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고른 나름 심사숙고해서 짜고 더 보태진 이번 올레길 여정표
4월12일 - 7시 제주도착 - 버스-터미널-버스- 숙소도착-9시
4월13일 - 섭지코지 일출-버스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버스 - 기당 미술관(허탕) - 7코스- 숙소5시 - 버스-서귀포시내 - 새섬 - 천지연폭포(야경)-버스-숙소9시
4월14일 - 8코스 - 버스 - 기당 미술관 - 버스 - 숙소8시
4월15일 - 새벽 다랑쉬오름 -버스 - 함덕 해수욕장 - 버스 - 동문 재래시장 - 목포행배-목포 10시도착 - 택시 - 11시 나주행 기차 - 12시 집도착
올레란 제주말로 집앞 의 좁은 골목길이란 말이란다
시사저널 편집장, 오마이뉴스 편집국장등 우리나라 여기자의 최고를 지낸 57년생 서명숙씨가 23년의 기자생활을 접고 산티아고길을 완주하고
그 길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제주길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2007년9월에 1코스를 개장해서
현재 21개 코스가 있고 앞으로도 더 길을 만든다고 한다
설레임과 두려움, 묘한 긴장감으로 5시5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하니 7시 .
우연히 찾아 간 식당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선초밥이 구운 꽁치 한 마리에 튀김, 샐러드까지해서 단돈 8000원 -와우 첫발부터 대박이다
공항에서 버스타고 시외버스터미널가서 1시간20여분만에 성산(일출봉)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모두 모여 막걸리 한잔하면서 서로 인사하고 정보도 교환하고 인생이야기도 하고 있다 (회비 5000원)
낼모레 군대 갈 젊은이, 말년휴가 나온 젊은이,
오토바이 여행하는 사람,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
초등선생 임용 기다리는 사람, 새직장 가기 전에 재충전하는 사람,
친구가 여기 게스트하우스 분위기 좋다니까 무작정 내려온 친구,
직장생활 오래 하다 보니 싫증나 후배 끌고 사표 쓰고 제주도 온 여자들,
군무원인 여자,
연인도 있고 참 다양했다.
내 소개를 하려니 거기에 있는 두사람 나이를 합쳐도 내 나이가 되지 못한다. ㅋㅋ 기분이 묘했다
이 나이에 대단하다고 박수쳐주고... 아니 이 나이가 어때서? 지들이 보기엔 이 나이가 백양빤스 입는 나이로 여겨지나보다.
꺄불고 있어, 얘들아! 나 아직 빨강팬티 입는 피끓는 청춘이야
근데 내가 늦게 왔다고 요 어린것들이 나를 둘러 먹는다
자기들 다 한차례씩 노래했다고 나보고도 노래를 하란다. 뻔한 거짓말에 넘어가줘야지
일어섰더니 어? 춤까지 추실라고요?
시 한편 낭송해줬더니 완존 감동먹고 - 얘들이 뭘 아네 - 앵콜송까지...
어떤애는 방까지 따라와서 적어주라한다
깨끗한 핑크색 이불에 이층침대가 5개. 10명 정원에 오늘은 6명이다
6시 기상이다. 이곳은 아침에 일출투어를 해 준다고 해서 선택받은 곳이다
밤에 비가 한두방울 뿌려서 걱정했더니 다행히 날씨가 흐리기만하다
일출장관은 못 보았지만 비 안 온 것만도 어디야
주인은 35살의 생총각으로 사진작가 수준으로 자신을 대장으로 불러달란다
이 대장은 이제 막 제대한 군인 같은 느낌이 난다.
잘 웃지도 않고 항상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고
밤 10시반 외출금지, 11시 무조건 소등, 방에선 음주 음료 간식 절대 안되고 잠만 자야 되고 그거 싫으면 오지 말란다
그 대장이 이 새벽에 우리를 섭지코지로 데려갔다
뿌연 안개 속에 섭지코지 등대 올라가는 길, 해변 산책로는 우우~ 말로는 설명이 안된다
글쎄, 바람이 안불면 더 좋을랑가는 모르겠는데 오늘은 바람이 불어 진짜 좋다
한발 띠면 비틀비틀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다.
등대 올라가는 계단 옆에 손잡이 안잡으면 하늘로 날라 갈 것 같다
날라 가기 전에 나으 몸무게 때문에 땅에 곤두박질치겠지만 흐 흐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회초리같이 나의 빰을 휘갈긴다.
근데 그것마저도 좋다.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과 맑은 공기, 새파란 바다, 초록의 들판과 구수한 동냄새와 함께 한가롭게 말갈퀴 휘날리며 풀을 뜯어 먹는 어린말과 어미말....
근데 글라스하우스라고 세계적인 건축가 안다 다다오란 사람이 지어놓은 유리로 지어 논 건물이 있는데
나뿐아니라 그건 누가 봐도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덩그라니 지은 큰 덩치의 시멘트 건물.
섭지코지의 새파란 언덕을 고것이 다 버려놨다.
