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띠의 해인 정해년과의 작별이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다.
올해도 축구는 전세계팬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다. AC 밀란(이탈리아)이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발돋움했고, 미래의 스타들을 볼 수 있는 세계 청소년 대회들이 잇따라 개최했다. 또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축구 불모지 미국에 진출하는 등 이야기거리가 풍성했다.
1. AC 밀란, 국제 무대 정복
AC 밀란이 유럽을 포함한 국제 클럽 무대 정상에 올랐다.
지난 5월 AC 밀란은 그리스 아테네서 열린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 리버풀(잉글랜드)를 2-1로 꺾었다. 이어 지난 9월 AC 밀란은 UEFA 슈퍼컵서 세비야(스페인)을 3-1 대승을 거뒀다.
유럽 무대를 제패한 AC 밀란은 이번달 일본서 열린 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서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를 4-2로 대파해 국제 무대 정상에 올랐다. 비록 세리에A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AC 밀란은 올 한해 국제 무대서 전통의 명문다운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2. 카카, '올해의 선수' 독식
브라질 대표 미들필더 카카(25·AC 밀란)가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여름 안드리 셉첸코(첼시)가 팀을 떠나자 카카는 팀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카카는 지난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AC 밀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결국 카카는 발롱도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영국 월드사커 '올해의 선수',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올해의 선수상 등 상이란 상은 모조리 독식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3. 세비야, UEFA컵 2연패
스페인 세비야의 강세가 올해도 계속됐다.
디펜딩 챔피언 세비야는 프레데릭 카누테, 다니엘 알베스, 유스팀 출신 헤수스 나바스 등을 앞세워 UEFA컵 2연패에 도전했다. 세비야는 에스파뇰과의 결승전서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 동안 2-2 무승부를 거뒀고, 결국 승부차기서 3-1로 승리해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지난 1985년과 1986년 2연패한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두번째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것.
세비야는 국왕컵(코파 델 레이) 정상에도 올랐고 프리메라리가서 근소한차로 선두를 추격했다. 하지만 아쉽게 리그서 뒷심이 부족해 레알 마드리드에게 우승을 넘겨줘 3관왕 달성에 실패했다.
4. 이라크, 아시안컵 우승
전쟁으로 정국이 불안정한 이라크가 아시아 축구 맹주로 떠올랐다.
지난 7월 2007 AFC 아시안컵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서 최초로 공동 개최됐다. 당초 내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2008 베이징 올림픽, 유로 2008 등으로 인해 한해 일찍 치뤄진 것.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 처음 참가하는 호주,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강국들이 참가했다. 하지만 복병 이라크는 주장 유니스 마흐무드를 앞세워 8강서 베트남을, 4강서 한국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어 결승전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제압해 대회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유니스는 4골로 대회 득점왕과 함께 MVP에 올랐다. 이어 유니스는 AFC 올해의 선수상에 선정됐다.
5. 브라질, 코파 아메리카 우승
브라질이 남미 최고의 팀임을 재차 입증했다.
지난 6월 야구 강국 베네수엘라서는 남미 축구의 제전인 '코파 아메리카 2007'이 열렸다. 후안 로만 리켈메(보카 주니어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앞세운 아르헨티나가 우승 1순위로 꼽혔다.
반면 브라질은 호나우지뉴(바르셀로나), 카카가 참가를 거부해 다소 약세로 평가받았다. 브라질은 초청국인 멕시코에게 0-2로 충격패를 당하고 에콰도르에게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승리해 아르헨티아의 우승은 더욱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호빙요(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운 브라질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강자의 면모를 회복했고, 결승전서 라이벌 아르헨티나를 3-0으로 대파했다. 호빙요는 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6. 잉글랜드, 유로 2008 예선서 몰락
2007년은 잉글랜드에게 치욕적인 한해다.
잉글랜드는 지난해 열린 독일월드컵서 8강서 탈락한 뒤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 체제를 마감했다. 이후 자국 출신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을 선임해 유로 2008 지역 예선에 돌입했다. 맥클라렌호는 유로 2008 지역 예선서 크로아티아, 러시아, 이스라엘, 마케도니아, 에스토니아, 안도라와 한조에 편성됐다.
안방서 안도라를 5-0으로 대파하면서 잉글랜드는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마케도니아와 이스라엘에게 무승부, 크로아티아와 러시아에게 패하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그러다 이스라엘이 조 2위 러시아를 제압해 잉글랜드는 본선 진출의 불씨가 살아났다. 하지만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최종전서 2-3으로 패해 잉글랜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잉글랜드는 맥클라렌 감독을 경질하고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선임하면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준비에 들아갔다.
7. 독일 여자 대표팀, 여자 월드컵 우승
독일 대표팀이 여자 축구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FIFA 여자 월드컵은 지난 9월 중국서 열렸다. 지난 1991년 이후 통산 다섯번째로 열렸던 올해 여자 월드컵은 독일의 대회 2연패로 막을 내렸다. 독일은 개막전서 아르헨티나를 11-0으로 대파하면서 대회 최다득점기록을 수립했다. 8강서 강호 북한을 넘어선 독일은 4강서 노르웨이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서 세계 2위 브라질과 맞붙어 2-0으로 승리해 독일은 최초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8. 유소년 월드컵 개최
지난 6월 캐나다서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이, 7월 한국서 FIFA U-17(17세 이하) 월드컵이 각각 열렸다.
청소년 축구 강국인 브라질,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참가한 U-20 월드컵은 아르헨티나가 폴란드, 멕시코, 칠레, 체코를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대회 우승, 득점왕, MVP를 모두 독식하며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다.
U-17 월드컵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강세였다. 나이를 속이고 출전시켰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가나, 나이지리아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꺾고 4강에 올랐다. 결국 나이지리아가 결승전서 스페인을 승부차기서 3-0으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득점왕은 나이지리아의 마컬리 크리산투스가 차지했고 MVP는 독일의 토니 크루스에게 돌아갔다.
9.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 선출
프랑스 축구 영웅 미셸 플라티니가 유럽 축구 수장으로 등극했다.
지난 1월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선거에서 플라티니는 스웨덴 출신인 레나르트 요한손의 17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당선됐다. 플라티니는 인종차별, 외국 선수 혐오증, 불법 도박 근절, 불투명한 구단 재정 정상화 등 공약세어 축구의 순수성을 강변했다.
플라티니 회장의 가장 큰 개혁 방안은 UEFA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의 변경이다. 플라티니 회장은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3대 빅 리그에 대한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감소시키고 작은 리그 팀들의 참가 기회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10. 데이비드 베컴, 미국 MLS 진출
잉글랜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올해 7월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계약이 만료됐던 베컴은 지난 1월 보스만룰에 따라 미국 LA 갤럭시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베컴은 레알 마드리드에 4년만의 리그 우승 트로피를 선사하고 떠났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MLS에 진출한 베컴은 아쉽게도 무릎 부상으로 5경기서 2어시스트에 그쳤다.
베컴 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서 활약하던 스타들도 덩달아 미국에 도전했다. 후안 파블로 앙헬(전 아스톤 빌라), 아벨 하비에르(전 미들스브러) 등이 미국으로 진출했고,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대표 출신 미드필더 후안 베론(에스투디안테)이 DC 유나이티드로 이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