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시는 대다수의 분들은 월요일 아침이면 '월요병'이라는, 이제는 희귀하지도 않은 병에 시달리며 집에서 출근을 서두릅니다. 저도 평소에는 그렇습니다. '아 가기 싫다...휴일이 하루만 더 있었으면...'하는 헛된 바램으로 월요일마다 출근길에 나서곤 했는데 그저께는 전혀 그런 병세가 나타나지 않더군요.
선수들 사이의 언어로는 코트장, 저같은 어설프기 농구보는 데에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일반 팬들에게는 경기장이라 불리는 곳에 가는 날 아침이면 옛적부터 으레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 내가 응원하는 팀의 플레이를 직접 내 눈 앞에서 볼 수 있구나.'라는 스포츠 팬 분들만이 아시는 '직관'에 대한 기대감에 휩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직관'에 대한 기대감 말고도 보통 경기장에 가시는 팬분들은 또 하나의 큰 기대를 합니다. '우리 팀이 승리할 수 있겠지.'라는 승리에 대한 기대감인데 저도 거의 항상 경기장에 갈 때마다 이를 주지하고 갑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장에 가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기 때문입니다. 승리를 바라고 가지 지는 것을 바라고 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여자프로농구팀 춘천 우리은행의 승리에 대한 기대감..... 어떤 분들이 들으신다면 무슨 황당한 소리냐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팬의 한 사람으로써 이런 기대감을 아예 배제해 버리고 경기장에 갈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12월 1일 경기에서 12연패라는 끔찍스러운 행진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종전과는 다른 승패 기록을 팬들에게 선사해주리라....라는 기대감을 저를 비롯한 많은 팬분들에게 갖게 했습니다. 이에 저는 이번에는 연승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을 안고 춘천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스포츠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정신이 신체를 이기는 때가 있다.'
12월 1일 KDB 생명전에서 우리은행은 이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습니다. 일부에서 나오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온정설', '승부조작설' 따위는 논할 가치가 없으므로 저 멀리 뒤로 하고 경기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크게 두 가지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첫째, '몸으로 하는', '한 발 더 뛰는' 농구에서 KDB 생명을 이겼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KDB 생명이 금호생명 레드윙스였던 시절, 전 감독님인 이상윤 해설위원님과 잠시나마 호반체육관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 위원님은 자신의 팀에 대해 이렇게 말씀을 했습니다. "우리 팀은 원체 '몸'으로 하는 팀입니다. 선수 애들이 섬세함은 부족하지만 '몸'으로 열심히 해요."
이 말은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금호생명, 아니 KDB 생명의 농구를 잘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KDB 생명의 경기를 보면 그들이 자랑하는 조직력이라는 것이 몇 년 전부터 이상윤 - 김영주 감독님이 강조하신, '몸'으로 하는 농구, 좀 더 자세하게 표현을 한다면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농구에 기초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신정자 - 김보미 - 한채진 - 조은주 선수 등 KDB 생명의 주전 선수들은 루즈볼이나 강압 수비에서 결코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물론, 열심히 코트에서 나뒹굴기를 밥 먹듯 하는 다른 팀 선수들을 폄훼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서도, KDB 생명의 경기를 보면 이런 모습들이 결국 저 팀의 컬러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KDB 생명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부분에서 다른 팀에 우세합니다. 상대가 '몸'으로 하는 농구 중심으로 맞불을 놓으면 KDB 생명은 더욱 '몸'으로 농구하는 부분에서 더욱 강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12월 1일 경기에서는 우리은행이 KDB 생명 선수들의 앞의 말씀과 같은 모습들을 '빙의'했나 생각될 정도로 부딫히고. 뛰는 농구에서 KDB 생명을 이겼습니다. 골밑의 배혜윤 - 양지희 선수를 비롯하여 외곽에서 헬프 디펜스를 오는 다른 선수들도 공 하나에 목숨이라도 건 양 달라붙고, 빼았았습니다. KDB 생명 선수들은 평소 같았으면 이러한 '맞불'에 능히 대항하여 승리를 따 갔겠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정신력이 너무나 강했습니다.
객관적으로 앞에서 말씀드린 종류의 농구에 관해서는 KDB 생명이 강하다 할 수 있지만 이날은 KDB 생명이 자신들의 강점에 뒤통수를 맞는 날이 되었습니다.
