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오봉산 등산후기.
등반일자 : 2004. 12. 12
참석인원
김흥수등반대장( K산악회 가이드)
최영수 회장 . 김일상 대장. 정재영 법무.
이충식 부부. 이병호 부부. 배기호 부부
정종훈 부부. 이상돈 부자. 이유상 필자 부부. ( 이상 16명 )
07시 20분 시간엄수 청량리 역 2층 대합실.
대장이 올린 게시판 글을 떠올리며 5시 반에 기상한다.
응봉역에서 2정거장임에도 여유있게 나온다.
왕십리역을 지나 청량리역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07:00
아 - 그러나 기차운행시간은 07:00 다음엔 08:00
07:20 기차운행시간은 없다. 순진하게도 칼같은 산악회의 시간
관리와 김대장의 깔끔한 성격 때문에 기차출발 시간인줄로 알았다.
08:00 춘천행 기차 출발이다.
대원들은 속속 도착한다. 오늘은 K 산악회 김흥수 전문산악인이
우리를 가이드할 것이다. 춘천행 기차를 얼마만에 타보는 건가.
대학시절 MT때 타본 기억이 가물거린다.
강촌CC나 춘천 CC로공치러 갈 때 막힌 길을 승용차로 오갔지만
오늘 처럼 부부동반 기차여행과 산행은 자유로움과 넉넉함을
우리에게 안기고 오늘의 시간이 행복임을 말해주고 있다.
옛날 기억된 기차가 아니다.노후된 기차는 폐기처분되고
경부선을 오갔던 무궁화호열차가 아직도 깨끗한
시설로 아침을 상쾌하게 한다.
김유정역으로 역명이 바뀐 시골역에서 내리기로 하였으나
열차는 우리들의 허락없이 그대로 통과하고 말았다.
아- 열차시간표에 따라 서기도 하고 안서기도 하니 「남춘천역」
에서하차할 수 밖에 없었다.국문학을 전공한 배슈맑대원은
그 역에서 내려 기념촬영하는 스케줄에마음이 들떠 했었는데.
뜻밖에도 기차에서 만난 그 마을에 살았던 노인이 들려준 김유정님의
사망원인에 놀라워 한다.
국문학적 고증이 없는 이상한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기회에 꼬옥 한 번 직접 들러보기로 다짐해 본다.
25인승 봉고형 소형버스로 갈아타고 춘천시내를 통과하여
굽이굽이 고개길을 쉬임없이 30여분을 내달았다.
배후령에 도착한 대원들은 옷매무시를 추스리고
여성대원들은 몸안의 든것을 비움으로 몸을 가볍게 한다.
배낭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스틱을 꺼내 들었다.
이미 600m 고지 까지 올랐왔으므로 정상 779m 까지는
거리로만 따지면골프에서 조금 긴 숏홀 원 샷거리다.
하지만 산山이 거리로만으로 이야기 되지 않는다.
출발점에서 부터 직벽 비탈이다. 10여분만에 나타난 로프는
오늘의 산행도결코 만만치 만은 않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어떤 산이든 쉬운산은 없다.
북향北向에서 출발한 등반길은 양옆에 곳곳이 눈雪이 쌓여있다.
대장이 아이젠을 준비하라는 멘트는 과장이 아니었다.
한무리의 대학생 단체말고는 우리일행 뿐이다.
이병호 대원부부는 똑같은 등산화 커플 슈즈이고
배기호 대원부부는 똑같은 등산복 커플복이다.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혼자온 최영수 회장과 정재영 법무는 앞서 나가고
김일상 산행 대장은 오히려 후미를 맡는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등산복 겉옷을 벗고 싶을즈음
멀리 화악산줄기 아련히 잡힌다.경기도와 강원도 경계를 가르고
경기에서 최고最高의 산이다.해발 1468m다시 평지를 밟고 한참을
나아가며 오봉산정상을 바라본다.
1 봉 나한봉
2 봉 관음봉
3 봉 문수봉
4 봉 보현봉
5 봉 비로봉 이다.
오뚝한 암봉이 나타나자 스틱을 접어 넣고
쇠사슬에 의지하며 오른다.주변의 면적이 넓지 않은 좁은
암벽만으로 구성되어 있기때문에상당히 위험하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의 진혼비가 세워져 있다.
