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타임 머신
새해 둘째 날의 태양이 동해바다를 비추며 힘차게 떠올랐다.
공장에서는 신년을 맞아 올해 목표를 정한 만큼 완성을 이루어내자며 각 부서별로 목표를 정하여 기획안을 제출하고 오후에 사내 식당에서 불고기 파티를 열었다.
늘 갖던 송년회 대신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 의미를 두었다. 회사 가족이 모여 회식을 하느라고 분주한 가운데 올 한해는 풍요로움을 위해 조금은 거창하게 출발식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지나간 한 해는 소소한 목표를 잘 이끌고 왔음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새해의 밝은 태양이 다시 떠오르면서 우리는 올해의 목표를 조금 크게 잡고 그 목표의 완성을 위해 모두 열과 성의로 맡은 엄무에 최선을 다해 주신다면 올해는 우리의 해가 될 것입니다!"
사장님의 짧은 연두 말씀이 있고 그리고 분주한 젓가락 움직이는 모습으로 덕담이 오가며 새해 첫 일정을 지냈다.
월 초반에 남편은 밤 늦은 시간까지 작성한 신제품 기획안을 준비한 설계도와 함께 제출하였다.
회사에서는 생산직과 영업부 간부들이 모여 각자가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한 다음 그 중에 남편이 기획한 접시형 '날틀'을 선정하였다.
제품 기능과 에너지 측면에서 여러모로 타당하다는 결론을 추출해 내었다. 접시형 날틀에 대해 깊이 고심한 뒤 미래의 비행을 이끌어갈 선두적 역할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범 국가적 차원이 아니더라도 회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결의하에 재작해 볼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우선은 최소한의 예산으로 실험과 상용을 목표를 두고 제작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과연 날 수 있을까' 가 아닌 '날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일에 임하고 성공하겠다는 신념의 날을 세워야 한다며 남편은 어릴적 꿈을 이룰 기회로 여겨 각오를 단단히 하였다.
남편은 컴퓨터 안의 가상공간에 날틀을 그려 넣고 시험운항을 하였다. 컴퓨터가 요리조리 움직이며 날틀을 조종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작게 축소하자 가상공간에는 하늘도 보였다.
남편은 가상공간을 다루는 신처럼 잠자리도 그려 넣을 수 있고 새도 그려 넣고 나무도 만들어 넣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게...? 참 신기하네요...!"
"응, 이게 시물레이션이라는 거야! 현재 나온 것으로는 최고라고 할만큼 성능이 아주 좋아요."
시물레이션?
"가짜공간에서 진짜를 시험할 수 있는 가상의 기능 요?"
가상공간의 작동은 내게 무척 신비감을 주었다.
"이렇게 가상공간에서 시험을 해볼 수 있다니 우리가 사람인지 허깨비인지도 구분이 안 되네요. 호호!"
공장의 분위기는 종전보다 더 활기가 넘쳤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평가는 다른 시제품과 달랐다. 더구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틀을 만든다니 모두의 가슴에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혹 불가능하게 보이더라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성공하는 이들의 자세라고 믿고 실현시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제품을 미래로 향한 진취적 기상을 담아 이 날틀을 '비행접시'라 칭하고 이 제작 공정을 '비행접시 프로젝트'라 명한다!"
아침 조회 석상에서 생산부장님은 직원들을 모아 놓고 다짐을 하듯 당신의 생각을 전달하였다.
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작업반장님의 생각 또한 남달랐다. 목표를 정하고 나자 의욕에 찬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한 말씀 덧붙였다.
"이 제품은 우리의 전부이며 우리의 목표다. 뒤로 물러설 수도 없고 앞을 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헤쳐나가야 한다. 성공이라는 것은 무자비할 수도 있고 우연처럼 행운일 수도 있는 역사적 사실이 많이 있다. 그 기대 심리에 맞춰 여럿의 의견과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노력하면 우리는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다!"
아주 오래된 전동기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모터의 브러쉬가 속도를 저하시킬 수 있고 닳아서 멈추어 버리는 것을 해결하고자 모 회사에서 노브러쉬 모터를 개발하였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쉽게 할 수 있었다면 모터를 만들 초기부터 상용되었어야 했다.
모든 일에 순서가 있듯이 이번에 남편이 개발하고 제작하려는 제품도 시기적으로 신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맞았고 과학의 발달도 그 근사치에 도달하였던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누구보다 먼저 남편이 그러한 일을 생각해 내고 선진금속이 행운을 쥐었다면 사실상 일은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겠죠!
