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집에 가만히, 얌전히 있기가 싫어지는 날씨들이 이어집니다.
막내 군대 휴가 복귀 데려다 주러 강원도 고성을 가다가 잠시 들렀습니다. 해변에는 숙소와 식당들이 참 많은데 장사가 잘 되는 곳은 별로입니다.
서민들이 살기 힘 들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래서 國泰民安을 기원하러 설악산 백담사로 향합니다.
백담계곡을 보며 늦봄을 만끽합니다. 나는 누구에게 저렇게 신선한 푸르름을 느끼게 한 적이 있을까 자문해 봅니다.
일행 중 제가 막내입니다. 큰형님(직장,고등학교 선배님)은 53년생인데 작년에 저하고 대청봉도 등정하시는 노익장이십니다. 그것도 양 무릎에 인공관절을 하시고요. 강철 의지를 늘 배우려고 합니다.
전씨 거주하던 방을 보며, 절대 권력의 허망함도 생각합니다. 이 깊은 산속으로 부와 권력을 모두 빼앗기고 도망와 질타와 미움의 눈길을 피하는 신세가 되고 나서야.....
돌아보면 피안인데 뭔 욕심을 그렇게 부릴까 합니다.
간 김에 조금 더 올라 오세암 감로수를 시음합니다.
오세암 바로 옆 만경대에 올랐습니다. 만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만경대.
왼쪽이 마등령, 가운데 쯤이 공룡능선, 오른쪽 능선이 용아장성 맨뒤가 대청봉입니다. 육안으로는 전날 내린 눈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 날이 5월18일이었는데 자연의 조화에 인간의 속수무책을 실감합니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인공의 힘을 과신하는 호모데우스는 아직은 어리석음이다는 뉘우침을 얻습니다.
며칠 뒤에는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을 갔습니다. 한자로 消遼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다는 뜻인데, 저도 오늘의 산행 의도였습니다. 오르는 길에 보니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고령의 은퇴자들 같아 보였습니다. 수도권의 산들이 평일에 거의 그렇긴 하지요. 저도 이제 머지않아 동류가 되겠죠.
그런데 소요는 물 건너갔습니다. 600미터도 안 되는 동네 뒷산이라는 착각에 대한 벌을 받습니다. 험하고 경사도 심하였습니다. 산의 높이에 현혹되는 우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보이는 것만이 아닌데요.
평정과 휴식을 위해 동네 탄금호에 소요하러 옵니다. 여기서 돌아서면...
중앙탑공원 중원탑평리7층 석탑입니다. 요 인근에 중원고구려비도 있습니다. 삼국시대 신라와 고구려가 한강 유역 세력 확장을 위해 다투던 역사의 현장을 공원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평화는 요원합니다. 저 물 뒤쪽으로는 전투비행단의 활주로가 숨어 있습니다.
하루 쉬고 문경 도장산을 오릅니다.
이 산은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속리산 주능선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이 천왕봉이고 오른쪽에 뾰족하게 삼각뿔이 문장대입니다. 실제로 산속에서는 그 산의 파노라마를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산에 가서 바라보아야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산객들이 다녀온 산을 산 모양만 보고 잘 분별하지 못합니다
현재의 자신을 잘 살펴보지 못하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기의 필요성인데 저는 얼마나 실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날은 휴식으로 평창 청옥산 600마지기에 왔습니다. 주차장 보이시지요. 차가 데려다 줍니다.
정상까지 10분이면 오릅니다. 여기는 샤스타데이지가 장관인데 아직입니다. 이 꽃은 자연산이 아니고 재배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고 황폐해진 곳을 예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기도 차박으로 쓰레기 천지....환경 지킴이가 상주하더군요.
며칠 뒤 짐을 꾸려 남도 3박 여행을 갑니다. 먼저 고흥 팔영산....비경의 봉우리가 다도해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8개나 오르내립니다. 유영봉, 성주봉, 생황봉, 사자봉, 오로봉, 두류봉, 칠성봉, 적취봉....작명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기암 괴석
바다와 하늘이 비취를 쌓아 놓은 듯하다하여 적취봉. 저도 한 장 기념합니다. 등산로 입구에 오토 캠핑장이 있습니다.
