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사랑/염경희
언뜻 비 그치자
소수서원 계곡 바닥까지 내려와 비친
하얀 마음
포실한 햇살에 말려
적송 키 훌쩍 너머 피어오르더니
재활용 그릇에 담겨
마침맞게 곱게도 핀 연꽃에
눈길 닿자
솜털이란 솜털 모두 세워
그리움의 향기에 절은 살갗
그 모공을 열고
오백년 동안 서로 지켜보며 날 기다리느라
쪼글쪼글한 두 그루 은행나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달빛 열매 달고
이렇듯 내게 가을을 알리는 순간
그 어디를 가든
그 무엇을 보든
언제나 내 등줄기 타고
전해오는 감정 오지게 불러내어
문득문득
설움에 북받치게 하던 그대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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