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세월이 빚어낸 지상의 비경 강원도 철원 한탄강 답사 후기, 2022 2 4

[문항!]

북한 평강군에서 발원한 한탄강은 철원, 포천, 연천을 지나며 임진강과 합류하고 다시 한강과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드는 136km의 강이다.
6.25 이전에는 북한땅이었으나 수복된 채로 휴전을 맞아 남한땅이 되었다.

한탄강(漢灘江)은 그 이름에서 무슨 한이 어린 사연이  있어 생긴 이름으로 추측하는 경우도 있으나 원래의 뜻은 큰 여울이라는 의미로 지금도 연천군 전곡읍에는  한여울마을이 있으며 대동여지도에는 대탄(大灘 )으로 표기되어 있다.

한탄강 유역은 2020 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경북 청송, 광주 무등산에 이어 4번째로 등재되었다.
강을 낀 지질공원으로서 주상절리, 용암대지, 현무암 협곡, 비대칭 강 양안등이 특징이며 철원, 포천, 연천 일대에 여의도의 400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용암대지 위로는 철원평야가 뒤덮고 있으며 여기서 나는 오대쌀은 지금도 고가에 팔리지만 조선총독부는 오대쌀만 먹었다고 한다.
철원평야를 뒤덮었던 현무암 용암이 풍화되어 농사를 짓는 토양으로 바뀌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렸을까.

이 지역은 54만년 전~12만년 전에 걸쳐 평강지역에서 수차례 화산폭발로 인한 용암이 일대를 덮었다가 오랜 세월에 걸쳐 하방침식이 진행되고 계곡에는 강이 흐르면서 협곡이 형성되고 주상절리, 판상절리가 조각품처럼 협곡을 장식하게 되었다.
용암이 식어서 만들어진 현무암 주상절리는 제주도에서도 볼 수 있다.

1) 순담계곡 잔도(棧道)
이 잔도는 2021년 11월 19일 개방되었는데 드르니마을에서부터 순담계곡을 따라 수직절벽에 직각으로 설치된 폭 1.5m의 잔도를 따라 강 상류쪽인 북쪽을 향하여 3.6km를 걸으면  공중에 떠서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오르내리막 계단이 더러 있으나 한겨울 얼어붙은 강과 그 위에 덮힌 백설로 천지가 고요하여 눈길은 강 중심을 향한다.
협곡 저편 절벽에는 주상절리가 수직으로 절벽을 장식하고 있고 강물이 절벽을 침식해서 생긴 동굴 하식애, 이 쪽에는 비대칭으로 경사를 이룬 절벽에 올록볼록 조각품 같은 암벽이 머리위에 떠 있기도 하다.
계단 모서리와 경사로에는 추운 날씨로 인한 미끄러짐을 예방하기 위해 미끄럼 방지띠(Non skid tape)가 부착
되어 있고 군데군데 있는 안전요원이 잔도를 걷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살피고 있고 중간쯤에는 상주 해설사가 해설을 덧붙이고 있기도 하며 철제 프레임으로 제작된 반원형 스카이전망대가 절벽에서 수평으로 돌출되어 공중에 떠 있는 곳이 두 군데 있어 허공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고 바닥에는 투명유리와 격자구멍이 뚫려있다.
중간쯤에는 출렁다리도 있어 바닥의 격자 사이로 아래가 내려다 보인다.
수직 절벽에 직각으로 설치한 잔도길은 709m, 나머지는 보행 데크길로 되어 있으나 주변 경치를 아찔한 기분으로 보는 데는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드르니마을에서 내려다 본 순담계곡 입구. 한탄강은 빙판으로 덮여있다.

강폭이 좁아 물살이 빠른 위쪽은 얼음이 풀려있고 강폭이 넓어져 유속이 느린 곳은 얼음이 얼어있다.

