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5일 생각만 슬쩍 바꾸면 내가 바뀐다

[Sugar]

나의 첫 직장은 한센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는 기관이었다.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나중에는 지나치다고 할 만큼 그들과 잘 어울렸다.

우리나라에서 한센병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연세대 의대 유준 박사가 내 행실이 걱정스러웠던지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제인 DDS를 처방해 주어 6개월간 복용했다

2년후에 퇴직하고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한센병 환자가 주인공인 장편소설 '해방 영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온몸이 가렵고 붉은 반점이 생겼으며 긁어서 생긴 상처가 덧나고 입술주위가 헐기도 했다. 덜컥 겁이 났다.

증상이 영락없이 한센병 같기도 했다.

약을 바르고 먹어도 소용없고 온천에 가고 용하다는 피부과에 다녀도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불안하고 두려워 초조하면서도 진찰을 받을엄두를 내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했다.

6개월 만에 탈고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다.

희한한건 그날부터 가려움이 멎고 반점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피부가 전처럼 멀쩡해졌다. 

환자 이야기를 쓰면 나도 환자처럼 변하고 사랑 이야기를 쓰면 내 표정이 밝아지고, 슬픈 이야기를 쓰면 내가 어두워지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생각만 슬쩍 바꾸면 내가 바뀌는 거구나. 그것도 공짜로 바뀌는 거구나

김홍신의하루사용설명서 9월15일

[(나우)]

생각이라는게
제어가 안되기도 해서
가끔
왜 이러나 싶을 때도 있어요.

마음이 천국이어야
편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