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밖은 꽃으로 가득하고 실내 인테리어도 황홀하게 아름다워 밥맛을 압도한다. 말 그대로 타샤의 정원에서 식사를 하는 거 같다. 분위기를 중시하는 미술랭은 확실히 좋아할 것이다. 음식의 맛보다 분위기의 맛에 사로잡히다 보면 조금 섬세하지 못한 음식에도 관대해진다. 음식이 최고의 맛은 아니어도 분위기가 충분히 보완해준다.
1. 식당얼개
상호 : 타샤의 정원
주소 : 경기도 파주시 지목로 115(신촌동 58-6)
전화 : 031) 949-3044/3597
주요음식 : 한정식
2. 먹은날 : 2021.6.2.점심
먹은음식 : 한정식점심메뉴 28,000원
3. 맛보기
음식은 2원화되어 있다. 앞의 요리 코스는 시간형 차림으로 순차적으로 나오고, 다음 식사 코스는 한꺼번에 공간형으로 차려진다. 음식도 그릇도 외양이 화려하다. 화려하고 큰 그릇에 문양도 커서 음식이 마치 조연같다. 나중 보니 접시들을 따로 판매도 하고 있다.
음식은 채소가 장식 겸 영양을 잡아주며 신선한 맛을 채워주어 식사를 충분히 상큼하게 한다. 거기다 양도 많은 편이어서 약간 털털한 음식에 적응이 쉽다.
새우요플레카나페. 새우한입요리인데, 한입에 먹기에는 너무 크다. 색상감각은 화려하고 동화적이다. 접시와어울려 환상적 느낌을 낸다. 요플레크림을 듬뿍 얹은 텁텁한 음식이다. 젓가락으로 집으니 재료가 따로 떨어져 같이 먹지 못하므로, 따로 입에서 합쳐야 한다.
탕평채. 매끄럽지 않고 후덥한 맛이 난다. 세련된 분위기, 세련된 메뉴인데, 맛은 텁텁하다.
샐러드는 보기도 먹기도 좋다.
돼지고기 불고기. 조금 거칠어 보이는 요리. 구워서 깨를 잔뜩 뿌렸는데, 고기는 별로. 더구나 고기가 손바닥만한 것이 잘라지지 않고 그냥 나왔다. 맛은 평범...
호박죽. 좋다. 너무 달지 않고, 건더기 맛도 좋다. 식감도 향기도 다 좋아.
홍어오이무침. 홍어는 질기고 오이는 좀 짜고 건조.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하다.
들깨버섯탕은 아주 좋다. 흠잡을 데 없다. 탕의 묽기, 간, 향기 다 좋다 국 대용으로도손색이 없다.
소고기. 평범한 맛. 요리에 채소가 많은 것은 강점.
닭가슴살 튀김. 사각거리지는 않는다. 중국식 소스가 좋다.
깻잎나물 좋다. 향도 식감도 다 좋다. 묵은지는 너무 무르다.
연근은 좀 짜고 식감이 좋지 않다. 쫄깃한 느낌도 사각거리는 느낌도 없고, 퍽퍽한 느낌.
오징어젓. 오징어를 잘게 썰어 처음에는 명란인가, 했다. 실제로 식감은 명란 분위기도 난다. 음식과 잘 어울린다.
된장국은 손색이 없다. 매콤하면서도 구수하다. 된장국을 보니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같다. 그런데 솜씨를 발휘하기에는 너무 기업적 운영이라서인가?
돌솥밥은 흠잡을 데 없이 좋다. 쫄깃거리고 탱탱하면서도 싱싱한 느낌을 준다.
옆 커피방으로 옮겨 식후 커피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접시, 찻잔 등은 모두 따로 판매도 한다. 집으로 동화를 가져갈 수 있다.
4. 먹은 후
1) 타샤의 정원 : 식당 이름
식당 이름 타샤의 정원은 삽화가, 정원사 타샤 투더(1915~2008)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동화를 쓰고 삽화를 그려 벌어들인 돈으로 버몬트에 대형 농장을 사서 정원을 꾸미고 살다 2008년 타계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동화처럼 살고 싶어하는 사람의 로망이었다. 거기에다 요리책도 썼다. 18세기처럼 사는 것을 동경하여 베도 직접 짜고 대부분의 수공예품도 직접 만들었으며 자연식을 고집했다. 꽃으로 둘러 싸인 식당이름으로 삼기에는 제격이다.
4자녀 중 둘째인 국제변호사 아들의 부인이 한국인 여성이니 한식을 취급하는 것도 인연이 있어 보인다. 미국의 이미지를 가져와 한식을 팔고, 다시 한식의 이미지를 서구의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코드의 전환을 이룩한다. 한식의 이미지가 국제화되는 새로운 시도이다.