출렁다리도 있고

머리 위로 조각 같은 암벽이 떠있고

잔도 건너편 자연이 빚은 협곡

그 옛날 용암의 흔적 주상절리

성벽같이 보이는 주상절리

한탄강을 내려다보는 주상절리

암벽이 침식되어 생긴 동굴 하식애

허공에 떠있는 한탄강스카이전망대
투명유리 바닥이 보인다

출렁다리는 또 연결되고

수직절벽을 타고 가는 잔도

순담스카이전망대

2) 송대소 물윗길
3.6km의 잔도구간으 로 순딤계곡을 지나 들어선 곳은 송대소 물윗길.
우선 고석정  가까이까지 물윗길이 1.5km 연결되고 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다시 물윗길로 접어들어 송대소까지 연결된다.
계절적으로 수량이 줄어드는 10월부터 3월까지 강위에 부교를 띄워 물과 얼음위를 걷는 기분이 들게 하고 협곡 양안의 주상절리, 판상절리, 조각같은 바위 형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기암괴석의 군락지라고나 할까.
경북 안동호에도 선성 수상길이 있어 물위를 걸을 수 있는데 목책교로 되어 있어 바닥이 편평한 데 비하여 이곳은 조립과 철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플라스틱통을 연결하였는데 각 통의 상면이 약간의 구면을 이루고 있어 걷기가 편안하지는 않다.
중간에 물윗길은 일단 끊어지고 고석정에 이른다.
물윗길이 끊어진 구간의 물길은 경사가 있어 물윗길을 설치하기가 용이해 보이지는 않는다.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이 근거지로 활동했다는 고석정의 고석은 10미터 높이의 큰 주상절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뒤덮었던 현무암 용암이 무른 암질로 침식되고 원래의 제 모습을 드러내 우뚝 솟은 화강암 재질이다.
고석 옆을 돌아오는 바위에는 조그만 구멍이 일열로 뚫려있는데 용암이 응축되면서 생긴 열작용 때문은 아닐까 상상해 본다.

순담계곡에서 내려다본, 고석정으로 향하는 물윗길 입구

얼음 아래로 강물은 세차게 흐르고

물윗길 옆으로는 판상절리도 아름답고

얼음으로 뒤덮힌 한탄강 가운데를 지나는 물윗길의 평화로운 모습

현무암 용암이 침식되고 나서 다시 원래대로 솟아난 화강암 고석정

고석정

고석정 옆면의 수평 일열 구멍

다시 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직탕폭포에 이른다.
직탕폭포는 높이 3m 정도의 높지 않은 폭포이지만 80m에 달하는 폭은 강폭 전체에 걸쳐 있어, 한탄강이 계단을 이루며 흘러가는 모양새다.
갈라진 얼음 아래로 차가운 겨울 강물이 떨어지고 있다.
다시 도로를 따라 태봉대교를 지나면 물윗길 1.3km가 송대소를 향하여 이제는 남쪽으로 연결된다.
물윗길을 따라 걷노라니 협곡 절벽에는 빙하처럼 얼음이 높이 솟아있기도 하고 키작은 주상절리군락이 자수정 군락같이 뾰족뾰족 솟아있기도 하고, 촘촘하게 정으로 쪼은 듯한 주상절리 절벽도 연결되는, 자연이 만들어 낸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조각품에 애틋한 눈길을 보낸다.
송대소에서 물윗길을 마감하고 전망대로 오르니 저 멀리 철원평야가 펼쳐져 있고 용암대지에 낮은 구릉이 덮혀 버린 소이산이 섬처럼 외로이 솟아있다.
전망대에는 송대소와 드넓은 철원평야를 조망할 수 있도록 45미터 높이의 스카이전망대가 계획되어 있다.

송대소를 가로지르는 은하수교는 중간부분에 투명유리를 설치하여 한탄강 물길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삼부연폭포로 가는 중에 승일교를 들른다. 철원이  6.25전 북한땅일 때 북한이 건설하던 중 6.25로 중단되었다가 휴전후 남한이 공사를 재개하여 1958년에 완공하였는데 아치형 교각이 이채롭다.
북한이 기초공사와 교각을 세우고 남한이 상판을 얹었는데 진정한 의미의 남북합작은 언제나 가능할까.
혹자는 승일교라는 명칭이 남한의 이승만, 북한의 김일성의 중간 글자를 조합했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하였으나 6.25 당시 전공을 세우고 인민군에게 포로로 잡혀간 대령  박승일 연대장을 기념하여 이름 지었다고 한다.
국가등록문화재 제26호로 등록되어 있으며 교량의 노후화로 보행자만 이용할 수 있으며 차량은 바로 옆에 1999년 완공된 한탄대교를 이용한다.

직탕폭포

고드름 아래로 강물이 떨어지는 직탕폭포

송대소로 가는 물윗길, 건너 절벽에 폭포처럼 얼음이 얼어있다

키작은 주상절리 군락

유화 느낌이 나는 송대소 절벽

자연이 빚어낸 조각같은 절벽

조각같은 벽면은 끝없이 이어지고

빙원으로 변한 겨울의 송대소

송대소의 주상절리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교 아래 휘어진 물윗길을 보듬고 있는 송대소

