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프로젝트를 고를 때에는 프로젝트는 왜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재밌어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고 그냥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친한 친구들 따라갈까 생각도 했지만 친한 친구들이 고른 프로젝트는 더더욱 재미 없어보였기 때문에 관뒀다.
내가 고른 프로젝트는 “책 먹는 카페” 이다. 이 프로젝트를 고르기 전까지의 조금 복잡한 이야기가 있다.
처음엔 목공 프로젝트를 골랐었다. 하지만 정하는 도중 가위바위보를 해야 해서 딱히 욕심도 없고 그냥 내가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뭐로 바꿀까 하다가 텐세그리티를 골랐다. 살짝 호기심도 갔고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친구가 책 먹는 카페 여서 친구 있는데 가는 게 났다는 심정으로 책 먹는 카페로 가기로 했다.
나는 책 먹는 카페 프로젝트를 정말 잘 못 알고 있었다. 대충 카페가고 책 읽고 인테리어 공부하는 식으로 쉬엄쉬엄 하는 줄 알았다. 언뜻 보기엔 정말 쉬워 보이고 지루한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절대 아니었다.
제일 기억나는 에피소드(?) 몇 가지 적어볼 것이다.
처음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했을 때 1,2,3주차는 전부 회의만 했다. 무슨 회의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대충 북카페를 어떻게 꾸며야 할지 이런 얘기를 했던 거 같다. 그만큼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프로젝트가 빨리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어차피 1주일에 한 번인 프로젝트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카페
인테리어 공부 한답시고 카페를 갔다. 이때쯤이 프로젝트 회의만 하지 않고 일들이 조금 진행되고 있는 그런 시기이다. 카페를 간 그 날은 날씨가 꾸리꾸리 하고 비가 조금씩 오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카페의 아주 큰 문을 밀고 들어갈 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내 몸을 감싼 그 느낌이 가볍고 포근했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놔두고 나는 음료수를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카페를 탐색 했다. 우리 팀은 카페 공간 중간 즈음에 앉았는데 그 앞에는 카운터가 있고 그 뒤로는 아주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창문 밖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운터 옆 벽면에는 벽돌 벽이 있었다. 벽돌 벽은 하얀 페인트로 깔려 있었는데 나는 그게 정말 인상 깊었다. 다른 팀원들도 그것이 인상 깊었나 보다. 오늘날 우리의 벽화에는 벽돌이 그려져 있다. 카페의 전체적인 느낌은 모던 빈티지?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내가 처음 책 먹는 카페 프로젝트를 생각했던 것과 같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음료수를 먹으며 책을 읽고 있자니 정말 편안했다.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까지 했을 정도니까.
카페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이 이후로 카페를 간 적은 없다. 카페를 갔다 와서는 뭐 한건 없고 다 같이 생각 나누고 수업이 끝났다.
조명
카페를 간 이후 수업은 책장을 옮기고 책상을 옮기고 벽을 뜯고. 노동의 시간이었다. 이 정도 하니 북카페의 변화가 보였다. 또 외형 외의 변화가 생겼는데 북카페에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좋은 것 같다. 쨌든 우리는 대전에 있는 조명가게를 갔다. 가지각색의 조명들이 천장에 붙어있었다.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특히 눈에 띄던 것은 보석들이 치렁치렁 달려있던 조명이었다. 저걸 누가 사갈까 하는 높은 가격과 화려함이었다. 그 조명가게는 총 3층이었는데 2층은 완전 보석 치렁치렁 빛은 알록달록 반짝반짝 거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근데 나는 그게 너무 신기했다. 계속 봐도 너무 신기해서 다른 조명 보다가도 화려한 조명 구경을 했다. 그게 왜 신기한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치고 조명 가게엔 이쁜 조명들이 많았는데 뭔가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그래도 직접 조명가게에 가서 조명도 골라보니 내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
아. 내 목표가 뭐냐 하면 방학에 방 리모델링하기! 그래서 직접 조명가게를 가보니까 내가 방을 꾸밀 수는 있겠다 싶었다.
뭐 그냥 목표가 있다는 이야기였고 조명을 다 고른 후엔 택시를 타고 대전 시내로 나갔다. 시내에 있는 써브웨이로 가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9개나 시켜서 그런지 주문도 오래 걸리고 음식도 늦게 나왔다. 그냥 늦게 나온 게 아니라 너무 오래 걸렸다. 배고파서 시간은 느리게 가는 느낌이고 옆에선 핸드폰으로 놀고 있어서 많이 힘들었다. 나는 핸드폰은 못했거든.. 그렇게 열심히 기다리다 드디어 써브웨이가 나왔다.
