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목수로 산다는 건 / 안병석
신발장 구석에 못을 치다가
못의 허리를 구부리고 말았다
못아, 미안하다
망치의 생각은 다섯 번이었으나
두 번 만에 못을 구부려버린 내가 밉다
나무의 숨구멍에서 눈물이 배어 나온다
문득, 너는 커서 목수 할 생각은 마라, 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엉거주춤 구부러진 못이
엉킨 신발들을 내려다본다
망치를 내려놓고 신발을 정리하는데
신발들에 또 미안해진다, 굽은 길에
수없이 뒤뚱거렸을 신발들
진짜 목수인 척 살아나 보다
망치 대궁에서 내 무딘 과거가 구부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