설명을 보충해 말하면 접시형 날틀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어디선가 벌써 만들었다는 거죠. 그만큼 그걸 제작할 만한 기술적 문명이 이제야 가능한 단계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요?
남편의 각오가 남다른 만큼 회사에서도 열정적으로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다.
분명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비행체는 그 모델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보았다고 하는 그 미학인 비행물체와 닮았기에 분명하게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누군가 먼저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먼저 만들었다고 나타나는 회사나 개인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보았다는 사람은 부지기수라면 가능한 것이다.
다만 '미확인된 그 비행물체와는 근본적으로 엔진이 다를 것이다.'라는 것은 남편을 비롯하여 모든 직원들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목표를 향한 열정과 각오가 더 강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이 비행체는 수직 이착륙하는 헬리콥터의 날개를 내장하였을 뿐 비행접시는 아니야!' 라고 남편은 내장형 회전 날게를 가진 수직이착륙 비행기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남편은 숨겨진 미래의 타임머신에 가까운 비행접시의 발명에 대한 해답도 지금 이 설계로부터 발전되어질 거라는 앞날을 예시하고 있는 표정이 얼굴에 씌여있었다.
그러한 예견이 눈앞에 있기에 나는 이 날틀을 비행접시라 부르기로 하고 비행접시 프로젝트에 최대한 조력할 거랍니다.
"잘 될 거에요! 나 진하유림이 옆에서 응원해 줄게요! 비행접시든 헬리콥터든 다 만들어 놓고 날아갈 때 이름을 붙이면 되잖아요!"
날아가는 것을 붙잡아둘 수는 없다.
무조건 만들어서 띄워 보고 날아간 다음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간다해도 성공한 것이다.
남편은 매일매일 검토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불가능한 것을 찾아내는 시점에서 바라보며 도면을 재 검토하였다. 그렇게 다듬은 도면은 중소기업 육성회에 보고 되었다.
차후 결론이 어떻게 나든 회사에서는 관계치 않고 남편의 생각을 믿고 설계도를 믿고 회사원 전직원들의 나름 의견을 믿었다. 열정을 갖고 제작에 임하는 직원들의 손길에 맡겨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다.
제작한지 2개월, 부품을 깎고 의뢰한 제품들이 들어와 칫수를 확인하고 하나하나 끼워 맞추며 조립에 들어갔다.
내가 보기에도 날틀은 제법 컸다.
넓다란 공장이 거대한 원형에 가려져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적었다. 부품들을 가공하는 일은 옆에 딸린 조금 작은 작업장에서 가공하여 부착하였다.
"크기가 얼마만한 거예요?"
"이거? 직경이 18미터야 조금 크긴한데 이게 상용화 된다면 다른 비행기들은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지도 몰라! 왜냐면 이 날틀은 조금 큰게 흠이지만 날개를 보호할 수 있고 또 어느 방향이든 날아가는 게 용이하거든! 더구나 개인용으로 만든다면 활주로를 필요로 하지 않고 조금 작게 만들수도 있고 큰 장점이라면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으며 운항시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다는 거야. 그게 가장 큰 강점이야!"
남편은 관심을 가진 내게 열변을 토로하였다.
"그렇게 좋은 장점이 있는데 이제까지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왜 그런 거예요?"
"아마도 ... 그건... '압력'이나 무언의 '횡포' 또는 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뭔가가 있어 막았을 수도 있고 아마 나처럼 확트인 머리를 가진 개발자가 없어서였을 거라는 게 확실한 답이 아닐까? 세상에는 좋은 것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악한 것들이 있음에도 제압하지 않는 게 있거든... 너무 깊이 알려고 하면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어요!"
"난 뭔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왜서 개발이 벌써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것 뿐이에요."
"내게 운이 따라 주었던가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연구할 만한 능력자가 없었기 때문이겠지... 아마!"
그러면서 남편은 날틀을 만드는 동안 고개를 갸웃하였다.
"왜 그러세요?"
"응...?! 그냥...."
"그냥이 어딨어요?"
"글쎄... 이걸 만들면서 언젠가 내가 이러한 과정을 겪은 것 같은 느낌이 드네!"