써브웨이를 가지고 걸어서 다같이 공원에 갔다. 정자에 앉자마자 써브웨이를 개봉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채소가 진짜ㅋㅋ 너무 많았다. 내가 메뉴를 “햄”으로 시켰는데 비율이 빵5:채소4:햄1 이었다. 처음 다섯 입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정말 배고팠으니까.. 그 후로는 그냥 꾸역꾸역 먹었다. 이쯤 되니까 햄이 진짜 들어가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중 후반쯤 먹다 보니 뭔가 시큼하고 매웠다. 매운 게 들어가 있는 게 어이가 없어서 이게 뭐지 하고 보니까 선생님이 고추 피클 이라고 하셨다. 안 그래도 맛 없구만 고추피클 까지 먹어야 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난 열심히 다 먹었다. 정말 배불렀다.
끝에 선생님이 채소가 왜 이렇게 많은지 알려주셨는데 주문 할 때 9개나 주문을 하다 보니 늦어져서 뒤에 사람들이 계속 눈치 주니까 그냥 “다 넣어주세요!” 해서 이렇게 된 것 이었다.! 그래서 음식이 늦게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고추피클을 맛보았다.
벽화
난 이제 어디 가서 “나는 벽화도 그려봤다!” 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다. 난 벽화도 그려봤다!!! 우리는 원래 벽화를 못 그릴 번했다. 어쩌면 누구는 벽화 그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것은 최근에 겪었던 가장 큰 노동이야기다. 아니. 경험인가?..
처음에는 벽화 그리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냥 깔끔하게 하얀색으로 다 칠하는 게 더 예쁠 거 같았고 구지 벽화를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벽화는 잊을 수 없는 하나의 경험이 되었다.
벽화의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제일 영향이 컸던 것은 선생님의 의견인 ‘책장’ 이었다. 계속 ‘책장’ 아이디어로 가자고 얘기가 많이 나왔었는데 아이디어가 달라진 것은 벽화선생님이 오신 후 부터였다. 벽화선생님은 우리의 상상력을 더 펼쳐보라고 항상 말하셨다. 그렇게 책장이긴 하지만 팀별로 원하는 느낌의 책장이 되었다.
제일 처음에는 바탕으로 흰색 페인트를 칠했다. 높은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은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으나 바로 익숙해졌다. 문제는 천장 쪽에 페인트를 칠해야 하는데 롤러가 너무 무거워서 제대로 칠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칠해줬다. 물론 나도 엄청 열심히 칠했다. 흰색 페인트가 튀면서 나의 옷에 떨어지고 나의 얼굴에 묻었다. 흰색 페인트여서 그런지 옷에 묻은 것은 나름 예뻤다.
다시 한 번 사다리를 올라가고 열심히 칠하고 내려오고 쉬고를 반복하면서 흰색 페인트를 칠했다. 그리고 완성 된 것은 정말 예뻤다. 다른 사람들 반응은 여러 가지지만 크게 두 종류다. 완전 크게 놀라거나 왜 여기만 페인트 칠 했나 뭐라 하거나. 별로 신경 안 썼다.
다음날은 하루 종일 스케치만 하고 3일 째에는 벽에 스케치를 했다. 이건 정말 너무 귀찮았다. 하지만 빨리 해야 해서 하긴 했다. 그리고 스케치 위에 색을 칠했다. 이건 정말 재밌었다. 처음엔 귀찮았는데 계속하다보니 그리는 것도 재밌었고 디테일을 칠하는 것도 재밌었다. 중간에 다른 프로젝트 팀 친구들이 와서 같이 그리니 더더 재밌었다. 제일 힘들었던 것 같긴 하지만 처음 해보는 벽화였고 중간중간 맛있는 것도 먹으니 좋았다. 먹을 것은 우리의 보상 같은 거였다. 그리고 우리의 벽화는 끝났다.
벽화를 다 그리고 우리는 테이프를 뜯고 비닐을 치우고 상자를 치우고 붓을 정리하고 이것도 정말 노동이다. 하지만 완성본은 정말 멋졌다. 마음에 들었다. 벽화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니 뭔가 조금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는 우리의 벽화가 지워지겠지만 그래도 엄청난 경험을 한 거 같다.
책 먹는 카페 프로젝트 이야기 끝
첫댓글 썬 첫댓글 내꺼ㅓㅓ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