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이다. 학교에 가려고 베란다로 나가는 순간 진주(고양이 이름)가 후닥닥 베란다 안에 뛰어들어오더니 내앞에 살아있는 뱀을 냅다 팽개쳤다.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살아있는 뱀을 보긴 했어도 스르륵 도망가버려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우선 무서웠다. 다른 고양이들 두마리가 바로 뱀을 에워쌌다. 뱀보다 고양이 속도가 몇배 빠르기 때문에 뱀을 제압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수업 시간도 급했지만 살아있는 뱀을 죽이고 싶지 않아 고양이들에게 맡기고 집을 나섰다.
퇴근후 돌아와보니 베란다 한쪽에 예의 그 뱀이 꼼짝않고 있었다. 죽었으려니 하고 집에 들어갔다 나와보니 뱀이 없다!!! 순간 오싹했다. 이놈이 집안에 들어오면 어떡하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부랴부랴 베란다를 정리하고 보니 뒤켠에 있었다. 얼른 집게로 들어내고 마당에서 집게로 머리를 몇번 때린후 개와 고양이 배설물 더미에 던졌다. 그런데, 조금 후에 보니 또 없어졌다! 나는 속으로 이놈 명도 기네 하고 또 뒤져봤더니 다행히 그 속에 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양이들은 두더지와 쥐를 곧잘 잡아와 내게 바친다(?) 뱀은 처음이었고 앞으로 얼마나 잡아올지 모르겠다. 요는 짐승도 공짜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과 비교해 봐도 되려 나은 면이 있다. 키우던 개와 고양이 때문에 마음 조린 적은 있지만 사람만큼 속썩인 일은 없다. 그애들은 주인에게 충분히 보답한다. 정신적으로도 육신적으로도 키우며 내가 나아졌다 싶은 적이 너무 많다. 내게 와주어 너무 고마운 아이들이다.
주말에 딸아이와 카페를 갔다. 딸아이는 아직도 구직중이다. 나는 속에서 열불이 나지만 내색은 못하고 애가 기죽지 않기만 바라며 주말을 함께 했다. 아래 사진은 우리 동네에 있는 허니포레스트 라는 카페인데 가격이 후덜덜하다. 그리고 이 시골 구석까지 카페가 좀 괜찮다 싶으면 사람들이 찾아와 바글바글하다. 여기도 그런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며 말했다. "사람들 할 일이 없나, 여기까지 이렇게나 많이 찾아오다니!" 생각해 보니 나나 딸아이나 할 일 없이 온 사람들 아닌가. 한국은 카페가 대형화 추세라 동네의 작은 카페는 망하고 좀 커야 장사가 된다. 그리고 베이커리와 같이 해야 사람이 몰린다.
그 다음날에는 시내에 있는 보릿고개 본점에 갔다. 사진외에 직접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쌈채소가 따로 코너에 준비되어 있는데 너무 양이 많아 쌈채소는 손을 못댔다. 나온 음식만도 지나치게 많아 미리 덜어서 홀에 마련된 플라스틱 그릇에 싸놓고 먹었다. 맛도 좋고 양이 넉넉해서 운동선수가 와 먹어도 될 정도인데 가격은 1인당 14000원이다. 나물외에도 녹두전, 들깨탕 백숙, 묵무침, 우렁무침들 먹을 거리가 많아 손님이 오시면 모시고 갈 곳 중 하나다.
월요일 낮에는 LA에서 온 남편 친구부부와 남편 동기들과 서초동에서 모였다. 소연이라는 곳인데 음식은 괜찮았지만 자리값인지(사랑의 교회 근처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모임때문이지 일부러 찾아서 갈 곳은 아니었다. 남편친구는 LA에서 수의사로 동물병원을 하고 있다. 늦게까지 큰 돈을 만지는 탓인지 당당했다. 진작에 수의사라는 직업에 눈을 떴어야 했다!! 친구 와이프는 나와 대화가 잘 통했다. 무용을 전공했고 지금도 한국무용을 따로 배우고 있다고 한다. 서예에 눈을 떠 일본에서 지필묵과 벼루등 용품을 공수해 하겠다고 한다. 내가 일요일에 교회가는 대신 굿을 보러 간 일도 얘기하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그 와이프는 평생 넉넉하게 살아서인지 구김이 없었다. 재주도 많은지 골프도 싱글 수준이란다. 부러운 팔자를 가진 사람이다.
아래는 동네의 허니포레스트 전경이고 카페에서 본 전경도 담았다. 가운데는 동백이인데 넘 크게 나왔지만 내가 줄이는 방법을 몰라 그냥 올렸다. 얘가 요즘 눈이 늙어서인지 안질인지 결막염인지 병원을 세번이나 다녀왔는데도 낫질 않는다. 맨아래는 보릿고개 본점의 음식이다. 보기보다 실제 대하면 엄청 많다. 굶고 가야 한다.
첫댓글 카페가 크면 모여서 부담없이 이야기할수 있어 모임 장소로 좋기는 하더군요.
원주가면 가보려 찾아보니 제가 가는 강원감영 쪽과는 다른 방향이네요.