둘째, 공격에서의 '과감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던 경기였습니다.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겠지만 공격 시에 꼭 지녀야 할 마인드 중에 '공격 직전 공격의 성공 여부에 관해서 절대 망설이지 마라.'라는 것이 있습니다. KDB 생명 전 경기, 삼성생명 - 신세계 전에서의 우리은행 선수들은 이런 마인드를 다소 망각한 채 공격을 미루는 모습이 많았는데 12월 1일 구리 경기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코트에서 뛰는 우리은행의 다섯 선수들은 이 날 공격에서 과감성이 불을 뿜었습니다. 성공 여부에 대한 망설임 따위는 이 경기에서만큼은 없애버린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슛 성공률이 그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했고 승리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는 항상 지켜지기는 의외로 어려운 마인드입니다. 게다가, 상대는 저번 라운드에서 32점차로 졌던, 리그에서 수비로 맹위를 떨치는 강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이 정신력입니다. 강한 정신력은 이런 식으로 너무나도 객관적으로 보이는 실력 차를 극복, 역전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12월 1일 우리은행 선수들은 분명 이런 생각을 하고 경기에 나섰을 것입니다. '앞의 상대들이 강한 상대라 생각치 말자. 우리가 평소 훈련장에서 과감하게 했던 것을 그대로 여기서 편안하게 하면 골은 들어간다.'는 생각....'훈련장에서의 과감성을 여기서 100프로 그대로 발휘해보자. 앞뒤 가릴 것 없이...'라는 생각....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KDB 생명을 이겼을 때의 그 과감성을 잃은 듯한 모습을 여럿 보였습니다.
물론, 정덕화 감독님의 수비 전술이 좋았습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확률높은 공격 루트는 배혜윤 선수를 활용한 포스트에서의 일대일, 아니면 임영희 선수의 돌파에 이은 점프 슛인데 정 감독님은 이를 염두에 많이 두고 헬프 디펜스를 철저히 가져가게 했습니다.
이른바 지역 수비라는 것을 많이 쓴 셈인데 여기서 우리은행은 과감성으로 지역수비를 깨야 했습니다. 배혜윤 선수의 일대일 하나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지역수비의 약점으로 많이 지목되는 외곽 라인에서 김은혜 선수나, 임영희 선수, 고아라 선수가 과감성있게 외곽을 몇 번이고 시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감성을 어디론가 보내버린 우리은행의 공격 패턴은 너무도 단순해져 갔습니다
특히 김은혜 선수의 과감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경기였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김은혜 선수의 득점은 0입니다. 슛 컨디션이 너무도 안 좋은 날이라 0점이 될 수는 있습니다. 자꾸 쏘는 데 하나도 안 들어가는 날이 있을 수 있고, 이렇게 안 들어가는 데에는 정말이지 누구 말대로 장사가 없습니다. 문제는....별로 안 쏘았다는 것입니다.
난사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가금씩은 무리한 상황이라도 슛감 조절 차원에서 쏠 필요는 있습니다. 경기 관람 후, 인터넷으로 경기를 다시 보니 신혜인 위원님이 김은혜 선수보고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김은혜 선수, 무리하더라도 링을 봐야죠~!!"
이는 비단 김은혜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선수들도, 조금이라도 틈이 생겼다 하면, 오픈 찬스가 났다 하면 선수들은 일단 링을 보고 공격을 할지, 패스를 할지 결정을 해야지 링을 보지 않고 정말 억지로 편안한 상태를 만들려고 하면 소비되는 것은 공격 시간이요, 느는 것은 샷 클락으로 인한 조급증이요, 줄어드는 것은 과감성 있을 때보다 더 낮아지는 슛 성공률입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점수를 많이 넣어야 승리를 할 수 있는 농구 경기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여 슛 성공률을 낮추어 버린다면 어떻게 승리를 할 수 있는지요?
슛에 대한 과감성을 KDB 생명전과는 대조적으로 잃어버린 우리은행 선수들에 비해 KB 국민은행의 변연하 - 김수연 - 박선영 선수는 경기 후반 과감성을 십분 발휘하여 점수차를 벌이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공격 패턴에 의한 스크린 플레이나, 찬스가 난 선수에게의 타이밍 좋은 패스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KB 국민은행의 이 세 선수를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은 이 '과감성'입니다.