2008년 타샤가 타계하던 해 mbc에서 기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그녀의 책은 다수가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소공자>와 <비밀의 화원>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널리 읽힌 동화인데, 그 삽화를 타샤가 그렸다. 어릴 때 읽은 그 동화의 삽화가 아직도 기억이 나서 타샤를 다시 기억에 불러내니 나도 동화 속에 있는 거 같다. 이쯤 되면 음식은 뒷전이다. 입요기에는 불만이 좀 있지만 눈요기에는 불만이 없는 분위기와 음식이니 높은 점수를 줘야할 거 같다.
2) 타샤 투더(Tasha Tudor, 1915~2008)
별칭은 Starling Burgess. 100여권에 달하는 동화책의 삽화를 그렸으며, 그 가운데 많은 책들의 내용을 직접 썼다. 튜더의 그림에는 구식 옷을 입은 어린이들이 꽃과 동물이 있는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검소하고 평범한 생활을 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튜더는 〈머더 구스 Mother Goose>(1944)로 1945년에, 〈1은 하나 1 Is One〉(1956)로 1957년에, 각각 콜더컷 메달 우수상을 받았고, 1971년에 가톨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레지나 메달을 수상했다.
튜더는 〈호박 달빛 Pumpkin Moonshine〉(1938)을 통해 작가 겸 삽화가로 처음 등장했다. 그 외 다른 책으로는 〈A Tale for Easter〉(1941), 〈The Dolls’ Christmas〉(1950), 직접 기르는 코기종 개들이 주인공인 생애 마지막 작품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Corgiville Christmas〉(2003) 등이 있다. 튜더는 〈타샤 튜더 동화집 The Tasha Tudor Book of Fairy Tales〉(1961) 같은 문집을 편집하고 삽화를 그렸다.
또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어린이의 시동산 A Child’s Garden of Verses〉(1947), 클레먼트 클라크 무어의 〈성탄전야 The Night Before Christmas〉(2002), 그외 다른 고전 작품에 삽화를 그렸다. 또한 〈타샤 튜더 요리책 : 코기 오두막의 조리법과 추억 The Tasha Tudor Cookbook: Recipes and Reminiscences from Corgi Cottage〉(1993)과 뉴잉글랜드 농가에서 차용한 19세기 생활 방식에 대한 논픽션 책들을 썼다. (다음백과 전재)
3) 여자들의 세계
식당을 둘러보니 모두 여자. 내 눈앞에 보이는 테이블은 모두 여자였다. 나올 때 다시 보니 그 넓은 홀에 가득찬 손님들 사이에 숨어 있는 남자가 넷이었다. 대부분 여자끼리 앉아 있었고, 네 사람의 남자는 모두 여자들 속에 있었다. 남자들끼리 이렇게 예쁜 음식점은 안 오나보다.
대구 따로국밥집에 가면 여자가 없다. 주막의 전통을 이어서인가. 몇 번을 가봤어도 여자들은 거의 없거나 구석 어딘가에서 조용히 먹고 일어선다. 여기는 남자가 없다. 이곳을 보면 따로국밥집에 못(안?)가는 여자들이 별로 투덜댈 거 같지 않다.
인사동에 가면 남자 옷집이 없다. 남자는 다 벗고 사나? 이곳에 오니 남자는 안 먹고 사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분위기 좋은 식당을 여자들이 점령하는 것은 만국 공통인 거 같다.
핀란드에 시벨리우스 생가가 있는 헤맨린나에 가면 앞 마을에 우아한 카페가 있다. 맛있는 케익도 가득 있는 카페는 손님이 제법 많았는데, 대부분 여자였다. 어쩌다 온 남자들은 부지런히 먹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그 동네에서도 반대로 햄버거나 케밥집에는 음식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였다. 우리 따로국밥집처럼 말이다. 지구 끝에서도 한국과 꼭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음식만을 먹지만 여자들은 분위기도 먹는다. 그래서 소비의 파이를 키운다. 음식 소비와 생산의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낸다. 여자들의 소비라인을 잘 의식해야 소비를 주도하는 선두에 설 수 있다. 음식과 옷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소비를 끌어내는 영역이다. 그것을 명실상부하게 주도하는 것은 여성의 힘이다.
타샤는 40대에 이혼(1938년~1960년대 초)하고 네 자녀를 혼자 키우면서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꿨다. 끊임없이 엄청난 노동을 하면서 즐거움을 만들어냈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80대에도 19세기 풍의 옷을 만들어 입고, 멈추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분위기를 쫓는 여자들이 소비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와 생산을 양면에 놓는다는 것을 타샤는 실천적으로 보여 주며, 스스로 동화가 되고 로망이 되면서 생산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었다.
오늘 타샤를 채운 한국의 여성 또한 피동적인 소비에만 머무르지 말고 음식문화에서 생산의 주체가 되어 타샤처럼 또 하나의 로망이 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고양시키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주도하여 한식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바란다. 이렇게 창조되는 음식 문화가 음식 한류를 일으키고, 우리 삶을 보다 더 우아하게 고양시키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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