강원감영 얘기하시는데 원주는 도시가 크질 않아 다 20분 거리입니다. 오시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아르테미스 아 맞다. 전에 저의 사진을 다운받으셔서 와이로를 쏘신다고 하셨는데 원주에서 사진값을 받아야겠네요. ㅎㅎㅎ
원주 이야기 재밌네요 뱀 잡아오는 착한 아이들도 있고요
보릿고개 가서 맛있게 먹고 싶어요 가격도 착하고요
한국은 인테리어에 엄청 신경쓰나봐요 다들 멋지네요
이곳 스벅하고 너무 비교되요
한국은 스벅도 인테리어 잘 해 놨어요. 워낙 외모중심 사회다보니 못생긴 것은 못참아요.
고기 안드시죠. 저도 고기는 딸이 다 먹었어요. 채식으로 넘 좋아요. 오심 대접할게요.
원주는 늘 한국가면 어른들 산소가 영주IC 에서 가까이 있어서 늘 중앙고속으로 내려가면서 보는곳이고 또 몇번 들렀던 곳이라 아주 친근하고 한국가서 산다면 정착하고싶은
곳 이네요.
다음 방문에는 좀더 길게 돌아보고싶어요.
병원도 연세대 원주분원이 있다고 들었어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LA보다 원주가 부럽네요.
네 집값도 싸고 서울가기 좋아요. 늘그막에 비싼집 깔고 앉아 힘들게 살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도 유순하지만 막상 토박이는 드물고 다 저처럼 외지인이랍니다.
아르테미스님의 포스팅이 참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원주에 언젠가 방문을 해서 만나 뵐 날이 기대됩니다.
네 원주 살기 좋습니다. 사통팔달한 곳입니다. 들러주세요
아르테미스님 원주이야기
고양이,개,동네,교회이야기에는 아르님 특유의 유머와 푸근함이 배어있어요.ㅎ
지방곳곳 베이커리갖춘 대형카페
숫자에 놀라고
쟁반가득 오후시간에
아마도 점심후에
간식으로 먹는것보고 더 놀라고
아무래도 전국민 밀가루 중독상태
아닐까 염려되더라구요. ㅎ
밀가루 뿐 아니라 커피도 세계애서 손꼽히는 소비국 입니다. 저는 지난번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판정을 받아 밀가루 줄이려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보릿고개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네요.
한국 가서는 일단 반찬 여러가지 나오면 젤 좋아요.
작년 딸내미랑 한국 방문 중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딸내미도 반찬 종류 많은 식당 가자고 해서
주로 한정식을 먹었어요. 여기서 늘 간단히 먹어서 그런가봐요.
동백이 예쁩니다. ^^
가보심 후회 안하실 겁니다. 원주니 그렇지 서울이면 이 가격 어림도 없습니다. 먹기 전 덜어놓은 음식 가져와 또 한끼 충분히 먹을 분량입니다.
동백이 눈병이 낫지 않아 속상합니다. 병원가도 차도가 없네요 ㅠ
고양이들이 집에 들어온 뱀을 잡다니 참 용감한 애들이네요.
눈앞에 생생한 모습입니다.
요즘같아서는 정말 수의사가 좋은 직업같아요.
아파트단지에서 유모차에 아이인가? 하고 보면 강아지 두 마리
돈도 아이 키우는 것만큼은 아니드레도 많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그 와이프는 평생 넉넉하게 살아서인지 구김이 없었다. 재주도 많은지 골프도 싱글 수준이란다. 부러운 팔자를 가진 사람이다'
참 표현이 좋아요.
고양이 키워 보니 영물이더군요. 개와 다른 매력이 있어요. 동물들 돈들어가는 것은 주로 병원비고 나머지는 그다지 들어가진 않아요. 사료 싼 것도 괜찮아요.
표현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냥이가 아르테미님을 무척 좋아하나봅니다.
남다른 교감에 뭔가 잡아서 집사에게 주는 사랑표현이
좀 과격해서 그렇지 사랑스런 녀석..ㅋ
원주는 제 동생들이 귀농해 살아서 작년에 방문해보니
도시가 아늑한게 좋았습니다. 저는 역이민 꿈만꾸네요.
커피 전문점이 많아서 놀랬어요 소비등수에 들만해요.
한국땅에서 나는건 뭐든 맛남..ㅎㅎ
고양이 키워보니 넘 예뻐요. 안키우시면 강추합니다.
동생분들은 농사 적응하셨나봐요. 이게 쉽지 않더군요. 저는 무늬만 농사꾼입니다. 커피소비는 저도 의문입니다. 그것도 아이스커피를 한겨울에 마시는데 참 이상해요.
가본적 없는.원주 지만 정말 매력적인 도시 같아요. 님의 글솜씨도 정말 소소하니 정감 가고 읽는내내 그곳을 상상 하며 미소 지었답니다. 시간 나는대로 아르님의 글을 찾아 읽어 볼예정입니다 ^^*
감사합니다. 제가 원주 살면서 거의 일기 수준으로 사는 모습을 올렸습니다. 한국을 이해하시는 데 도움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