특히, 박선영 선수는 최근 박세미 선수에 비해 출장 시간이 적어 코트 감각이 다소 무뎌졌다 걱정할 여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글이' 박선영 선수는 수비가 앞에서 죽어라 뛰어드는 데도 불구, 벤치에서 지시받았을 과감성을 잃지 않고 잘 수행해 주어 KB 국민은행의 연패 탈출에 혁혁한 공을 세움으로써 팀을 '방긋' 웃게 했습니다.
다음 10일 KDB 생명 전에서는 코트에서 과감하게 슛을 던지는 우리은행 선수들을 보았음 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신혜인 해설위원님이 우리은행의 플레이에 대해 지목한 것 중 하나가 '볼을 가지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이전 경기를 보더라도 우리은행이 졸전을 한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했었습니다. 공이 있는 쪽, 즉 스트롱 사이드의 선수 뿐 아니라 공이 없는 쪽, 즉 윅 사이드의 선수들도 끊임없이 찬스를 노리고, 컷 인을 노리는 유동적인 플레이를 했어야 하는데 이번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이 점에 있어 아쉬웠습니다.
볼을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안됩니다. 이것이 조혜진 감독대행님이 원하는 바도 아니고요. 조 감독대행님의 작전판을 유심히 살펴보니(제가 보아봤자 무엇을 알겠습니까만은..) 화살표를 그리시면서 선수들에게 '윙' 혹은 '롤(roll))'을 강조하시던데 이는 유동성 넘치는 플레이를 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상대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개인 기량이 아래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은행 선수들이 점수를 따낼려면 끊임없이 쉽게 득점할 수 있는 찬스를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팀에서는 이를 위해서 이른 봄부터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한 것이고요.
예를 들어 포인트가드 선수와 포스트업을 하는 선수가 오른쪽 45도 사이드에서 2:2 플레이를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머지 세 선수주 한 명은 왼쪽 45도에서 골밑으로 컷-인을 하고, 동시에 또 한 선수는 다운 스크린을 겁니다. 그 후 다운 스크린을 받은 다른 한 선수는 골밑을 파고돌아 포인트 가드 선수 쪽으로 달려와 오른쪽 사이드 슛 기회를 노립니다. 그렇다면 포인트가드가 공격을 진행시킬 루트는 단숨에 오른쪽 45도 사이드, 중앙 로우 포스트, 오른쪽 사이드의 세 루트로 늘어나게 되어 상대 수비에 혼선이 오게끔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특성 상 코트 위의 선수 다섯 명이 이런 식으로 유동적인 플레이를 많이 가져가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서서 자신에게 공이 오기를 기다리는 선수들이 많은 팀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알려질 대로 알려진 자명한 사실입니다.
경기 초반, 팽팽하게 맞설 때 우리은행 선수들의 KB 국민은행의 공격에 대한 수비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후반에 급격히 수비 페이스가 흐트러진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경기 초반 출전한 정선민 선수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기는 했지만, 우리은행은 정선민 선수의 센스넘치는 패스길을 잘 예측하고 정선민 선수의 어시스트 기록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밖의 다른 선수에게의 대인마크에 있어서도, 우리은행 선수들은 경기를 보는 팬들로 하여금 '오늘 변연하 선수가 몸이 너무 좋지 않나.', '강아정, 박세미 선수 어디갔지?'라는 의구심을 들게 할 만큼 최선을 다해 상대 선수들을 수비했습니다. 사실, 이 선수들의 경기 초반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았기는 했지만 이 선수들은 상대 수비가 허술하다 싶으면 얼마든지 단시간 내에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우리은행의 경기 전반 수비가 좋았기에 하프 타임이 될 때까지 컨디션을 올리지 못한 것입니다.