안에는 미술관과 패스트후드점 레스토랑이 있었다
왜 일본 사람이 이 아름다운 섭지코지에다 어울리지도 않는 건물을 지을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올인하우스 촬영때 지은 성당도 이쁘고 다른 드라마나 영화도 엄청 많이 찍었는지 촬영사진이 많이도 붙어 있었다.
그만큼 예쁘다는 말이겠지
친구들이 다 디카를 가지고 다니길래 나도 하나 장만했는데 나는 그과가 아닌갑다.
사진을 잘 찍지도 못하고 사진을 찍으면 여행길이 지체되는 시간이 아깝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거의 보지도 않는다 .
인터넷에 올라 온 정말 멋지게 찍은 사진이 클릭만하면 뜨는데 굳이 나으 형편없는 솜씨로 찍고 싶지 않았다.
아뭏튼 아름다운 섭지코지는 클릭해서 보세요
전날 밤 올레꾼들과 대장이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를 강추했다
식빵에 딸기잼으로 요기를 하고 그길로 두모악으로 향했다
좀 쉬었다 와야 되는데 1분1초도 아까워 개장시간은 생각도 안하고 나 바쁜거만 생각하고서둘렀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도착하니 8시,
대문은 굳게 잠겼고 9시반에 문을 연단다
어떡한다?
나는 그냥 길 난데로 한 30분 걸어 갔다 다시 돌아오니 9시10분경
(인제 알고 보니 그 길이 3코스였는걸 그땐 몰랐었다)
대문 안으로 마당을 손질하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문 좀 열어 주시면 안될까요?
8시부터 기다렸거든요.
아저씨가 잠깐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들어오란다.
마당에서만 놀라고...
그렇게 들어간 정원, 이라지만 옛날엔 삼달분교 운동장이니 결코 작지 않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이란다
김영갑은 사진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은 사람이다.
20대 청년이 한라산에 반해서 20여년간을 오름사진만을 찍다 루게릭병으로 가셨다
그는 루게릭병으로 온몸이 마비되어 가는데도 사진기를 놓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갑은 2002년도에 폐교를 개조하여 나무 하나하나까지 그 위치를 살펴서 뽑았다 심었다를 반복할 정도로 정성을 들여
두모악 갤러리를 만들었고, 그곳에는 그의 흔적이 사진과 함께 남아 있다.
외롭고 가난하게 살면서 병과 싸웠던 김영갑은 2005년 5월 29일, 세상을 떠나고...
그리고 그뼈는 정원의 감나무에 수목장으로 모셔졌단다
거기에 김숙자님의 토우까지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다운 정원을 꾸몄다.
갤러리 뒤편의 무인찻집도 예쁘고 화장실 표시마저도 예뻤다
정원 예쁜거야 말 할 것도 없고
갤러리 내부에도 김영갑님의 혼이 곳곳에 스며있는듯 분위기? 공기?
하여튼 뭔지 모를 따뜻함과 숙연함이 느껴진다.
그분의 혼을 다한 사진도 정말 멋있지만 글솜씨 또한 그 못지 않았다
어떤이들은 사진보다 글이 더 맘에 든다고 할 정도다.
그 진솔한,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쓴 글들이 ‘그 섬에 내가 있었네’란 책으로 남았다
나, 말이 짧아서 다 표현을 못하겠다.
이것 역시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말이 필요 없다.
가슴 뻐근하게 감동을 받고 서귀포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택시를 타고 7코스 입구에 있는 기당미술관으로 향했다
에고, 내가 분명히 인터넷에서 화요일은 휴관인거 봤는데 그 화요일이 바로 오늘인지는 ...허탕!!!
다시 버스를 타고 7코스 시작점인 외돌개로 가는데
에게?
버스로 짧은 두정거장.
에이, 걸어 갈껄.
가로수에 빨간 열매가 예쁘게 달려 저 나무이름이 뭐예요?
‘뭔나무’
저 빨간 열매 달린 가로수요.
흐흐 저 나무이름이 뭔나무요
ㅋ ㅋ 웃긴다 뭔나무래
제주 올레길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난 7코스
바다 한복판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고 ‘외돌개’
-에서 시작해 법환포구를 지나 월평포구까지 16.4km로 천천히 걸어도 약 5시간정도가 걸린다.
올레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연생태길인 ‘수봉로’
- 는 올레지기인 ‘김수봉’님이 염소가 다니던 길에
직접 삽과 곡괭이만으로 계단과 길을 만들어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한길이란다.
정말 7코스는 바당올레 하늘올레 마을올레 골고루 다 있고 조금 힘들다 싶으면 편한길이 나오고,
바다길이 적당히 있다 숲길이 나오고.... 조~오타
소나무숲을 끼고 왼쪽밑으로는 쪽빛바다가 출렁이는, 탄성이 절로 나오고 깊이 숨을 쉬게 되는 정말 아름다고 좋은 착한 길로 시작한다
- 더 이상은... 가 보라, 그리고 걸어보라
7코스를 걸을때는 될 수 있으면 아침 일찍 시작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있고 큰길과 연결이 잘된다. 그래서 관광차가 즐비하다.
