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렇게 설레는데!...라는 뜻이다.
2022년 재작년 후반은 60이 넘어 추억 여행을 하고 싶었다. 70-80년대 고등학교 대학교때 자주갔던 남포동 광복동 그리고 국제시장 부평시장 순례를 매주 했었고 90년대 아이를 데리고 부평시장 팥죽골목을 자주 데려갔었다. 그리고 2000년 이후에는 한 번도 간적이 없다. 옛날에 먹었던 것들 속에서 추억여행을 하는데 역시나 부평시장이 최고다. 떡복이 빈대떡 등등 아줌마 취향으로 이것 저것 먹으며 다녔다. 2주에 한 번씩 다니다가 9월 초 팥빙수 먹으러 팥죽 골목을 찾았다. 팥죽골목은 가게가 6-8개가 있는데 테이블이 3-4개 정도로 아주 소규모 가게들이다. 모두다 수제로 팥제작을 한다고 자부심을 갖춘 가게들이고 최소 15~30년 이상 된 가게들이다. 팥죽 가게도 도장깨기를 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어느집에 갈까하고 고르던 중 갑자기 누군가의 불타는 시선을 느낀다. 잉? 누가 나를?? 하면서 쳐다보니 50후반 쯤으로 보이는 팥죽집 주인 여자가 필자를 넋을 잃고 쳐다본다... 내가 저 여자 첫사랑과 닮았나? 너무 넋을 잃고 보니 좀 민망하다.
그러다가 지인에게 저 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렇게 쳐다봐주는데 함 팔아주자....적은 돈이지만...혹시 장사수단으로 연기할 수도 있다고 판단 했다. 그녀 가게 안으로 옆을 지나가는데 눈을 떼지도 않고 계속 보더니 바로 옆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가슴을 손으로 부여잡으며 말한다.
팥죽집 주인여자 : 내가 와이리 설레노......
얼굴이 빨갛다. 마치 10대 소녀 같다. 근데 필자도 너무 뜨거운 시선에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 두근거린다...심장이 뛴다....로 ㅎㅎㅎ
제작된 팥빙수를 가져오는 60초중반 쯤 된 남자가 팥빙수를 탁자에 놓으며 필자를 유심히 바라본다. 먹고 계산하러 나오는데 여주인의 표정이 평소 표정으로 돌아왔는데, 서빙을 한 그 남편의 표정이 좋지 않다. 모든 상황을 보고 들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주인의 표정이 좀 복합적이다. 당황과 무안 민망함 등등이 뒤썩인 표정인데 애써 시크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속으로 부부싸움 나겠네....
나중에 같이 간 지인에게 물었다.
필자 : 와 너무 쳐다봐서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근데 저 아줌마 내보고 뭐라 했는데? 두근거린다고 했나? 심장 뛴다고 했나?
지인(웃으며) : 와 내가 와이리 설레노?...했어요...
필자 :
와 60이 넘어 여자에게 그런 말도 들어보네 20대에 많이 받아 본 시선인데... 30대엔 나이든 손님들이 인물 좋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인 : 잘난척 하지 마세요.... 늙어가지고 주책입니다.
링컨은 40 이후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그래도 내가 나쁘게 살지 않았나보네.... 누군가를 설레게 할 수 있다니....
필자가 에세이에서 시간에 대해 쓰면서 자아의 시간은 10대에서 20초반 까지 나이들고 그 다음은 나이들지 않는다고 글로 쓴 적이 있다. 대부분은 16-18세에 멈춘다. 드문 경우가 20초반이다. 그래서 90세도 100세가 넘어도 자아는 스스로 10대로 생각한다. 맘은 청춘이다. 이 시간관이 절대적 자아 혹은 진아(眞我 아트만)를 생각하게 하고 확신하게 한다. 노화는 몸에 일어나는 것이지 자아는 죽을 때까지 절대로 늙지 않는다. 영원히 소녀 소년이다. 해서 80대도 90대도 이성에게 설레일 수 있다. 50후반이나 60 넘어 이성에게 설레인다는 것은 그 감정과 감성이 순수하다는 소리다. 올해도 필자 집을 나서는데 50초중반 쯤 보이는 여자가 지나가면서 빤히 쳐다본다. 첨엔 노려보나 했는데 눈빛을 보고는 귀찮아서 일부러 고개 숙이고 지나가버렸다.
물론 필자도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흘깃흘깃 봐진다. 늙은 놈이 주책이다라는 소리 듣기 싫어 아주 조심해 한다. 나이값이라는 무게 때문이다. 60이든 90이든 맘은 청춘이다. 곱게 늙은 분은 절제를 잘한다. 조영남을 보면 예술가 자유분방이라는 이름하에 나이값을 못한다. 해서 사람들이 질타하고 질책하는 것이다. 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문란함을 가려주지 않는다. 참 더럽게 늙었다고 인상을 지푸리게 만드는 연예인들을 숱하게 본다. 그리고 돈 많은 늙은 놈들도 그렇다. 나이 값은 절제에서 나온다.
필자도 곱게 늙은 70대 80대 할머니를 보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술과 여자에 빠져 살다보니 곱게 늙은 분을 만나기가 참 어렵다. 상대적으로 여자들이 많다. 남자든 여자든 곱게 늙은 분들은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그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 인고의 시간 속에 자기 관리를 잘 한 분들이다.
2024년 4월 20일 紫霞仙人 遊於世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