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평소에도 그렇게 서러운데 , 이난리가 나도 제일 불쌍한 것은 여자들이네, 전쟁이 나면 사내들은 짐승이 되는데 ,약한 여자들이 그 짐승들을 물리치고 어떻게 정조를 지킨다 말인가? 임진왜란 때나 병자호란 때 보게 ,사내자식들이 못나서 일본 놈들하고 되놈들한테 안방 침노를 당했으면서도 여자들보고 정절을 못 지켰다고 쫓아낸 놈들이
이땅의 사내놈들일세, 정조가 목숨보다 귀한것이라는 윤리를 만들어낸 것이 누군가? 여자들이 아니라 사내놈들일세, 그 정조를 못 지키면 자결하라고 시집갈 때는 은장도까지 주고 있네, 그들이 정말 사내라면 그 장난감 같은 은장도를 연약한 여자들한테 줄 것이 아니라, 그런 전쟁 때라도 제 놈들이 칼을 들고 여자들을 지키다가 힘이 부치면 제가 먼저 칼에 맞아 뒈지든지,
못 뒈졌으면 당한 여자들을 탓하기 전에 못 지켜 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제 좆대가리라도 잘라버려야 옳지 않겠는가? 그러지도 못하겠으면 처음부터 그런 윤리를 만들지 말아야지, 나는 우리 욕설 가운데서 제일 메스꺼운 욕설이 "호로자식" 이란 욕설하고, " 화냥년" 이란 욕설일세, 호로자식은 되놈 호<胡> 자 ,포로 로<虜>자, "되놈 포로로 잡혀갔던 여자한테서 난 자식" 이라는 소리고,
화냥년은 ,실은 "환향년"인데, 돌아올 환<還>자, 고향 향<鄕>자, "포로로 잡혀갔다가 정조를 짓밟히고 돌아온 년" 이라는 소릴세,여자들을 포로로 잡혀가게 했던 못난 놈들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기는커녕 염치 좋게 호로자식이고 ,화냥년일세, 더구나 그런 전쟁 때 정조를 지켜 자결을 한 여자들은 열녀비를 세우고 , 조정에서는 그 열녀각에 사액<賜額>을 내리는가 하면 , 열녀 가문에서 충신 난다고 음직<蔭職>
까지 내렸네, 음직,알지 ? 과거 안 보고 벼슬을 주는 것일세, 얼마나 미친놈들인가?"
<녹두장군 7권 385쪽 386쪽, 소설속 월공 스님과 설만두의 대화 > 송 기 숙 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