그 속에서 나온 점심에 반주(밥이랑 같이 먹었으니 반주지 수준은 그 이상)한잔씩 하신 계모임 아저씨, 아줌마들의 거침없는 대화,
호탕한 웃음소리,
길 막고 무리지어 얘기하고,
음식먹고,
누구야 이리 와봐 여기 디게 멋있어 - 부르고,
거기다 수학여행 온 아그들까지 뒤섞이면 이건 완전 왕짜증이다.
관광객들은 7코스 전체를 걷지는 않고 걷기 좋은 길 일부분만 걷는다
올레길은 처음 가는 사람도 절대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곳곳에 파랑과 주황색 테잎을 나무에 달아 놨다.
파랑은 지대로 가는길, 주황은 역으로 가는 표시,
또 전봇대, 돌담, 길바닥엔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려놓고,
파란 색의 조랑말을 곳곳에 세워 놓아 말머리가 향한 곳이 가는 길이다.
그런데 간혹 생각 없는 사람들이 그 테잎을 올레길 기념이라고 뜯어 간단다.
일직선 길이면 별 지장이 없는데 갈림길에서는 이런 낭패가 없다. 나도 2번 당했다.
어쨌든, 7코스 거의 다 와가는 중간에 풍림리조트 - 나으 럭셔리한 두 번째 숙소가 보인다.
바닷가 우체국 - 풍림에서 그림엽서 제공하고 그엽서에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집으로 보내준다.
흐 흐 나도 솔숲의 시원한 정자에 앉아 나으 반쪽에게 보내줘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아부의 편지를 썼다 - 다음에 또 보내 줄 걸 기대하며...
여기는 원래는 리조트였는데 올레꾼들을 위해 일부를 침대만 몇 개 더 놓고 제공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거의, 아니 전부 좁다란 이층침대인데 여기는 흐 흐 호텔의 싱글침대이다.
그냥 콘도 거실에 침대 몇 개 더 놓은 거다.
그니까 게스트하우스중 최고의 시설이며 최고의 인기다.
거기다 아주 간단하게 아침밥(직원식당-달걀후라이 김 김치 고추장 미역국)도 주고
사우나 티켓에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코스가 아직 좀 남았는데 숙소를 보고나니 괜히 엄살이...
나, 아침 6시부터 일어나서 섭지코지 올라 갔다 오고,
김영갑 갤러리 가면서 한시간반두 넘게 걸었고
또 7코스 이만큼 걸었는데 ,
첫날 너무 무리하면 안 좋을꺼야.
그래 숙소로 고 고
방에 침대 2개, 거실에 4개, 방은 몇일째 묵는 사람들인갑다.
소지품들이 제법 자리를 잡고 있는걸 보니.
사우나는 오늘 쉬는 날이란다.
룸에서 샤워를 하고나니 또 생각이 달라진다
이 아까운 시간을 ...
서귀포시내에 천지연폭포 야경이 멋있고 새섬과 새연교가 볼 만하다고 .
누가 또 제주도가면 꼭 갈치조림을 먹어봐야 된다고 해서
그 흔한 ‘맛자랑..’에서 1인분은 안된다는걸 사정해서 먹었는데
아, 갈치가 이렇게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울줄이야. 맛있었다.
맛있는 갈치를 먹고 있는 동안 해는 완전히 지고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멋진 새연교와 나무사이로 조명이 멋지게 비쳐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새섬이 보인다.
저 길로 가면 새섬을 갈 것 같아 걸어 간 길이 헥 , 빤히 보이는데 아니다.
맥없이 언덕빼기 공원만 한바퀴 돌았다. - 근데 거기도 좋았다
새섬은 새가 많아 새섬이 아니고 초가지붕을 잇는 새(띠)가 많아 새섬이란다.
그 아름다운 새연교를 건너 가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다리 난간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휘이~ㅇ 휘이~ㅇ 제트기 지나가는 소리보다 더 크게 귀를 먹먹하게 한다.
완전히 술 취한 사람 걸음걸이다
제대로 걷는 사람이 없다
어린아이와 나이 드신 분들은 가족들이 포기한다.
한바퀴 도는데 40분 정도 걸렸을까?
대나무숲도 있고 울창한 숲길, 물론 섬이니까 바닷길도 있고,
깜깜한 섬에 혼자 있다 생각하니 쪼금 아주 쪼금 무섭기도 하지만 그 무서움이 즐겁다.
버스가 있을까?
있었다 !
택시비 절약 - 돈 보다도 밤에 혼자 택시 타면 무섭다.
또 돌아서 바가지 씌울수도...
숙소에 오니 9시가 넘었다.
6명 정원에 5명. 2명은 자고 있고 2명은 아직.
낼 아침 사우나 하고 7시에 셔틀버스 티켓 받으려면 일찍 자야겠다.
오늘 만족.
뿌듯 !
해냈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