"이번에 처음 만드는데 어떻게 그렇다는 거에요? 아마 너무 집착하다 보니 꿈속에서도 몇 번이고 조립하고 완성했겠지요. 그렇지 않고서 신제품을 이렇게 설계를 완벽하게 하고 잘 조립할 수가 있겠어요? 더구나 인간은 오감 말고도 여섯 번째 감각이 있다고 하잖아요. '기시감'과 '미시감' 이라는것 말예요."
"그런 것도 있었어?"
"어떤 일을 하거나 아니면 어디를 가는데 처음 가는 곳인데도 영 낯설지 않는 느낌이에요. 그게 기시감이라 하는 감각을 말해요. 아마도 꿈속에서 보았을 때 생기기도 하고 늘 기대하고 있었던 장소나 물건 등 많이 생각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봐야죠. 외래어로는 데자뷰라고 한다나 봐요."
"응 그래....?"
"또 매일 하는 일인데도 손이 설고 일도 낯설고 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거예요. 그건 미시감이라고 하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한 적이 있지 않았을까 해요."
"자기 얘기를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나야 이런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여기 아니면 어디에서 실행할 수 있었겠어? 그러니 늘 꿈이고 생시고 이 날틀 생각만 했지! 그런 결론에 이르고 보니 당신 말이 맞는 것 같네."
"그렇죠? 현실을 부정하게 되면 낯설게 느껴지고 좋아하는 일을 많이 생각하다보면 처음하는 일도 처음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어요."
날틀은 날아갈 채비를 채우는데 시일이 오래 걸렸다. 어떤 제품이든 첫 작품을 만들 때는 설계도와 손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깎고 다듬고 갈아내다 보면 잘 맞아 들어갈 때까지 정확하게 맞추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소요되었다. 그러나 제작 기일이 준비 기간에 비하면 그리 오래 걸린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오랫동안 심사숙고 하던 제품이었기에 연구하는 데에는 십여 년을 걸렸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이 날틀은 오래 전부터 남편의 생각속을 날아다녔다.
제작 과정에서 난해한 어려움에 부딪칠 때면 남편은 컴퓨터 안의 모델을 점검해가며 대응 방법을 찾아내고 현실에 적응해 나갔다.
날아다니는 기계를 만드는 일은 거의 완벽해야만 하기에 설계와 점검에 많은 공을 들였다. 자칫 실수로 높이 떠올랐다가 조작하는 대로 잘 안 먹힌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에
<완벽한 확인과 반복적인 작동 점검만이 불완전한 요소를 없앨 수 있다> 라는 표어를 붙여 놓고 생산부장님과 작업반장님은 늘 강조하셨다.
3개월가량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끝에 모든 조립 작업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공들인 작품에 사흘 간 마감 작업으로 도장을 하여 마무리하였다. 이로써 비행접시 제작에 대한 모든 사항은 마침표를 얻어냈다.
깔끔한 도장과 미려한 색감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위용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나는 남편의 머리로 손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니 내 심장은 함참 동안 나를 뭉클하게 하였다.
동체 수평부를 이루는 곳에 위 아래로 SJ181B를 적어 넣자 비행접시 프로젝트는 일단 막을 내렸다.
사월의 잔인한 꽃나무들이 딱딱한 땅으로부터 칼을 솟구치고 올라오고 단단한 나무의 표피를 파랗게 물들이며 올라오는 것을 확인 할 새도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벌써 사월의 마지막 주에 이르렀다.
날씨가 화창하고 따사로운 오후,
점심을 끝낸 작업장은 대문을 활짝 열어 제켰다.
봄이 중간을 걸치고 있는 화창한 날에 그동안 공들인 제품을 하늘에 날려보낼 준비를 하였다. 처녀비행을 하는 멋진 하루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 날틀이 반드시 하늘을 날 것이라는 소망과 확신을 갖고 있었다. 왜냐면 '사랑하는 남편의 작품이 성공하게 해 주십사'고 부처님과 예수님께 간절히 빌고 있었으니깐요.
근사한 모습의 비행접시가 공장마당으로 이끌려 나왔다. 접힌 다리를 다 펴자 전체 높이가 6미터를 넘었다.
마당에는 먼지의 비상을 막기 위해 물을 뿌려 깨끗이 닦아내었다. 정문을 지키며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람개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바람개비를 많이 만들더니 이제는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바람개비를 만들었네!' 라고 비쭉 거리고 있는것은 아닌지....
