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전 뒷북인생 -_- 인 이녁은 백상시상식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좀 전에 인터넷 접속해서야 시상식이 있었던 걸 알았고
대충 시상내역 훑어보고 닷컴에서 준기영상을 보고 왔습니다.
왕의 남자가 대상을 받았군요.
암요~ 대상 백번 받아 마땅한 영화이지요~
전 왕남을 다섯 번 봤습니다.
음.. 44번 봤다는 님도 있으니 전 거기에 비하면 암것도 아니지만
영화는 왠만하면 집에서 DVD로 보고
극장이라는 곳을 고작해야 1년에 서너번 가는 나같은 사람이
한 영화를 다섯 번 봤다는 건 엄청난 사건이지요.
처음 보고서는 알 수 없는 막막함에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서 인지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하더군요.
그때부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죠.
마클에 매일같이 드나들어도 영화방은 한번도 안 가 봤는데 영화방도 기웃거리고
여기저기서 스틸사진, 뮤비 등등을 보고
난생 처음으로 검색창에 이준기라는 연예인 이름 석 자를 쳐놓고 검색도 했습니다.
결국 이 나이에 하준세랑 닷컴에도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죠.-_-
그래도 아련함의 이유를 알 길이 없어서 두번째 영화를 봤습니다.
근데 이번엔 공길의 아름다운 자태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저 녀석.. 본디 계집이 아닐까?
그럼 난 뭐여? 난 본디 사내란 말여? -_-;;;
내내 이러면서 영화를 보고 나왔습니다.
공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세번째 영화를 봤습니다.
이번엔 연산의 슬픔과 광기가 눈에 보이더군요.
세상을 다 가졌으되 미천한 짐승들도 있는 어미가 없었던 미친 왕...
'선왕'이라는 족쇄를 차고 '중신'이라는 칼을 쓰고
'궁'이라는 옥에 갇혀 사는 죄인이었던 연산의 슬픈 광기가
그 큰 스크린이 좁다하고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같은 천진한 미소와 처연한 눈물과 미친 광기 사이를 마구 넘나드는
진영삼촌의 연기는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뭔가에 홀린 듯 네번째 영화를 보러 갔죠.
이번엔 이제껏 보이지 않던 장생이 보이더군요.
제가 아는 언니가 제 블로그에 이렇게 댓글을 다셨더라구요.
장생의 떠날 자유가 부러웠노라고...
그 몇 줄의 댓글을 보고 또 밤새 생각했습니다.
떠날 자유라.. 과연 장생에게 떠날 자유가 있었던가...
목숨은 버려도 공길인 버릴 수 없었던 사람인데...
소,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최하층 천민인 광대였지만..
눈이 멀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이 가 있는 곳도 못 봤었지만..
눈을 잃은 대신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 마음이 가 있는 곳을 알아 보고
그이와 마지막 놀이를 하며 생을 마감할 수 있어
그는 세상을 다 가진 왕이었고
이 영화는 비극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네번 보는 동안 한번도 울지 않았었는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눈물이 터져 나오더라구요.
불 켜진 극장에 혼자 앉아서 울고 나왔습니다.
영화보며 울어본게 얼마만인지...
다섯번째는 디지털을 보고자 갔습니다만...
그날이 마지막날이었는데 하필 상암CGV에 오류가 나서 필름상영을 했습죠.-_-
그래도 울 까페님덜 두분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번엔 영화 초반부터 가슴이 아파오더라구요.
장님놀이를 하다 환하게 웃는 공길의 미소에도..
신명나게 놀고 배불리 먹고 양반에게 몸을 팔지 않아도 되던 그날 밤,
공길의 등을 두드려주는 장생의 손길에도, 그냥 다 좋다는 공길의 그 눈빛에도..
이녁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결국 육갑이 죽는 순간부터 울음이 터져나와 말 그대로 쳐 울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뭐가 그렇게도 슬펐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볼 때마다 새로웠던 영화는 왕의 남자가 처음입니다.
원래 영화보고 잘 울지도 않는데 네번째 보고 나서야 눈물이 나던 영화도 왕의 남자가 처음입니다.
참.. 신기한 영화입니다.
작품상이요?
누가 뭐라든지 내 마음 속에 작품상은 왕의 남자입니다.
극본상이요?