송대소 너머 철원평야가 펼쳐져 있고 평야 가운데 섬같은 소이산이 보인다

남북합작 다리 승일교

3) 삼부연 (三釜淵) 폭포
높이 20m 정도의 외줄기 폭포로 한탄강의 지류인 용화천에 있다.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 보면 물살이 굽이쳐 만든 세 개의 가마솥 모양의 못이 보인다 하여 삼부연 (三釜淵) 이라  이름 붙여젔다 한다.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남긴 산수화  "삼부연"이 전한다.
정선은 폭포를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고 그려 폭포수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약간 경시를 이루며 떨어지고 있는데 실제 폭포보다 더 호방한 자태로 묘사했다.
또한 그림을 그리는 장소에서는 폭포의 3개의 못을 볼 수 없지만 겸재의 감성은 3개의 못을 그림에 담는 것이었다.
진경산수란 실제 모습에 화가의 감성과 안목이 더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용소를 뒤덮은 하얀 빙판 위에 흩어져있던 낙엽들이 일순 회오리바람에 빙글빙글 춤을 추며 원을 그린다.

삼부연 폭포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삼부연

4) 화적연
한탄강을 따라 포천까지 내려온 곳에 있는, 볏짚단을 쌓아 놓은 듯한 연못이란 뜻인데 13미터 높이의 커다란 화강암 바위다.
그 모양새를 빗대어 볏가리소라고도 불린다.
포천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와 함께 천연기념물이다.
조선후기에 와서 국가에서 거행한 국행기우제 중에서 12번째 마지막 기우제를 올렸던 곳으로 조정에서 정승을 보내 기우제를 지냈다.
한강 이북에서는 개성의 박연폭포와 포천 화적연이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었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금강산을 가려면 포천을 지나게 되어 있어 문인, 화가들이 화적연과 삼부연을 노래했으며 겸재도 그림을 남겼다.

눈 덮힌 화적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화적연

화적연의 기우제 재현

5) 지구나이는 45억년이라고 한다.
한탄강 지역에 화산폭발로 용암이 흘러든 시대는 54만년전~12만년전은 신생대 제4기로 지질시대 구분에서 최근세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이 시간도 장구한 세월임에는 틀림없고 그 기간동안 용암으로 형성된 현무암이 화강암보다 무른 암질로 인하여 비, 기후, 풍화에 하방침식이 일어나서 한탄강물이 트이고 협곡에는 현무암 용암이 급격하게 냉각되고 떨어져 나가면서  다각형 기둥모양으로 형성된 주상절리, 판상절리가 즐비하고 갖가지  색과 모양의 바위가 생성되어 자연의 경외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 유구한 시간을 보듬고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창조한 자연을 생각하면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의 삶은 일촌광음(一寸光陰)에 지나지 않는 것, 이 유려하고 유구한 자연 앞에서 겸허해지고 겸손해져야 하리라.
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少年易老 學難成.  一寸光陰 不可輕)을 되새기면서, 짧은 기간 유한한 삶을 살지라도 작고 의미있는 그 무엇인가는 이루고 남기고 싶은 욕심까지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작은잎새]

대단한 열정의 여정입니다. 매우 뜻깊은 흔적이군요. 감사히 잘 봤습니다.

[문항!]

자연속에 인간, 영원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조그만 들풀에도 느낌이 있는가 하면 드넓은 한탄강유역에도 울림이 있었습니다.

[boly]

겨울 추위로 얼어붙은 한탄강
특히한 지질학적으로 조성된 주상절리의 볼거리
답사 자료로도 손색이 없이 자세하게 마무리 해주신
수고에 추천 꾸욱~ 누릅니다.

[문항!]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 낸 한탄강유역에 스며드는 여정이었습니다.

[올리브]

잊어가고 있는 한탄강 비경을
문항님의 멋진 설명과 사진이 머리속에 쏙쏙~~
함께 했다는 사실로도 행복만땅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화적연, 삼부연과
기우제 재현 사진
복습 잘 했습니다~~~

[문항!]

자연은 커다란데 그 안에서 숨 쉬는 인간은 자그마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초로기]

한탄강 답사 자녀오신듯
세세히 설명해주신 덕분에
다음 제가 갈때는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한탄강 유역의 주상절리까지...
감사 합니다

[문항!]

초로기님 한탄강 걸으실 때에 가가운 듯 먼 듯, 먼 듯 가까운 듯 자연과 세월이 빚은 비경을 사진에 담으시리라 믿습니다.

[초록사랑]

`아는만큼 보인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토록 상세한 기행후기를
사진과함께 읽으며 보니,
제가 그 자리에 있는듯
생생한 현장감에 휩싸이는군요.

어느날, 제가 한탄강을 찾으면,
`문항님`의 이야기와 사진이
머리에 떠오르겠지요?

[문항!]

한반도의 천지만물이 다 나그네의 시선을 끌어 당기지만 장구한 세월이 만들어 낸 한탄강유역의 조화에 더 깊은 눈길이 가는 여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