신동섭.
산을 사랑하다 이 산에서 산화한 님이여
여기 진혼비를 세우나니 부디 평안하소서.
조심해야 한다.바로 낭떠러지다.
사진 찍다 뒤로 물러서면 위험천만이다.
힘들게 정상에 오른 대원들은 얼굴에 기쁨 가득 사진한 컷을 남긴다.
하산길 홈통바위는 신비감마저 든다.
우리나라 명산 중 위로 보는 홈통바위는 여럿있다.
홍천의 8봉산. 서산 팔봉산. 월악북마산.
그러나 춘천 오봉산 홈통바위는 아래로의 홈통이다.
일명 산부인과바위라고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북한산 여성봉이 겉모습만의 작품이라면
오봉산 홈통바위는 속으로 학습체험이다.
좁다란 자궁속 같은 바위틈으로 조심조심 빠져들어가
또 조심조심해서 어둠속을 헤치고 바깥세상으로 고개를 내미는
것이 출산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는가.
적당한 체중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우량한 몸무게로
다리를 뻗는대원도 있다.
힘들게 빠져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양수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 바깥으로 처음 내미는 대원들의 독사진獨寫眞 기념촬영을 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머리를 먼저 내민다.남여가 다른 방향이지 않는가.
남자는 땅을 보고 여자는 하늘을 본다.
살며 사랑할 때도 그와 같다 . 남자는 땅에 있는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는 남편을 하늘 같이 받들어야 한다.
물에 사고로 익사되었을 때도 남자를 등을 보이며
떠오르고여자는 하늘을 안고 떠오른다.
그 이유를 그대는 아는가.
남자는 추가 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땅 처럼 포근한 여자를 남자는 사랑하고하늘 처럼 쳥명한 남자를
여자는 존경하라는 하늘 의 뜻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며 존경하며 한평생을
사는 모습이아름다움 아니겠는가.
화천군華川郡으로 뻗어내리는 길은 뱀모양으로 꿈틀거리고
소양호 물길은 겨울낮 따스한 햇살에 비늘모양 반짝인다.
『아.. 산山 이 너무 이쁘다.』
여성대원의 탄성이 터진다.다시 오고 싶은 산이다.
삼악산은 얼마나 힘든 산행이었던가.
박오옥 동지가 이렇게 좋은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소리가 있다.
정종훈 사장 부부도 참 보기 좋다.
직벽 내리막 위험 바위틈을 다시 한 번 돌아나와서야점심식사 자리를 잡았다.
역시 장금이님이 준비한 품목은 언제나 인기다.
파김치는 장모님이 준비해 준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상돈 연사는 경기고등학교송년회 때 일화를 언제나
그의 재미있는말투로 좌중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이 준영 군은 아버지를 따라 함께 동행하는 모습도 아름다움이다.
모자라는 소주잔을 달래며 청평사淸平寺 쪽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하산길도 위험하다.돌들이 박혀있지 않고 흙무덤에
노출되어 있어 발 디딜때마다한 두개가 굴러 직하되어 떨어진다.
동행한 다른 대원의 얼굴을 스치며 작은 돌맹이가 눈 밑을 쳐서
찰과상을 입는 사고도 일어났다.
오를 땐 부부가 떨어지는 커플도 보이더니 하산길엔
정답게 어깨를 같이 한다.
친구아들은 내 아들 같지만 친구 부인은 내 부인 같을 수는 없다.
적멸보궁은 「적을 멸하고 자궁을 보호하자 」는 의미이고,
해탈문解脫門을 지날 때는 포경수술을 하고 난 후 해탈되었다고
이충식 총무는 정말 해탈된 듯 말한다.
환적대사와 설화대사의 부도탑을 돌아,구성폭포와 선녀탕을
감사하며 청평사에 들어선다.
보우선사普雨禪師에 지어진 절은 아담하다 .
청평사회전문廻轉門은 보물 164호로 지정되어있다.
청평사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소양댐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
소양강댐.총 저수량 29억톤.
현대건설이 1967.4 - 1973.10 6년간 공사한 댐이다.
다시 봉고로 춘천시내로 이동하여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녹인다.
남춘천역으로 간다. 5 : 30 서울행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다.
「 장미식당 」에서 한계령 쌀 막걸리로 할멈 노래가락을 안주삼아목을 추긴다.
