를 하자며 몇 번이고 전화를 해왔는데 매번 만날 필요도 없다며 거절을 했었다.
어느날 조감독이 직접 스쿨로 찾아와 박정우 감독이 꼭 내가 안무를 맡아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서울 장안에 많은 댄스 선생님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내게 맡기려는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어쨋든 다시 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큰 고민에 빠지면서 당시 필자가 소속되어 있던 협회 회의시간에 영화의 안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손꼽히는 영화사에서 기획하는 일을 우리가 막을 방법이 없는데 이왕에 댄스스포츠가 들어가는 영화라면 댄스스포츠 전문가가 맡는데 옳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개봉된 댄스스포츠 영화 ‘쉘위 댄스’에서 춤이 삶의 활력소로 부각되면서 일본의 댄스 붐을 일으켰던 것을 보고 언제가 내게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었다.
안무를 맞는다는 조건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댄스스포츠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 줄 것과 춤을 추는 많은 사람들이 욕먹는 일은 없도록 해 줄 것을 약속받고 안무를 맡았다. 주인공은 배우 이성재 였다. 한번도 댄스스포츠를 해보지 않은 배우들이 댄스스포츠를 단시간에 익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무려 7가지의 춤을 익혀야하는 역할이었다. 댄스교습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안되서 나는 감독에게 주인공 교체를 원했다. 이유는 주인공이 평발에 댄스에 너무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성재씨가 주인공 교체 얘기를 들은 후부터는 매일 아침 스쿨을 오픈도 하기 전에 스쿨의 실장과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여 무섭게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2003년 여름내 이성재씨는 발이 부르트고 땀에 젖어가며 하루 종일 연습에 매진 하였다. 촬영이 시작되어도 춤이 어설프면 대역을 쓰는 방안까지 애기를 했지만 주인공을 비롯하여 모든 출연진은 대역 없이 촬영을 마쳤다. 마지막 촬영지는 동해의 바닷가 근처에 등대가 있는 곳이었는데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추위에 떨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양발을 3겹으로 내복에 바지를 2개씩 끼어 입고 촬영장에서 밤을 새며 촬영하는 날이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그 추위에 주인공인 이성재와 박솔미씨는 얇은 옷과 스커트에 라틴화를 신고 시멘트 위에서 자이브를 추는 장면이었는데 감독이 재촬영을 할 때마다 너무 안쓰러웠다.
배우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무튼 시사회에서 제비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을 보고나서는 너무 혼란스러워 힘들었다. 당시 초등학생들도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있는 마당인데 혹시 이 영화로 댄스스포츠가 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여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댄스는 서양에서 유래되어 발전한 것이다. 댄스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음지문화(춤바람 혹은 탈선의 이미지)라는 왜곡된 인식들이 항상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앞으로 계속 필자의 연재를 통해서 그릇된 댄스에 대한 인식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첫댓글 서양은 원래부터 남녀노소, 특히 귀족들이 같이 손을 잡고 춤추는 문화였지만 우리는 춤은 아랫것들이 추는 것이었고 모두다 홀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편견이 심한 것 같아요. 저는 무절제한 음주문화가 더욱 안좋다고 생각하는데요. ㅎㅎ 그리고 댄스인 스스로가 좋지 않은 편견을 심어주지 않도록 항상 자기를 돌아보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ㅎㅎㅎ
세상에서 제일 좋은 모던 라틴댄스!!!동양은 유교철학에서 비롯 남을 의식하고 자신을 희생하는것이 미덕!!!현대는 나 자신을 찿아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