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생각할 때 맨먼저 떠오르는 건 보름날 저녁 사자산 위로 쟁반보다 더 크게 떠오르던 보름달이다. 그 보름달을 머리에 지고 있던 아름다운 사자산 정상을 어릴적 한번도 못가본게 못내 아쉬워서 이번 고향길엔 꼭 사자산 정상을 오르기로 하고 예정보다 일찍 고향길로 향했다.
강남터미널에서 8시 50분발 장흥행 직통우등버스에 몸을 싣는다. 토요일(3월14일) 아침이어서 서울거리는 한산하지만 버스엔 익숙한 사투리의 아줌마들 수다로 떠들썩하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나에게 옆자리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여행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물론 우연챦게 이쁜 여자가 옆에 앉게 되는 행운도 기대했지만 언감생심....에이스 크랙커와 생수 한병, 읽다만 책 한권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4시간 40분간의 버스여행이 시작된다. 광주를 지나 국도로 들어서자 차창 밖으로 성큼 다가온 봄과 함께 남보다 일찍 농사일을 시작한 부지런한 농부의 모습과 나른한 똥개의 무료한 하품이 정겹기 그지없다.
오후 1시 30분 장흥터미널에 도착해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농부 친구 J와 반가운 해후를 하고 친구의 골골거리는 고물봉고차를 타고 안양가는 국도 옆 조그만 식당에서 5천원짜리 백반을 시키니 육해공이 다 동원된 푸짐한 반찬인심에 입이 쩍벌어질 정도다. 상다리 부러지는 백반 2인분에 쐬주한병까지 해서 딸랑 13,000원을 주고 나오니 식당아줌마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친구의 권유로 당초 사자산을 가기로 했던 계획에다 천관산을 추가해놓고 보니 바빠졌다. 수많은 돌탑과 詩碑로 단정하게 조성된 천관산 문학공원을 출발하여 구룡봉을 거쳐 정상인 연대봉(723m)에 오르니 기암괴석이 설악산 부럽지 않고 연대봉에서 바라본 남해안 다도해가 한폭의 그림이다. 쾌청한날은 제주도까지 보인다니...하산길에 텐트치고 저녁 준비하고 있는 서울에서 왔다는 3인조 텐트족을 만나 이런 저런 야그를 하다보니 그 사람들의 자유가 너무 부럽다. 올 여름에는 나도 숙원사업인 지리산 종주를 꼬옥 해야지..
동교다리 근처 시장식당에서 푸짐하고 맛있고 역시 저렴한 오리탕으로 영양보충한 후 친구(S)의 별장에 여장을 푼다.
별장에서 캄캄한 밤, 우연히 바라본 밤하늘을 보고 황급히 몸을 숨겨야 했다. 쏟아지는 별빛에 서울 촌놈 맞아 죽는줄 알았거등....우와 저 아름다운 별빛을 감상한 것 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본전 이상이다. 어릴적 여름날 모깃불 연기 향긋한 마당에서 멍석깔고 저녁먹고 나서 후식으로 나온 옥수수 뜯어먹으며 별을 헤아리다가 잠이들곤 했던 그 별빛을 오랜만에 보다니...
아침일찍 시장식당에서 구수한 생태탕으로 위장을 즐겁게 한 후 고대하던 사자산으로 향했다. 월평에서 안양가는 길 초입에 있는 버섯농장 쪽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중턱을 조금 못미친 지점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사자산 두봉 공략에 나선다. 장흥동초등학교 졸업앨범에 멋들어지게 나오는 사자산은 사자머리에 해당하는 頭峰인데 일제때 일본인들이 한국의 후지산이라고 극찬했던 두봉은 정상 부근의 크고 작은 바위숲을 돌파하는게 산행의 백미다.
일요일 아침인데 사자산 전체에 등반객은 우리 둘뿐이다. 힘들게 사자산 두봉 정상에 오르니 아흐 다롱디리...어릴적 20년 추억이 담긴 내고향 장흥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가롭고 아름답고 깨끗한 곳..조만간 공단에 편입될 거라는 모교 장흥동초등학교도 보이고..남쪽으로는 억불산이 눈아래에서 날 올려다보니 괜히 으쯕거려진다.