배호의 노래도 제법 구수하게 부르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배용준의 겨울 연가(冬のソナタ) 춘천에서 많이 촬영했다.
배기호와 더불어 춘천은 3 배씨의 연緣이 있는 도시 같아 정감이 흐른다.
기차는 노을을 떨어뜨리고 밤을 부른다.
우리들의 추억은 가슴에 녹아 별이 된다.
어느새 서울의 밤은 평안과 행복을 우리곁에 내려 놓았다.
헤어지기 싫어 언제나 처럼 해단식을 별도로 갖는다.
500cc의 생맥주에 우리의 우정은 녹아 가슴을 연다.
김대장은 우리 산악회 발대이후 최대인원
산행이므로가슴이 뜨거워 진다.
다시 응봉역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을 재촉하고 있었다.
배낭을 풀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행복한 꿈을 기대하며.
- 끝 -
첫댓글 금년의 12월은 유난히 바쁘다. 모처럼 집에서 긴잠자고 일어나니 상쾌하다.주말엔 다시 춘천 신남으로 답사를 떠나야겠다.
시간이 모자라 춘천닭갈비를 못먹은게 아쉽지만 많은양의 양질의 산소를 흡입하여서 정말 좋은 하루 였소.
맑고 포근한 날씨,적당한 난이도의 아기자기한 등산코스 오봉산+ 눈이 시리도록 푸른 소양호수,그리고 쉼없는 26친구들의 화기애애한 이야기...넘 멋있는 하루였다오.김유정역을 지나쳐 온 것이 못내 아쉽고 그 슬픈 일화가 가슴 아프게 합니다...이유상주필, 예리하면서도 정감어린 후기 잘 읽었소!^^
`원족`하고 `등산`하고는 사뭇 다르다.산부인과바위,자궁속에서의 출산.경춘선 열차 시트에 몸을 깊숙히 누이고..아뭏튼 산은 산이로소이다.다들 수고했소.직벽 비탈,낭떠러지,위험천만,진혼비,직벽 내리막 위험 바위틈을 ,물에 사고로 익사되었을 ..오늘 산행후기는 으스스한 단어투성이다.어이구 무서버라/
이주필의 후기를 읽고 있노라면 오봉산을 다시오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멋진 산행후기 감사하고,모두들 건강한 한주 보내세요.
조심스레 다가가 친해지고 싶은 맘으로 나섰고,여러날 몸놀림 분량을 하루에 마치니 자정지나 귀가..피곤했지만 편히 기댈 어깨와 추억거리가 있어 행복합니다. '겨울연가'와 '천국의 계단'을 혼동하여 우리 님을 헷갈리게 했읍니다. 배용준의 눈이 먼것이 맞읍니다...안녕.
좋은 곳에 좋은 친구들 많이 가셨구나. 배호(배기호?로 잠시 혼동함 ㅎㅎ)노래에 취하고 유상이의 생생한 후기에 빠져서 꼬리말 한자 달아본다. 결혼 전에 와이프와 가보았던 장거리(?) 첫여행지가 춘천이었고 그 곳 어느 커피숍에서 둘이 찍었던 사진을 가끔씩 쳐다보곤한다(성승모)
회장님이하 여러 대원님들 다 잘 들어갔나요? 정말 좋은 여행이었으면 환상적인 산행이었소. 좋은 산은 우리에게 좋은기氣를 주어 한 주일을 평화롭게 할 것을 굳게 믿어보오. 물푸레 님을 비롯한 여성대원님들도 즐건 산행이었기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아들놈한테 자연과 땀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여러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상돈>
즐거운 산행 이었소 마누라도 다음에 또 가잔다 열차산행의 묘미 를 마음껏 느낀 하루였소
이좋은 자리에 끼질못하고 멀리 전남 광주현장에서 이미지산행했다오.주필의 생생한 후기가 10여년전에 갔던 오봉산을 반추케한다.다음날 짬을내어 근교 병풍산을 나홀로 산행....종훈이부부가 장거리 연속 출장이어 보기좋고,물푸레님 답글 고맙습니다.
좋은 산, 멋있는 만남이 어우러진 날이 틀림없군요. 2005년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박교수...미국에서 몸 건강히 잘 쉬고 연구 열심히 하고 돌아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