3쿼터 들어 경기 전반에 보여주었던 호수비의 모습들은 급격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KB 국민은행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3쿼터에 외곽 슛을 원천 봉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연하 - 강아정 선수에게 최소한 3점슛을 1~2개는 주게 됩니다. 한 때 31대 31 동점이었던 스코어가 단숨에 5점 차 밖으로 벌어진 까닭은 우리은행 선수들이 3쿼터에 외곽 수비에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 팬분들의 말씀처럼, 조 감독대행님의 지시대로 4쿼터 들어서의 압박수비는 필수적이었습니다. KB 국민은행의 포인트 가드 선수들은 볼 운반력에 있어 신한은행의 최윤아 선수나 KDB 생명의 이경은 선수, 삼성생명의 이미선 선수보다 약세입니다.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압박수비였는데 우리은행 선수들은 벤치의 조 감독대행님이 화를 낼 정도로 이 부분에서 소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강팀은 승부처에서의 필승 수비 전략 수행에 강합니다. 신한은행, KDB 생명의 농구를 보면 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스포츠라는 것이 공격 중심이라 해도 상대방의 공격 기회를 되도록 많이 무산시키면서 자기 팀 공격 기회를 더 가져가는 데 강한 팀이 승리를 거머쥔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입니다. 다음 경기부터는 이 상식이라는 것을 우리은행 선수들이 잘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를 보다 보니 작전 타임에서의 촌철살인으로 유명하신 전 LG 세이커스 감독 강을준 해설위원님의 한 마디가 떠올랐습니다.
"마~!! 볼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고!!"
사실, '볼을 소중히 하라.'라는 것은 스님들의 육류에 대한 금기 계율만큼 철저한, 농구계에서의 '계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지희 선수의 이번 경기 턴오버 기록은 '6'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6'의 기록 중 절반 정도는 이러한 '볼을 소중히 하라.'라는 농구선수로서의 계율을 양지희 선수가 잠시 잊은 탓에 생긴 것입니다.
일례로, 양지희 선수가 볼을 더듬거리는 사이 두세명의 KB 국민은행 선수들이 공을 빼앗으려고 양지희 선수에게 붙습니다. 그렇다면 양지희 선수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서 두 가지입니다. 재빨리 동료에게 패스를 돌리는 것, 볼을 빼앗기지 않도록 킵(keep)하는 것. 그 당시의 정황 상 양지희 선수가 해야 했던 것은 이 둘 중 후자(後者)입니다.
저희에게 보여주었던 것처럼 몸으로만 볼을 지킬 것이 아니라 볼을 신주단지, 애지중지하는 물건인양 끌어안고 넘어지기라도 하여 최소한 헬드볼은 만들어야 했습니다. 공을 쉽게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볼을 쉽게 빼앗겨 버린다면 이는 신주단지를 빼앗겨 발을 동동 구르는 집안 제사장, 애지중지하는 물건을 빼앗겨 허공에 분노를 터트리는 사람의 꼴과 전혀 다를 것이 없게 되어 버립니다.
양지희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수비했고, 과감한 득점도 몇 개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보여 주었지만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작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부분에서 실수를 하면서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는 우를 범했습니다. 양지희 선수는 팀 내 서열 네번째의 고참 선수이며, 우리은행의 센터진의 축 중 축입니다. 이에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양지희 선수입니다. 양지희 선수도 이를 잘 알고 있고요.
다음 경기부터는 양지희 선수가 강을준 전 감독님의 말씀처럼 볼 하나하나를 신주단지, 금덩어리 모시듯 소중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비판 일색으로 글을 진행했는데 칭찬할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앞에서 잠시 말씀드린 경기 초반 수비를 끈덕지게 잘했다는 것 외에 2~3쿼터의 이승아 선수의 모습에 대한 것입니다.
몇 년째 주전 포인트가드로 경기에 출전해왔던 박혜진 선수의 컨디션은 아직 정상이 아닌 듯 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박혜진 선수는 선발로 나와 전의를 불태웠지만 최근 며칠동안의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워낙 혼란스런 상황이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더군요. 무엇보다 자신의 전매 특허인 점프 슛에 대한 자신감이 확 떨어진 모습이 분명히 보였습니다. 박혜진 선수가 하루빨리 제 컨디션으로 코트에 복귀해야 우리은행의 백코트진 문제가 풀릴텐데요..
이런 박혜진 선수의 공백을 최근 우리은행에서는 이승아 선수가 메꾸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거의 풀타임을 뛰었는데 특히 2쿼터 후반부터 3쿼터까지의 공격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즌 초반, 김광은 전 감독님은 박혜진 - 이승아 선수의 공격에서 상대 가드의 신장이 작으면 두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포스트업 일대일을 하라고 지시했었습니다. 전 감독님의 이런 지시는 최근 몇 경기에서 없어진 듯 했지만 이번 경기에서 잠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박선영 선수를 상대로 포스트업 하다가 컷인하는 동료 선수에게 노룩 패스, 득점 성공....개인적으로 이번 경기에서의 최고 명장면이었습니다.