중소기업 육성 진흥위원회에서 두 명의 직원이 나오고 항공 관계자라며 다른 두 사람이 나와 있었다. 그들이 뭐라고 하자 박 사장님의 안색이 조금 흐렸다.
"이 좋은 날 무슨 일이지?"
잠시 후 생산부 직원 3명이 날틀에 올라갔다.
그들은 처음부터 제작에 참여하여 기계의 구성과 그동안 만들면서 터득한 작동원리를 실전에서 실험할 대리 조종사였다. 혹시 모를 안전에 대비하여 복장을 갖추고 헬멧까지 착용하였으나 저고도에서 안전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점검차원의 비행을 할 계획이라고 일러주었다. 바다에는 구난을 대비하여 보트 한 대가 떠 있었다.
잠시 후, 지상점검을 마친 비행접시는 회전날개가 돌아가고 회전하는 소리와 더불어 젖은 먼지가 날아오르더니 먼지보다 빠르게 비행체가 떠올라 낮은 고도에서 머물렀다. 연소가스를 뿜어내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아 소음도 그리 크지 않았다.
공중에 머무른 상태에서 다리를 한단계 접어 올리고 제자리 비행을 하였다.
한동안 머무른 것으로 보아 처음 떠 있는 상태가 안정적이고 날아갈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바라보고 있던 공장직원들은 박수를 보내고 환호성을 날렸다.
십여 분을 그렇게 있다가 다시 속도를 높여 점점 더 높게 올라가 바다를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멀지않은 바다 상공에 그림처럼 떠 있는 날틀은 미확인 비행물체처럼 보였다. 둥근 모서리에서 반사된 햇살이 은빛으로 팅겨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날틀은 바다 상공에서 전진과 측진 운항을 선보였다. 그러다가 후진을 하자 전진비행처럼 주행이 가능하였고 전진비행과 구분이 안되었다. 또한 그게 가능한 것이 신기했다.
하늘에서 본 비행기는 모두 삐쭉하거나 큰 날개를 가진 것만 보아온 나는 둥글고 뭉툭한 것이 하늘을 제멋대로 난다는 것에 자못 신기하게만 보였다.
"자기야! 우리 여보야가 최고예요!"
비행접시의 비행술을 바라보고 있는 남편 옆에서 엄지 손가락을 뽑아 들어보이며 말하였다.
감격?
아마도 남편은 그 감격 안에서 기쁨을 먹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행접시는 조명등을 켜 보이기도 하고 접어 올라간 다리를 내리고 올리는 작동을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였다. 조명등을 켠채 제자리 돌기를 하자 눈앞에 불빛이 수차례 지나갔다. 반장님이 무전기를 귀에 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분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약간의 비행을 하고 난 뒤 곧바로 공장 마당으로 돌아와 조금 높은 위치에서 비행접시를 고정시키고 다시 같은 동작으로 기능을 시험하였다. 지상에서 여러번 실시하는 것을 보았지만 공중에 떠서 다리를 접고 펴고 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감격스러워 눈에 이슬이 맺혔다. 남편을 뒤에서 꼬옥 안고서 바람을 피하여 미확인 비행물체 모양으로 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기야! 이게 더 발전해 나가면 미래에서 날아온다는 진짜 비행접시가 되는 거야?"
"응... 비행접... 아니야! 이건 회전날개를 내장시킨 내장형 헬리콥터야! 다시 말하면 '수직 이착륙 회전익 날틀'인 거야! 어떻게 내가 비행접시를 만들겠어?"
그러나.... 공중 부양되어 있는 접시?... 미래에서 왔다는 그것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바람개비가 줄지어 있는 하늘에 미래를 날다가 온 것처럼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아마도 포토라인을 그려놓고 누군가가 사진을 박아주기를 원하는 그 포즈로 보였다. 그 시기에 맞춰 관리과장님은 열심히 비디오를 촬영하고 있었고 사진기를 들이대고 있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불과 40여분의 짧은 비행연습을 마치고 비행접시는 지상 1미터 높이에서 공중에 띄워 놓았다.
헬리콥터처럼 큰 회전날개로 수직이착륙을 하는 비행기는 시동이 꺼져도 자력으로 내려올 수 있지만 배터리 전원을 차단하고 어느 정도까지 자체 생산되는 전력으로 공중에 떠 있는지를 시험하고자 하였다.
