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02. 숲 속의 자연 살균제, 피톤치드 – 효과적인 산림욕 방법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내추럴빙(Natural-being)의 핵심은 숲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이다. 왜냐하면 숲은 인류가 오랫동안 누려 왔던 터전이자 고향이며, 숲과 교류하는 것은 인간 본성을 찾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산림욕’이란 단어가 익숙하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자연휴양림에는 산림욕을 할 수 있는 길과 공간이 마련되어, 많은 사람이 산림욕을 즐기고 있다.
▣ 피톤치드란 무엇인가?
산림욕에 따라다니는 용어가 ‘피톤치드(영어: phytoncide, 러시아어: fitontsid)’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라는 뜻의 ‘파이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사이드(cide)’가 합쳐진 것으로, 식물이 내뿜는 휘발성 향기 물질이다. 이 말은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해 결핵을 퇴치한 공로로 노벨의학상을 받은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먼(Waksman)이 처음으로 이름 붙였다.
레닌그라드대학의 토킨(Tokin) 박사는 피톤치드의 효능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숲 속에 들어갔을 때 풍기는 시원한 숲의 냄새가 피톤치드이며, 이것은 수목이 주위의 구균, 디프테리아 등의 미생물을 죽이는 방어용 휘발성 물질이라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피톤치드가 풍부한 숲은 폐결핵과 같은 전염성 질병을 위한 좋은 요양지이기도 하다. 20세기 초에 유행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폐결핵의 그 당시 유일한 치료법은 숲에서 요양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효과를 보았다.
숲의 치료 효능은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보고한 임상 실험 결과로 과학적 관심을 끌게 되었다. 당시 미국에는 창궐하는 폐결핵 때문에 병원마다 환자가 넘쳐 이들을 수용할 만한 병실이 크게 부족했다. 그래서 뉴욕의 한 병원에서는 넘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병원 뒤뜰 숲에 임시로 텐트 병동을 만들어 결핵 환자들을 수용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숲 속에 수용된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훨씬 높았다. 병원에서 이 같은 사실을 학술지에 보고하면서 숲의 치료 효과가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루 그 학술지에서는 ‘파인 호스피탈(Pine Hospital)’이란 별도 섹션을 만들어 숲의 치료 효과를 연속적으로 다루기도 하였다.
▣ 나무들은 왜 피톤치드를 내뿜을까
앞서 말했듯이 피톤치드는 어떤 한 물질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식물이 내뿜는 방향성 항균 물질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식물은 어떤 종이나 모두 각각 자신을 방어하는 물질을 내뿜는다. 잔디를 깎고 나면 독특한 냄새가 더욱 강해지고, 숲 속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풀이 밟힐 때 냄새가 더 강하게 나는 이유는 상처받은 식물들이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피톤치드를 강하게 내뿜기 때문이다. 피톤치드 성분은 나무 종류에 따라 다르며, 테르펜을 비롯한 페놀 화합물, 알칼로이드, 배당체 등이 포함된다. 모든 식물은 항균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피톤치드를 함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피톤치드는 소나무를 비롯한 비늘잎나무(침엽수)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해이다. 소나무와 같은 비늘잎나무가 내뿜은 피톤치드 성분이 특히 휘발성이 아주 강한 테르펜 계통 물질일 뿐이다. 테르펜 계통 물질은 톡 쏘는 듯 한 향기를 내뿜는데 알파-피넨(α-pinene)을 비롯한 수십 가지의 물질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강한 향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늘잎나무에서만 피톤치드가 나온다고 오해한다. 잎이 넓은 나무들도 생존과 방어를 위해 피톤치드를 내뿜는데 비늘잎나무의 피톤치드와 성분이 달라 냄새가 그렇게까지 독특하지 못한 것이다.
▣ 피톤치드를 오래 쐬면 독이 되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약도 오랫동안 혹은 너무 많이 먹으면 독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종의 살균 물질인 피톤치드도 오래 맡으면 우리 몸에 해로울까?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피톤치드는 살균 작용보다는 항균 작용을 해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주 오랫동안 피톤치드를 흠뻑 마셔도 된다. 잣나무, 편백나무, 화백나무에서 나온 물질을 쥐에게 투여해 독성 검사를 한 결과 몸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 피톤치드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피톤치드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 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스트레스 감소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충북대 수의대에서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는 이를 잘 입증한다. 전기 자극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실험용 쥐들에게 소나무, 잣나무, 편백나무, 화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를 주입시켜 스트레스 물질인 코르티솔의 농도 변화를 조사하였더니 모든 쥐의 코르티솔 농도가 20~53퍼센트까지 낮아졌다.
필자가 수행한 피톤치드와 인체 생리 변화의 관계 실험에서도 피톤치드가 인간의 심리와 정신적 안정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생리 활동이 왕성한 20대 초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톤치드 효과를 조사하였더니, 이들에게서 알파파(안정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가 많이 증가하고, 감정도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피톤치드의 살균 효과에 대한 실험 결과를 보면 그 효능도 알 수 있다. 식중독과 수막염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 화농과 중이염을 등의 원인인 황색포도상구균, 항생제 내성 포도상 구균, 폐렴 등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균, 그리고 가려움증이나 여성질염의 원인인 칸디다균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가 그것이다. 이둘 균에 대한 피톤치드의 살균력과 시중의 약국에서 파는 항생제, 항진균제의 살균력을 비교했더니 피톤치드가 그 약품들에 버금가는 살균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레지오넬라균 살균에 있어서는 그 효과가 더 탁월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피톤치드는 일반 항생제에서 나타나는 고질적인 내성이나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 나무마다 피톤치드 효능이 다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나무는 각기 다른 성분의 피톤치드를 내뿜어 나무마다 효능이 다르다. 지금까지 알려진 나무의 종류와 피톤치드 함량은 다음 표와 같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산림욕의 효능은 피톤치드 효과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숲에는 피톤치드 이외에도 우리 오감을 자극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풍경과, 재미있고 흥미롭게 운동하게 만드는 지형 등 우리 건강을 지키고 회복시켜 주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 따라서 나무에 따라 피톤치드 성분이 다르다고 해서 굳이 한 종류의 나무숲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 효과적인 산림욕 방법
Q. 산림욕하기에 좋은 계절은?
산림욕을 피톤치드 발산과 연관하여 생각한다면, 피톤치드 발산이 가장 많은 계절은 봄과 여름이므로 이때가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을과 겨울에도 피톤치드 발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계절에 구애 없이 산림욕은 언제라도 우리 몸에 좋다. 또한 산림욕은 피톤치드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모든 감각에 자극을 주는 숲의 요소들을 체험하는 것이므로 굳이 봄과 여름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Q. 삼림욕하기에 좋은 시간은?
피톤치드 발산량은 기온과 관계있는데,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가 가장 많다. 그러나 이때는 기온이 높기 때문에 몸에서 땀이 많이 나고 쉽게 피로해진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쾌적하게 느끼고 비교적 피톤치드 발산량도 많은 오전 10시경이나 오후 2시경이 좋은 시간이다.
Q. 산림욕하기에 좋은 장소는?
산림욕하기에 좋은 장소는 따로 없다. 자기에게 맞고 감정이 끌리는 장소면 된다. 계곡이나 폭포 주변에는 음이온이 많이 발생하므로 시원할 뿐만 아니라 음이온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Q. 산림욕에 좋은 복장은?
비교적 땀을 잘 흡수하고 공기도 잘 통하는 옷이 좋다. 꽉 조이거나 나일론 계통의 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