앞에서도 '과감성'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이승아 선수에게 있어서 이는 더욱 필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주말에 쉬면서 중고(중학교, 고등학교)농구연맹 홈페이지의 '자료실'에서 작년 인성여고의 시합을 몇 경기 보았습니다. 이승아 선수의 플레이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제가 본 세 경기에서 이승아 선수는 모두 포인트가드를 보며 팀 동료인 이지현(신세계),박다정(삼성생명) 선수에게 득점 기회를 많이 주는 플레이를 주로 했습니다.
물론, 제가 보지 못한 경기에서 이승아 선수가 득점 '욕심'을 낸 경기가 있을 것이지만 제가 조금이나마 본 경기에서 이승아 선수는 한결같이 이타적(利他的)인 플레이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더군요.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의 이승아 선수의 모습은 이타적인 부분에서 그 당시와 매우 비슷한 모습입니다. 물론, 테크닉이나 시야에 있어서는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말입니다.
갑자기 이승아 선수보고 KDB 생명의 이경은 선수처럼 '공격형' 포인트가드가 되라고 하는 것은 무리수입니다. 하지만 직접 공격을 하는 횟수를 지금보다 좀 늘리라는 것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가드의 역할에는 비단 볼 배급을 하는 것 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득점이 저조할 때 자신이 직접 득점에 참여하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아 선수는 어떤 팬 분께서 정확히 지적하셨듯 왼쪽 돌파에는 다소 약합니다만, 오른쪽 방향으로의 페넌트레이션 투-스텝 후 레이업 공격 성공률은 높고, 골로 성공을 시키지 못하더라도 상대에게 충분히 위협적인 기술이라 슛 동작에서의 파울을 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 이후에는 높은 자유투 성공률이 자연스레 요구되게 되는데 이승아 선수의 자유투 능력은 괜찮은 편입니다.
이에는 조혜진 감독대행님과 팀 내 선배 언니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경기가 안 풀린다 싶으면 즉각 지시를 내려 적극적인 일대일을 주문하고, 이와는 다른 상황에서도 한 두번 정도는 이승아 선수에게 프리랜서 역할을 허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재 실전을 통해 기량이 쑥쑥 자라고 있는 것을 더욱 북돋아 줄 것이라 장담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KB 국민은행의 '에이스 지주(支柱)' 정선민 선수는 조금 부진했지만 '스코어러' 변연하 선수는 '변당쇠'의 모습으로 팀 후배들에게 솔선 수범하며 팀의 연패 탈출에 기여했습니다.
변연하 선수는 언뜻 보기에 공격적인 면만 눈에 띄기 쉽습니다. 하지만 변연하 선수의 진가는 공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수 '종합적'인 면에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은행이 3쿼터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흐트러진 데에는 변연하 선수의 몸을 아끼지 않는 리바운드가 컸습니다. 그 밖의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적극적인 스틸 시도를 하며 우리은행의 공격 리듬을 끊어 놓았습니다.
변연하 선수는 연차가 많아질수록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옛적 팀 선배 언니인 박정은 선수를 닮아가는 모습입니다. 이미 많은 팬분들께서 알고 계시는 이야기겠지만, 박정은 선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수 양측 모든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자랑하는 '농구 8단' 선수입니다. 변연하 선수는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공격에서만 칭찬을 받던 선수였지만 최근 변연하 선수의 모습을 보면 수비에서도 농이 익을대로 익어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KB 국민은행에서 '제2의 변연하'가 될 선수는 다름아닌 변연하 선수의 부산 동주여상 후배인 강아정 선수라 생각합니다.
180센티의 큰 신장, 튼튼한 웨이트, 폭발적인 3점슛 감각은 5~6년 뒤 '진정한 변연하 선수의 후계자'라 일컬어질 만한 강아정 선수의 좋은 조건입니다. 이 5~6년이란 세월을 강아정 선수가 더욱 앞당길려면 3점슛의 기복을 줄여야 하고, 대인마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강아정 선수가 KB 국민은행팀에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들이 다같이 공공연히 여기는 룰-모델과 많은 시간을 같이 하며 룰-모델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아정 선수의 빠른 발전은 국가대표 맴버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입니다. 언제까지나 국가대표의 중심 축이 이미선 - 변연하 선수가 될 수는 없잖아요?
조잡하기만 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