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송희원
석양 노을 지는
밤바다의 아름다움에
가슴 설레이는 사람들
뱃머리 바람 따라 시선 쏠리고
침묵의 바다를 휘감은
항구의 도시는 불빛 속에
하루의 애환이 졸고 있다
수면 위에 그려진
아름다운 세상
신나게 돌아가고
하늘 향해 솟는 불꽃놀이
여수의 낭만에 취해
동행한 사람 무리지어
시인도 되고 가수도 된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화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 여수 밤바다 중에서」
무엇으로 사는가
송희원
설익은 밤하늘
하얀 그믐달
창문에 걸쳤다
젖어드는 쓸쓸함
언듯 무엇으로 사는가
영혼의 질문
먹먹해진 가슴 비집고
떠오르는
햇살 같은 어머니 얼굴
사람 노릇 못하겠다
그만 포기하라는
어른들 말씀 흘리고
병약한 딸 위해
기도로 얼룩진
업고 뛴 세월
정녕 그 사랑이어라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어라
흑산도 장도에 가다/ 송희원
예쁘고 작은 섬 마을
장도리의 새벽바람이 실어온
향긋한 바다 내음
코끝으로 스치고
꿈틀거림에 발길 옮겨
산속 생태 습지 오르는 길
가쁜 숨 쉬어가며 돌아보니
놀랍도록 아름다운
먼 바다 물들인 찬란한 햇살
뛰는 가슴 손 모두고
무슨 말을 할까
표현을 잊은 감격에
그저 찬미합니다 라고
쪽빛 바닷물 퍼다 부은 하늘에
흰 구름과 숨바꼭질하는 태양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그리운 님 생각에
아려오는 마음 바다에 띄운다
비오는 날의 상념/ 송희원
비가 온다
목욕하는 신록들
먼지 때 벗고
바람에 흔들며 다가선다
긴 장마에 멍든 마음
녹색 숲 향기 날아와
사르르 간지럼 태워
젖은 콧노래 흥얼거리고
가슴 속 앙금 씻어
쓰라린 마음 토닥이며
새롭게 거듭나 오순도순
하늘의 축복이 내린다
먹구름 걷히고
밝은 태양 온누리 비추니
일어나 희망으로 사랑으로
모두 하나 되어 나가자
구월이 오면/ 송희원
솔바람에
더위 한풀 꺽이면
우린
아름다운 여행을 약속 했지요
그 약속 잊었나요
이별의 아픔 남겨두고
홀로 떠나가
왜 소식이 없나요
해도 달도 모른다
고개 흔들고
새들에게 물어볼까
들꽃에 물어볼까
바람이 전하네요
인생은 그렇게
기약 없이 살다
소리 없이 가는 거라고
팔월에 감춰진
구월이 오면
피어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이여
가을을 품고/ 송희원
동북호 은빛 물길 따라
가로수의 수련한 자태
햇님 사랑 붓으로
빨강 노랑 주황 초록
기막힌 조화
하느님이 그리신 그림
파란 하늘엔
하얀 구름 두둥실
산세도 너무 고와
십 팔세 소녀 감성되어
탄성의 눈물 아롱지고
고마움에 젖은 우정 꽃 피워
마주보며 웃는다
방랑 시인 김삿갓도
이 아름다운 풍경에 혹해
떠나지 못하고 머물렀으리
시 비 앞에 찰칵이는 사람들
눈 호강에 흐믓해 하고
가을을 품고 간다
새벽 바다/ 송희원
바다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
진통을 인내하는 침묵으로
빨갛게 물들어가는
생명의 혼
불꽃 화살 쏟으며
푸른 물결 가르고
서서히 오르는 빛의 얼굴
손뼉 치며 외치는 함성
두 손 모두고 올리는 소망들
눈부신 햇살로 품어주니
먼 산 드리운 물안개 걷히고
세상을 깨우는 희망찬 아침
평온해진 바다의 산실은
동녘 하늘을 바라본다
예당호 가을/ 송희원
바다 같은 넓은 호수 위에
견우직녀 만나는 긴 출렁 다리
가슴도 출렁이고
손잡고 오르는 하늘 향한 전망대
고운 비단을 펼쳐놓은 듯
만추의 산야
그 아름다움 눈에 담는다
사랑은 그리움으로 새기며
떨어지는 낙엽에
인생을 얹어
잠시 생각에 잠기고
앞으로 남은 시간
어떻게 물들일까
고요한 예당호에 노을빛 반짝인다
행복으로 가는 길
송희원
오늘도 메신저로 친구와 아침 인사를 주고받았다. 건강하고 즐겁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도 잘 살고 있으니 너도 잘 살고 있으라고, 그러다보면 머지않아 우리의 만남도 있을 거란다.
생각과 말은 늘 그렇게 하지만 코로나19(감염 바이러스)로 너무 긴 시간을 그리움으로 색칠하고 이웃과도 말문을 닫고 살다보니 가슴이 먹구름 낀 듯 답답하고 우울하다. 요즈음 계속해서 세 자리 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는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전화와 선물로 대신하라는 캠페인이 계속 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 속에서 밤낮 없이 고생하는 의료진들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고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불안하고 힘들지만 나 하나의 그릇된 행동이 내 이웃을 죽음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세 번의 태풍(바비 마이삭, 하이선)으로 고향 땅은 물바다가 되어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슬픈 소식, 하루를 멀다하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치인들의 티격태격 다투는 소리가 뉴스 란을 먹칠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너무 생각 없이 함부로 살아온 건 아닌지 처절한 반성을 통해 우리 모두가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살기 좋은 나라 행복한 국민이었으면 좋겠다.
비바람이 그치고 모처럼 뽀얀 햇살이 창문에 앉아 방긋 웃는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배란다로 외출 나와 짙푸른 먼 산을 바라보며 조금은 열린 마음에 차분하게 영적 걸음을 내딛어 본다.
지금 이 고난의 시기를 좋은 기회로 바꿀 수는 없을까.
거기에 따른 수고로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간절함이 꿈틀거리는 것은 정신이 깨어 살아 있음일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기분 좋은 해석을 하고 싶다.
향긋한 커피향이 초가을바람을 타고 가슴으로 퍼진다. 혼란 속에서도 계절은 소리 없이 바뀌고 있다.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새기면서 살아온 동안 소홀했던 삶의 습관들을 정화시켜 맑은 물을 채워보리라. 목마른 길손에게 기도를 담은 맑은 물 한 그릇을 대접할 수 있도록.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외로운 영혼 가슴 깊이 아려오는 슬픔에 눈시울 적시며 보고 또보고 새벽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