공중에서 혼자 놀고 있는 비행접시를 바라보는 바람개비가 물끄러미 쳐다보며 기운을 잃었는지 힘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도 비행접시 아래에서 날리는 미세한 먼지 바람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초라해 보이는 바람개비에게 말을 건넸다.
"바람개비야! 힘내렴, 넌 내꺼니깐!"
오늘 시험비행을 축소한 것은 비공식적인 비행으로서 비인가 공역을 비행하기 때문에 높이 날 수 없으며 국가 차원에서 비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본 비행만 하라고 지시 하였다고 했다. 비행접시는고도 일천피트 이하 레이더 감시망 아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단의 시험비행을 마치고 공중 낮은 위치에서 점검비행을 마무리하였다.
한동안 공중에 머물러 떠 있는 날틀을 지켜보는 이들은 지루하기도 하였을 터인데 우리가 해낸 자부심 때문이었는지 멈추어 땅에 내려올 때까지 지켜보았다. 충전기의 전류를 차단하고 거의 1시간을 공중에 머물다가 서서히 내려왔다.
"우리가 승리한 것이다!"
생산부장님의 말씀에 박수소리가 울리고 프로젝트라는 미명아래 이루어낸 성공의 기쁨이 박수 소리와 함께 한동안 울렸다.
그들은 놀라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들뜬 마음에서 한동안 기쁨에 잠겨 말들을 잊고 있었다.
모두의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박 사장님이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는 위대한 사명 하나를 이루어냈습니다. 역사 하나를 새로 기록하였으며 오늘의 시험비행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비행술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또 실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강하고 더 발전시켜 나아가면 세계의 하늘은 우리의 손으로 만든 것으로 가득차게 될 것입니다. 오늘 실현시킨 작은 꿈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 나갈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여 선진그룹으로 발돋움해 나갈 수 있도록 다함께 정진해 나갑시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 사장님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불현듯 이러한 일들이 어디선가 한 번쯤 있었던 것처럼 눈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냥 너무 좋아서 생기는 감정이겠지!'
"자기야! 축하해요!"
공장직원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좋아하고 있을 때 나는 남편을 꼭 끌어안고 볼을 부비다가 입마춤하였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는 다른 직원들은 시샘하는 눈빛을 보냈고 그들은 아마도 부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애정표현을 좀 심하게 했나?'
날틀의 비행이 성공으로 끝나자 앞으로의 일들이 매우 바빠질거라는 예상을 하였다. 그러한 예상에 힘입어 시간이 여유로울 때 집안 구석구석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기로 하였다. 걱정했던 회사일은 순조롭게 풀렸으니 4월의 마지막 주말은 느긋해지고 말았다.
"자기야! 봄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오려면 봄맞이 대청소를 해야지?"
이불을 다리 사이에 끼고 자던 남편은 내 말에 눈을 비비며 구부정하게 일어났다. 큼직한 기지개를 켜고 덮었던 이불을 번쩍 들고 와서는 베란다에 널었다.
"날씨가 좋은데... 근데 밤에는 비가 온다던데..."
남편은 이불에 묻은 먼지와 잠을 털어내고 들어오며 중얼거렸다. 아직은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였다. 우리는 방안 구석구석을 뒤집어 엎고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찾아내 방안에서 퇴출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남편은 책상이며 무거운 것들을 옮겨가며 바닥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나는 물걸레를 들고 창틀의 먼지와 바닥을 닦았다.
어린 도결이는 자기도 하겠다고 보행기에 앉아서 목에 감은 손수건을 쥐어 흔들어 풀고는 팔을 뻗어 보행기 앞을 연신 좌우로 움직였다. 세 살 적 버릇 여든살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으니 어릴 때부터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산 교육이 되리라고 믿었다. 남편은 맘먹고 청소를 작정한 김에 책상을 옮겨놓고 바닥을 전수 닦았다. 그러면서 장롱 아래까지 잣대에 걸레를 달아 얇은 틈바구니로 밀어 넣어 바닥의 먼지를 뽑아냈다.
"청소는 이렇게 하는 거야!" 라며 남편은 먼지가 싸인 바닥에서 봉투 하나를 끄집어 내었다.
무슨 봉투인지 낚싯줄에 걸린 고기마냥 딸려나왔다.
"그게 뭐에요?"
오늘은 여기까지
-진하유림-
첫댓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