하산 후 저녁 만찬입니다.
유자 막걸리 2병.
홍어3합, 육사시미, 광어회, 초밥, 연어회, 떡갈비, 홍어찜, 전복회, 간장 게장 등이 나오는데 한 상에 5만원입니다. 생일상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다음날 장흥 천관산 불영대에 오릅니다. 이 산은 유난히 불교식 명명이 많습니다. 반대편 7부 능선에 주차장에서 1킬로 쯤 경사를 오르면 탑산사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등산로 바로 앞에서 무속 제례가 한창 진행 중이더군요. 산과 절과 무속과 사람과 사회....복잡한 관계입니다.
설악산 봉정암, 오세암, 치악산 상원사 등을 비롯한 많은 절들이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굳이 왜 여기를 가 보려고 할까요? 저는 산을 갔는데 절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물러서면...한 발만 앞으로 가면...돌아서야 합니다. 돌아서야 될 때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저는 이제 고민 안하려 합니다. 유종지미는 없다. 끝이란 없다. 다른 시작이다.
연대봉. 장군님의 봉수대로 사용된 곳입니다. 뒤에 봉수대에 오르면 안내판에 북쪽으로 지리산, 남쪽으로 제주 한라산 위치를 알려드립니다.
맨뒤 라인이 지리산 주능선입니다. 한라산은 해무로 관측불가였습니다.
기암 3형제....
하산하여 나주로 갑니다. 집까지 400킬로 5시간 운전이 꺼려집니다. 그래서 한 시간 거리인 나주에 3박째 숙소를 잡습니다.
집사람이 홍어회를 못 먹습니다. 홍어전과 홍어무침. 코가 뻥....선인들의 지리적 이용과 지혜가 탄생시킨 홍어.
다음날 아침 나주 곰탕을 먹고 귀가합니다. 나주 관아 주변을 둘러보며 곰탕과 천민 백정들의 삶을 생각합니다.
집에 와서 정동주님의 백정을 다시 읽었습니다. 지금은 신분적 평등 사회가 완전히 구현되었는가? 개선은 분명한데.....
6월 첫 산행지로 속리산 장성봉, 막장봉을 오릅니다. 여기는 조령산과 속리산을 잇는 백두대간 길입니다. 속리산 국립공원은 괴산, 상주, 보은 꽤 넓은 지역입니다.
막장봉의 유래가 탄광 막장입니다. 여기를 오르려면 10개가 넘는 봉우리를 넘습니다.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지칩니다. 삶의 살이가 정점에서 내려갈 때가 더 힘든 이유를 깨닫게 합니다. 이 곳을 6번째 왔습니다. 매번 내려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현명하고 명쾌하고 여유롭게 사는 법을 깨우치지 못합니다. 욕심을 놓지 못해 육신을 괴롭힙니다. 이게 현실이네요. 등산으로 포장한 저의 일상입니다.
내일은 조금 더 순리에 따르는 산을 올라보렵니다.
첫댓글 와~~
정말 상당 하십니다
소요산 까지 다녀가셨군요
오세암~용아장성 가슴보다는 마음이 부풀어 올라옵니다
욕심을 놓지 못해 육신을 괴롭힙니다.
그냥~ 찡~~
덕분에 산행 잘하고 내려갑니다~!
저도 관절 고장으로 내려가는길이 더 두렵습니다~!
조심 조심 내려가 보겠습니다~!
무인님의 관절이 부럽습니다~! ㅎㅎㅎ
멋진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8봉 사진은 진짜 환상적이네요!!!
정상에서 매번 이렇게 멋진 독사진을 찍어 주시는 분이 계셔서 좋으시겠습니다^^
산사람들이 나눔하는 경우가 많고요. 저는 집사람이 메인 pd입니다.
@무인시대 메인 pd까지 있으시고 ㅎㅎㅎ
사모님과 같은 취미를 갖고 계신게 부럽네요. 저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ㅎㅎ
멋진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옛 생각 하며
두루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