그것 역시 내 마음 속에 극본상은 왕의 남자입니다.
최우수 연기상이요?
실제 누가 받았던지 간에 내 마음 속에서는 당연히 감님과 진영삼촌이 최고입니다.
스스로를 비주류라고 칭하고 주류를 거부할 수 있는 것..
흥행이 잘 안 될 걸 예상하면서도 제작하고, 출연하기로 결심하는 것..
소신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
대단한 용기였고
멋진 비주류의 반란이었습니다.
아직도 길을 지나다가 '인연' 노래만 들어도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가슴이 벅차옵니다.
벅찬 감동을 안겨준 이준익 감독님, 감님, 진영삼촌, 성연씨, 준기..
그외 모든 배우들과 스텝분들...
수상결과에 상관없이...
내게는 당신들이 최고입니다.
*.뱀발1
오나전 뒷북만 쳐 대던 이녁이 어제 새벽...
감독님과 채팅하는 영광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밖에 못 했어요.
손이 떨려서 당최 자판을 칠 수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뱀발2
울 엄니가 준기를 엄청나게 좋아하신다지요.
결국엔 미석조 브로마이드를 구해오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_-;;;
사건인즉.. TV에 어떤 여학생 방이 나왔는데 벽에 미석조 브로마이드가 붙여 있더군요.
그걸 보신 울 엄니...
엄니 : 어? 저런 것도 있어? 저건 어디서 파는거야?
뒷북 : 저 음료수 사면 주는 거야.
엄니 : 그래? 그럼 슈퍼가서 뭐 하나 사구 달라구 할까?
뒷북 : 아니, 저 음료수를 사야 준대. 예전에 편의점에서 저거 사면 준다구 했는데...
엄니 : 그래? 그럼 니가 가서 저 음료수 몇 병 사구 저 포스터 달라구 해.
뒷북 : 저거 맛 없대. (이녁은 준기가 아무리 좋아도 맛 없는건 못 먹소.
미석조 맛이 이상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_-)
엄니 : 그래두 몇 병 사구 저 포스터 구해와.
뒷북 : 저거 갖다가 뭣에 쓰게?
엄니 : OO이 방에 붙여놓게. (OO이는 이녁 남동생인데 학교 앞에 나가살고 있어서 그 방이 비어있음.)
뒷북 : 저걸 붙인다구? 갸 방에? (이녁은 연예인 숱하게 좋아했어도 브로마이드 붙여본 적이 없는데..)
엄니 : 응. 그러니까 꼭 구해와. 알았지?
아니 내가 이 나이에 편의점 가서 미석조 사면서 준기 브로마이드 달라구 해야 합니까?
쪽팔리게시리...-_-
것보다두 아직도 주긴 한답니까?
내가 울 엄니 땜에 미치겠소~~~~~~~~~
첫댓글 ㅋㅋㅋㅋ처자님!! 우리의 상암굴욕사건..ㅋㅋㅋ 그나저나 처자님 어무이 넘 귀여우셈^^;; 우리 엄니도 첨엔 제가 왕남에 넘 빠지는 것 같아서 걱정하시더니,,요즘엔 왕남식구들 티비에 나오면 " 야!!!!!! 공길이 나왔다!!!!! 빨리 나와서 봐!!"ㅎㅎㅎ 알게 모르게 한번 보여드렸더니,,은근 팬이셨나봅니다.
어머니의 준기 사랑 아주 보기좋습니다..^^ 전 gs가서 당당히 준기 브로마이드랑 화일 받았죠..알바생이 미석조 한병 더 가져가세요 하는걸 아니요..이준기 브로마이드주세요하면서.....이 나이에 얼굴 철판 깔았답니다.-_-...그런데 아직도 주는지는 모르겠어요....
참 내 생에 정말 왕/의/남/자 같은 영화가 다시 나올지 모르겠어요..정말 ...생각만으로 가슴 아련해지는 영화예요....최고입니다........
뒷북님 글읽으니 또 울컥 ㅠㅠ
어제 시상식에서 제 맘대로 왕남팀에 모든 상을 쓸어 주었습니다.. 당근 왕남이 최고입니다^^
뒷북처자님 글을 읽으니 왕남이 또 보고 싶어지네요... ㅠㅠ 저 차마 브로마이드는 못받고 클리어 화일 얻었다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