두봉에서 사자산 정상에 해당하는 사자엉덩이 미봉(666m)까지는 2km 남짓 능선을 걸으면 된다. 따스한 봄볓을 한껏 만끽하며 친구와 옛날 짝사랑했던 애인 야그, 성공한 친구의 부러운 무용담,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가 되어버린 각시 흉보기 등으로 킬킬거리다 보니 벌써 미봉이 눈앞이다.
능선 남면으로는 깎아지른 바위절벽이 가히 절경인데. 중간쯤 민선군수 1기시절에 조성했다는 활공장이 있다. 행글라이딩으로 창공을 가르며 기산 어디메쯤 사뿐히 내려앉는 상상속의 내모습이 그려진다. 30분만에 미봉에 다다르니 멀리 관산, 용산 앞바다까지 보이고 북서면 쪽으로는 제암산이 날 유혹한다. 에이 시간만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은 제암산이지만 제사가 12시에 시작하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오른다.
맘은 굴뚝같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자주 찾지 못하는 고향길... 합제 때문에 내려온 김에 맘먹고 오른 사자산과 천관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인양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즐거웠도다.
첫댓글 늑대와 춤을 이구먼 ㅡㅋㅋ ㅡ사자산에 올라본지 언제 였던가? ㅡ까마득히 먼~옛날 ㅡㅡㅎㅎ ㅡ그리운 고향에서 오랜만에 사자산,천관산 산행이 감개무량 했겠네ㅡㅡㅡ^^
월평 가운데골목길을 걷다가 형란이집 지나오면서 괜스레 형란이 혹시 왔나 싶어 삐쭉 고개들어 훔쳐봤는디..
그 이름도 거룩한 이정! 그대는 청산유수와 같은 말 솜씨와 글 재주로 동창 카페의 자유게시판을 멋들어지게 장식하도다,살아 숨쉬는 듯한 생동감있는 글을 읽노라니 마치 나도 합류해서 산행길을 걷는 기분일세...
이틀동안 태순이 고행 안양을 몇번씩 왔다리갔다리 했어..한승원님 집필하는 집도 보고, 안양회천에 있는 친구네 별장에서 밤하늘 감상하고 , 용산 정남진도 구경하고, 담엔 그대와 한번 사자산 가세
담에 우리 둘이서 손잡고 사자산 가세,형란이는 빼불고~ ㅎㅎㅎ 오~메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네. ㅎㅎㅎ
태순아ㅡ난 산 잘 못타ㅡ 늑대와 춤은 태순이 혼자 춰라ㅡㅡ우히히ㅡㅡ
형란이 내가 업고 갈께..태순짱과 같이 셋이서 사자산 가세
형란이는 눈치가 빨라서 우리만 가라고 같이 안간다는디 정이는 왜그리 눈치가 없단가.ㅎㅎㅎ
흐미~``눈치 백단위,,,,사자가 늑대로 변신했을까!!!!늑대의 탈을...????
후배카페의 감초 이정씨!! 으짜면 그라고 글도 잘 쓴다요?...부럽구마...우리카페 너무 조용해 ,,한번 들어와서 멋지게 갈겨봐,,
우메메!! 울 이쁜 홍순이 누님 오랜만잉게라..그간 잘 지내셨는감요?
니가 감히 사자하고 춤을 춰 부렀어야? 거그 미용실 내가 운영하고 있는디,거그는 안 가 봤냐? 사자머리를 기 막히게 해 주는디~~~
챙피해서 너한테만 사알짝 알려주는데..사자한고 춤추다가 똥마려워서 실례하고 왔다.
사르르르 눈감으니 꿈결에 지나는듯 미봉에 걸린구름 갈길을 잃는구나!.... 고마워라 친구여 桃源境 찾던곳이 글속에 있었구려!
붓끝이 무디고 그대같은 감성이 부족해서 산행의 즐거움을 다 표현못함이 안타깝도다
모처럼 고향방문이었남~~~조카님손잡고왔음 더좋았을걸 조카님은 요즘어디에 숨겨놓셨나, 고향방문해서 카페를위해이런좋은글도 써주고 넘고맙네~~내가조키입장에서 세상에서 젤친하고 편하고 친구같은 고모가있기에 감사하고 사는데~~~
영란이 조카? 큼메 말이여..같이 왔음 좋았는디
벌써 일주일전 얘기일세~~ 나는 어제 순천으로 가서 봄맞이 실컷하고 왔는데......사자산 우리 다 같이 한번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