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어린이집이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로 들썩거린다. 점심을 먹은 어린이들이 인근 놀이터에 야외놀이를 나가기 위해 선생님을 채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의 목소리보다 더 귀를 솔깃하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이 아직 덜 녹았어요. 선생님하고 손잡고 나가야지. 장갑도 다들 챙겼지요?”
굵직한 저음이다.
이 저음의 주인공은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내 `사랑나무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진석 선생(30·광주 동구 동명동).
박 선생은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아이들을 진정시킨 뒤 아이들 모두에게 두툼한 외투를 입히고 목도리, 장갑 등을 꼼꼼히 챙긴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 선생이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운동장으로 나가자 주변에 있던 시선들이 모두 그 곳으로 집중된다. 박 선생은 광주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희귀한' 남자 어린이집 선생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 선생은 상무지구 일대에선 웬만한 연예인보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사'로 통한다. 하지만 박 선생은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인생의 지름길'을 포기한 채 유아교육학과에 다시 입학하는 등 갖가지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적당한 직장에 들어가 적지않은 월급을 받으며 평범한 회사원으로 무난히 살 수도 있었겠죠. 그래도 머리속에 맴도는 생각은 `과연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은 욕심이 결국 새로운 인생을 열게한 것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결심했지만 `남자가 무슨 어린이집 선생님이냐'는 편견에 부딪혀 가족들의 반대에 시달려야 했고, 친구들의 이상야릇한 표정도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무엇보다 박 선생을 힘들게 했던 것은 여자아이들을 맡겨야하는 학부모들의 편견 가득한 시선.
“어린이집에서 막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딸애를 남자 선생님에게 맡기기는 불안하다'며 어린이집을 옮기는 학부모들이 많았어요. 불신이 가득한 표정을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어린이집 교사를 꿈꿔온 처지가 비관되기까지 했었지요”
그러나 `금남(禁男)의 집'에서 일한지 10개월이 된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하신 몸'이 됐다. 남다른 조건에서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몸으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성심성의껏 아이들을 가르쳐온 것이 어느덧 입소문을 타고 확산된 것이다.
박 선생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물을 먹일 때, 퍼즐 놀이를 할 때 등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언제나 무릎을 끓고 아이들의 눈과 자신의 눈을 맞춘다.
학교 다닐 때 기본으로 배웠던 `눈높이 교육'을 철저히 지키고, 마음을 열고 `선생님'이 아닌 `친구'라는 인식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한 것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된 것이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학부모 입장이라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이해가 됐어요. 오히려 `남자 선생님도 여자 못지 않더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앞으로 배출될 수많은 남자 유아교육 선생님들이 활동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그의 교육철학도 여느 선생님과는 사뭇 다르다.
“눈높이 교육에 입각한 명랑한 소년·소녀들로 자라게 할 거에요. 이제 겨우 말귀를 트는 아이들에게 `조기교육'이라는 명목하에 무거운 짐을 안겨주는 교육은 피할겁니다. 그보다는 10년이 지나서도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어린시절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갖고 있는 재능을 스스로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죠”
박 선생이 강조하는 것 또 한가지.
“몇 년 후에는 큼직한 어린이집을 차릴 계획입니다. 그 때는 많은 남자 선생님들을 채용해서 아이들이 편견없이 남·녀 선생님의 장·단점을 직접 느끼게 해줄 겁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굵은 저음의 남자 선생님을 신기해하며 많이 따르고, 야외활동에 함께 참여하면 정말 좋아합니다”
끝으로 박 선생은 급여와 노동시간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너무나도 명쾌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장미빛 인생을 꿈꿨다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옆에서 볼 수 없었겠죠. 물론 개인적인 시간이 적어 여자친구에게 소홀하거나 사고싶은 것도 선뜻 살 수 없을 때가 있어 가끔 속상하긴 하죠. 그래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올바른 사고방식을 심어줄 수 있는 귀중한 직업이 또 있겠어요? 후회는 절대 안해요. 또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다시 이 길로 `유턴'(U-turn)할 겁니다”
`자신의 마음속을 모두 털어놓은 탓일까?'. 잠시나마 박 선생의 미소가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보다도 오히려 천진난만하게 느껴졌다.
글/정문영 기자 vita@gwangnam.co.kr
사진/김진수 기자
첫댓글 맞심더! 원장샘이 되려면 교사의 길을 꼬옥 5년 이상은 걸어 보아야 하지요. 글고 개구리가 된 담에 올챙이적 시절을 자주 다시 돌아 보민서 올챙이를 키워줘야 함다. 나? 난 당근 그리하고 있는 착한 개구립니당~ ㅎㅎㅎ
개구리 올챙이시절 모른다고 힘들었던 시절 잊지않고 기억하는사람이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의말과 질책 조언도 아끼지않는법이죠 정말 남자영유아교사 인재들 키워야 합니다...
와... 이분 꼭 만나고 싶네요... 남자교사들이 이런 정신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멋쟁이향기반 님 어떤분 만나고 싶다고 하신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