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 쓸하지만,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6 · 4 지방선거의 무승부 이후 연장전의 성격으로 치러진 7 · 30 재보궐 선거는 새누리당의 대승으로 귀결됐다. 야권은 말 그대로 참패했다. 이번 선거의 결과를 3 OUT이라는 관점에서 분석을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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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한길 · 안철수 OUT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족집게'로 거듭났다. 지난 13일,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7 · 30 재보궐 선거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그의 워딩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냉정하게 보면 전체 15석 가운데 5곳만 우리가 갖고 있던 데라서 현상유지만 해도 잘하는 선거"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획득한 의석 수는 5석이 아니라 4석이었다. 따라서 현상유지조차 못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의석 수를 정확히 맞추는 데는 실패했지만, '판세'만큼은 정확히(?) 읽었던 셈이다. 그만큼 7 · 30 재보궐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어려운 선거였다.
우선, 재보궐 선거는 투표율이 다른 선거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번 선거의 경우 투표율은 고작 32.9%에 불과했다. 사실 이 정도의 투표율로는 고령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 따라서 야권의 승리 방정식은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고, 투표율을 높이지 못한 책임은 온전히 김한길 · 안철수 공동 대표가 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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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을 높이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공천 실패'이고, 두 번째는 '전략 부재'이다. 서울 동작을에서 벌어진 촌극은 야권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조차 외면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 정도였으니 중도 성향의 유권자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거물급 정치인의 낙하산 공천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고,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카드를 '섣불리' 사용한 것도 패착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전반적인 공천 실패가 유권자의 마음을 '선거'가 아닌 '휴가'로 돌렸고, 결국 투표율은 30%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쯤되면 참패는 예고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선거 패배의 책임은 김한길 · 안철수 공동대표가 져야한다. 두 공동대표는 오늘(31일) 오전 비공개 긴급회동을 갖기로 했는데, 이 논의는 동반 퇴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내로 사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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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의 사진을 무단 도용하기도 했던 임태희 후보 -
2. 거물급 정치인 낙하산 OUT
흥미롭게도 이번 7 · 30 재보궐 선거에서는 소위 '거물급 정치인'들이 모두 낙선의 쓴맛을 맛봤다. 경기 수원정에서는 박광온 후보(새정치민주연합)가 MB의 남자인 임태희 후보(새누리당)를 7% 차이로 제치며 승리를 거뒀다. 한편, 경기 수원병에서는 대선주자급인 손학규 후보(새정치민주연합)가 김용남 후보(새누리당)에게 7.8% 차이로 패배했고, 경기 김포에서는 역시 대선주자급인 김두관 후보(새정치민주연합)이 홍철호 후보에게 10.4% 차이로 패배했다.
말이 '전략공천'일 뿐, 사실상 '낙하산 공천'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지역 주민들은 각 정당들의 무책임한 '낙하산 공천'에 불만을 토로했고, 이러한 바닥 민심을 간파한 일부 언론들은 '거물급 정치인'들의 전패를 예상하기도 했었다. 물론 경기 수원정(영통)의 결과는 조금 신중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 곳은 평균 연령 32.8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지역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투표율 속에서도 다른 지역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정의당 천호선 후보의 사퇴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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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병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승계' 받은 지역구로 한 번도 지금의 야권 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던 지역이고, 경기 김포 역시 유정복 인천 시장의 지역구였던 만큼 야권으로서는 쉽지 않은 지역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수원 정의 경우에는 평균 연령이 낮기도 하지만,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는 역시 '결과'로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낙하산 공천을 받고 날라온 거물급 정치인들은 모두 고꾸라졌다. 대신 '400년 토박이'를 앞세운 홍철호 후보(경기 김포, 새누리당)은 당선이 됐고, 역시 '토박이 일꾼'를 캐치프레이즈로 나건 김용남 후보(수원 병, 새누리당)도 국회에 입성했다. 이쯤되면 각 정당들은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전략 공천'에 대한 생각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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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역주의 OUT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정현 후보의 당선이었다. 투표율이 무려 51%, 전국 평균보다 18.1%나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선거 유세 기간에도 '이번에는 모른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았다. 필자는 지난 6 · 4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의 판세가 재현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슬아슬하지만 조금 역부족' 일 것이라 봤던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너무도 원사이드했다. 이정현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압도적인 표 차이로 앞서나갔다. 물론 개표가 진행되면서 차이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결국 49.4%로 마무리됐지만, 그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1996년 강현욱 전 의원(당시 신한국당) 의원이 전북 군산에서 당선된 이후 18년 만에 호남에서 현 여당 출신이 당선된 것이다. 4번의 도전만에 이정현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박근혜의 남자'인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순천·곡성에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 는 공약이 힘을 발휘한 결과로 보인다. 19대 총선이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였던 만큼 지역 유권자들도 '잘못하면 다시 바꾸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서갑원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감정 싸움도 지역 민심을 싸늘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주의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 치러진 여러 선거에서 지역주의라는 지긋지긋한 괴물이 조금씩 균열을 일으켜왔다. 그렇지만 한 쪽 귀퉁이가 부서지기에는 한끗이 부족했다. 그 부족했던 한끗을 이정현 후보가 채워낸 것이다. 물론 이 승리는 이정현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천·곡성의 승리이기도 하다.
필자는 만약 지역주의가 무너진다면 그 단초는 '호남'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영남이 넘어서지 못하는 그 미세한 차이를 호남은 극복해낼 것이라고 기대를 걸어왔다. 비록 '박근혜의 남자'의 승리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대목은 있지만, 지역주의를 극복해냈다는 측면에서 이정현 후보의 당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전남 순천 · 곡성에서 시작된 지역주의 타파의 바람이 다음 총선에서는 영남에서도 이어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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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이 났고, 결과도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후폭풍'이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호' 체제가 부드럽게 안착하게 됐고, 새정치민주연합에는 김한길 · 안철수 두 공동대표 체제의 몰락이 예고된다. 이정현의 당선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역사적 사건임과 동시에 '새정치'아닌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의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한편, 극적인 단일화에 성공하고 역전 드라마에 도전했던 정의당 노회찬 후보의 낙선은 참으로 뼈아프다. 그 차이가 고작 929표에 불과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야권 지지자들은 동작을에서 1.4%(1,076표)를 득표한 김종철 후보를 비난하고 있다. 김 후보가 얻은 표가 나경원 후보와 노회찬 후보의 차이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은 번짓수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노 후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표 논란'의 중심에 있지 않았던가?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애시당초 무리한 공천을 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잘못, 투표 용지가 인쇄되기 전에 단일화에 실패했던 야권 전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또, 김종철 후보를 끌어안지 못했던 노회찬 후보도 비판에서 비껴갈 수 없다. 결국 야권은 '야권 단일화'에 대한 숙제도 끌어안게 됐다. 단일화의 효과는 분명하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극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바보처럼' 재확인 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