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양산면 일대에는 금강 상류를 끼고 그윽한 멋과 풍류를 자랑하는 양산팔경이 펼쳐진다. 천태산 중턱에 자리한 신라 고찰 영국사를 1경으로 시작해 강선대,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 자풍서당, 용바위 등 양산 8경이 줄줄이 이어진다.
송호국민관광지는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금강 물줄기가 굽이치고, 수백년된 노송이 하늘을 가린 그 곳에 양산 8경의 수려한 풍광이 대부분 모여 있다.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강선대며, 승천하려던 용이 선녀가 목욕하는 것에 반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졌다는 용바위, 만취당 박응종이 말년에 후학을 가르쳤다는 여의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무엇보다도 이 모든 걸 에워싸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숲과 맑은 금강 물줄기는 송호국민관광지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울울창창한 노송이 하늘을 가린 솔숲에 띄엄띄엄 자리잡은 색색의 텐트들, 아직은 따가운 햇볕을 피해 시원한 물줄기에 발을 담근 사람들과, 반짝이는 수면 위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의 모습은 마치 그림엽서 속 풍경같다.
승천 못한 용이 바위가 된 용암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 자리한 송호국민관광지가 인근의 사람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건 8만5,000평의 드넓은 면적에 편리하고 다양한 부대시설까지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다. 식수대, 놀이터, 체력단련장과 함께 분수대, 조각공원, 살구꽃동산, 장미꽃터널 등 색다른 볼거리도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송림 속에 자리한 물놀이장이 인기다. 유아용 풀, 성인용 풀, 유스풀, 슬라이드풀, 모래찜질장 등을 갖추고 있어 자연 속의 워터파크를 방불케 한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가면 이 곳이 영화 <소나기>의 무대였음을 알리는 기념조형물을 만난다.
꽃보다 아름다운 노송
그런데 이 처럼 잘 가꿔진 송호국민관광지가 국유지나 군유지가 아니라 사유림인 걸 아는 이는 드물다. 이 곳은 삼국시대 때 신라와 백제의 끊임없는 격전지로, 신라 태종 무열왕(655) 2년 백제와의 싸움에서 순국한 김흠운 장군의 죽음을 애도한 양산가의 발상지다.
무열왕은 백제와 고구려가 신라의 변경을 막고 있자 이를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동원했는데, 이 때 김흠운을 장수로 삼았다. 김흠운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군졸들과 비바람을 맞으며 동고동락했고, 전장에서 용맹하게 싸우다 숨졌다. 뒷날 후손들이 이를 기리기 위해 신라와 백제의 격전지였던 이 곳에 송림을 조성하고 휴양시설을 만들었다고 한다.
양산팔경의 절정인 강선대
강을 낀 우거진 소나무숲에다 편의시설까지 잘 갖춰진 이 곳은 4계절 캠핑족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바닥에 잔디까지 곱게 깔려 있어 야영장으로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더러는 숲에 자동차를 들여와 오토캠핑을 즐기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론 이를 금한다. 자동차가 진입하면 소나무와 잔디밭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보다 좋은 야영장은 없다
한여름 북적이는 피서인파를 피해 나만의 조용한 휴가를 보내고 싶은 이들은 이 맘 때 이 곳을 찾으면 모든 게 여유롭고 한가롭다. 더욱이 이번 주말에는 포도와 국악의 본고장인 영동군에서 포도축제와 난계국악축제(8월30일~9월2일)를 연다. 오가는 길에 향긋한 포도향기와 아름다운 국악 가락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다.
*맛집
여름의 끝을 잡고
양산면 가선리 금강변에 자리잡은 가선식당(043-743-8665)은 금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조리한 도리뱅뱅이와 어죽, 징게미(민물새우) 튀김 등을 잘 한다. 재미있는 이름의 도리뱅뱅이는 금강에서 잡은 손가락 크기만한 피라미를 조린 것이다. 내장을 털어내고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튀겨내어 양념장을 바른 후 바득하게 조린 것인데, 뼈째 씹어먹는 맛이 고소하다. 영동읍내에 있는 뒷골집(043-744-0505)은 올갱이(다슬기)요리 전문점이다.
*가는 요령
영화 소나기 촬영장소
경부고속도로 옥천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영동 방면으로 이어지는 국도 4번을 따라 달리면 이원면에 이른다. 이원면 소재지에서 501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가 영국사 입구를 지나 호탄교를 건너면 3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해 2.5km쯤 가면 가곡 3거리. 다시 좌회전해 1km쯤 가면 송호유원지 주차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